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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318화 (318/380)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318화

이춘형의 친할아버지이자 강효준의 외할아버지, VMC 고문은 실시간으로 기사를 받아 보고 있었다.

기사 제목만 추려서 큰 글자로 프린트를 해준 것을 훑어보던 VMC 고문은 복잡한 심경을 느끼고 있었다.

외손자가 기사에 관하여 미리 알려주지 않았다면 그 자리에서 쓰러졌을지도 모르겠으나.

[VMC에 주주서한…… ‘이춘형 리스크 해결 원해’]

며칠 전, 외손자 강효준이 찾아오기 전까지만 해도 VMC 고문은 현재 상황에서 VMC가 살아 나갈 방법이 없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었다.

물론 사업체의 덩치가 있으니 버틸 수는 있다. 또한, 버티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 여론을 바꿀 만한 초인이 나타나 줄 때까지……

그 정도로 회사 상황은 극으로 치닫고 있었다. 최악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차에, 강효준이 찾아왔던 것이다.

강효준은 외가에 오자마자 VMC 지분 3%를 가지고 있는 외할아버지의 개인 회사에서 ‘이춘형 리스크’를 해결하라는 주주서한을 보내 주기를 부탁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다.

“저는 VMC가 살아남을 방법이 이것뿐이라고 생각해요, 할아버지.”

“버티기지.”

“네. 결론은 버티기겠지만, 그 버티는 기간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방법이요.”

술 좋아하는 VMC 고문이 일가족 중에서 가장 함께 술자리하기 좋아하는 건 외손자였다.

술이라는 게 서로 마실 때 페이스가 맞는 게 중요한데, 외손자가 그랬다.

물론 자신이 보기에 한참 새파랗게 어린놈이니 신체적인 조건에서 동등하지는 않다. 하지만 그만큼 강효준은 술을 물마시듯 콸콸 들이부었다.

요즘 소속사에서 자길 하마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투덜거리는 말에 공감하며, VMC 고문은 올해 들어 제일 크게 웃었다.

아무튼 그렇게 마셔대니 술자리에서 페이스가 맞아진 강효준이 말을 이었다.

“지금 회사에 있는 모든 문제를 ‘이춘형 리스크’로 분류할 겁니다, 할아버지.”

“…….”

“그리고 그걸 아예 잘라내는 겁니다. 말하자면, 리빌딩이죠.”

이춘형과 관련이 있든 없든, 모든 문제에 그 이름을 붙여 이 기회에 한 번 쫙 털고 가자는 제안이었다.

놀라운 건, 외손자의 그 말을 듣고도 전혀 친손자 이춘형의 걱정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 정도로 마음이 떴구나, 뒤늦게 자기 마음을 알았다.

아무리 회사를 말아먹고 있어도 친손자는 친손자. 장손이 사업에 관심이 없어 떠났을 때부터 유일무이한 VMC의 후계자로 믿고 있던 게 이춘형이었다.

그러던 그 후계자에게 모든 책임을 묻는다.

그 제안에 VMC 고문은 내심, 흐뭇함을 느꼈다. 생전 음악밖에 관심 없던 강효준이 이런 계획을 가져 왔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까지는 외손자가 써먹을 만한 후계자가 아니라고 생각해 왔었다.

일단 사업에 관심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이춘형과 맞붙으면 전패할 게 분명했으니, 차라리 A&R로서 경력을 쌓아서 그쪽으로나마 잘 풀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외손자가 싸움을 피하지 않게 되었다. 심지어는 먼저 싸움을 걸기까지 한다. 달라진 것이다. 역시 자기 사업을 해보니 욕심이 생긴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허락했다. 그 허락이 떨어진 지 사흘도 되지 않은 지금, ‘이춘형 리스크’라는 이름으로 VMC의 모든 문제의 원인을 설명하는 기사가 올라가고 있었다.

오너에 문제가 있으면, 주주들은 단연 대신할 사람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있어서 전혀 손을 쓰지 않았는데도, 주주들이 알아서 강효준을 찾았다. 일석이조였다.

[강효준은 희망 없나요 클라루스 재계약한 거 보면 능력 있는 것 같은데…….]

[↳아무리 외손자여도 이 정도면 판 새로 짜서 넘겨줘야죠]

[강효준으로 브엠 승계구도 확실해지면 주가 회복됩니까?]

[↳됩니다]

[↳이건 당연ㅋㅋㅋㅋㅋㅋㅋ애초에 강효준 쪽으로 넘어가면 클라루스 전원 재계약한 거랑 똑같은 거니까요]

[↳↳그러네요ㄷㄷㄷ]

[↳↳이렇게 되면 브엠 폼 돌아오겠네요]

[↳↳워낙 떨어져서 원래 폼까진 아닐듯요 그래도 지금 들어가시는 분들은 먹을 게 있겠네요]

[↳↳↳뭘 먹을 게 있어요ㅋㅋㅋㅋ털고 나올라고 개수작을]

[↳↳↳↳강효준 위주로 판 바뀔 때 얘기였는데요?]

저절로 주주들이 오너를 찾게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던가.

VMC 고문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가, 전달받은 커뮤니티 게시글, 혹은 렉카 제목에 혀를 찼다.

[‘이춘형 리스크’ 출처는 정해원? 제보자가 확실한 이유]

[퍼스트라이트 해원과 VMC 이춘형 부대표의 악연 정리]

이춘형 리스크를 폭로할 때, 대중이 가장 큰 피해자라고 느끼게 하는 것은 단연 정해원이었다. 더불어 정해원 본인의 화제성이 어마어마했기 때문에, 국내외 언론과 대중들의 입을 타고 빠르게 퍼져 나가고 있었다.

VMC 고문은 정해원에게 측은지심이 들었다.

외손자가 사업에 대한 욕심을 가진 건 좋지만, 그 정해원이라는 애는 고생도 적잖이 했다던데 이렇게 사업을 위해 이용해 먹게 된 것이 불쌍했다.

아이돌 입장에서 이렇게 사회 기사에 엮여 나오는 것이 좋을 리 만무하다는 건, 그동안 VMC를 통해 엔터 회사를 운영해 본 VMC 고문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그러니 본인이 이 아수라장에 내세워지기를 원했을 리 없었다.

그래도 외손자가 보이드 엔터를 만들 수 있게 옆에서 많이 도와준 모양인데 이렇게 이용을 당하다니…….

* * *

강효준은 외할아버지의 전화에 힐끔 핸드폰을 확인했다. 다른 전화라면 받을 상황이 아니지만, 외할아버지 전화는 받아야 했다.

강효준이 얼굴이 창백해진 VMC 대표에게 말했다.

“외할아버진데요. 전화 좀 받을게요, 대표님.”

“……그래라.”

이 전화는 날뛰던 이춘형마저 조용해지게 했다. 강효준은 잠깐 긴장을 깨고 전화를 받았다.

-너 진짜로 사업 제대로 해볼 생각인 모양이구나.

“네.”

-그래도 연예인 이미지를 그렇게 소비하면 어떡하냐. 사업에도 사람이 중요한 건데, 그렇게 사업하는데 평생 같이 갈 사람은 상처 주고 그러면 안 돼. 오래 써먹으려면.

“……제가요?”

강효준은 억울함에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외할아버지가 지금 외손자를 ‘사업에 눈이 멀어, 주변 사람 이용해 먹는 놈’이 되었다고 생각하시는 듯했다. 아니, 지금 누가 누굴 세뇌해서 이용해 먹고 있는데……?

“예, 알아서 잘할게요.”

-건방 떨지 말고.

“네.”

그렇게 예상외로 아주 별것 아니었던 외할아버지의 걱정을 흘려듣고 있는 사이.

VMC 대표는 심각한 화상을 입었다고 엄살을 떨면서 한심하게 굴고 있는 아들과 그걸 자신과 똑같은 마음으로 보고 있는 외조카를 훑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을 협박하러 왔을 정해원을 보았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너무 알겠는게 공포로 다가오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이 자리에 있는 사람 중에 제일 적은 감정 변화를 겪고 있는 건 정해원이 분명해 보였다. 오로지 본인이 원하는 것을 얻어야만 자리를 떠날 것 같았다. 말 그대로 결연하게 보였다.

저런 무게감은 자기 또래에서도 보기 어려울 거라고, VMC 대표는 생각했다.

흐르는 시간과 그 무게감에 VMC 대표는 강한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때 정해원이 핸드폰을 집어 들며 말했다.

“그리고 이건 법적인 문제는 전혀 아닌데요.”

영상이었다.

그 자리 모든 사람이 정해원이 내민 영상을 확인했다.

그동안 이춘형에게 당한 게 많았던 VVV엔터 1본부 본부장이, 본인 얼굴을 까고 인터뷰에 응하고 있었다.

-국선아 출신이었던 윤솔이 있잖아요…… 걔가 금단현상 있는 상태로 라방하고 여론 안 좋아졌을 때 이춘형 부대표님이…….

그리고 영상 안에서 음성 트는 소리가 들렸다.

-클라루스 컴백 한다고 해.

-예?

-그거 계속 미뤘잖아, 준비된 거 있을 거 아니야. 지금 바로 내.

-아니…… 저희 지금 계속 엎어서 픽스 된 게 없는데요.

-그냥 아무거나 적당히 내라고.

-멤버들 지금 각자 개인스케줄도 있고, 콘서트도 중간중간 있어서…… 애초에 멤버들 지금 서로 껄끄러워서 한곳에 모이지도 않아요.

-야.

-아, 그래도 야는 좀…… 하, 예.

-너 회사 나가고 싶냐?

-…….

-내일 한 시. 알겠지? 무조건 올려. 퀄 좋게. 주가 회복시키라고.

그리고 1본부 본부장의 인터뷰가 이어졌다.

-부대표님이 억지를 부리신 건 사실이죠. 준비된 게 없고, 재계약 때문에 클라루스 멤버들 심란한 거 아는데 어떻게 갑자기 컴백 티저를 내요. 진짜 큰일 날 뻔했는데, 그래도 어떻게 강효준 부사장님 중심으로 멤버들 컴백 의지도 있었고, 어떻게든 수습을 해주셔서…….

클라루스가 VVV엔터에 남지 않은 이유에 대하여 사람들은 많은 추측을 하고 있었다.

이 인터뷰는 이 모든 원흉을 이춘형으로 돌릴 수 있게 만드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강효준쪽으로 회유된 1본부 본부장은 그 외에도 클라루스가 VVV엔터를 떠난 이유에 대하여 인터뷰했다. 모든 원흉을 이춘형에게 돌리면서, 동시에 강효준 쪽으로 승계 구도가 바뀐다면 희망이 담겨 있었다.

VMC 대표는 머릿속으로 아들을 놓은 저울을 확인했다. 언제나 아들 쪽으로 기울어 있던 저울이 천천히 올라가고 있었다.

직선보다 위로. 위로.

차라리 저걸 터뜨리고 이춘형을 VMC에서 완전히 제외하는 건, 일시적으로 VMC 주주들의 마음을 달랠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VMC 대표에게는 아들과 딸이 더 있었다. 이춘형 때문에 나머지 자식들까지 피해를 보게 할 수는 없었다.

“아, 아부지.”

이춘형은 선뜻 대답이 없는 VMC 대표를 불렀다. 그리고 강효준이 말했다.

“방금 그 영상, 유투브에 예약 걸어놨는데요. 곧 올라갈 거예요, 대표님.”

“그래, 올려. 올려라.”

그 말에 이춘형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뭘 올려요, 아버지! 그냥 지금…… 야! 와서 핸드폰 뺏고, 문 닫아, 뭐 해!”

이춘형이 소리쳤지만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얼떨떨해서 멈춰 있던 이춘형이 다급하게 정해원의 핸드폰을 낚아채려다 강효준에게 잡혀 휘청거렸다.

이춘형이 급한 마음에 주먹을 날렸다가, 허공만 찌르고 강효준에게 소파 쪽으로 밀려났다. 말이 민 거지, 몸이 조금 바닥에 떴다가 날아간 걸로 봐서 사실 ‘던졌다’는 표현이 맞았다. 이춘형은 소파에 몸이 걸려서 한 번 구르고 바닥에 나뒹굴었다.

그리고 고소하겠다고 소리치는 게 시끄러워서, 강효준이 이춘형의 뒷덜미를 잡아끌고 나갔다.

잠시 대표실은 고요해졌다.

VMC 대표가 말했다.

“내 아들 VMC에서 내보내는 걸로, 원하는 건 얻은 거예요?”

“다는 아니에요. 그보다 법적인 보호도 물론 안 하시겠죠?”

“손절엔 그것도 포함이지.”

VMC 대표가 무겁게 말을 이었다.

“가져온 건수란 거, 더 있어요? 그거 말고.”

“많죠.”

“계속 협박으로 갈 건가?”

“아뇨, 이제 회의로 가시죠.”

그러자 VMC 대표가 비서실에 다음 일정을 취소하도록 연락했다. 그리고 정해원에게 말했다.

“길어질 텐데. 바쁜 사람 아닌가?”

“아.”

정해원 역시 스케줄을 확인하더니 말했다.

“사흘 뒤에 저희 멤버가 출연한 영화 시사회 있거든요. 그전까진 제 시간 다 드릴게요. 마음껏 쓰세요.”

결국 저 핏덩이는 자기가 원하는 걸 다 얻어 가겠구나.

VMC 대표는 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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