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326화
[와 퍼라 3일 다 매진이네ㄷㄷㄷ]
[퍼라 슈스네]
[미니 2집 3만 장 팔았던 거 기억난다…….]
[↳3만 장 안 적잖아?]
[↳↳서바 출신에 그래도 꽤 인지도 있는 멤버들로 3만 장이면 X나 망한 거지]
[↳↳잘 안된 거긴 해]
[↳↳미니 2집 내고 망할까봐 걱정하던 내 돌이 고척 3일ㅠㅠ]
[막콘은 스트리밍이지?]
[↳ㅇㅇ]
[아 퍼라 스트리밍 볼까 돈값해?]
[↳그냥 소리 끄고 얼굴만 봐도ㅇㅇ]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진짜로 얼굴만 봐도 X나 재밌어]
[퍼라 콘서트할 때마다 다 얼굴 얘기로 난리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
[↳후회 안 함]
[퍼라야 말로 얼굴에 실력이 묻히는 케이스지ㅋㅋㅋㅋㅋ]
[오늘 퍼라 콘서트에 클라루스 빅 블루 둘 다 온대]
[↳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연말시상식에서도 2013년 이후로 못 본 조합 아니냐]
[↳X나 신기하네]
[↳둘이 같이 있는 것만 봐도 소름 돋을 듯]
[나 고척인데 진짜 둘 다 왔어 미쳤나 여기가 우리 애들 콘서트야 국가행사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국가 행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진짜 이 정도면 국가 행사 맞는데???? 희영 언니도 왔는데????????]
[↳와 진심 국가 행사에도 그 셋 동시에는 못 부를 듯]
[↳어쩌다가 그 사람들이 다 고척에 있어?]
[↳↳정해원 인맥]
[↳↳↳이 정도 인맥이면 웬만한 방송국도 정해원 못 건드릴 듯]
[↳↳↳↳이미 브엠을 날렸어요^^]
[↳↳↳↳↳이게 진짜라는 게 X나 무섭다]
[↳↳↳↳↳정해원 진짜 뭐지……?]
[농담 아니고 지금 고척만 떼서 사라지면 케이팝 멸망이다]
[↳그러게]
그렇게 팬들이 이야기하고 있을 때, 클라루스와 빅 블루가 고척돔에서 동갑, 혹은 친한 사이끼리 섞여 놀고 있는 장면의 영상이 SNS에 업로드 되었다.
[클라루스 빅 블루 섞여 있는 영상 떴다(영상)]
[↳미쳤다 진짜]
[↳둘이 엄청 친해보이네]
[↳↳일단 송다온이랑 이준희가 절친임]
[↳↳↳준희는 부정하겠지만(참고로 나 룩스ㅎㅎ)]
[↳↳↳↳말은 아니라고 해도 준희 스케줄 남으면 송다부터 보더라]
[↳나 왜 눈물 나지 늙었나]
[↳↳나도 눈물 나 이상하게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 고등학생 때 마지막으로 본 장면인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도ㅋㅋㅋㅋㅋㅋㅋ그래서 눈물 나…….]
[↳↳↳케이팝 대화합의 장에서 왜들 우냐구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
일요일, 막콘.
3일 연속 콘서트는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멤버들은 골골거리며 에너지드링크를 마셨지만 그 와중에도 앞선 두 번의 콘서트에서 마음에 안 찬 부분을 연출진과 계속해서 상의했다.
특히 가장 꼼꼼하게 보고 있는 건 민지호였다. 멤버들은 무대 위에 앉아서 민지호가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연출팀과 하나씩 상의하는 걸 보고 있었다.
우리 모두 같은 생각 중이었다.
일곱 명 멤버 중에 가장 꼼꼼함과 거리가 먼 인간을 고르자면 민지호였다. 잠이 많아서 대여섯 번은 깨워야 일어나고, 연습도 정확한 스케줄에 따라서 끝내기보다는 그냥 지치면 끝냈다.
그러던 민지호가 콘서트 연출에 있어서는 완전히 딴 사람처럼 꼼꼼해졌다.
특히 가장 신기하게 느껴지는 건, 민지호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무대 연출이 아니라 안전이라는 거였다.
“지운이 형! 무릎 아프지?”
“어, 약간.”
그러더니 즉석에서 다른 등장을 제안했다.
처음에는 민지호의 기획을 불안해하던 우리 멤버들은 모두 처음 생각을 완벽히 뒤집었다.
물론 빡센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래도 만족할 정도로 좋았다.
회사에서도 민지호가 원하는 걸 지원해 주고, 연출팀은 그걸 구현해내려고 최선을 다했다.
내일도 이 콘서트를 반복하라면 좀 힘들겠지만, 그래도 하고 싶었다. 매일매일 콘서트를 하고 싶다.
* * *
“주니야아.”
빅 블루 이준희는 옆에서 치대는 클라루스 송다온을 밀어내며 말했다.
“내년이면 우리도 삼십 대 중반이다.”
“서른넷은 중반 아니야.”
“누가 봐도 중반이지.”
“아니라고, 이 아저씨야.”
“우기면 뭐 달라지나.”
그렇게 이야기하는 사이에 빅 블루 리더 최정민이 말했다.
“얘들아, 이럴 때가 아니야. 끝나면 뭐 먹을지 정하자. 일단, 어디서 회식할래.”
“아, 무슨 회식이야.”
클라루스 채연재가 핀잔하자 최정민이 대꾸했다.
“해야지! 우리가 이렇게 다 모일 날이 있냐?”
그러자 클라루스 서민혁이 말했다.
“형, 우리 이거 연례 행사할까. 퍼라콘 끝나면 회식?”
그리고 손으로 술잔 꺽는 시늉을 하자 옆에서 빅 블루 유찬희가 손을 잡아 내렸다.
“아저씨 같이 좀 하지 말라고.”
“아, 우리 아저씨라고. 여름이도 삼십 대다.”
“어? 여름이가 삼십 대라고?”
유찬희가 눈이 휘둥그레져서 클라루스 막내 홍여름을 보자 홍여름이 대꾸했다.
“심지어 서른하나예요, 저.”
“와. 말도 안 돼.”
두 팀을 통 털어 가장 어린 멤버까지 모두 삼십 대가 되었다는 사실에 시끌시끌하던 멤버들이 동시에 더 시끄러워졌다.
이십 대 때는 두 그룹이 서로 약간은 껄끄러움이 있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멤버 대부분이 삼십 대 중반을 달려가는 지금은 오랜 시간 함께하며 점점 더 서로가 편안해졌다. 결국 비슷한 삶을 살아 지금까지 버텨온 동료들이었다. 그 하나하나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요즈음 느끼고 있었다.
그걸 정 많은 송다온이 입으로 뱉었다.
“나 진짜, 요즘 들어서 우리 두 팀이 같이 아직도 앨범 내고 활동하는 게 얼마나 든든한 건지 새삼 느낀다? 방송국 가면 내 자식 같은 애들이 있다니까?”
“야, 그러니까 나는 어떻겠니.”
최정민이 치를 떨며 말을 이었다.
“음방하러 가잖아? 애들이 반갑게 인사는 해, 근데 약간 아이돌 선배가 아니라 예능 MC로 알더라니까? 이주니는 심지어 배우 보듯이 보더라고.”
“배우니까.”
이준희가 말하더니 돌아보지도 않고 말을 이었다.
“그리고 형도 예능 MC 맞지, 뭐가 불만이야.”
“그래도 본업은 아이돌이지.”
“응, 앨범내고 말하자.”
“하, 우리 막내는 한 70살까지 차가울 것 같애.”
그러자 송다온이 투덜거렸다.
“왜 70살이야, 얘는 다시 태어나도 저래.”
“똑바로 앉기나 해.”
이준희가 말하며 초대석 자리에 앉은 두 팀 멤버들을 보려고 돌아서있던 송다온을 붙잡아 자리에 앉혔다.
두 팀이 온다고 해서, 멤버들의 부모님도 중콘에 전부 왔다가 가셨다고 했다. 신경써서 자리를 비워준 셈이었다. 멤버들 모두 정해원에게 감사의 인사를 부탁했다.
그리고 다행히 케이팝의 상징적인 두 팀이 와있다는 게 엄청난 홍보 효과를 보고 있었다.
[퍼라 스트리밍 채팅 X나 빨라 아예 못 읽겠는데ㄷㄷㄷ]
[평소에도 이렇게 채팅 빨랐나?]
[↳아닌데 오늘 그냥 갑자기 사람 몰리나봐]
[스트리밍 약간 끊긴다]
[↳그럴만도]
[↳사람 너무 몰려서]
[근데 선배 아이돌이 놀러 온 걸로 홍보하는 거 너무 가오 없지 않냐]
[↳???]
[↳이건 맞지]
[↳↳뭐가 맞아 홍보를 한 적이 없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
[↳↳↳홍보를 안 하긴ㅋㅋㅋㅋㅋ클라루스 빅 블루 멤버들 다 인스타 올렸는데]
[↳↳↳↳소속사 후배+스키퍼라서 올린 거야 좀 알아보고 말해]
[시작했다]
[와 X발]
[시작부터 얼굴공격ㄷㄷㄷ]
타이틀곡, Youth와 함께 콘서트가 시작되었다.
멤버들을 하나씩 보컬과 얼굴로 소개하는 오프닝이 끝나고, 곧바로 분위기가 바뀌며 정규 3집의 선공개 곡이 시작되었다.
무대가 기울어지면서, 멤버들의 퍼포먼스에 사용되었다. 방금 전까지의 화려함은 뜨거움으로 바뀌고, 무대에 불꽃이 치솟았다.
송다온이 중얼거렸다.
“무대 구성 좋다…….”
팬들에게는 환호를, 업계 동료들에게는 당장 무대에 서고 싶은 마음을 끌어냈다.
콘서트가 흘러갈수록 멤버들은 이게 마지막 날이라는 걸 떠올린 듯 온 몸의 모든 에너지를 무대에 쏟아냈다.
그리고 VCR이 이어진 후, 리프트로 바닥에서 약간, 의자에 앉아 있는 정도로 띄운 무대 장치에 앉은 멤버들이 등장했다. 리더 황새벽이 팬들에게 말했다.
“다음 곡은 레터스 투입니다. 음…… 오늘이 마지막 날이네요.”
거기까지 말하고 약간 울컥해서 심호흡을 한 번 하더니 말을 이었다.
“정말 우리 멤버들 모두 너무 좋아하는 곡이고, 너무 즐겁게 녹음한 곡이고. 무엇보다 우리 주원이가 멤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해준 곡이기도 해요.”
그렇게 소개 멘트가 끝나고, Letters to가 시작되었다.
[말하지 못한 것들을 편지로 적을게]
[매일 봐도 말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어 부끄러워서]
[그래서 그냥 연필로 적을게 키보드보다는 느리게]
[그 속도대로 생각하며 적을게]
간지러운 가사들이었다.
멤버에 대해 아낌없이 사랑을 표현하는 안주원이 쓴 가사와 그런 안주원을 위해 정해원을 필두로 모든 멤버들이 함께 쓴 가사.
멤버들은 무대에서 그 가사를 부르는 것을 부끄러워했고, 전광판으로 보기에도 귀가 빨개져 있었다.
[우리에게 편지를 쓰고 싶다고 생각하는 특이함]
[그래서 네 가사가 좋더라]
[힘들 때 나보다 남이 먼저인 건 강한 거야 네가 그래]
특히 이곡의 시작인 안주원이 가장 노래를 하며 부끄러워했다. 그런 멤버에게 조금은 덜 민망하도록 멤버들이 옆에서 장난을 쳐주고, 일부러 더 크게 환호를 했다.
가사를 민망해하지 않는 건 민지호뿐이었다.
[무대 위의 슈퍼파워 힘을 나눠 받아]
[멸망이 코앞까지 닥쳐도 노래하고 춤을 출]
[아이돌이 아닌 상상은 불가능해]
민지호는 신이 나서 자기 파트를 불렀고 이번에는 왠지 멤버들 쪽이 부끄러워하며 얼굴을 감췄다.
그렇게 레터스투를 부르는 사이에, 리프트가 위로 띄워졌다. 멤버들은 그렇게 떠오른 장치에서 다음 곡을 부르기 시작했다.
정규 3집의 수록곡, 팬송으로 알려진 곡 Run to U였다.
[사랑은 어디부터 어디까지일까]
[처음인 나는 계산 없이 달려]
[숨이 턱까지 차 아파 이대로 멈추고 싶어]
[햇살이 쏟아지는 운동장에서]
[해가 지는 방향으로 달리기로 해]
[눈이 부시게 그러니까 눈을 감고]
[내가 달리는 걸 잊어 버리기로 했어]
[이런 사랑이 다시 올 거라면 그냥 멈췄을 텐데]
[두 번은 없다는 걸 알아]
[한달음에 너에게 도착하려 해]
[이 사랑은 다시 오지 않을 테니까]
[오늘을 놓칠 수 없는 건 나야]
[두 번은 없다는 걸 알아]
[한달음에 너에게 도착하려 해]
[이 사랑은 다시 오지 않을 테니까]
[오늘을 놓칠 수 없는 건 나야]
팬송이라 오피셜로 나온 건 아니었지만 그 자리의 팬들도, 아이돌 선배들도 이 곡을 팬송으로 받아들였다.
“……아, 진짜 콘서트하고 싶다.”
최정민이 자기도 모르게, 평소 장난기를 쭉 빼고 중얼거리자 이준희가 돌아보며 말했다.
“하자.”
“할까?”
“응.”
“우리 막내가 또 한다면 하지.”
“스케줄은 내가 정할게. 알아서들 빼.”
“그치, 형들 생각을 안 해주지, 우리 막냉이.”
“목표를 위한 거야.”
“그래서 들어주잖아, 다.”
최정민의 말에 이준희가 앞을 보고 슬쩍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