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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334화 (334/380)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334화

회사 대 회사의 문제는 해결이 된 것 같았다.

나는 우선 이준희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 후, 이 소식을 바로 신지운에게 알려주려고 작업실을 나왔다.

신지운 부자가 있는 회의실은 난방을 꺼놓은 것처럼 냉랭했다. 부대표가 열심히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고군분투하고 있었지만, 효과적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내가 회의실 창문을 두들기자 신지운이 돌아봐서 종이를 붙였다.

[티케 해결]

그걸 발견하자마자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앉아서 회의실 분위기를 얼리고 있던 신지운이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부대표 역시 핸드폰을 확인하더니 표정이 밝아져서 나에게 양손으로 하트를 날렸다. 부담스러웠지만 기뻐 보이니 됐다.

신지운이 밖으로 뛰쳐나와서 나에게 물었다.

“어떻게 해결됐어?”

“그게……. 아무튼 해결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하나 생겼어.”

“뭔데.”

“너 당분간은 준희 형이랑 사이가 나빠 보여야 돼.”

“그건 또 무슨 소리야?”

황당해하는 신지운에게 나는 빅 블루가 티케로 돌아가게 된 이야기, 그리고 이준희가 도움을 준 이야기를 해줬다.

신지운은 티케에서 계약 건을 포기했다는 얘기를 듣고 나서, 처음 내가 보였던 반응보다 훨씬 크게 반응했다. 당연했다. 본인 일이니까.

신지운은 그대로 복도 바닥에 앉아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중얼거렸다.

“……와, 진짜. 그게 그렇게 해결이 되는구나.”

“역시 인생은 인맥이란 걸 새삼 느낀다.”

내 말에 신지운이 희미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해결됐다는데도 긴장을 못 푸는 걸 보니, 혼자 무지하게 고민했던 모양이다. 신지운이 중얼거렸다.

“나한테는 이제 진짜 퍼라만 남았네. 티케도 없고, 부모님도 없고.”

“부모님은 없진 않지. 그래도 없는 사람을 만드냐, 인마.”

나는 괜히 핀잔하며 신지운의 옆에 털썩 앉았다. 잠시 후에 신지운이 단톡방에 개인 계약 건이 해결됐다고 올리자마자 멤버들이 하나둘 우리가 있는 곳으로 와서 복도 벽에 기대서 한 줄로 앉아 있었다.

일곱 명이 다 와서 그러고 앉아 있으니까, 잠시 후에 회의실에서 나온 부대표가 흐흐 웃었다.

“내 새꾸들 또 모여 있네. 난 너희가 모여 있을 때가 제일 좋다. 밥 안 먹어도 배불러.”

“아버지는요?”

신지운이 묻자 부대표가 대꾸했다.

“고집이 있으시더라.”

“세요, 엄청.”

“일단은 돌아가신대. 뭐 어떻게 하겠냐, 네가 미성년자도 아니고. 하고 싶은 대로 해야지.”

그 말에 신지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회의실에서 나온 아버지를 주차장까지 배웅하고 돌아왔다.

계속 복도에 쪼그리고 앉아 신지운을 기다리다가, 돌아온 신지운에게 황새벽이 물었다.

“뭐라셔?”

“어, 나 이제 아버지 아들 아니니까 집에서 내 물건 빼래.”

“……어?”

“언제 옮기러 올래.”

“아, 우리가 하는 거냐?”

“형제 좋다는 게 뭐야.”

신지운의 표정이 이상하게 후련해 보였다. 사실 이게 후련만 할 일은 아닌데. 나는 걱정이 돼서 일어나 신지운의 등을 툭 쳤다.

“괜찮냐?”

“몰라.”

신지운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이었다.

“좀 더 지내봐야 알겠어.”

그렇게 중얼거리고 잠깐 심호흡한 신지운이 말했다.

“우리 무조건 성공해야 돼. 나 퍼라 위해서 부모님이랑도 연락 끊는 거라니까?”

“성공하자, 아자몽!”

민지호가 의욕 넘치게 벌떡 일어나더니 멤버들의 등을 떠밀었다.

“가쟈, 가쟈, 해결됐으면 연습하자.”

“새벽이 형 밀지 마, 너무 빨라.”

박선재의 말에 피곤할 황새벽의 등을 뒤에서 밀어주던 민지호가 물었다.

“새부기, 빨라?”

“……설마 이게 빠르겠냐, 얘들아. 날 뭐로 보는 거야.”

“이거는!”

“그건 빨라.”

민지호는 다시 천천히 황새벽을 떠밀어줬고, 황새벽은 거기 의지해서 연습실로 향했다.

멤버들은 연습실에 도착해서도 바로 연습에 들어가지는 못했다. 신지운이 정신을 못 차렸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부모님과 그렇게까지, 당분간 안 보고 살겠다고 선언하는 건 좀 그랬겠지, 라고 나는 생각했는데 안주원이 말했다.

“엄청 쫄렸지, 너?”

안주원의 말에 신지운이 기다렸다는 듯이 연습실이 떠나가게 한숨을 쉬었다.

“와, 진짜 무서워 죽는 줄 알았다…….”

그러고 연습실 바닥에 쓰러져 눕더니 날 보며 물었다.

“형은 안 쫄렸냐? 어떻게 회사마다 싸움 걸고 다녔냐.”

“아니, 사람들이 진짜 나를 싸움꾼으로 아네……. 내가 싸움을 걸고 다닌 게 아니라, TRV랑 VMC가 나한테 시비를 건 거라고. 무엇보다 티케랑은 안 싸웠고.”

나는 강조했지만 멤버들은 참작해 주지 않았다. 하, 억울하네.

그렇게 생각하는데 신지운이 나에게 말했다.

“고마워.”

“준희 형한테 고마웠다고 해.”

그렇게 말하니까, 핸드폰으로 부대표와 연락하던 민지호가 말했다.

“효준이 형한테도! 형이 잘 안되면 로열티 주려고 했대. 근데 무슨 소리야?”

일단 부대표가 보내준 걸 읽고 난 민지호가 잘 이해가 안 되는지 되물었다. 신지운이 어이없어하며 말했다.

“아니, 무슨 장사를 그렇게 해. 차라리 보내고 말지,”

“그 형이 은근 마음이 약하잖아. 하마 같지만.”

나는 그렇게 말했지만, 솔직히 나도 좀 놀라긴 했다.

사업하는 입장에서 멤버에게 문제 안 생기게 하려고 약간이라도 수익을 내줄 생각을 했다는 게, 사업을 하지 않는 나에게도 신기했다.

그렇게 전달을 하고 난 민지호가 바닥에 누우며 말했다.

“나도 긴장했다…….”

“어? 네가 긴장했다고?”

한효석이 황당해하며 묻자 민지호가 대꾸했다.

“아자몽 없으면 누구랑 싸워!”

그 말에 신지운이 힐끔 민지호를 보더니 말했다.

“왜 감동적이지? 나 오늘 좀 많이 상태 안 좋구나?”

“아니, 이상하게 나도 감동적이야, 형.”

박선재가 말하더니, 이미 구석에 가서 벽을 보고 웅크려 쉬는 황새벽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형도 엄청 걱정했어.”

멤버들이 은근히 다들 자기 걱정을 했다는 걸 알고, 신지운의 얼굴이 벌게졌다. 민망하고, 좀 울컥한 것 같았다. 신지운이 중얼거렸다.

“좀 든든하네.”

“왜 좀이야! 많이 든든하다고 해!”

“그건 인정하기 싫거든.”

그렇게 이야기하는데 내 핸드폰으로 강효준의 메시지가 왔다.

[강 대표 : 강진기 프로듀서님이 주시더라]

[강 대표 : 적당히 놀려라 안 그래도 놀란 애를]

“오, 왔다.”

나는 메시지에 첨부된 음원을 받자마자 바로 틀었다. 변성기 전 신지운의 앳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우와, 목소리 신기해.”

“뭐가 우와야.”

신지운이 다급하게 내 손에서 핸드폰을 뺏으려 해서 나는 잽싸게 도망쳤다. 어차피 달리기는 내가 멤버들 중에 제일 빨라서 잡을 수 없었다. 히히.

우리가 국선아에서 만날 때도 이미 저음이던 신지운의 낯선, 앳된 목소리에 멤버들은 웃기 시작했다. 너무 상상 못 한 목소리라 웃겼다.

황새벽마저 일어나서 신지운에게 말했다.

“지운아, 드디어 처음으로 네가 좀 귀엽다.”

“아오, 진짜…….”

신지운은 결국 체념하고 우리가 놀리게 놔뒀다. 분위기는 풀렸고, 우리는 곧 연습으로 돌아갔다.

* * *

사실상 윈윈이었다.

보이드 엔터에도 윈이지만, 신지운을 포기했어도 어쨌든 빅 블루는 얻은 티케에도 강력한 윈이었다.

빅 블루와 본격적으로 조율에 들어간 티케 임원진 한 사람이 강진기 프로듀서의 작업실에 와서 말했다.

“이야, 빅 블루가 오네……. 빅 블루가 와! 진기 형, 걔네가 진짜 오로지 형 때문에 온다잖아. 형이랑 음악 하고 싶어서!”

“나 대단한 거 몰랐냐? 당연한 걸로…….”

그렇게 말하고는 있지만, 사실 가장 얼떨떨한 건 강진기였다.

떠났던 아이들이 돌아왔다. 작곡가로 한평생 살며, 이렇게까지 보답받은 적이 있었던가. 작곡을 시작하길 잘했다고, 거듭 생각했다. 평생을 보상받은 기분이었다.

그렇게 신나서 떠들다가, 강진기가 물었다.

“근데 지운이랑 준희는 왜 싸웠대?”

“그게…… 진짜 심각했나 봐.”

“그, 그렇게까지 심각해?”

“말하면 안 된대. 이게 입 밖에 내면 안 될 정도의 사건이었나 보더라고?”

“주, 준희가 한 번 화나면 무서운 애긴 하지…….”

“지운이는 뭐 말할 것도 없잖어. 형 걔 애기 때 기억나지? 난 회사에서 걔 보고 우리 아들 보면 천사 같더라니까……. 얼굴이 그렇게 생겨서 내보낼 수도 없고, 회사 입장도 참…….”

두 사람은 신지운의 사춘기를 떠올리며 얼굴이 하얘졌다.

어쩌면 억지로 티케를 데려왔다가 그 악마견이 되살아날지도 몰랐다.

그렇게 생각하면 차라리 잘된 걸지도…….

* * *

이번 생일은 사녹과 함께였다.

생일에 스케줄이 있으면, 다 함께 축하해 주는 재미가 있다.

우리 멤버들은 서로 생일 선물은 꼭 챙기는 편이었다. 올해도 멤버들이 전부 생일 선물을 챙겨줬는데, 멤버들이 준 선물들을 보니 다들 괜찮게 정산을 받고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뭔가 기특하면서, 뿌듯하면서…….

그리고 무엇보다 제일 감동적인 건 박선재의 선물이었다.

“진짜 말도 안 된다. 우리 막내가 언제 이렇게 커서.”

박선재는 내내 누나의 유학 자금과 이래저래 생긴 집에 대출들을 갚느라 데뷔 이후로 언제나 돈을 아꼈다. 멤버들 모두 거기에 대해서 말하지 않았고, 박선재가 뭘 사려고 해도 막내가 어디서 나서냐고 뭘 못 사게 했었다.

그러다 이제 드디어 갚을 거 다 갚고 나서, 나에게 생일 선물로 좋은 지갑을 사준 거였다.

자식 키운 기분을 느끼면서, 나는 지갑을 옮겼다.

그리고 사전녹화가 끝난 뒤에, 강효준 대표가 잠깐 VMC에 와보라고 했다. 그래서 바로 VMC에 가봤더니, 강효준이 빈 부대표실을 보여줬다. 이춘형이 쓰던 부대표실에 새로 사람이 들어오기 전에 깨끗이 정리를 마친 상태였다.

강효준이 말했다.

“진짜로 완전히 쫓아냈다, 네가.”

그러게. 진짜로 쫓아냈다.

나는 부대표실을 둘러봤다. 기분이 이상했다.

이춘형은 꼴에 엄청 큰 집무실을 쓰고 있었다. 사실 ‘꼴에’라고 하기는 했지만, 큰 집무실을 쓰는 게 잘 어울리기는 한다.

나는 거길 둘러보다가 강효준에게 물었다.

“설마 여기 보여주는 걸로 생일 선물 퉁 칠 건 아니죠?”

“용돈 보냈어.”

“성의가 없네, 성의가.”

나는 투덜거렸지만 강효준 말고도 형들은 용돈을 주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그냥 받기로 했다. 주는 게 어디냐.

나는 생각하며 용돈을 확인하고, 바로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감사는 합니다. 너무 많이 주셨네요?”

“양으로 성의를 표현한 거지.”

그러더니 바쁜지 먼저 집무실을 나갔다.

나는 혼자 자리에 서서 빈 집무실을 보고 있었다.

치우지 않은 위협적으로 큰 책상 위에 걸터앉아서, 커피를 마저 마셨다. 성의 운운하기는 했지만, 빈 부대표실을 보고 있는 건 나쁜 선물이 아니었다.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았다. 그냥 평온한 상태였다. 그 안온함을 얻으려, 많은 시간을 들였다.

나는 거기서, 라이벌은 있을지 몰라도 적은 당분간 없겠구나, 라고 생각했다. 나도 회사와 싸우는 건 너무 에너지가 많이 들고, 우리 햇살이들에게 마음고생을 시키는 게 미안했기 때문에 더 이상 안 할 예정이었다. 애초에, 싸워야 할 회사도 이제 없다. 내 편이 너무 많아서.

이춘형에 대해서는 아마 곧 잊어버릴 것 같다.

내 인생에서 이제 그리 중요한 인간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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