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337화
몽복즈가 저녁 준비를 하는 사이에 나머지 멤버들은 베짱이들처럼 노래를 부르거나, 누워 있었다.
그래도 추운데서 고생하는 안주원과 신지운을 위해 아무도 실내로 돌아가지는 않았다.
잠깐 여유가 났을 때 나는 스파이가 보내준 이번 송캠프 참가자들의 추가 정보를 확인했다.
양이형이 소속되어 있던, 그러다가 거의 나와만 작업을 하게 되며 나오게 된 작곡팀 소속 작곡가 세 명, 그리고 VVV엔터와 작업하는 작곡가 두 명, 양이형과 나, 이렇게 일곱 명이 기본적으로 참여한다.
여기에 보이드와 VVV엔터 A&R 총 7명, 여기에 강효준이 포함되어 있었다.
원래는 강효준 대표가 자기가 끼면 불편할 것 같다고 안 온다고 했는데, 내가 무조건 껴야 한다고 했다.
양쪽 회사 A&R 모두 대표가 껴 있으면 긴장 상태로 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자기 시간을 가지면서 작업하는 건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1박 2일 정도는 감시 속에서 작업해도 괜찮다고 나는 개인적으로 생각했다.
그래도 최대한 마음 편하게 작업을 하게 해줄 생각이 있었다. 나는 나름으로 스파이가 가져다준 정보로 개개인이 좋아하는 간식도 준비해 주고, 최대한 편안한 환경을 조성해 주려고 노력했다. 물론 잠은 안 잘 거지만 편안한 건 중요하니까.
만들어야 하는 목표는 명확하게 잡았다. 각자 방에 들어가서 작업을 할 때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가면 안 되니까.
이번 앨범의 컨셉은 Goodfellas, 반어적으로 나쁜 우정, 나쁜 친구들에 관한 음악들을 만들 예정이었다.
나는 송캠프가 시작되기 전에 우리 회사 A&R들을 귀찮게 굴며, 앨범을 구체적으로 빌드업했고 레퍼런스를 만들었다. 각자에게 나눠 줄 핸드아웃을 뽑아서 하나씩 이름을 적어 놨다.
이 정도 했으면 준비는 끝났다고 생각했다.
박선재가 옆에 와서 앉아 물었다.
“형 송캠프 준비해?”
“응.”
나는 히히 웃으며 말했다.
“모두 또 오고 싶은 송캠프가 됐으면 좋겠다.”
“잘해주면 그렇게 되지.”
“응, 잘해주려고.”
나는 그렇게 마음을 먹고 있었다.
* * *
저녁을 두 시간 정도 먹었을 때, 황새벽이 드디어 무언가를 깨닫고 중얼거렸다.
“우리가 잘 먹긴 한다.”
안 그래도 멤버들이 계속해서 먹는 장면이 스트리밍되고 있었는데, 그 양이 보고 있는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있었다.
[퍼라 X나 많이 먹네ㅋㅋㅋㅋㅋㅋㅋ]
[저 회사 식대 괜찮냐ㅋㅋㅋㅋㅋㅋㅋㅋ]
[그와중에 멤버들이 밥도 잘하네]
[두 사람이 고기를 저만큼씩 굽는데 쌓이질 않네]
[맛있겠다]
그렇게 잘 먹는 멤버들을 보던 황새벽이 몸을 일으켰다.
“수제비 먹을 사람.”
그러자 황새벽이 해준 불닭볶음면에 콘치즈를 얹은 걸 후루룩 먹고 있던 민지호가 말했다.
“안 먹을 사람을 물어 봐야지!”
“아, 미안. 안 먹을 사람?”
“나는 국물만.”
“나도.”
정해원과 안주원이 말하자 황새벽이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처럼 딱 10인분 끓이면 되겠네.”
그 말에 멤버들은 충분하다고 하고, 정해원만 패딩을 두르고 앉아서 말했다.
“두 시간을 먹고 수제비를 또 10인분을 끓이냐, 이 지독한 것들아.”
[멤버들이 많이 먹어서 그렇지 해원이랑 주원이도 소식가는 아닌 듯ㅋㅋㅋㅋㅋㅋㅋ]
[↳응 둘 다 먹을 땐 먹어ㅋㅋㅋㅋㅋ]
[↳아무래도 애피타이저로 라면 10개씩은 끓이는 팀과 살다 보니까…….]
시청자와 같은 생각을 한 안주원이 정해원에게 말했다.
“경쟁자가 많아서 나도 요즘에 많이 먹어.”
“내 말이. 빨리 안 먹으면 못 먹어.”
그렇게 식사를 하고, 마지막으로 수제비로 식사를 마무리한 후 멤버들은 밤바다로 이동했다.
* * *
의자 일곱 개를 놓고, 가운데 모닥불을 피운 후 멤버들은 맥주 한 캔씩을 챙겼다. 앞으로의 일정을 이야기하고, 그동안 힘들었던 일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모여 앉아 불과 바다를 보며 멤버들은 한동안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조용히 각자 롤링페이퍼를 적은 후, 각자 자기가 받은 롤링페이퍼를 읽었다.
“우리 오늘 몇 명 울겠는데?”
신지운의 말에 황새벽이 말했다.
“우리 잘 안 우는 멤버 누구 있지?”
“주원이랑 효식이.”
내 말에 한효석이 대꾸했다.
“민지호도 잘 안 울어요. 은근히.”
“아, 맞다. 민조 잘 울 것 같은데 은근 안 울어.”
그렇게 이야기하며 롤링페이퍼를 한 사람씩 돌아가며 읽었다.
술도 한잔했고, 다 같이 모여서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내느라 감수성이 충만해 모두가 숨김없이 멤버들에게 애정을 드러냈다.
박선재가 롤링페이퍼를 읽으며 말했다.
“누가 썼는지 너무 알겠는데?”
“우리 이제 글씨체 서로 다 알잖아.”
“나 내 글씨 아닌 척 했는데?”
“아니야, 해원이 형이 민조 글씨체 따라 쓴 것까지 알겠어.”
“아, 우리 이제 서로를 너무 잘 아는 게 문제네.”
나는 투덜거리고, 박선재는 내가 쓴 롤링페이퍼를 읽었다.
“평생 귀여울 우리 막내, 언제까지나 조건 없이 주는 형이 되고 싶다. 그러니까 너도 바라는 걸 쉽게 말하는 동생이 되어줘.”
박선재가 자기가 쓴 롤링페이퍼를 읽자 나는 모자를 뒤집어쓰며 말했다.
“아, 읽으니까 민망하네…… 새벽이 벌써 울어.”
“다음에 새벽이 형 거 읽어!”
그렇게 돌아가면서 롤링페이퍼를 소리 내어 읽었다. 그리고 나도 내 롤링페이퍼를 읽기 시작했다.
황새벽이 쓴 롤링페이퍼부터 읽다가 울컥했다.
[네가 사다리가 되어 준 덕분에 우리는 이미 많이 올라왔어. 내 생각에, 내 마음에 여긴 이미 높아. 그래도 네가 더 높이 가고 싶다면 지치지 않고 따라갈게. 내가 올라 갈 수 있을 거라고 상상한 적 없는 높이에 서게 해줘서 고맙다. 사랑한다 내 친구]
“아, 망했다.”
나는 첫 번째로 받은 편지부터 읽고 울컥해서 고개를 뒤로 젖히고 중얼거렸다. 그리고 괜히 황새벽의 팔을 퍽퍽 때렸다.
“왜 감동적으로 썼어!”
“어쩌라고 이 진상아. 너도 그렇게 썼잖아.”
“나 다음 거 못 읽겠는데.”
나는 엄살을 부렸지만 아무도 대신 읽어주겠다고 나서지 않아서 결국 내가 읽기로 했다. 하긴 자기 일은 자기가 하긴 해야지…….
그리고 또 울컥한 건, 신지운의 롤링페이퍼에서였다. 아버지와의 일을 암시한 편지였다.
[사춘기가 왔을 때 형이 옆에서 매일 싸워줘서 고마웠어. 안 그랬으면 엇나갔을지도 몰라. 어릴 때도 고맙긴 했는데, 그때는 그게 당연하지 않은 일인 걸 몰랐어. 크니까 그때 형도 어렸다는 걸 알겠더라.]
나는 읽다가 울컥해서 신지운에게 롤링페이퍼를 내밀었다.
“야, 이거 네가 읽어.”
“아, 싫어. 한 줄 남았잖아, 다 읽어.”
결국 나는 남은 한 줄을 읽었다.
[형은 나한테 아버지 같은 형이야. 효도할게. 고마워.]
그래도 ‘효도’라는 말은 웃겨서 웃음이 터졌다.
멤버들 모두 롤링페이퍼를 읽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그런 분위기가 되니까 보고 싶은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장작을 더 넣는 안주원의 뒷모습을 보고 있다가 중얼거렸다.
“햇살이들 보고 싶다.”
“나도! 햇살이들도 다 같이 왔으면 좋은데!”
민지호도 같은 생각 중이었는지 소리치자 한효석이 말했다.
“어떻게 다 같이 와.”
“왜 못 와! 다 와서 여기서 모닥불 켜놓고 둘러앉아서 고구마랑 감자도 먹고…….”
“모닥불이 꽤 커야겠다.”
박선재의 말에 신지운이 핀잔했다.
“야, 받아주지 마.”
“왜, 나도 햇살이들이랑 다 같이 와서 놀고 싶은데.”
“아니, 나도 그렇긴 한데…… 그럼 모닥불을 얼마나 큰 걸 해야 다 둘러앉을 수 있는 거야.”
“세상에서 제일 큰 모닥불 만들어서 햇살이들이랑 놀러 오자!”
그 말에 안주원이 말했다.
“그렇게 큰 모닥불은 위험하니까 증강현실로 하자.”
“그래! 쪼아!”
“드론 같은 거 띄우면 좋겠다.”
“오.”
“주경기장에 모여서 하면 할 수 있겠다.”
안주원이 주경기장 이야기를 하자 멤버들이 돌아봤다.
선뜻 우리가 주경기장에서 무언가를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는지 다들 조용해지는데, 이럴 때 쫄지 않는 민지호가 소리쳤다.
“주경기장에서 콘서트하면 캠프파이어하자! 엄청 크게!”
“공연장에 불꽃 쏘면 그게 캠프파이어지.”
현실적이던 신지운도 어느새 동화되어 거기에 동조했다.
고척 3일. 그리고 어쩌면 주경기장까지 가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사이에는 이상할 정도로 건너기 힘든 넓은 강이 존재하는 기분이다.
지금도 좋긴 하지만, 우리 멤버들이 성향적으로 야외 콘서트에 좋은 기억이 있기도 하고, 그냥 주경기장이라는 게 어떤 아이돌들의 꿈의 목적지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내가 말했다.
“그럼 목표는 주경기장에서 햇살이들이랑 캠프파이어 하는 걸로 하자.”
“좋다.”
황새벽이 대답하더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멤버들에게 말했다.
“구호 한 번 하자.”
“우와, 새벽이 형이 일어났어…….”
박선재가 감동해서 말하며 저 끝자리에 있다가 황새벽에게까지 달려왔다.
나도 패딩 위에 두르고 있던 담요를 내려놓고 구호를 위해 손을 모았다. 멤버들이 모두 모이자 황새벽이 말했다.
“올해 제일 중요한 목표는 그래도 건강이다. 절대 다치지 말고, 젊다고 좀 아픈 거 얕보고 넘어가지 말자. 멤버들아, 어…… 진심으로 사랑하고.”
“황새부기 또 취한 거 아니야?”
취하면 사랑을 남발하는 황새벽의 상태가 걱정스러워 내가 한 말에 황새벽이 대꾸했다.
“진짜 안 취했어. 사랑해서 그래.”
“취했네.”
“새부기 취했다!”
“아무튼 구호하자. 주경기장에서 햇살이들이랑 캠프파이어하는 날까지, 건강하게 달려보자. 서드 세컨.”
“퍼스트!”
우리는 구호를 하고 바다로 달려갔다.
그리고 밤바다에서 불꽃놀이 세트를 뜯어서 놀았는데 그게 그렇게 재미있었다. 멤버들과 내리 웃고 뛰어다니고 사진도 일곱 명 핸드폰에 있는 걸 합치면 천 장을 훌쩍 넘었을 것 같다.
나는 멤버들과 같이 웃으면서, 내일이 송캠프인 게 처음으로 좀 아쉬웠다. 이대로 멤버들과 한참 더 놀고 즐기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불꽃놀이를 하다가, 박선재가 맑은 날을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이 비가 영원히 그치지 않아도 나는 네 목소리에 다시 맑은 날을 기억하고]
[젖은 흙이 마르지 않더라도 나는 영원한 햇살을 상상할 수 있게 될 거야]
[너는 나의 영원한 햇살이야]
[끝없는 어둠과 빗속에서도]
[내가 너를 만날 때, 세상은 맑은 날이야]
맑은 날을 부를 때 기분이 매해 바뀐다. 처음에는 좀 쓸쓸한 데가 있었는데, 이제는 마냥 따듯했다.
팬들에게 불러주는 팬송 그 자체의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아마 그 사이에 있었던 가장 큰 변화는, 더 이상 비 오는 날이 외롭지 않게 느껴진다는 부분인 듯하다.
* * *
다음 날 점심을 먹고 우정 여행이 종료됨과 동시에, 송캠프 참가자들이 하나씩 같은 장소에 도착했다.
참가자들은 개개인의 목표가 설정된 핸드아웃을 받아들고 코웃음 쳤다.
“이걸 어떻게 해. 야, 이형아. 해원이가 이상이 너무 높다.”
양이형은 작곡팀의 멤버가 말하는 걸 듣고, 돌아보며 대꾸했다.
“정해원이 어떻게든 하게 만들걸?”
“에이…….”
“하, 드디어 다른 사람들도 정해원이랑 제대로 일해보네.”
양이형은 왠지 모르게 행복한 표정으로 말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