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342화
[근데 송캠프 9시 회의 나만 사이비 모임 같아?]
[↳사실 나도ㅋㅋㅋㅋㅋㅋㅋㅋ]
[↳하나같이 맑눈광이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히려 송캠프 시작 때보다 안 피곤해 보인다는 게ㅋㅋㅋㅋㅋㅋㅋ]
[↳↳이러면 X나 심각한 거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작 저렇게 만들어 놓은 정해원만 멀쩡하네]
[↳퍼라 해원 체력 뭐야ㄷㄷㄷ]
[↳중간에 잤나?]
[↳↳자기 작업하던데]
[정해원도 맑눈광과야?]
[↳눈이 안 맑지 않나]
[↳↳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 이러면 해원이 삐진다]
[↳↳↳아니 해원이 존잘인 거 알지 좋은 의미로 인상이 확실하다는 뜻이었어…….]
[송캠프 정규 편성해도 될 듯 퀄리티 X나 좋더라]
[↳그러려면 일단 해원이가 갈려야 돼서…….]
[↳↳사실 제일 갈린 건 해원이긴 해]
[↳↳저 자아 X나 강한 아티스트들 모아놓고 앨범 뽑아내는 거 웬만큼 기 빨리는 일이 아니잖아]
[↳↳↳해원이 행복해 보이던데]
[↳↳↳↳그것도 그래]
10시에 회의 종료.
1시까지 마무리 작업 후에 송캠프가 끝났다.
* * *
송캠프에서 3편이나 뽑아냈다는 자컨팀의 이야기를 듣고 나는 내심 놀랐다.
작곡가들이 작업하는 걸로 3편이 나오나? 심지어 대화라고는 내가 힘내라고 북돋아 주는 것 정도밖에 없었을 텐데? 물론 그 북돋아 주는 게 감시로 느껴졌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송캠프를 3주차에 업로드된 마지막 편까지 재미있게 봤다. 영상을 보니 다들 24시간 좀비처럼 일하고 있었다. 훈훈하고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내가 송캠프 영상을 보면서 좀 많이 행복해했는지, 송캠프 이후로 일주일 정도 후유증을 겪었던 안주원이 말했다.
“악마다, 진짜.”
“저렇게 사랑이 많은 사람 봤냐? 아, 나 너무 사랑둥이야.”
“……사랑둥이? 너?”
안주원이 정색하는 거 오랜만에 봤다. 허허. 많이 황당한 모양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빡빡한 송캠프가 끝나고, 나는 한동안 작업실에 있었다.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으니까 침대 소파에서 자고 있던 양이형이 뒤척거리더니 욕을 한바탕 퍼붓고 말했다.
“X발 사람들은 저러고 끝인 줄 알지, 난 여기서 계속 갈리는데.”
“형이 나 좋아해서 해주는 거잖아?”
내가 말하니까 양이형이 대답하기도 싫은지 벽을 보고 누워서 다시 잠을 청했다. 안주원이 나에게 말했다.
“너는 지치지도 않네. 송캠프 갔던 사람들 다 이틀 동안 잠만 자던데.”
그것은 내가 혼자 슬쩍 체력을 회복했기 때문이지…….
나는 마음 약한 스템이를 찔러서 좀 더 필요한 것들을 얻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힘들어 죽겠다고 드러누우면 다 들어주더라고?
그렇게 송캠프를 끝낸 이후에, 나는 양이형의 말대로 양이형을 잘 갈아 넣으면서 퍼스트라이트 미니 7집 작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번 미니 앨범 수록곡은 총 여섯 곡.
평소에 다섯 곡으로 냈던지라, 이번에도 곡 하나 남겨 놓고 다섯 곡으로 하자고 회사에서 말했지만 내가 여섯 곡 전부 넣고 싶다고 밀어붙였다.
여섯 곡이 된 건 송캠프에서 만든 곡이 두 개가 되었기 때문이었는데, 하나는 여러 작곡가들이 협업해서 만든 곡이고 또 하나는 안주원과 내가 남은 시간 동안 틀을 잡은 후에, 송캠프가 끝나고 내가 마무리한 곡이었다.
오늘 오후 3시에 멤버들에게 앨범 수록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 틀어주기로 했기 때문에, 나는 마감에 쫓기며, 등 뒤에서 불길이 따라오는 것처럼 달리며 일했다.
음악을 들려줄 때 반응이 제일 궁금한 건 햇살이들이고, 제일 무서운 건 멤버들이다. 우리 멤버들이 ‘이거 별로’라고 하면 그렇게 충격이 클 수가 없다.
그래도 다행히 멤버들은 내가 충격받을 걸 알아도 확실하게 ‘별로야’라고 말해준다. 그게 우리 팀의 강점이라고 나는 믿는다. 내가 받을 충격 때문에 별로인 곡도 좋다고 거짓말해주는 상황은 없을 거라는 멤버들에 대한 믿음이, 더더욱 내가 음악에 몰두하게 만든다.
그렇게 내가 충격을 받고 나면 멤버들이 무지하게 챙겨주는 것도 좋았다. 상처받고 나면 관심을 폭발적으로 받을 수 있다. 나는 몇 살쯤 되어야 관심받고 싶은 마음에 초연해질까. 어쩌면 죽는 순간까지 계속 이럴지도 모르겠지만…….
수록곡도 어느 정도 마무리 되고, 타이틀은 이미 녹음을 마쳐 믹싱까지 끝났다.
음원 공개는 3월 12일 금요일.
그리고 2주 활동 뒤에 본격적인 투어에 들어간다.
투어의 시작이자 간판이 될 음악들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나는 이번에 송캠프까지 해가며 특히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작업을 마치고 멤버들을 기다리고 있을 때, 나에게 전화가 왔다. 송다온이었다.
“어, 형.”
-해원아, 송캠프 재미있었어?
“형도 보셨어요?”
-응. 좋아보이더라고. 그래서 우리도 하려고.
“오.”
-대신 그렇게 빡세진 않게. 효준이가 먼저 물어보더라, 하겠냐고. 아무래도 뉴욕이 모이기 쉬울 것 같아서, 뉴욕에서 모여서 할 것 같아.
“와, 뉴욕이 모이기 쉽다니.”
나는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클라루스의 송캠프는 말 그대로 세계 전역에서 최고의 작곡가들이 모이게 될 거다. 생각만 해도 심장이 뛰었다.
송다온이 물었다.
-올래?
“음.”
그런데 나는 고민했다. 그리고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먼저 송다온이 볼 수 없는 곳에서 마음을 먹고 나는 대답했다.
“죄송해요.”
-그럴 것 같았어.
송다온은 따듯하고, 마음이 넓은 사람이었다. 송다온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래야한다고 생각하고.
“그래요?”
-응, 음…… 우리 음악은 우리가 만들게. 너는 이제 정말로 퍼스트라이트에게 집중해.
송다온은 내 마음을 알아줬다. 나는 적어도 올 한 해만큼은 온전히 퍼스트라이트의 음악에 몰두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같은 회사에서 클라루스와 지나치게 엮이기 시작하면, 내가 좀 더 클라루스의 음악에 많은 신경을 기울이게 될 확률이 컸다.
말하자면 클라루스는 모든 것을 쓸어버리는 토네이도 같은 거여서, 내가 나의 두 발로 땅을 디디고 서 있기 어렵게 만드리라는 것이다.
이건 내 자만이 섞인 생각이지만, 만약에 내가 협업을 해서 클라루스의 성과가 잘 나오게 된다면 아무래도 회사에서는 나와 클라루스의 협업을 늘리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동적으로 퍼스트라이트의 음악에는 다른 팀이 투입될 거고.
물론 그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내가 싫다.
이건 예전에 나의 가치를 작곡으로 평가 받고 싶어하던 때와는 다른 마음이었다.
나는 그냥, 세상에서 퍼스트라이트의 음악을 가장 좋아한다. 내 멤버들의 목소리를 사랑한다. 그 음색도, 중간중간 드러나는, 아주 어린 그놈들을, 심지어 몇몇 멤버는 변성기도 전의 목소리부터 들어왔기 때문에 알 수 있는 섬세한 개성들을 사랑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 하나만은 자부할 수 있다.
나는 생각해보니 햇살이들이 클라루스가 보이드 엔터로 오게 되었을 때, 다소 걱정하던 것을 떠올렸다.
햇살이들 역시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클라루스라는 거센 바람이 보이드 엔터 중심을 흔들면 퍼스트라이트가 밖으로 밀쳐지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고.
나는 우리 미니 7집 앨범이 나오기 전에 그 부분에 대해서 햇살이들에게 확실하게 말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딴 생각 중일 때, 송다온이 말했다.
-해원아.
“네?”
내가 딴 생각을 하느라 혹시 놓친 말이 있었을까봐 약간 쫄려하는데, 송다온이 물었다.
-그건 그렇고, 이준희가 우리한테 너 뭐라도 사줬냐고 해서…….
“……시계 사주셨잖아요?”
나는 내 시계를 확인하며 말했다. 클라루스 형들이 진짜, 무지하게 좋은 시계를 사줬다. 과도하게 좋은 시계.
이미 시계가 너무 좋은 거라서 라방에서도 자랑하고, 여기저기서 엄청 자랑했는데 그걸로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송다온이 말했다.
-아니, 이준희가 집 사줘야 된다는데.
“농담이죠, 그거.”
-사줄까?
“아, 무슨 큰일 날 소리 좀 하지마요, 형.”
-못 사줄 건 뭐야. 네가 한 게 얼만데.
“집을 못 사줄 건 뭐냐니, 이 형님이…….”
-우리 멤버들이 돈이 다 많잖아.
“와…… 형, 저 이거 나중에 예능 나가서 말해도 돼요?”
-집 사주는 것보다 예능 나가서 쓸 멘트 건진 게 더 좋지, 너는?
“네, 정확히 그래요.”
-알았어. 다른 적당한 선물로 사줄게.
“아니, 시계가 이미 안 적당한 선물이었다니까요? 이것도 과한데, 형들이 돈에 대한 기준이 일반적이지 않아졌어요.”
-나 엄청 일반적이야.
“하긴, 형 전에 배달비 6000원이라고 안 시켰잖아요. 햄버거였나?”
-그랬지…….
그렇게 사담을 주고 받았다.
내가 좋아하는 형은 이준희지만, 아무래도 편한 형은 송다온인 것 같다. 이야기를 하다 보면 왠지 시간이 훅훅 지나갔다.
이 얘기는 양쪽 형이 다 싫어할 얘기기 때문에 아예 할 수 없는 얘기다. 송다온은 역시 최애가 어쩌구 할 거고, 이준희는 자기가 불편하냐고 할 테니까…… 서로에게 도움 안 될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했다.
* * *
오후 3시까지 모이기로 한 퍼스트라이트 멤버들은 소속사 A&R들과 함께 회의실로 향했다.
2시 56분에 멤버들은 전부 회의실에 모였다.
황새벽이 도착하자마자 인원을 확인하고 인상을 썼다.
“정해원 어디 있어.”
그렇게 말하는 게 들렸는지 창밖에서 정해원이 자기 전화 중이라고 시늉을 했다. 황새벽이 4분 남았다고 손으로 표시했다.
그 모습에 A&R팀 오아영이 말했다.
“그러고 보니까 퍼스트라이트 멤버분들 약속 시간에 늦는 거 한 번도 못 봤어요.”
그 말이 끝나자마자 한효석이 반색하며 말했다.
“새벽이 형한테 엄청 혼나요, 늦으면.”
“진짜요?”
“네, 우리가 늦으면 진행이 안 되는데, 우리가 늦으면 어떡하냐고.”
FM 그 자체인 한효석은 황새벽의 그런 강경함이 특히 좋은 모양이었다. 박선재가 말했다.
“전에 나 늦잠 잤다가 엄청 혼났잖아. 무서워서 울 뻔했어.”
“……그 정도는 아니잖아.”
황새벽이 민망한 표정으로 변명했는데, 다른 A&R들은 그 대화에서 황새벽이 보통 무섭게 혼낸 게 아니었겠구나, 짐작했다.
황새벽은 체력이 없다고 늘어져 있긴 해도, 팀을 지키는 일에 있어서 강경한 리더였다. 그걸 회사 사람들도 이제 완전히 알아가고 있었다.
그래도 그렇게 화를 내고 나면 거기서 끝이었다. 다른 멤버들이 달래주는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지 않았고, 본인이 따로 만나서 풀어주지도 않았다. 그냥 거기서 끝난 일이었다.
오히려 그런 강경한 부분이 멤버들이 의지하게 하는 힘일 거라고, 직원들은 생각했다.
2분 전에 정해원이 전화를 끊고 자리에 앉았다.
정작 멤버들은 모두 앉았는데, 기계가 말썽이라 청음회는 10분 뒤 시작으로 미뤄졌다.
그 사이 멤버들이 누워 있거나, 간식을 먹고 있는데 민지호가 핸드폰을 확인하고 말했다.
“어, 해원이 형 X버스.”
그 말에 정해원이 말했다.
“놀리지 마.”
“이런 건 절대 안 놀려!”
오아영 A&R은 옆에서 박선혜 팀장이 핸드폰을 확인하는 걸 보고, 자기도 핸드폰을 확인했다.
[해원 : 햇살이들 송캠프 재미있게 봤어요? 스포도 들었죠><?]
[해원 : 이번 송캠프를 하면서 다시 한번 확실하게 느꼈어요. 퍼스트라이트의 음악을 더 잘 만들 수 있는 프로듀서는 따로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가장 행복한 마음으로 만들 수 있는 건 분명히 나일 거라고.]
평생 룩스였던 오아영은 실제로 아이돌과 일하게 되면 정이 뚝 떨어지게 될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정작 보이드에서 일하고 나서, 오아영은 친구들에게 꾸준히 말하고 있었다.
퍼스트라이트는 오랫동안 덕질하기 좋은 팀이 될 거라고.
그 사이에 문제가 해결되고, 퍼스트라이트 미니 7집 자체 청음회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