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350화 (350/380)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350화

‘Candlelight’의 영상이 업로드된 후, 퍼스트라이트 멤버들은 모여서 함께 영상을 보기로 했다.

우리는 연습을 잠시 쉬고 모니터 앞에 모여 앉았다.

안주원이 라이터를 켜며 얼굴이 보이고, 손으로 불을 감싸 보호하며 초에 붙이자 멤버들이 동시에 리액션했다.

“크, 오늘도 잘생겼어.”

“쫌 복숭아같이 생겼네.”

박선재가 형의 컨셉을 받아주자 안주원이 감동해서 동생을 돌아봤다.

“멤버 중에 선재가 처음으로 인정해줬다.”

“아자몽도 받아들였는데 뭐.”

“그니까. 자몽보다 늦게 받아들여질 줄 몰랐지.”

안주원이 은근 섭섭했는지 웬일로 투덜거리니까 옆에서 민지호가 소리쳤다.

“강하게 어필했어야지!”

“받아줄 거야?”

“아니! 그래도 해!”

민지호의 말에 안주원이 흐흐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 사이 다시 영상이 이어졌다.

영상 속 착장은 컴백 첫 주에 입게 될 착장이었다.

전체적으로 검은색으로 맞췄는데, 검은색 스팽글이 달린 재킷도 있고, 가죽도 있고, 트위드도 있었다.

처음에 트위드를 받았을 때는 그동안 입은 적이 없던 스타일이라 멤버들마다 당황했는데, 영상으로 보니까 또 은근 괜찮았다.

“……나 너무 예쁜데?”

영상을 보던 신지운이 중얼거렸다. 너무 힘들어서 정신이 나갔나보다.

아무튼 우리는 무대를 이어서 확인했다.

이번에 보여주려는 게 얼굴과 음악이었으므로, 무대와 마이크 외에는 아무것도 설치하지 않았다. 카메라가 각 파트마다 그 파트의 주인의 얼굴을 클로즈업했다.

[얼마나 사랑하는지 너에게]

[내 목소리로 말해주고 싶었어]

안주원은 이 가사를 꼭 넣고 싶다고 했다.

나는 너무 직설적이니까 빼는 게 어떠냐고 물었는데, 안주원이 ‘고백은 에둘러 하는 게 아니잖아.’라고 말했다.

캔들라이트는 팬들의 응원봉을 보며 느끼는 감정에 대한 곡이고, 그 곡의 전반적인 감정을 사랑으로 잡고 가사를 쓰겠다고 안주원이 말했었다.

촛불과 어둠으로 은유한 가사들 속에, 그렇게 그 브릿지의 파트만큼은 직설적인 언어로 들어가게 되었다.

나는 솔직히 이번 송캠프에서 안주원에게 좀 많이 감동했다.

그동안은 시를 쓰듯이 가사를 적었다면, 이번에는 노래를 할 때 어떻게 발음하게 될지에 대해서도 공부한 흔적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나는 음원이 업로드된 후에야 햇살이들에게 저 에피소드를 풀어놓을 수 있었다.

[해원 : 햇살이들! ‘얼마나 사랑하는지 너에게 내 목소리로 말해주고 싶었어’ 이 부분 있잖아요 작업하면서 너무 직설적인 거 아니냐고 했더니 ‘고백은 에둘러 하는 게 아니잖아.’라고 했어요 주원이가 햇살이들 생각 정말 많이 해요]

[해원 : 캔들라이트 뜨면 햇살이들 알려주려고 기다리고 있었던 에피소드><]

그렇게 올리고 나니까 예상대로 햇살이들의 반응이 좋았다.

[↳아 사랑해]

[↳미친]

[↳주원아ㅠㅠㅠㅠㅠㅠ]

[↳해원아 이번에도 작업하느라 고생했어 근데 걱정되니까 건강도 꼭 챙기자ㅠㅠ]

내가 그렇게 X버스 댓글을 읽고 있는 사이에, 안주원은 다른 곳들을 여기저기 찾아보고 있었다. 그래서 힐끔 봤더니 확실히 우리가 읽을 수 있는 X버스보다 훨씬 격한 댓글들이 많았다.

그리고 일단 길었다.

[안주원 몇 년째 고백 못 하고 짝사랑하는 입장에서만 가사 쓰던 애가 23살 되더니 고백은 에둘러 하는 게 아니랜다ㅎㅎ 나보고 죽으라는 거지…… 그냥 기절하고 싶음]

나는 그걸 보고 좀 충격을 받고 안주원에게 물었다.

“어? 왜 죽어?”

“괜찮아, 좋은 뜻이야.”

“뭐가 좋은 뜻이야 이게. 햇살이 무서운 말 하지 말라고 빨리 댓글 달아줘.”

“안 돼, 그럼 햇살이 진짜로 기절한다.”

“그래?”

물론 나도 이제 슬슬 서치왕까지는 아니어도 서치초보까지는 왔기 때문에, 이제 미쳤다든지, 왜 이러냐는 말이 좋다는 말이라는 건 어느 정도 이해했다.

그래도 뭔가 이렇게 격렬한 말을 보니까 철렁한다는 거지…….

아무튼 내가 워낙 안절부절못하여서인지, 안주원이 적응하라는 의미로 본인 타임라인을 쭉 보여줬다. 내가 물었다.

“이렇게 많이 올라오는 거 다 봐?”

“응.”

“너도 글써?”

“응.”

안주원이 흐흐 웃는 게 뭔가 즐거워 보였다. 뭐, 본인 취미생활 같으니까……. 거기다가 실제로 이렇게 안주원이 서치를 많이 해주는 건, 우리 팀 입장에서도 꽤 도움이 됐다. 회사 입장에서 우리에게 전달하기 어려운 말들이 있을 텐데, 그걸 안주원이 먼저 반응을 찾아보고 우리에게 알려주곤 한다. 아무래도 직원이 말하는 것보다 멤버가 말하는 게 좀 더 효과적인 이야기들이 분명히 존재했다.

안주원이 쭉쭉 내려서 곡 반응을 확인하는 도중에 얼굴의 긴장이 녹아 사라졌다. 반응이 좋은 모양이었다.

다행이었다.

* * *

“미쳤는데요?”

보이드 엔터 직원이 기가 차 하며 강효준 대표에게 말했다.

X튜브 올린 선곡개 곡 비디오 모두가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조회수를 보이고 있었다. 그 조회수가 집계된 국가가 다양했는데, 그중에 국내 역시 유의미하게 높았다.

직원들도 예상 못 한 버즈량이었다.

“……우리 이거 프로모션 안 돌린 거 맞죠?”

강효준 대표 역시 그 숫자가 예상을 뛰어넘은 탓에 그렇게 되물었다.

보이드 엔터에서는 현재로 가장 중요하게 잡고자 하는 것이 국내 시장이었기 때문에, 국내가 유의미하게 높다는 것에 집중했다.

물론 해외 시장에 대한 중요성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부터 해외 투어를 시작하게 될 터라 국내의 팬들이 탄탄하게 버티고 있어 주는 것 역시 중요한 부분이었기 때문이었다.

퍼스트라이트는 앞으로 계속해서 많은 활동을 할 예정이었고, 그 활동들이 지속되기 위해서 국내 음원차트, 국내 음반 판매량, 국내 버즈량이 거기에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은 분명했다.

의외로 국내 시장에서, 얼마 전 있었던 VMC와 정해원의 싸움 역시 퍼스트라이트에 팬들이 유입되는 역할을 했다.

“이걸로 왜 유입을…… 하셨지, 팬분들이?”

강효준은 정말로, 전혀 그 부분이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그래도 팬들이 유입된 거긴 했으니 일단 극존칭을 붙였다.

이춘형과 정해원의 충돌이 물론 무수한 언론사에서 다룬 이야기기는 했다. 그러나 그건 긍정적인 내용만 있는 건 아니었다. 그런데도 결과는 그때 실제로 퍼스트라이트 쪽으로 큰 유입을 만들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거기에 클라루스 재계약 건에서 있었던 것, 가장 외로운 시간, 연초에 있었던 일본 활동 등등 여러 가지 요인들이 합쳐져, 스노우볼 효과가 나타났다.

컴백까지 채 일주일도 남지 않았고, 멤버들은 연일 쪽잠을 잘 정도로 스케줄에 열중했다.

특히 몇몇 멤버들이 예능은, 들어오는대로 다 나가고 있었다.

예전에는 혼자 나가면 무섭다고 자랄 만큼 자란 놈들이 스태프들 뒤로 숨었다면, 이제는 본인들이 먼저 스케줄을 물어보기까지 했다. 이 X튜브 채널과 컨택 할 수 있나, 혹시 여기 나갈 수 있나…….

강효준도 직원들도 부정 탈까 봐 말은 안 하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잇었다.

‘혹시 올해, 뭘 해도 되는 그런 해인가?’

한 사람의 인생에서 세 번 기회가 온다고 했나.

일반인들에게도 그렇지만, 연예인들에게도 가끔 그런 해가 있었다.

뭘 해도 되는 해. 무슨 말만 해도 사람들이 빵빵 터지고, 불확실한 마음으로 낸 음반인데 내는 족족 터지는 해.

강효준도 그런 해를 겪어본 적이 있었다. 물론 클라루스가 터지던 그 해였다.

서로 이상하다고, 얼굴만 보면 이야기했었다.

‘너 우리가 이렇게 잘 될 줄 알았어?’

‘절대 몰랐지…….’

그때 클라루스에게는 기준이 있었다. 성공의 기준. 그리고 그 성공까지 가는 목표 나이도 있었다.

그런데 그 나이가 되었을 때, 클라루스는 대한민국 어느 누구도 상상 못한 다른 차원의 성공을 기록하고 있었다.

그걸 미리 경험했기 때문에, 강효준은 이번에는 거기에 대비할 수 있었다. 지난번에는 멤버들과 함께 당황해서, 그 성공의 물결에 휩쓸렸지만 이번에는 아니었다.

강효준은 본인이 나이 어린 대표라는 사실을 늘 인지하고 있었다. 얕보이고 싶지 않았는데, 어차피 그건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타고난 인상 덕에 자신을 얕보는 사람은 사실 세상에 거의 없다고 봐야 했으니까.

경계해야 하는 부분은 반대 부분이었다. ‘나이도 어린놈이 저러네?’가 안 되게 하는 것.

그걸 늘 조심했는데, 이번에는 좀 다를 수밖에 없었다. 대표로 있기에는 어렸지만, 급변하는 기세를 경험한 건 여기에 자신 밖에 없었으니까.

강효준이 확인할 때마다 훌쩍훌쩍 올라가는 수치들에 얼떨떨해하는 보이드 엔터의 직원들에게 말했다.

“똑같이 해주시면 됩니다. 퍼스트라이트의 매번 활동마다 정말 잘해주셨으니까, 그대로 해주시면 더 완벽한 대비는 없을 겁니다.”

강효준은 클라루스의 주변이 급변하고 있을 때, 거기에 휩쓸렸던, 그래서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이 맞는지 의심하던 자신에게 누군가 해줬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하던 말을 했다.

그때 A&R인 자신이 해야 했던 건 클라루스가 가장 잘하는 음악이, 가장 좋아하는 음악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일이었다.

강효준은 그때 혼란을 겪었다.

그래도 정말 다행인 건 클라루스 본인들이 그걸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강효준은 그런 아티스트와 함께 일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새삼, 운명적으로 느껴졌다. 인생이 바뀌는 순간.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던 순간.

갑자기 또 정해원의 말이 생각이 났다. 잘못하면 건설업을 해서 성공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말.

처음에는 너무 어이가 없었는데, 생각할수록 그게 은근히 강효준의 삶을 관통하는 말이었다는 걸 날이 갈수록 느꼈다.

운명은 아주 사소한 우연으로 급변하곤 했다. 사실 결혼도 그렇지 않나? 모든 만남이 결국 우연이다. 모르는 사람은, 아무리 이상형이어도 평생의 사랑이 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첫 번째로 강효준의 삶의 방향을 튼 건 클라루스였고, 그다음은 정해원이었다.

한 사람의 인생에서 세 번 기회가 온다고 한다면.

앞에 둘이 두 번의 기회였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세 번째 기회는 퍼스트라이트이기를, 강효준은 진심으로 기도했다.

* * *

3월 12일 금요일.

대한민국의 음반 판매장에는 퍼스트라이트의 앨범 판매 시작을 기다리는 줄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퍼스트라이트 멤버들은 사녹을 마치고, 대기실에서 음악방송을 기다리며 핸드폰을 두 손으로 움켜쥐고 있었다.

앞에 두 곡의 반응이 좋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긴장되는 부분이 있었다. 타이틀곡이 앞에 두 곡과 다른 분위기라, 팬들이 이 곡 역시 좋아해 줄 거라는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대중이 좋아하는 것은 같을 때도 있지만 다를 때도 있다. 그래서 연차가 쌓인 지금도 여전히 퍼스트라이트의 멤버들은 처음 데뷔하던 날처럼 긴장하며 1시를 기다렸다.

“신인 때보다 더 떨려.”

신지운의 말에 한효석이 옆에서 동의했다.

“그때는 부담이 적었잖아요, 솔직히.”

“내 말이.”

그렇게 두 사람이 이야기하고 있을 때, 황새벽이 말했다.

“떴다.”

평소에는 거북이라고 불리는데, 이렇게 새로 고침 할 때는 희한하게 빨랐다. 멤버들 모두 신기하게 여기는 부분이었다.

1시. 퍼스트라이트 미니 7집이 공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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