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344화
[퍼스트라이트 해원, 로체스터 사운드트랙 참여 영광……. 美 유명 가수 폴 존스와 협업]
[↳이게 되네]
[↳살면서 로체스터에 한국인 프로듀서, 그것도 아이돌이 참여하는 걸 볼 줄은 몰랐다]
[↳우리 아버지 아이돌 X나 노관심인데 정해원 얘기하면서 뽕차하시더라]
[↳↳그럴만ㅋㅋㅋㅋㅋㅋㅋ]
[정해원 이름값 절반은 클라루스가 만들어준 거지 실력이 아니라ㅎㅎ]
[↳그래도 기회 잡은 건 정해원이죠]
[↳클라루스 아니었어도 현재 가수들이 제일 찾는 프로듀서 중 하나인 건 맞을 것 같은데요]
[아이돌 잘 모르는데 정해원이 그 급인가요?]
[↳폴 존스랑 페어로 보면 그 급이긴 하죠]
[이번에 로체스터 제작할 때 젊은 층 신경을 많이 쓴 모양이네요]
[↳그런 듯요]
[↳↳로체스터 신작이 나와도 옛날 영화라는 느낌이 세긴 하죠]
[오래가는 시리즈는 확실히 대범한 선택도 할 줄 아네요 만 22살짜리 프로듀서를 쓰는 게 통과되기 어려웠을 텐데]
[곡 잘 뽑혔으면 좋겠다 내가 국뽕 퍼마시고 싶으니까ㅋㅋㅋㅋㅋㅋㅋ]
[↳영화에 제작비가 얼마가 들어가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안 망치게 옆에서 프로 작곡가들이 쌔빠지게 도와주겠지]
[↳↳이 새끼 정해원 모르네]
[↳↳↳정해원이 프로급은 아니지]
[↳↳↳↳ㅎㅎㅎㅎㅎ]
[↳↳↳↳정해원이 프로가 아니면 누가 프로냐]
[↳↳↳↳프로급이 아닌데 빅 블루 타이틀 쓰고 클라루스 앨범에 참여시킴ㅎㅎ?]
[해원이 역대 로체스터 주제가 작곡가 중에 최연소래ㄷㄷㄷ]
[↳햇살이들 오늘 도파민 어디까지 터지냐ㅋㅋㅋㅋㅋㅋㅋ]
[↳하 퍼라 덕질 X나 재밌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JC) 난 팬도 아닌데 왜 이렇게 쫄리냐…….]
[↳네가 안 떨리면 좀 이상하지]
[↳↳그치ㅋㅋㅋㅋㅋㅋㅋ]
[↳↳해원이 본인 보다 떨렸을 듯ㅋㅋㅋㅋㅋㅋㅋㅋ]
[↳SJC) 그래도 진정할 수 있는 건 이번에 제목이 Vesper인 거? 정해원 파이프오르간 잘 쓴다는 거 생각하면 특기 잘 살려서 만들었을 듯]
[↳↳전엔 얘가 입덕을 안 했다는 게 신기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성적만 보는 것도 나름의 사랑인듯……]
* * *
폴 존스의 녹음은 정해원은 물론, 정해원이 보컬적인 면에서 뇌를 공유하고 있는 보컬리스트, 장석훈, 그리고 양이형이 가기로 했다.
두 사람은 정해원의 작업실에서 사색이 돼서 얼굴을 감싸고 있었다. 장석훈이 말했다.
“해원아, 나는 이 정도까지 될 생각이 아니었다니까……. 내가 무슨 로체스터 사운드트랙 보컬 디렉팅을 하냐…….”
“우리 거 할 때랑 똑같이 해.”
퍼스트라이트 미니 7집의 보컬 편집 중이던 정해원이 돌아보고 대수롭지 않게 말을 이었다.
“어차피 똑같이 내가 만든 곡에 디렉팅하는 건데 뭐가 어려워. 형이 내 곡에 맞는 보컬을 나보다 더 잘 알아. 형이 자기 실력 의심하면 난 누구 믿어?”
“넌 이형이 형한테는 맨날 배 까고 드러누우면서 나한텐 냉정하냐.”
“왜냐하면 이형이형이형은 내가 애교부리는 걸 좋아하거든.”
“뭐래, 미친놈아.”
양이형이 저럴 줄 알았다는 듯이 정해원의 말이 끝나기 전에 지적했다. 정해원은 웃고 다시 작업을 이어갔다. 장석훈이 소파 뒤로 기대며 양이형에게 물었다.
“형 캐리어 챙겼어요?”
“정해원이 우리 집 와서 어제 다 챙겼지. 저 새끼가 원래 정리광이어서 짐 막 집어넣은 가방 꼴을 못 보잖아.”
그렇게 이야기하다가 장석훈은 짐을 챙기러 가고, 양이형은 정해원과 보컬 편집을 이어갔다.
양이형이 퍼스트라이트의 보컬을 들으며 말했다.
“진짜 기가 막히게 컸다. 하나같이.”
“우리 막냉이가 벌써.”
“다른 애들도 다 컸어.”
“알지. 근데 똑같이 잘해도 최애만 보이는 거 알지?”
“…….”
그 말에 양이형이 정해원을 힐끔 봤다. 이제 눈빛만 봐도 서로의 생각을 알기 때문에 정해원이 물었다.
“오, 형 나 칭찬해 주려고 했지?”
“……어휴, X발 우리 너무 오래 봤다, 그만 보자.”
눈빛에 그게 딱 보였나 보다. 하필 칭찬해 주려는 찰나에 최애만 보인다니까 좀 주춤하게 되는 게 없잖아 있었다.
그래도 정해원이 얼마나 칭찬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알았고, 동시에 본인의 보컬에 자신감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양이형은 솔직하게 말했다.
“이번엔 네가 찢었다, 솔직히.”
양이형의 칭찬에 정해원이 흐흐 웃었다. 진심으로 기분이 좋아 보였다.
정해원의 로체스터 시리즈 합류 소식 이후, 사람들은 정해원의 운과 날 때부터 타고난 것들에 집중했다. 양이형 역시 바로 옆에서 봐온바, 정해원이 많은 것을 타고났다는 것을 부정할 생각은 없었다.
다만 그 타고난 것들까지 포함해서, 가장 강렬하게 정해원의 삶에 작용하는 것이 성실함이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하려는 것뿐이었다.
작업을 하다가 잠깐 쉬는 시간에 양이형이 정해원이 받은 스케줄을 확인하고 말했다.
“스케줄이 분 단위로 있네.”
“미국 간 김에 쫙 해결하고 와야지.”
“너 이러다 뒤지는 거 아니냐.”
양이형과 장석훈은 한국에서 바로 출발하는 데 반해, 정해원은 일본 출국이 먼저였다. 일본에서 스케줄을 하고, 바로 LA로 갔다가 다시 일본으로 돌아오는 스케줄.
양이형이 말했다.
“인간적으로 일본 스케줄은 빠져야 되는 거 아니냐.”
“안 돼, 이게 먼저 잡혔어.”
“지독한 새끼.”
“어, 세상에서 형이 제일 잘 알잖아.”
정해원은 모니터에서 눈도 안 떼고 대답했다. 하긴, 저건 확실히 맞는 말이었다.
* * *
퍼스트라이트의 일본 인기는 차곡차곡 높아지고 있었다. 예능에서도 심심치 않게 퍼스트라이트의 이름이 거론됨은 물론이고, 본인이 햇살이라는 것을 자처하는 연예인들도 꽤 있었다.
실제로 퍼스트라이트는 투어 중에 돔 콘서트가 3회 잡혀 있었다. 아직 티켓 오픈은 하지 않았지만, 표가 없어서 문제일 거라고 현지 스태프들은 확신하고 있었다.
돔 콘서트가 가까웠기 때문에, 퍼스트라이트 멤버들도 일본 스케줄을 할 때 어느 정도 신중함이 있었다. 여기가 어떤, 기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팀에 언어가 가능한 멤버들이 있는 부분에서 큰 장점이 있었다. 민지호는 원어민 수준이었고, 나머지 멤버들 중에 언어 능력이 좋은 멤버들도 제법 있었다.
무엇보다 보이드 엔터 내부에서 외국어 교육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다.
멤버들은 무대와 무대 중간에 인이어를 빼고 보이드의 일본어 강사에게 자신의 멘트를 확인받았다.
한국에서는 천방지축인 민지호는 일본에서는 언어가 가능한 본인이 멤버들을 통솔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비교적 침착해지는 편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너무 신이 났는지 방방 뛰어다니다가, 결국 대형 스포를 던졌다.
“햇살이들! 7월에 많이 봐요!”
7월, 일본 앨범 소식이었다. 그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공연장 전체에 환호성이 가득 찼다.
퍼스트라이트만 있는 공연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 함성의 크기에 현지 직원은 물론 보이드 엔터의 직원들도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정도면…… 투어를 해야 하는 거 아냐?”
“내년 초에 추가콘 잡아야겠는데…….”
이 공연장에 와있는 퍼스트라이트 팬들의 인원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파악하고 나니, 돔 투어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멤버들이 스포하는 민지호를 보며 어처구니없어 웃는 장면이 송출되었다. 그 후 엔딩 무대에서 총출연자들이 나와 손을 흔들면 인사를 마쳤다.
그렇게 행사가 끝나고, 정해원은 숙소에 갈 시간이 없어서 미국 출국을 위해 행사장에서 메이크업을 지웠다.
정해원이 사복으로 갈아입으며 황새벽에게 잔소리했다.
“나 없다고 애들 간식 많이 먹이지 말고.”
“먹일 건데.”
“아, 진짜.”
“너 없을 때라도 먹게 하자, 좀.”
사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정해원도 멤버들이 무지하게 바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특히 일본에서 인기가 유난히 많은 멤버인 황새벽과 민지호는 여기 남아 스케줄이 있었고, 나머지 멤버도 화보, 녹음, 프로모션 스케줄이 있었다.
정해원이 말했다.
“숙소 비어 있겠네.”
“밤새는 스케줄 아니니까 누구 하나는 있어……어.”
한효석이 정해원에게 말해서 멤버들이 모조리 돌아봤다.
올해 정해원부터 시작해서 말을 놓겠다고 선언한 한효석의 무리한 시도에 멤버들은 안 웃으려고 이를 꽉 물었다. 어렵게 시도한 걸 웃어서 망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웃음은 참으면 참을수록 더 터지는 편이라, 하나둘 못 견디고 어딘가 얼굴을 파묻고 끅끅거리며 웃었다. 귀가 시뻘게진 한효석이 중얼거렸다.
“……차라리 대놓고 웃는 게 덜 민망하겠네.”
그러자 옆에서 박선재가 한효석의 등을 툭툭 치며 말했다.
“너까지 귀여운 이미지 노리지 마, 점점 내가 가짜 막내 같잖아.”
“원래 귀여운 걸 어떡하냐?”
“우와!”
민지호가 벌떡 일어나더니 말했다.
“형들, 형들 다 들었지! 효식이가 자기 원래 귀엽대! 미쳤나 봐!”
그러자 옆에서 신지운이 핀잔했다.
“나도 귀 있고 형들도 다 들었다.”
“형한테 말한 거 아니야!”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는 사이에, 정해원은 옷을 다 갈아입고 옆에 앉아 있던 안주원에게 귀걸이 두 종류를 양쪽에 대 보였다. 안주원이 왼쪽으로 손가락을 까딱거리자 정해원이 왼쪽 귀걸이를 챙기며 말했다.
“형아 다녀올게.”
그렇게 말하고 매니저와 함께 대기실을 나갔다. 정해원이 나간 후, 잠깐 대기실이 조용해졌다.
로체스터 시리즈 합류.
서치가 취미인 안주원은 계속해서 관련 반응을 확인하고 있었다. 멤버들이 왠지 가라앉았다는 것을 확인한 박선재는 막내로서 분위기를 띄우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며, 제일 주변 분위기의 영향을 받지 않는 민지호 쪽을 봤다.
예상대로 민지호는 정해원의 외부 프로듀싱에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정해원이 처음 합류하는 날부터 지금까지 민지호는 ‘정해원은 죽어도 무대에서 죽을 것’이라는, 태풍에도 흔들리지 않을 뿌리 깊은 믿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박선재는 그런 민지호의 신뢰를 나눠 받으려 솔직하게 말했다.
“민조, 해원이 형 미국 가는 거 괜찮아? 영국 가는 건 싫어했잖아.”
“영국은 안 좋은 상태로 가서, 온다는 날짜에 안 오니까 그렇지. 미국은 괜찮아. 유명해지러 가는 거니까.”
잘 받아주는 정해원이 없으면 비교적 침착해지는 민지호가 대수롭지 않게 말을 이었다.
“해원이 형이 유명해지면, 결과적으로 퍼스트라이트한테 좋잖아.”
“그냥 뭔가, 해원이 너무 잘나가는 프로듀서가 되니까 내가 가만히 있어도 되나 싶어서.”
“가만히 안 있어야지?”
민지호가 타 아이돌 그룹의 안무 영상을 보던 핸드폰을 내려놓고 정색했다.
“그렇게 잘나가는 프로듀서가 우리 멤버고, 퍼스트라이트밖에 모르잖아. 그러니까 우리는 반드시 성공해야지.”
그 말에 핸드폰을 보며 안 듣는 척하던 신지운이 몸을 일으켰다.
“하긴, 어쨌든 퍼라가 정해원의 최대 아웃풋이 되면 되는 거잖아.”
그 말에 민지호가 같이 일어서며 말했다.
“맞는 말이지만 맞먹지 마!”
“아, 정해원 지금 없잖아. 애초에 네가 할 말이냐?”
“난 귀여워서 괜찮아!”
“하, 재수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