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322화
가장 외로운 시간 VIP 시사회 당일.
제작사 스튜디오 장의 장선영 대표는 허둥지둥거리며 직원들을 닦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사고 나면 진짜 큰일 나! 우리 첫 영환데! 왜 이렇게 사람이 많은 거야 도대체! 아니,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닌데…… 사고 조심!”
“어휴, 대표님. 안전은 대행 맡겨놨으니까 좀 앉으세요. 누가 대표님 커피 좀 더 못 드시게 보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카페인 쇼크 오겠어.”
“이건 왜 여기 있어.”
“어, 그거 우리 거 아닌데?”
“아, 정신 없어!”
퍼스트라이트팬들과 더불어, 정해원의 화제성까지 더해져 시사회 장소는 말 그대로 인산인해였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이번 주 내내 시끄러웠던 VMC의 이춘형 리스크 이후, 정해원의 첫 스케줄이었다. 영화 외적인 이유라고 해도 기자들이 몰린 것이 이상할 것도 없었다.
제작자 입장에서는 어찌 되었든, 무슨 방법으로든 사람들의 관심을 얻으면 장땡이었다. 아무도 관심을 가져 주지 않는 최악의 상황은 적어도 면한 셈이었다.
그러는 사이에 가장 외로운 시간의 임 감독과 출연 배우들이 먼저 포토월에 섰다. 사진을 찍고 임 감독과 배우들이 인터뷰를 이어갔다. 임 감독은 긴장한 상태였다. 지금까지 영화와 함게하는 삶을 살아왔지만, 이렇게 많은 제작비를 들여서 찍은 영화는 이것뿐이었다. 그 영화를 보러 온 사람들의 반응에 대한 걱정 때문에 압박감으로 표정을 펴지 못하고 있었다.
“오늘 이렇게 시간을 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봐주시면 좋겠고, 정말…… 진짜 소중한 시간 내주시고, 이렇게 와주셔서 정말로, 정말로 감사합니다.”
임 감독이 거의 울먹거리며 허리까지 숙여 인사하자 사람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졌다. 장선영 대표는 평소 4차원이라고 생각했던 임 감독이 자신의 영화를 보러 온 사람들 앞에서는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현하는 모습에서 1차로 약간의 안도감을 느꼈다.
그리고 순서대로 배우들이 마이크를 잡고, 마지막으로 안주원에게 마이크가 넘어갔을 때는 본인이 움찔할 정도로 함성이 터져나왔다.
그런 함성 소리를 예상한 건 그 자리에서 거의 임 감독 밖에 없었다. 임 감독은 촬영하는 내내 안주원의 얼굴에 감탄하며, 촬영이 끝난 뒤 뒷풀이에서는 안주원을 붙잡고 ‘이 얼굴을 영상으로 남길 수 있게 돼서 영광이다…… 너도 책임지고 너의 얼굴을 많이 남기거라……’라는 말을 남기기까지 했다.
장선영 대표가 훑어보니 안주원의 얼굴을 담는 사람들의 입에서 욕이 쏟아졌다.
“줫나 잘생겼네…….”
“와, X발 종족이 다른데?”
“반사판 댔어? 왜 빛나냐, 얼굴이?”
“쟤가 아이돌이야? 왜 아이돌 해? 배우 안 하고?”
“이제 하겠지.”
본인들에게는 칭찬이었겠으나, 안주원 본인이 들으면 속상할 소리들이 여기저기서 들렸다. 그렇게 배우들의 인사가 끝난 후, 포토월로 하나씩 초청한 셀러브리티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배우와 모델, 코미디언들이 포토월을 지나가고 사진을 촬영한 후 이동했다.
영화에 관련된 주요 촬영이 어느 정도 달성되자, 기자들은 수군거리며 겸사겸사 찍어갈 정해원의 행방을 묻기 시작했다.
“정해원 언제 와?”
“오늘 나오긴 하지?”
“퍼라 해원이 회사에서 나왔대요?”
“샵은 갔다던데.”
장선영 대표가 보고 있으니, 익숙한 영화쪽 기자들이 아닌 연예부 기자들이 많이 섞여 있었다.
퍼스트라이트에 대한 관심이 아무래도 쏠려 있는 시기이다보니, 이 팀은 마지막으로 포토월에 서기로 순서가 결정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마지막 순서로 퍼스트라이트가 포토월에 서자, 카메라 셔터가 어마어마한 속도로 터지기 시작했다. 장선영 대표가 옆으로 와서 심호흡하는 임 감독에게 말했다.
“이야, 아이돌이 이런 거구나.”
“저 카메라 진짜 비싼 건데 내 딸 또래가 들고 있네.”
임 감독도 옆에서 신기해하며 기웃거리더니, 장선영 대표에게 물었다.
“저 친구는 영화 쪽 일 관심 없겠죠? 촬영을 아주 기가 막히게 하고 있는데. 아마추어의 실력이 아니에요, 저거는.”
“물어나 봐. 그게 요즘 애들 말하는 덕업일치 아니야?”
“아, 그러네. 한 번 물어나 봐야겠다.”
그렇게 이야기하며 긴장을 푸는 사이에도 카메라 셔터 소리가 함성소리와 뒤섞이며 연달아 터졌다. 퍼스트라이트는 평소 이런 상황에 익숙해져 있어, 눈부심을 태연하게 참고 평온하게 미소를 짓거나 하트를 만들고 있었다.
“정면 봐주세요!”
“왼쪽이요.”
“오른쪽이요!”
“화이팅 포즈 한 번 해주세요.”
“볼하트!”
안주원은 달려가서 멤버들을 가볍게 포옹하고, 대표로 리더인 황새벽이 인터뷰를 했다.
“아, 아직 영화 관람전이지만 주원이에게 재미있다는 이야기 정말 많이 들어서요. 저희 멤버들 모두 밤을 설치면서 기대하고 왔습니다. 영화 재미있게 보겠습니다. 그리고 저희 주원이 많이 예뻐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렇게 인터뷰하고 다시 인사를 한 뒤 영화관 안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기자들도 여기서 뭘 질문을 할 자리는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이춘형 리스크에 대한 질문은 하지 않았다. 다만 포토월에 배우와 손님들 모두가 들어간 이후에, 따로 정해원에 대한 인터뷰 요청이 있었다.
장선영 대표는 본인이 전 VMC 부대표였다보니 정해원에 대한 질문이 마찬가지로 어느 정도 날아왔다. 그리고 다행히 장선영 대표는 거기에 대해서 해줄 말이 있었다.
“해원이 같은 경우에는……. 영화에서 도움을 준 부분이 있습니다. 음악적인 부분이었는데, 선곡을 하는 과정에서 굉장히 도움을 받았어요. 어…… VMC의 전 부대표로서 제가 이 이춘형 리스크에 대해서 할 수 있는 말은 하나죠. 저는 뭐, 솔직히.”
장선영 대표는 자기를 보고 있는 기자들을 쭉 훑었다. 여기서 폭탄을 날리는 게 영화에 도움이 될지, 안 될지를 고민하다가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관심을 끌어모아야 한다. 절대 망하면 안 되는 영화였다. 절대 망해서는 안 되는 영화는 한 종류뿐이다. 제작비를 들인 영화.
제작자도 감독도 이 영화가 적자를 내지 않게 하도록 목숨 걸고 달려야했다. 장선영 대표는 그런 의미에서, 자신을 내려놓기로 했다.
“솔직히 이춘형 부대표한테 쫓겨난 사람이잖아요.”
‘쫓겨난 사람’이라는 발언에 카메라 셔터가 어마어마하게 터졌다. 장선영 대표는 도대체 아까 퍼스트라이트 멤버들이 어떻게 눈을 뜨고 있었는지 굉장히 대단하게 느껴졌다. 아이돌은 다재다능한 능력을 필요로 하지만, 그중에 카메라 셔터 앞에서 예쁜 얼굴을 하고 있는 능력도 있어야하는 듯했다. 장선영 대표가 말을 이었다.
“말 그대로 어느 날 갑자기 쫓겨났는데, 다행히 해원 씨가 스튜디오 장을 다시 세우고, 영화 촬영을 끝까지 끌고 가는데 정말 많은 힘을 줬습니다. 너무 고마웠고, 개인적으로 이춘형 부대표에게는 그냥 자기 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것뿐일 거라는 위로를 해주고 싶네요.”
장선영 대표는 그렇게 인터뷰한 후 상영관으로 들어갔다.
그 인터뷰는 그 자리에 찾아온 기자들에게도, 보이드 엔터에도, 스튜디오 장에게도 모두 만족스러운 인터뷰가 되었다.
[전 VMC 부대표, 이춘형, 자기 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것 뿐]
[강가에서 원수의 시체가 떠내려오기를 기다려라…… 이춘형 리스크의 뜻밖의 수혜자?]
[스튜디오 장 장선영 대표, 가장 외로운 시간의 촬영 중 우여곡절 많았다……. 캔캔 스튜디오 횡령으로 직접적인 피해입어]
[정해원, 이춘형 리스크 이후 첫 공식석상……. ‘빛나는 외모’]
[퍼스트라이트 해원, 이춘형 리스크와 상관없는 손하트 선물~]
[가장 외로운 시간 출연진…… 포토월을 꽉 매우는 멋짐]
그사이, 관객들과 제작진 모두 영화관으로 향했다. 영화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장선영 대표는 두 손을 모으고 기도했다.
최소한, 정말 최소한 적자는 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영화에 대한 우려는 없었다. 이건 완벽한 영화였으니까. 장선영 대표는 지금까지 정말 많은 영화를 만들어왔지만, 이번 영화만큼 만들고 ‘벅차오르는 감정’을 느낀 적이 없었다.
정해원의 추천으로 바꾼 음악은 영화를 완벽하게 만들어주는 마지막 한 조각이었다. 장선영 대표는 영화가 끝나고, 기립 박수를 치는 사람들 사이에 잠시 앉아 있다가 배우들이 불러준 후에야 몸을 일으켰다.
영화를 보고, 관객들의 반응까지 보고 나니 더욱 확신에 찼다.
이 영화는 흥행한다.
절대로, 망할 수가 없는 영화라고. 긴 자신의 경력을 걸고 장담할 수 있었다.
* * *
이춘형은 욕을 퍼부으며 전화를 끊었다. VMC에서 나오자마자 경찰들이 찾아왔다.
먼저 골프채를 휘둘렀다는 인식은 있고, 이게 법적 공방으로 가봤자 정해원에게는 별로 손해가 없으리란 정도의 인식은 있었다. 정해원은 연예 기사를 통해서 주먹을 휘두른 사실이 알려졌을 때 가장 손해를 입을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경찰서에서 나오자마자 정해원에게 맞았다는 소스를 주려고 여기저기 언론사에 전화를 돌렸는데, 돌아오는 반응이 시큰둥했다.
-골프채 휘두르셨다면서요, 그럼 사회면으로 연락하셔야죠.
-아, 저희 그런 기사 안 다루는데…….
-강효준 대표가 먼저 연락했는데, 새벽이가 먼저 다쳤다던데요? 리더 그 친구. 아, 그 친구 행동 참 느릿느릿한데 그거 크게 안 다쳤나 모르겠어요.
-죄송합니다. 어휴, 너무 바빠 가지고.
모든 연예부 기자들이 다 전화를 회피했다.
“아, X발! 기자 정신이 없어, 이 새끼들은!”
큰 소리를 내고는 있었지만, 솔직히 등골이 오싹했다.
지금까지 이런 적이 없었다. 기자들이 자기 전화를 무시한 경험? 정말 살면서 상상도 못해본 상황이었다.
예전부터 VMC는 언론 친화적인 회사였다. 친화적인 기사가 많이 나갔고, 웬만한 이춘형이 낸 문제들이 다 덮여왔던 것도 그 덕분이었다.
그런데 그게 단번에 돌아서고 나니, 드디어 현실감이 들기 시작했다. 언론이 더 이상 자신의 편이 아니라는 현실감. 그게 덜컥 공포로 다가왔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캔캔 스튜디오를 수색하기 시작할 것이다. 이춘형은 뭐부터 숨겨야 하는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일단은 수행비서들에게 캔캔 스튜디오에 있는 걸 전부 치워놓으라고 말은 했다. 예전 같으면, 그러니까 할아버지가 친손자인 자신의 편일 때 같으면 적당히 눈속임 될 정도만 해놓으면 모든 불법적인 문제에 있어서 수월하게 넘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왠지 이번에는 아닐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는 것이다.
한숨을 쉬며 떨리는 손으로 얼굴을 문지르던 이춘형이 기사에게 말했다.
“잠깐 서봐봐.”
“아, 예.”
기사가 바로 차를 세우고, 이춘형은 차에서 내렸다.
코엑스 앞에 멈춘 이춘형은 길 앞에 있는 광고판에 들어오는 영화 광고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무심코 기사를 확인했다.
[가장 외로운 시간, 날았다…… 장기 흥행 시작]
캔캔 스튜디오를 개인 회사화하기 위해 쫓아낸 장선영 대표의 영화가, 초장기 흥행을 예고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