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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345화 (345/380)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345화

“아, 비행기 진짜 힘들다.”

나는 LA에 도착해서 목베개를 하고 비행기에서 내렸다.

같이 온, 나와 대부분의 해외 스케줄을 함께하는 송경균 매니저가 내 목베개를 빼주며 말했다.

“멋지게 나가야지.”

“목베개 빼면 멋있어지나.”

나는 투덜거리며 목베개를 뺐다.

그래도 아이돌 생활을 하면서 내 머릿속에 나름에 ‘멋짐’이 어떤 건지, 하는 기준이 생겼다. 나는 최대한 거기에 나를 맞춰가고 있다. 어쨌든 그 멋짐에 목베개가 없긴 하다.

내가 참고하려고 핸드폰으로 멤버들의 공항사진을 보고 있으니까 옆에서 송경균 매니저가 어이없어하며 말했다.

“아니, 무슨 핸드폰에 멤버들 사진이 이렇게 많아.”

“요즘 내가 서치를 잘해서, 괜찮으면 다 저장하고 있거든.”

나는 말하고 멤버들의 공항사진들을 살펴봤다. 옆에서 보던 송경균 매니저가 말했다.

“와, 지운이 이거 진짜 멋있다.”

생각해보니 나에게 잘생김의 기준은 안주원이지만, 그것과 별개로 내 생각에 우리 팀에서 그 멋짐의 기준이 되는 건 늘 신지운이었다.

송경균 매니저가 감탄한 사진은 검은색 티셔츠에 보스턴백을 든 거였다. 그건 뭐 어떻게 내가 따라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피지컬이 압도적이다 보니 거기서 비롯되는 아우라가 있었다. 그게 전부인 사진이다. 아, 물론 얼굴도 있구나.

“새삼 우리 멤버들 잘났다.”

내가 말하니까 송경균 매니저가 말했다.

“그런 얘기는 꼭 멤버들 없을 때만 하더라.”

“부끄럽잖아.”

나는 말하며 주머니에 핸드폰을 넣고 입국장을 나섰다.

내가 대형 영화에 함께하고 있다는 게, 입국 시작부터 느껴졌다.

로체스터 주제가를 녹음한다는 소식 때문인지 기자들이 많이 와있었다. 로체스터 측에서 시큐리티를 보내줘서, 함께 이동했다.

여기부터가 영화 프로모션의 일환이었다. 영화사 측에서 보낸 한국인 직원이 내 착장을 확인하고 말했다.

“이미 너무 잘 입고 오셨네요. 옷 따로 챙겨왔는데, 가져온 게 훨씬 별로예요.”

“진짜요? 빈말 아니에요?”

“빈말로 이득이 안 날 상황 같은데요.”

“그런가요?”

나는 한국인 직원과 이야기하며 차로 향했다.

차 안에는 술이 종류별로 있었는데, 나는 술을 마시지 않기 때문에 별로 좋을 건 없었다. 술 좋아하는 멤버들 데려왔으면 뭐가 좋은 술인지 알았을 텐데, 나는 그것도 모르겠다.

나는 이것저것 사진을 찍고, 인스타에 추후에 올릴 내 사진도 송경균 매니저가 찍어줬다.

“형 진짜 사진 기가 막히게 잘 찍는다.”

“네가 잘생겨서 그래.”

“이야, 훈훈하네, 우리.”

“아니, 진짜 잘생겼다니까.”

“그건 아는데 우리 분위기가 훈훈하다고.”

내 뻔뻔한 말에 송경균 매니저가 낄낄거리며 말했다.

“너 자존감 많이 높아졌다.”

“그치? 나도 자랑스러워.”

“우리 회사 직원들 다 기특해할 걸.”

그 말에 나는 때마침 최근에 생각하던 부분을 말했다.

“나는 클라루스 형들 올 때 좀 걱정했는데, 아예 두 쪽 일을 다 하는 직원이 하나도 없더라?” 아예 두 회사 같아.”

“나도 똑같이 생각했어. 아예 다른 회사랑 다름없더라.”

“그치? 강 대표가 일을 잘하네.”

“그게 맞지.”

우리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대표가 일을 잘한다는 말에 공감하기 쉽지 않을 텐데, 매니저가 일을 잘한다는 말에 동의해주는 게 신기하긴 했다.

나는 이런 평화로움을 두고 볼 수 없어서 물었다.

“근데 좀 빡세긴 하지?”

“빡세지. 너도 해봐서 알잖아……. 잘 모르려나?”

“형, 나 대가수 박희영 누나 매니저였어. 70시간씩 연속으로 스케줄이 있다니까.”

“그것도 비행기 타는 것도 아니고, 쌩으로 운전해서 전국 도는 거잖아.”

“그니까.”

”와씨, 그걸 어떻게 했냐. 말만 들어도 토할 것 같은데.”

매니저 일을 해봐서 생긴 장점이 몇 개 있는데, 하나는 초단기에 운전을 웬만한 20대 전체 운전한 사람만큼 몰아서 하게 돼, 운전을 빨리 배웠다는 거고, 또 하나는 회사 상황, 매니저들의 고충을 공감하기 좋다는 거였다.

송경균 매니저가 말했다.

“퍼라 팀은 매니저 진짜 안 바뀌는 거야. 보이드 와서 거의 처음 그대로 가고 있지 않아?”

“그치?”

“다른 업체에서 들으면 기적이라고 하겠다.”

우리는 그렇게 이야기하며 맷 아스테어의 작업실에 도착했다.

확실히 영화 음악을 하는 작업실이라 나에게 익숙한 프로듀서들의 작업실과는 느낌이 많이 달랐다.

나는 그곳에서 아주 잠깐, 영화 음악을 업으로 삼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나도 인간이니까 지금과 다른 길을 선택했을 때의 모습을 상상은 해보게 되는 거였다.

그러나 그 생각은 금방 사그라들었다.

맷 아스테어는 나와 만나서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이런 거장이, 나에게 뭔가를 배우려고 한다는 사실에 놀랐다.

사운드를 만드는 것에 있어서 궁금한 것들을 적어놨다가 나에게 이것저것 물어봤다. 역시 거장의 여유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이야기하던 중에 스케줄을 마친 폴 존스가 작업실에 도착했다. 최근에 폴 존스는 월드투어를 다니고 있었는데, 그 스케줄이 압박적이라 상태가 그렇게 좋아 보이지 않았다.

최근 들어 나는 컨디션이 안 좋은 멤버들을 달래서 녹음을 해본 적이 없었다. 멤버들은 보통 컨디션 관리를 잘했고, 가끔 감기 같은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만 고생을 시켰다. 그것도 멤버들이 협조적이라 나는 그렇게 어렵지 않다고 느꼈었다.

폴 존스는 우리 멤버들에게는 없는 성격이었다. 즉흥적이고, 외향적이며, 통제를 싫어했다. 그 성향은 피곤한 상태에서 더더욱 강하게 나타나, 모자를 푹 눌러쓰고 소파에 앉아 쉬고 있는 폴 존스의 근처에 누가 접근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뭐, 그렇다고 크게 어려울 건 없었다. 나는 아이노 멤버 11명, 우리 멤버 7명, 나 포함 18명의 디렉팅을 해본 적도 있었다. 차우석처럼 드럽게 집중력 없는 애새끼의 녹음도 해봤다.

지금 퍼스트라이트 놈들이 커서 그렇지, 그놈들도 어릴 때는 본인의 드센 기를 누를 줄 몰라 했다. 내가 한 마디만 해도 금방이라도 칠 것처럼 들이박던 때가, 그렇게 먼 과거의 일도 아니다. 나는 준비가 되어 있었다.

나는 폴 존스에게 말했다.

“두 시부터 녹음 시작할 거야.”

“조금만 늦추자.”

폴 존스와는 처음 싸우는 게 아니다. 퍼스트라이트와의 협업 때도 무지하게 싸웠었다. 그런데 그때만 해도 월드투어로 이렇게까지 갈려 있던 건 아니라서, 꽤 협조적이었다.

원래 지나친 스케줄은 인간을 피폐하게 만든다. 나는 박희영의 매니저를 해왔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 양해해줄 수 있다. 세상 다시 없는 진국인 박희영조차, 침대에 한 번도 못 눕고 70시간씩 연달아 스케줄을 하면 말할 수 없이 날카로워지곤 했다. 심지어는 자기가 버럭 화냈던 것을 나중에 기억을 못했다. 그 정도로 자기 정신이 아니었던 거다.

폴 존스는 내일 아침에 바로 떠나야했다. 지금 좀 자고 싶은 마음도 이해는 한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아니.”

나는 그렇게 대답하고, 통역사에게 내 말을 정확하게 통역해달라고 부탁했다.

“이것도 스케줄 맞춘 거야. 여기에 너 기다려줘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 아무도 없어.”

“나 좀 놔두면 안 돼? 딱 30분만 자면 더 녹음 잘할 것 같은데.”

“자고 일어난 목소리로 녹음한다고?”

“아, 말 좀 그만 걸어.”

첫 마디부터 짜증이었고, 슬슬 표정이 구겨져 화를 내는 말투였다.

나도 같이 화낼까, 하다가. 박희영 생각이 나서 마음이 약해졌다. 박희영과 일하는 첫 달에는 세상에 뭐 저런 인간이 있나, 싶었는데. 박희영이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니까, 박희영이 잠을 못 자서 짜증을 낼 때 오히려 안타까워하던 스태프들 마음이 이해가 갔다.

나는 폴 존스의 옆에 털썩 앉아서 입을 열었다.

“알았어. 30분 자.”

“……웬일이야?”

협업 녹음 때 무지하게 싸워댔던 게 기억에 남았는지, 자라는 내 말에 오히려 미심쩍어했다. 내가 말했다.

“지금 너 성격 더러워서 같이 일하기 싫어.”

“…….”

“나도 좀 자고.”

“너도 스케줄 많다며.”

“어, 나는.”

나는 잠깐 생각하다가 말을 이었다.

“나는 지금 창작자잖아. 퍼포머가 아니라.”

“…….”

“이상한 게, 난 컨디션이 아주 좋은 상태에서 만든 작업물이 덜 마음에 들더라. 운 나쁘게. 근데 또 퍼포머일 때는 컨디션이 좋아야 돼.”

“…….”

“그니까 난 오히려 컨디션이 좀 떨어지는 게 낫다고. 너는 좋은 게 낫고. 말 시키지 말고 죽어라 자. 회복되게.”

나는 말하고 작업실 소파에 기대 잠을 청했다. 나도 분단위로 스케줄이 있는 건 마찬가지였지만, 내가 어떻게든 해결해 보기로 했다.

내가 잠을 청하니까, 폴 존스도 별말 없이 잠이 들었다. 나는 전혀 잠이 오는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영화사 쪽에서 우리 두 사람의 사진을 찍고 있는 걸 알았다.

우리 업종에서는 좋은 홍보 사진 중 하나가 될 거 같다. 동갑내기, 다른 국적, 협업으로 시작해서 역사에 남을 영화 시리즈 주제가 대열에 페어로 합류하게 된 놈들이 졸고 있는 사진은.

하지만 그게 영화 쪽에서도 좋은 홍보인지는 내가 알 길이 없다. 어쩌면 그냥 나중에 놀리려고 찍어놓는 걸지도 모르겠다. 어느 쪽이든, 나는 계속 자는 시늉을 했다. 무엇이든 홍보에 도움이 된다면 나는 다 상관없었으니까.

그렇게 30분을 자고 나서, 나는 깜빡 잠들었고 나를 깨운 건 폴 존스였다.

* * *

원래 열 번 잘 해준 사람이 한 번 못하는 것, 열 번 못 한 사람이 한 번 잘해주는 것이 더 기억에 남는 법이다. 억울하지만.

폴 존스는 ‘죽어라 자’라는 정해원의 말을 그대로 이행했다. 30분 동안, 이게 인생 마지막 잠이라도 되는 것처럼 집중해서 잤다.

그렇게 자고 났더니 신비로울 정도로 컨디션이 회복되어 있었다.

정해원에게 알아들을 수 없어도 기분은 확실하게 나빠지는 한국어 쌍욕을 먹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폴 존스는 급하게 목을 풀었다. 다행히 목소리가 잘 나왔다.

주제가는 맷 아스테어가 자주 사용하는 오스티나토(반복적인 형태의 악구)를 이용하면서, 급격하게 장르를 변형하는 케이팝적인 기법을 모두 활용했다.

폴 존스는 정해원이 만들어 온 주제가를 듣고 자기도 모르게 웃었던 것을 기억했다.

정해원은 아티스트인 동시에, 상황을 살피는 능력이 뛰어난 개인이기도 했다.

케이팝 아티스트인 본인에게 로체스터의 주제가를 부탁한 사람들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이해하면서, 그것을 영화와 융합시켰다.

정해원과 폴 존스는 녹음에 들어갔다.

“폴, 처음에 숨 오히려 뱉고 들어가.”

“알아.”

“졸려서 헷갈릴까봐.”

정해원이 말하고 본인이 자라고 한 게, 화나서가 아니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듯이 씩 웃었다. 그런 여유가 멋있게 느껴졌다.

[그날 밤, 너는 나에게 다시 한번 말했어]

[너에게 저녁 기도는 의미하는 바가 있다고]

첫 마디를 뱉는 순간부터, 마음이 확 놓였다. 본인이 들어도, 오늘 기가 막히게 노래가 나왔다. 정해원의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보니 더더욱 확실했다. 폴 존스는 완벽히 녹음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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