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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332화 (332/380)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332화

나는 주변을 한번 확인했다.

무슨 부탁이든 들어준다는 이준희의 쿨함을 믿지만 그래도 남이 들으면 안 될 이야기이기는 했다.

내가 물었다.

“형들, 티케로 가실 거예요?”

그냥 냅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뭐 이것저것 돌려 말하고 꾸며내 봤자 내가 이상한 놈으로 보이기만 할 것 같다. 차라리 신기 있는 놈으로 보이는 게 낫지. 신기도 나름 재능이니까. 허허.

내 질문에 이준희는 잠깐 말이 없었다. 입을 다물고 물끄러미 보는 눈빛의 기가 세서, 이제 많이 친해진 형이라고 생각했는데도 기가 눌렸다. 한참 그렇게 보던 이준희가 입을 열었다.

“그래서.”

“네?”

“만약에 티케로 가면? 아직 부탁은 말 안 했잖아.”

“아, 그거요…… 혹시 그렇게 되면요.”

그리고 나는 구구절절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신지운의 개인 계약 종료와 티케에서 재계약을 해주지 않으면 고소를 준비할 것 같다는 이야기. 그렇기 때문에 혹시 빅 블루가 티케로 돌아갈 생각이 있다면 그걸 나와 신지운에게 공치사를 돌려주면 안 되냐는 이야기.

그렇게 이야기하는 걸 듣고 난 이준희가 말했다.

“공치사 정도로 되겠어?”

“네?”

“내가 그냥 티케에 말할게. 우리랑 계약하든지, 지운이랑 계약하든지. 하나만 하라고.”

“……어떻게요?”

“이유까지 붙일 필요 없을 거야. 사이가 나쁜가 보다, 적당히 생각하겠지.”

“아니, 그건 형 이미지에…….”

확실하지만 극단적인 이준희의 대책에 내가 쫄아 있으니까, 이준희가 말했다.

“해원아. 네가 만들어준 곡, 우리 팬들이 정말 좋아해.”

“…….”

“너 아니었으면, 빅 블루 앨범 다시는 안 나왔을지도 몰라. 근데 네가 만든 곡이 정말, 딱 그때 우리에게 필요한 곡이었어. 그래서 나온 거지.”

“…….”

“그건 갚아야 해. 당연히.”

그렇게 말하더니 내 어깨를 툭툭 쳐줬다. 거기서 솔직히 진짜 울컥했다. 이준희가 내 표정을 보며 웃더니 말했다.

“클라루스도 똑같을걸. 그러니까 거기서도 뭐 하나 크게 요구해. 다 들어줄 거야.”

“그럴까요? 아, 뭐 해달라고 하지.”

“집 사달라고 해.”

“오, 한번 물어나 볼게요.”

우리는 농담을 하며 웃다가 시간이 끝나서 대화를 마무리했다. 인사를 이미 했는데, 새삼 궁금해져서 내가 물었다.

“근데 형, 제가 티케 얘기 어떻게 알았는지 안 물어봐요?”

“왜, 물어봐 줘?”

“아뇨.”

“그럼 안 물어볼게. 무대 열심히 해.”

“네엡.”

나는 그렇게 대답하고 우리 대기실로 향했다.

마음이 확, 편안해져서 대기실로 신이 나게 돌아갔더니, 나를 보자마자 민지호가 말했다.

“형 또 다른 팀이랑 놀다 왔지!”

“아니, 준희 형이랑…….”

“다른 팀이랑 그만 놀아, 맨날 다른 팀이랑 놀면 나랑은 언제 놀아!”

“알았어, 알았어. 지금부터는 다른 팀이랑 안 놀고 너랑 놀아줄게.”

“그랭? 쪼아.”

다행히 민지호가 바로 만족하더니 오목을 하자고 종이를 꺼냈다. 참 세상에 민지호만큼 뒤끝 없는 애도 없다. 장기적인 육아가 필요하기는 하지만, 나중에 자식을 낳으면 민지호 같았으면 좋겠다. 평생 귀여울 것 같다.

나는 민지호와 집중해서 오목을 하고 놀아주다가, 무대에 올라갔다.

브엠뮤는 올해도 시끌시끌하고, 정신없고, 잔사고가 많았지만 무대만큼은 끝내주게 재미있었다.

* * *

티케 엔터.

강진기 프로듀서는 작업실을 잠깐 나왔다가 회의실을 보고 흠칫하며 멈춰 섰다. 그리고 지나가던 직원에게 소곤소곤 물었다.

“……우리 어디서 돈 빌렸어? 돈 받으러 왔대?”

“아뇨, 보이드에서 왔다던데요?”

“보이드 엔터에서 돈을 빌렸어?”

“어? 그런가?”

보이드 엔터에서 온 사람들은 떼먹힌 돈 찾아주러 온 사람들 같은 인상과 표정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오해를 샀다.

그 시간 회의실 안에서는 강효준 대표와 부대표가 간절히 티케 직원들을 설득하고 있었다. 부대표가 말했다.

“아니, 지운이가…… 그 어린애가 지금 이 험한 세상에서 마음고생 하고, 어른들이 돼서 이 회사고 저 회사고 보호해 주지도 못하다가. 겨우 살 만하니까 이제 와서 계약을 걸고넘어져요? 회사끼리 얘기했으면 대책을 찾았지, 그걸 왜 이제 겨우 스물두 살 먹은 애한테 따져요. 지운이가 애가 액면가가 그렇지, 스물둘이면 아직 사회 나오지도 않았을 나이 아니에요.”

부대표는 나름 간절히 호소 중이었지만, 밖에서는 회의실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잘 들리지 않았기 때문에, 다들 내부 상황을 알기 어려웠다.

티케의 직원들이 기웃기웃하며 내부 상황을 궁금해하고 있을 때, 하필 회사에는 또 다른 예상 못 한 손님까지 찾아왔다.

강진기는 빅 블루에서도 내심 가장 아끼던 멤버인 이준희의 전화에 반색하며 바로 핸드폰을 들었다.

“어, 준희야. 명절도 아닌데 무슨 일로 전화를 다 했냐.”

-피디님, 저 잠깐 티케 들러도 될까요? 바로 앞인데.

이준희의 말에 강진기가 멈칫하더니 애써 태연하게 말했다.

“응, 당연하지. 준희야, 넌 언제든 말없이 와도 돼. 근데 딱 15분만 있다가 들어올래?”

-감사합니다.

그리고 전화를 끊자마자, 강진기는 회사에 이준희가 올 거란 걸 알리고, 임원진 중 하나가 급하게 강진기에게 달려왔다.

“진기 형! 준희 왜 왔대?”

“나도 모르지. 지금 전화 받았다니까?”

“좀 알아다 줘봐!”

“만나야 알아다 주지, 재촉하지 마, 좀!”

“알았어, 알았어. 나 조용히 내 자리 가 있을 테니까, 준희 조금이라도 티케 복귀할 마음 있어 보이면 바로 나 불러. 바로 뛰어 내려갈 테니까.”

“아이, 알았다고!”

강진기는 사방에서 훈수 두는 걸 뿌리치고 일단 이준희를 만나 자기 작업실로 데리고 들어갔다. 이준희는 회사 직원들에게 인사를 하며 강진기를 따라 들어왔다.

10대 중반, 중학생이던 때부터 보던 이준희가 어느새 어른이 되어 있는 게 봐도 봐도 신기했다.

“이야, 준희야. 너 왜 이렇게 많이 컸니. 원래 요만했는데.”

“저 티케 나가기 전에 이미 다 컸어요.”

“그랬어? 난 왜 이렇게 너 애기 때만 기억이 나는지 모르겠다.”

“우리 형들도 그래요. 맨날 봐도. 저보고 귀엽대요, 아직도.”

“귀엽긴 하지, 네가.”

“티케에서 알게 된 사람들 말고는 아무도 저한테 귀엽다고 안 하던데요?”

“그래? 왜 그러지, 귀여운데.”

데뷔 이후로 긴 시간 함께해오다 보니 할 이야기가 많았다.

한참 추억 이야기를 하던 강진기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그날 레코딩할 때 너 혼내고 나와보니까 찬희가 울잖아. 아, 황당해서. 혼난 놈은 독해서 죽어도 안 우는데, 그걸 듣던 놈이 운다니까?”

“다니 형도 울었어요. 저 혼났다고.”

“아, 진짜 그때 너네가 그렇게 어렸다. 하나 혼내면 옆에서 줄줄이 울 정도로…….”

그렇게 근황 이야기를 마치고, 강진기가 본론을 물었다.

“그래서. 나랑 추억 얘기하러 온 건 아닐 거 아니야.”

“이것도 목적 중에 하난데요?”

“됐으니까, 본론이나 말해봐.”

“음.”

이준희가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멤버들이랑 음원을 내봤잖아요, 저희.”

“어, 정해원이랑 냈지.”

강진기가 투덜거렸다.

“어떻게 내 라이벌한테 가냐, 너네는.”

“피디님이랑 그 꼬꼬마랑 라이벌이라고 하면 세상이 웃어요.”

“준희야, 경쟁에 나이가 어디 있냐. 나는 걔만 생각하면 아주 피가 끓어. 어떻게 그렇게 내가 뭐만 하려고 하면 그놈이 한 발짝 앞에 서 있는지. 대단하고, 얄미워, 아주.”

강진기의 말에 이준희가 소리 내어 웃었다. 그리고 천천히 본론을 꺼냈다.

“저희 멤버들 다. 피디님이랑 작업하고 싶어 해요.”

“……어?”

강진기가 멈칫하자, 이준희가 말을 이었다.

“멤버들 다 그래요.”

“나 너네 줄 곡 있다.”

강진기의 말에 이번에는 이준희가 멈칫했다. 강진기가 서둘러 말을 이었다.

“나 너희 30대 되면 주려고 예전에 쓴 곡 있어.”

“……진짜요?”

“당연히 진짜지. 내가 음악 가지고 거짓말할 사람이냐.”

그 말에 이준희가 의자를 모니터 쪽으로 당기며 말했다.

“들려주실 거죠?”

“그래, 지금 들어보자.”

그렇게 이야기하며 두 사람은 같이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강진기가 힐끔 표정을 확인하니 이준희의 표정에 어릴 때, 좋아하는 음악을 들었을 때 나왔던 그 표정이 보여 웃음이 터졌다.

“이야, 너 어릴 때 하던 표정 그대로다.”

“형들도 그 말 하던데요? 마음에 드는 음악 들을 때 티 난다고.”

“엄청 티 나지. 네가 어릴 때부터 호불호가 확실했잖아.”

그렇게 이야기하는 사이에, 결국 궁금함을 못 참고 티케 임원 하나가 작업실로 들어왔다.

“준희야! 나 답답해서 죽겠다, 이러다가! 너 왜 왔니? 어?”

그러자 이준희가 대답 대신 질문을 했다.

“저기 밖에 보이드 엔터 와있던데, 뭐예요?”

“저거는 뭐, 지운이 일인데…… 그게 지금 뭐가 중요해.”

“아, 지운이……. 저 지운이랑 같은 소속사에 있는 거 좀 그런데요. 빅 블루랑 신지운 중에 하나만 선택하시면 안 될까요?”

“어? 왜?”

“그냥 그런 개인적인 일이 있어서요.”

왜 같은 소속사에 있으면 안 되는지를 전혀 말을 안 해줬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너희 티케 오게?”

그러자 이준희가 특유의 사근사근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이야기가 잘 되면, 그러고 싶죠.”

빅 블루.

빅 블루가 티케로 돌아온다는데, 지금 여기에 걸림돌이 되는 걸 치울 수만 있다면 한겨울 바다에 열 번도 더 뛰어들 수 있었다.

* * *

“갑자기 어수선하네, 이상하게…….”

회의실에서 내내 싸우다가, 갑자기 부대표와 강효준 대표만 남고 티케 직원들이 싹 빠져나갔다. 부대표가 긴장한 표정으로 둘러보다가 강효준 대표에게 물었다.

“티케 직원들 잠깐 나간다더니 다 어디 갔대요?”

“보통 이렇게 갑자기 뭔가 이상하다 싶을 때는…….”

“잉?”

“……정해원이 사고를 쳤는데.”

그 말에 부대표가 미간을 좁히며 생각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그러네.”

“그래도 설마 티케에서 뭘 하진 않았겠죠. 걔가 티케에 아는 사람이 누가 있다고.”

그렇게 얘기했지만, 두 사람은 여전히 이렇게 뭔가 알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을 때는 정해원이 끼어 있다는 경험에서 비롯된 기시감을 떨치지 못했다. 부대표가 두리번거리며 불렀다.

“해원아, 혹시 여기 있니?”

“여기 있을 리가 없긴 한데.”

근데 왜 대답할 것 같지? 그럴 리가 없는데…….

강효준이 그렇게 묘한 기분을 느끼고 있을 때, 회의실로 임원 하나가 들어왔다. 그러더니 말했다.

“그, 준희랑 지운이 무슨 일 있었어요?”

“모르겠는데요.”

강효준이 대답하자 임원이 말했다.

“준희가 티케로 돌아올 생각이 있는데 지운이 잡으면, 안 온다네…….”

난감해하는 임원의 표정을 보며 강효준과 부대표는 눈빛을 교환했다. 부대표가 냉큼 말했다.

“아, 둘이 그때 그거. 그게 아직 좀 그런가 보네.”

“뭔 일인지 아세요?”

“아유, 말할 수가 없어요. 그거는.”

“그, 그 정도 일이에요?”

“그 정도니까 지금 이런 말이 나왔죠.”

강효준은 부대표가 적당히 잘 얼버무리고 있는 모습을 보다가, 이야기가 안 풀릴 때를 대비해서 가져온 대책들을 확인해 보았다.

보이드 엔터에서는 신지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큰 손해를 감수할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여차하면, 이 중 하나도 꺼내지 않고 신지운의 계약 건이 해결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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