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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315화 (315/380)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315화

멤버들끼리 기뻐할 시간을 주고 나서, 부대표가 대기실로 들어가자 멤버들이 우르르 몰려와 한 번씩 안기고 갔다. 특히 민지호는 당연하다는 듯이 처음부터 등으로 가서 업혔고, 부대표는 아들처럼 민지호를 매달고 다녔다.

강효준 대표는 그런 멤버들을 보다가, 자기도 저렇게 멤버들을 안아주고 그래야하나 잠깐 생각했지만 영 성격에 맞지 않았다.

차트에 올랐다고 세상이 드라마틱하게 변하는 건 아니다. 다만 드라마틱한 변화가 가능한 곳에 발을 올렸다고는 단언할 수 있었다.

그러므로 이제부터가 진짜였다. 진짜 제대로 된 푸쉬가 필요한 시점.

강효준 대표는 자기 일을 준비하려고 곧바로 돌아섰다가 대기실 앞에서 음반을 들고 서 있는 2년 차 남자아이돌 그룹의 멤버를 발견했다. 강효준을 알아보고는 민망한 표정으로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레드베리 이지우입니다!”

“또 자기 소개를 듣기엔 자주보지 않았어요?”

“예, 아. 기억 못 하실까 봐요……. 저어…… 해원 선배님께 여쭤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

“가서 인사…… 아니다, 내가 부를게.”

안 그래도 정해원에게 이렇게 찾아오는 후배가 드물지 않게 있었다. 기본적으로 정해원은 맛집으로 치자면 ‘비법 소스’의 레시피를 어느 정도 공개하는 스타일이었다. 공개해도 어차피 똑같이 못 만든다고 생각해서는 결코 아니었다. 정해원은 그 정도로 자기 음악에 자신만만하지는 않았다.

다만 정보의 공유가 좋은 음악을 만드는 후배를 만들어내고, 그게 다시 케이팝의 힘이 되고, 더 커지고, 결국 이 지구, 나아가 전 우주의 음악의 중심이 케이팝이 되는……. 정도의 꿈을 꾸고 있는 것만은 분명했다. 가만 보면 이상한 곳에서 야망을 키우는 놈이었다.

아무튼 이춘형이 멤버 사진을 찍어서 보냈다는 건, 강효준 대표에게도 어느 정도 충격이었기 때문에 대기실에 누굴 들여보내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반대로 정해원을 불러냈고, 정해원 본인도 왜 불렀는지 너무 잘 아는데 정작 자기가 대기실 밖으로 선배를 불러낸 셈이 된 후배는 얼굴이 시뻘게져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제가……. 아니, 제가 불러내려던 게 아니라…….”

“넵, 부르셔서 나왔어요.”

그 와중에 정해원이 놀리기까지 하자 후배는 얼굴이 터지기 직전이었다. 강효준이 말했다.

“후배 놀리지 마라. 너도 생각보다 연차 많이 찼어. 그 연차에 놀리면 괴롭히는 거야.”

“형, 무조건 그냥 내 편만 들라니까요?”

“이런 것까지?”

“이건 기본이고.”

“지우 씨, 얘랑 가까워지면 진상력이 강해질 거란 것만 미리 알아둬요.”

그렇게 말하고 긴장도 달랠 겸, 방송 전에 담배를 딱 한 대만 피우고 오려고 나갔다.

레드베리의 이지우는 식은땀이 흐르는 기분으로 물었다.

“저…… 선배님, 바쁘신데 정말 죄송하지만 혹시 틱X…… 바쁘신 거 너무 알고 있으니까 거절하셔도 정말, 정말 전혀 괜찮습니다!”

“챌린지? 지금 찍자. 나 안무 알아.”

“……보셨어요? 저희 챌린지?”

“에이, 신곡은 다 듣지, 챌린지도 다 보고. 너희 거 챌린지 재밌더라.”

정해원이 대수롭지 않게 말하고 시계를 확인했다. 그러더니 고개를 까딱였다.

“가자.”

타임 터너가 있는 게 분명하다고 확신했다. 지금도 퍼스트라이트 앨범의 전곡을 만들고 있고, 클라루스의 앨범에도 참여하고 있으며, 매거진에도 끊임없이 나오는 걸로 알고 있는데 아이돌 신곡이란 신곡은 모조리 찾아 듣고 있다는 말이었다. 심지어 챌린지까지 다 찾아본다고?

후배는 얼떨떨한 상태로 챌린지를 찍기 위해 자리를 이동했다. 챌린지 안무를 안다는 건 정말이었다. 정해원은 안무를 아주 정확히 알고 있었는데, 거기에 디테일을 물어보기까지 했다.

정해원은 좋은 사람이었지만, 후배 입장에서는 워낙에 대단한 선배라, 솔직하게 말하면 옆에서 괜히 쭈글쭈글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소문대로 정해원은 챌린지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촬영을 마친 후에 모니터를 하며 디테일까지 잡고, 정해원이 손을 흔들었다.

“또 봐.”

“네, 선배니…….”

그러더니 레드베리 멤버들이 머리가 땅에 닿게 인사하는 사이에 바쁜지 곧바로 대기실로 가버렸다. 자리에 남은 레드베리 멤버들은 휴 한숨을 쉬고 영상을 재확인했다.

“선배님 어떻게 우리 안무 다 아시냐, 진짜.”

“시간을 두 배로 쓰시나.”

“근데 선배님 프로필보다 키 크지 않냐?”

“그니까. 정정을 안 하시네.”

긴장해서 챌린지를 부탁하러 갔던 이지우는 진이 쭉 빠져 의자에 앉았다.

“나도 나중에 후배가 챌린지 찍자고 하면 쿨하게 해줘야지.”

그러려면 후배가 생길 때까지 어떻게든 버텨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지우는 정해원을 롤모델로 삼고, 후배와 ‘쿨하게 챌린지를 찍는 날’까지 이 악물고 버텨보기로 했다.

* * *

[퍼라 리패키지 크로노스 X포티파이 98위]

[↳미국??]

[↳↳미국은 순위권엔 안 들어가는 듯]

[↳↳↳그럼 뭐ㅎㅎ]

[↳↳↳↳그럼 뭐 뭐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글로벌차트 98위가 기사날 정도 아니지 않나 언플 X나 하네]

[↳글로벌차트 100위 안에 들어갔는데 기사낼만 하잖아……?]

[↳기사 많이 나지도 않았는데 너무 열심히 찾아본 거 아니냐]

[근데 솔직히 이번 글로벌차트는 빼야지ㅋㅋㅋㅋㅋㅋㅋ클라루스 푸쉬 너무 받았는데ㅋㅋㅋㅋㅋ]

[↳그니까ㅋㅋㅋㅋㅋㅋ정해원까지만 인정함 클라루스 보이드 엔터로 데려올 때 영향 컸다니까]

[퍼라 멤버들 꿀 빨아서 좋겠다]

[↳솔직히 정해원처럼 X나 갈리는 것보다 버스 타는 게 편하지ㅎㅎ]

[글로벌차트 98위 대단한 거 아냐?? 클라루스 푸쉬 덕에 해외 성적 잘 나올 수 있었으면 VVV엔터에서 진작 써먹었지ㅎㅎ]

[↳이 정도로 큰 건수가 없었잖아 클라루스 지켜줬다는 건데 팬들 입장에서 이보다 크게 폭발할 건수가 있을까ㅋㅋㅋㅋㅋㅋ]

[아니 룩스랑 햇살이들은 그냥 알콩달콩 즐기고 있는데 어떻게든 마플 탈려고 난리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니까ㅋㅋㅋㅋㅋㅋ 두쪽 팬덤은 그냥 행복이들이던데ㅋㅋㅋㅋㅋㅋㅋㅋ]

[퍼라 요즘에 진짜 숨만 쉬어도 까이더라]

[↳룩스 입장에선 그냥 때가 온 거란 생각이 들뿐임ㅎㅎ 더 잘 나갈수록 더할 거야 햇살이들 마음의 준비 단단히 해야 돼…….]

[↳특히 불화설…….]

[↳↳X발ㅠㅠㅠㅠㅠㅠ]

[↳↳불화설 생각하니까 X나 빡쳐ㅠㅠㅠㅠㅠㅠㅠ 불화설로 지랄하던 렉카들한테 이번에 회사 옮겨서 완전체로 활동하는 영상 틀어주고 싶다]

[↳↳↳내 말이ㅠㅠㅠㅠ 불화설ㅎㅎ? 불화있는 멤버들이 팀 유지하려고 초거대 기업들 다 거절하고 중소에 가냐ㅎㅎ]

[퍼라 멤버들은 근데 타팬 입장에서도 너무 절절해 보여서 불화설 같은 거 안 생길 거 같은데…….]

[↳맞아 여기는 국선아 때부터 서사가 쎄잖아]

[↳↳아냐 룩스들도 그럴 줄 알았어……ㅎㅎ]

[↳↳렉카들이 소설 쓰기 시작하면 답없다ㅎㅎ 클라루스 파급력 세지니까 더함 X발 심지어 우리 외할머니도 나한테 클라루스 사이 안 좋냐고 하시더라ㅎㅎ]

[퍼라 근데 불화설 걱정할 건이 있나?]

[↳X나 차고 넘치지 여기 연기하는 멤만 두 명이잖아]

[↳↳두 명???]

[↳↳↳이번에 안주원 영화 나오더라고]

[↳↳↳↳이거 무조건 대박날 것 같던디]

[↳↳↳↳영화 대박나면 솔직히 아이돌 활동 좀 소홀해지는 거 어쩔 수 없을 걸…….]

[↳↳↳↳신지운이 특이한 케이스지 드라마 잘되고도 더 이상 연기 안 하는 거]

[↳↳↳↳↳근데 이것도 몰라 솔직히 신지운 같은 까리하고 날티나는 캐릭터 배우 쪽에서 수요 많아서 대본 계속 들어올걸]

[↳↳↳↳↳↳심지어 키도 개크더라]

[↳↳↳↳↳↳↳이거 크지 솔직히]

[내년 초부터 퍼라 해투 돌 거라는데 이때 진짜 중요할 듯 해투 오래 돌고 컴백 안 하면 팬 유출 어쩔 수 없잖아…….]

[↳그치 솔직히 해투 돌리기 시작하면 회사에서 컴백 잘 안 시켜줌]

[↳퍼라 소속사 옮기고 소처럼 컴백 하던데 내년에도 백퍼 2컴백은 할걸?]

[↳↳맞아 2컴백은 백퍼 함 여기에 일본앨범도 하나는 낼듯]

[↳↳↳여기는 진짜 일 잘하는 소가 한 마리 있거든요…….]

[↳↳↳↳아기 말랑카우ㅠㅠㅠㅠ]

[↳↳↳↳↳아니 진짜 정해원 모에화가 소야ㅋㅋㅋㅋㅋㅋ? 일단 눈이 소의 눈이 아닌데ㅋㅋㅋㅋㅋㅋㅋ]

[↳↳↳↳↳↳소처럼 일하니까…….]

[↳↳↳↳↳↳확실히 소의 눈망울은 아니긴 해ㅋㅋㅋㅋㅋㅋ]

[이번에 정해원 완깐 X나 잘생겼더라 왜 진작 안 했어??]

[↳ㅠㅠㅠㅠ]

[↳ㅠㅠㅠㅠㅠㅠㅠ]

[↳ㅠㅠ]

[↳↳아니 햇살이들아 울지만 말고 누가 대답 좀 해줘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해원이 악플로 쎄하단 말 너무 많이 들어서 쎈 메이크업 잘 못 했었거든 좀만 세게 메이크업하면 자기 얼굴 거울로 확인도 못했었다고 지운이가 라방에서 얘기함…….]

[↳↳↳↳뭐야 진짜 울만 했네]

[생각해보니까 퍼라 은근 불화 요소 있네 정해원 몰빵되는 것도 그렇고 연기멤도 있고……. ]

[↳불화 터지고 말해라 좀]

[↳↳아니 렉카들이 건수 잡을가봐 걱정 돼서 그러지ㅠㅠ]

[↳↳↳걱정하는 척 하지 말라고]

[↳↳↳너 진짜 짜증난다…….]

[근데 나는 진짜로 뼛속까지 티케팬이라……. 신지운이 제일 걱정임 티케에서 개인 활동하잖아 개인 활동 계약하고 이 정도로 안 했으면 거기서 가만 안 있을 걸 티케 아티스트한테 잘 하긴 하는데 치졸할 땐 X나 치졸해]

[↳맞아 이거 티케팬들이면 다 좀 동의할 듯…….]

[↳문화 예술계 1티어는 브엠이 맞는데, 솔직히 아이돌 관련된 건 티케 힘 X나 무서워 1세대부터 만든 회사잖아]

* * *

리패키지 활동은 아주 빡세지 않게 끝났다. 곧바로 이어서 콘서트와 연말 준비를 시작해야했기 때문에, 보이드 엔터에서는 애초부터 리패키지 활동은 빡세게 잡지 않았다.

그러나 비교적 여유로웠던 활동에 비하여 해외 성적은 전부 좋았다. 정해원은 벌써부터 다음 앨범이 진짜 중요하다고 멤버들을 반세뇌하고 다녔고, 언제나 그렇듯 그 부추김이 제일 잘 먹히는 민지호는 활동 중에도 멤버들에게 회의를 하자고 재촉했다.

활동이 끝나고, 인터넷 반응을 확인하던 안주원은 티케의 아티스트를 좋아하는 팬들을 중심으로 신지운의 개인 계약이 끝나가는 것에 대하여 염려하는 글들을 확인했다.

신지운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안주원이 가진 모든 인간 관계를 통털어 가장 친한 친구인 것도 사실이었다. 팬들이 소울메이트라고 부를 정도로 두 사람의 우정은 각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 계약 관련 이야기에 대해서는 거의 못 들었다. 올여름까지도 ‘계약 끝나면 끝이지’라고 했었는데, 얼마 전부터 대답을 회피했다. 뭔가 분명, 꼬인 게 있었다.

안주원은 회사와 리더, 황새벽에게는 이것을 전해놔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들으면 펄쩍 뛸 정해원에게까지도 말하는 게 났다고 생각해서 맞은 편 정해원의 숙소로 막 건너가려는데 맞은 편에서 양반은 못 되는 정해원이 나왔다.

“해원아. 나 지금 너랑 얘기할 거 있어서 왔는데.”

“아, 그래?”

정해원이 코트주머니에 넣은 손을 빼서 시간을 확인하더니 말했다.

“밤에 얘기할까?”

“어, 그래. 아, 너 거기 가는구나.”

특별히 차려입은 걸 보니 어딜 가는지 알 것 같았다. 정해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VMC 대표 보고 올게.”

“이기고 와.”

“당연하지.”

정해원이 대꾸하고 흐흐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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