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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339화 (339/380)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339화

송캠프에 참가한 서희성의 집중력이 살짝 떨어진 것 같아서, 나는 밥을 챙겨주고 나왔다.

그러고 밖으로 나온 나를 본 양이형이 말했다.

“너 너무 행복해 보이는 거 아니냐?”

“지금 딱, 놀이공원 와서 뭐 탈까 고민하는 기분이야. 너무 행복하다.”

그렇게 말하고 너무 솔직했나, 싶어 카메라가 있나 둘러봤다. 찍고 있는 카메라가 있기는 했지만 뭐, 할 수 없다. 행복한 걸 행복하다고 하지, 뭐라고 해.

아무튼 나도 그렇지만 왠지 양이형도 행복해 보이는 건 마찬가지라 신기했다. 평소에 그렇게 불만이 많던 형이?

“형은 근데 또 왜 이렇게 신났어?”

“드디어 다른 작가들도 정해원의 악독함을 체험하는구나.”

“악독함이라니요. 내가 오늘 송캠프 내내 얼마나 친절하게, 다정하게 챙겨주고 있는데.”

“차라리 채찍질을 해. 그게 덜 나빠, 인마.”

“뭔 소린지 모르겠네.”

나는 투덜거리며 오늘 강탈한 음악들을 확인해보았다.

작곡가 중에서도 마무리하기가 싫어서 만들다 만 데모 파일을 그냥 수도 없이 쌓아놓는 사람들이 있었다. 대부분은 그 데모를 마무리 짓지 못했고, 빌드업하지 못했으니 남들에게 보여주기 싫어했다.

그래도 살면서 느끼는 것 중의 하나가 치대고 애교를 부리면 웬만하면 그 문을 열어주더란 거였다. 물론 이제 스물네 살 된 시커먼 놈이 애교를 부리니까 괴로워서 열어주는 면이 없잖아 있겠지만, 어릴 때도 지금도 그건 내 알 바 아니다. 내가 애교를 부리겠다는데 뭐, 받아들이는 사람이 안 귀여워하는 게 내 탓은 아니잖아?

아무튼 그런 뻔뻔함으로 나는 작곡가들마다 찾아다니며 신나게 데모를 수집하고 다녔다.

물론 수정1, 수정2, 최종_, 최종_2, 최종_22가 되기 전의 데모들은 ‘그 천재가 고작……?’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미흡하게 보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고작’이던 것 중에서 무엇이 명곡이 되는지는 나도 모르고, 수십 년 동안 티케 같은 대형에서 일하던 A&R들도 모른다. 물론 짬이 늘면 실패가 줄어드는 것은 분명하지만, ‘무엇이 가장 터질 것인가’에 대해서는 신인에게나 경력자에게나 미지의 영역이 아닐까, 싶다.

그 미지의 영역에 발을 디딘 극소수의 몇 명이 역사에 이름이 남는 기획자들이 되는 거겠거니, 할 뿐이다.

* * *

서희성의 생각과 달리 랩캠프 쪽이라고 해서 송캠프와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원래부터 케이팝 작업을 해온 작곡가들인 송캠프 쪽과 달리, 랩캠프에는 두 명, 케이팝 작업을 한 적 없는 프로듀서들이 껴있었다.

하지만 정해원의 대응 방식은 송캠프와 완전히 똑같았다.

유명한 힙합 뮤지션이자 프로듀서, 유병국은 ‘아이돌’ 하면 어쩐지 꺼려지는 감정이 없지 않아 있었다.

‘아이돌은 가수가 아니잖아?’라는 식의 공격을 하려는 건 결코 아니었다. 그렇게 말하는 프로듀서들이, 나중에 이름을 얻으면 그런 말을 한 걸 후회하거나, 어떤 방식으로든 발목을 잡히는 걸 봤기 때문이었다. 방송국에서 불쾌함을 드러내는 아이돌과 조우해야 하는 것도 은근 문제였다.

그렇다고는 해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아, 괜히 왔나.”

생각하면서 침대에 누워 있으니 스윽 방으로 정해원이 들어왔다. 그러더니 옆에 의자를 끌고 와서 앉으며 물었다.

“동갑인데 말 놔도 돼요?”

아, 동갑이랬지…….

유병국은 귀를 긁적거리며 앉아서 말했다.

“벌써요?”

“동갑인데 늦게 놓으면 시간 아깝잖아요.”

“전 좀 서로 불편한 시간이 길어야 하는 타입이라.”

무슨 시간이 아깝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유병국은 어느 정도 얼굴을 트는 시간이 필요한 타입이었다. 정해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럼 제가 한 번 더 물어볼게요.”

“딱히 안 친해져도 되지 않아요?”

장르도 다른데.

낯가림이 심하고 경계도 심한 유병국의 말에 정해원이 대꾸했다.

“전 안 돼요. 프로듀서님이 저한테 꼭 필요한 사람이라서.”

정해원은 태연하게 이야기했다.

평소에 그렇게 많은 팬들이 좋아해 주고 있고, 사는 내내 대중의 증오는 받아본 적 있었을지언정 주변인들에게는 호의만 받고 살았을 사람이었다. 그래서인지 더더욱 누가 자기를 안 좋아하는 걸 못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면이, 주변에 사람이 없을수록 안정감을 느끼는 유병국에게는 불편하게 느껴졌다.

돌아다니면서 보니까 랩캠프에 다른 프로듀서들에게는 개개인 성격에 맞춰서 융통성 있게 해주더니, 왜 자기한테만 저렇게 불편하게 치대는지 알 수 없었다. 침대에서 쉬는데 자꾸 말 걸고, 사적인 이야기를 캐물어서 결국 불편해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냉정하게 끊었다.

“저 일 좀 하게 나가실래요?”

“벌써요? 아, 좀 더 친해져요.”

“진짜 일하고 싶어요.”

“아쉽네…….”

정해원은 아쉬워했지만, 다행히 더 고집부리지 않고 방을 나갔다. 유병국은 혹시라도 정해원이 또 들어와서 귀찮게 굴기 전에 차라리 일을 시작했다.

환경이 낯설어서 시작하기까지는 좀 걸렸는데, 이상하게 정작 자리에 앉으니까 집중력이 바로 올라왔다.

안 그래도 랩퍼 선후배들이 마약으로 걸려들어 가는 걸 봐왔던 유병국은 지나치게 오른 집중력에 진지하게 정해원이 준 웰컴드링크를 의심했다.

진짜 저기 약 한 톨이라도 들어있으면 정해원을 지옥까지 끌고 들어가겠다고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유병국은 부모님이 일찍 퇴직하셨고, 노후 보장이 확실하게 되어 있지 않은 데다가 돈이 많이 드는 공부를 하는 동생까지 있었다.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다. 건실하게 오래 일할 생각이었다. 약 따위에 의지해 짧고 굵게 불태울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 * *

유병국의 객실에서 나온 정해원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그러더니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어, 형. 형이 보내준 송캠프 참가자들 프로필 덕분에 모두가 일을 열심히 하는 분위기를 조성했어. 고마워, 맛있는 거 사줄게.”

그렇게 말하며 흐뭇하게 걸음을 옮겼다. 마찬가지로 흐뭇하게 공장처럼 굴러가는 송캠프를 둘러보던 양이형이 작업에 들어간 유병국의 방을 힐끔 보더니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정해원에게 물었다.

“야, 병국이 어떻게 일을 시켰냐. 쟤 누가 시키는 거 잘 안 하는데.”

“안 시켰지. 시키는 거 싫어하는 사람이라며.”

“그럼?”

“낯가린다고 해서 옆에서 막 친해지자고 했더니, 차라리 일하시더라.”

“병국이 불쌍하다.”

“내가 옛날에는 누가 나 싫어하는 걸 진짜 못 견뎠거든? 근데 좀 더 살아보니까, 내가 생각보다 매력이 있더라고. 어떻게든 복구할 수 있어.”

“이 새끼 진짜 돌았네?”

“어차피 형도 나 귀찮아하잖아아.”

“그럼 안 귀찮겠냐? 새벽에 몇 통씩 전화하는데?”

“보고 싶으니까.”

“일 시키려는 거잖아, 새끼야.”

“어쨌든 보고 싶은 건 맞잖아.”

“이미 맨날 보잖아. 우리 엄마가 너랑 전생에 부부였을 거라고 하시더라.”

“어머님이 우리 사이를 인정해주셨네.”

“아, 뭔 개소리야, 또.”

“형은 내 소울메이트니까.”

[정해원 귀엽긴한데 진상이야 양이형이형이형 빡치는 것도 이해 된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햇살이들 해원이랑 이형이형이형 싸우면 다들 이형이형 편 들 듯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형이형이형한테만은 우리 애가 잘못한 게 분명할 테니까…….

[↳아무래도 응…….]

[아니 근데 퍼라 팬들 왜 다 양이형 부를 때 이름을 여러 번 써요?]

[↳어디서 끊어야 하는지 모르겠으니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해원이가 그렇게 불러요]

[↳햇살이들도 다 똑같애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퍼라 해원이는 양이형 왜 이렇게 좋아해요? 계속 욕 하는데 계속 치대네]

[↳국선아 이후에 정해원 막 작곡할 때 작업실 내주고 얹혀살면서 작업하게 해줬거든요 장비도 다 쓰게 해주고]

[↳↳해원이한테 진짜 은인임…….]

[↳이형이형이 말은 저렇게 해도 천사라…….]

[↳퍼라와 햇살이들의 문신 욕쟁이 수호천사ㅠㅠㅠ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맞는 건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유병국한테 계속 치대서 일하게 만든 거 X나 악마네]

[↳나 김문재 배우 팬인데 해원이 아무래도 내향인들 좋아하는 듯…….]

[↳↳원래 외향인들이 외향인이랑 있으면 자기 말할 기회 없어서 내향인 좋아함]

[↳↳우리 문재 진짜 해원님한테 실시간으로 기빨리는 거 보이는데도 제일 친한 연예인 물어보면 꼭 해원님 이름 대더라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니까……. 그리고 해원님 문재랑 만나면 꼭 셀카 남겨주셔서 감사해요ㅠㅠ]

[↳↳↳↳이거 진짜 고마운 게 문재가 촬영장 밖에서 찍은 사진은 해원님이랑 찍은 사진 밖에 없어…….]

[송캠프 첫 편 끝났을 때가 겨우 여섯 시간 지난 거 실화야……?]

[↳와 기빨려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이렇게 송캠프가 사이비같냐]

[↳↳송캠프 2회 안 열리는 거 아닌가 여섯 시간 만에 이미 초토화 됐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

[↳↳다들 도망칠 듯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빡세게 하면 저녁 먹고 다들 뻗을 것 같은데 좀 분배해서 하지]

[↳그니까ㅇㅇ]

[아까 해원이가 딴짓하네? 할 때 X나 무서웠어ㅋㅋㅋㅋㅋㅋㅋㅋ]

[↳나 햇살인데도 무서웠음ㅋㅋㅋㅋㅋㅋ]

[송캠프 끝나고 작곡가들 반응 궁금하다]

[↳중간에 도망…… 안 치면 다행이지…….]

[근데 이상하게 지망생들 반응은 좋더라 또]

[↳좋다고……?]

[↳↳저기 참가하고 싶다던데]

[↳약간 수험생들 자물쇠반 같은 느낌으로 좋아하는 거 아닌가]

[↳↳하 이래서 사교육이 흥하는구나…….]

[↳↳↳갑자기 송캠프가 사교육 됐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해원이 일타 강사냐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

랩캠프에 참여한 유병국은 한 번 집중하면 밤을 새고 집중하게 되는 스타일이라고 들었다.

잠깐 방을 들어가 보니, 유병국은 바짝 작업에 집중해 있었다. 만족스러웠다.

나는 시계를 한 번 확인하고, 랩캠프와 송캠프 첫 합동 회의 준비에 들어갔다.

새벽 1시 회의.

야행성인 작곡가들은 새벽 1시 회의에서 오히려 더 눈이 빛나고 있었다.

다들 행복에 취한 사람들처럼 표정이 밝았다. 히히.

나도 그렇지만, 제일 힘들 때는 작업물이 안 나오는 상황이다. 이상하게 작업물이 안 나오기 시작하면 아무리 멘탈과 체력을 관리해도 피곤하기 짝이 없고, 일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반대로 작업물이 잘 나오기 시작하고, 내가 거기에 극도로 흥미가 생기기 시작하면 멘탈은 정비되고 체력은 불에 기름을 들이붓는 것처럼 되살아난다. 나중에 쉬어야 하기는 하겠지만 그건 이후의 문제다.

결국 작업이 잘 풀리기 시작하니까, 송캠프 참가자들 모두가 오늘 하루를 불태우는 방향으로 결정했다.

1박 2일 동안 퍼스트라이트의 상반기의 토대를 완성한다. 이득 아닌가?

나는 장담할 수 있다.

송캠프에 참여한 사람들은 분명 24시간이 끝난 직후에 기절해서 내가 엎어다 방에 눕혀주는 수준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거기서 깨고 나면 다시 여기로 돌아올 것이다.

하나의 작품을 성공적으로 완성할 기회를 놓치고 싶어 하지 않는 창작자는 세상에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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