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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351화 (351/380)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351화

이번 퍼스트라이트 미니 7집 첫 번째 사녹 반응은 좋았다. 다만 매번 그 좋은 반응에도 차이가 있었다. 좋다고 해서 다 같이 좋은 반응은 아니었다.

이번에는 다른 의미로 좋았다. 환호 사이로 경악 같은 반응들이 있었으니까. 다들 은근히 원하던 반응이라 멤버들 모두의 표정이 흐뭇해 보였다.

언제나 그렇듯 햇살이들을 만나고 오면 빡 힘이 났다. 이렇게 들으면 너무 뻔한 말처럼 들릴 수 있지만, 때로 뻔한 말이란 당연한 말과 같은 뜻이기도 하다. 세상에 어떤 가수가 관객들에게 힘을 받지 않을 수 있을까. ‘무대를 사랑한다’라는 말에, ‘관객 없는 무대’라는 전제를 다는 가수는 절대 없을 것이다.

상상력이 좋은 막내 박선재는 가끔 관객이 없는 세상을 상상해 보곤 하는 것 같았다.

비어 있는 관객석. 어딘가, 어떤 세상에는 그런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심지어는 우리의 남은 가수 인생에서 그런 상황이 닥치게 될지도 모르니까.

그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1시, 음원과 뮤직비디오를 기다리며 시간이 빠르게 느껴지기도, 느리게 느껴지기도 하는 모순적인 감정을 느끼고 있을 때, 박선재는 그런 이야기를 꺼냈다.

“형들 만약에 말이야, 세상에 전염병 같은 게 돌아서 관객 없이 공연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고 상상해 봐.”

상상만으로 우리는 조용해졌다. 전염병 때문에 관객석이 비어 있는 세상?

공연으로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런 세상은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신지운이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관객 없이’가 정확히 무슨 뜻이야?”

“그니까 공연장에 들어올 수가 없는 거지, 전염병 때문에.”

그러자 옆에서 민지호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콘서트도?”

“콘서트야말로 절대 안 되지.”

박선재의 말에 민지호가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러더니 황새벽에게 들러붙으며 말했다.

“생각만 했는데 우울해졌어…….”

“그럴 만하지. 다들 그렇지만 특히 너는.”

황새벽이 말하며 민지호의 어깨를 두들겼다.

한동안 생각하던 한효석이 말했다.

“그래도 온라인 스트리밍을 하면 햇살이들이 보는 거지?”

“사녹도 햇살이들 없이 하는 거지, 방송으로는 보는 거야.”

박선재는 참 구체적으로 이런 상상을 해본 모양이었다. 그런 대답에 민지호가 소파와 황새벽의 등 사이에 우울하게 묻어놨던 고개를 들고 말했다.

“그럼 무대는 해야겠네.”

“햇살이들 없으면 힘이 안 날 텐데?”

그 말에 조용히 있던 안주원이 말했다.

“그래도 아이돌은 원래 힘이 나게 해주는 게 직업이잖아.”

“와.”

안주원의 말에 민지호가 감동하더니 급격히 힘이 돌아와서 말했다.

“맞아, 그래도 힘내서 해야지! 근데 그런 세상 안 왔으면 좋겠다…….”

민지호의 그 말에 우리는 모두 공감했다.

관객이 없는 세상 같은 건 정말로 안 왔으면 좋겠다.

그래도 혹시 그런 세상이 온다면, 모두가 절망하겠지만, 무대만 할 수 있다면 어떻게든 버텨야겠다. 서로 만나지 못해도 어떻게든.

* * *

안주원의 배우 입덕팬 @tidir_whsakt는 퍼스트라이트의 음원이 공개되는 당일, 밤을 새운 상태로 출근했다. 금요일에 대한 믿음으로 밤을 새웠는데, 이상하게 별로 피곤하지 않았다.

친구이자 뉴데이즈 강진영의 팬인 친구 @baby_whale00이 연신 웃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원래 입덕 초기에는 약간 하이한 상태지ㅋ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까지 몰두하려던 게 아니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퍼스트라이트 영상을 계속해서 보고 있었다.

데뷔 초, 그러니까 TRV 시절에는 자컨이라고 할 것이 거의 없었는데, 보이드 엔터 이적 이후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자컨이 올라와 있었다.

처음에는 안주원이 있는 영상만 봤는데, 그러다 보니 중간에 올라온 퍼스트라이트 자컨을 보게 되었다.

안주원이 나오지도 않는 자컨이었다.

[민조VS아자몽]

민지호와 신지운의 대결 자컨이었는데, 퍼스트라이트 공식 유튜브에 꾸준히 업로드되고 있는 자컨이었다. 조회수는 매 편, 아이돌 자컨 중에 최상위로 잘 나오고 있었다. 다른 멤버들이 등장하는 케이크 만들기 자컨도 잘 나왔고, 스포츠를 할 때는 다른 멤버들이 나오지 않아도 그냥 잘 나왔다. 두 멤버의 독보적인 운동신경이 보는 재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민조!

-아자몽입니다.

처음에는 신지운이 배우 신지운의 이미지가 강해서, 자기가 본인을 아기자몽이라고 표현하는 것에 적응할 수 없어 자컨을 껐다.

그런데 자꾸 우기는 걸 듣고 있으니 어딘가 세뇌되는 기분이 들면서, 신지운이 자몽 같다기보다는 자몽이 신지운을 닮은 게 아닌가, 라는 헛된 논리로 빠졌다가, 점점 신지운이 아닌 자몽을 신지운의 이미지에 끼워 맞추는 수준까지 가게 되었다.

그런 논리로 생각해 보니 안주원도 인간 복숭아 같았다. 웃는 게 복숭아 같긴 하잖아?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민지호와 신지운의 대결 자컨은 분야 가리지 않고, 대결만 할 수 있으면 무엇이든 주제로 잡았다.

그렇게 자컨을 보고 있으니까, @baby_whale00이 뉴데이즈의 자컨도 영업했다.

[봐줄래 뉴데이즈하면 마피아거든]

[우리 아가들이 퍼라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장르]

[마.피.아]

지금 퍼스트라이트 떡밥도 이제 시작이라 바쁜데 뉴데이즈 마피아를 봐달라고…… 해서 일단 덕질 선생님으로 잠깐은 도움을 받을 예정이니 봐주겠다고 약속했다.

뉴데이즈의 마피아 게임 댓글을 보니, 다들 스포는 안 하고 있지만 이런 이야기들이 있었다.

[신인 때 뉴데이즈에게 마피아는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다가 강진영이 이기는 게임’이었는데 지금은 애들이 다 이골이 나서ㅋㅋㅋㅋㅋㅋㅋㅋ]

[뉴데이즈 마피아가 재미있는 건 진영이가 멤버들을 강하게 키웠기 때문인 듯ㅋㅋㅋㅋㅋㅋ]

[아이돌 마피아 대회하면 뉴데이즈 누가 나가도 이길듯요ㅋㅋㅋㅋㅋㅋㅋ]

[하나 같이 마피아 게임 전문가들이 돼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확실히 뉴데이즈 팬이 아닌 사람들도 많이 보는 자컨인 것 같았다. 아이돌이란 이렇게 각자의 분야를 잡고 확장해 나가는 거구나, 생각했다.

이다음에는 친구를 위해서 더 라이징을 보기로 했다.

[퍼라 입덕을 하려면 더 라이징을 봐야 돼]

[근데 좀 마음 아픈 건 감수하고 봐…….]

[그때까지만 해도 해원이 부정적인 이미지 쎘어서ㅠㅠㅠㅠ]

[조심조심하는 거 보면 아직도 눈물 나…….]

[그리고 울 애들이랑 흔적이라는 거 불렀는데]

[그거 진짜 입덕 직행 열차]

[우리 대천재 프로듀서님]

[뉴데이즈 곡 하나만…….]

[아니지 쉬셔야지]

친구는 계속해서 이야기하고 있었기 때문에, 일단 핸드폰을 안 보기로 했다.

오후 1시, 퍼스트라이트 뮤직비디오가 업로드된 시간에는 자동으로 핸드폰에 손이 갔지만, 실제로 뮤직비디오를 보게 된 건 퇴근 후였다.

그리고 뮤직비디오를 보고 난 후, 처음으로 핸드폰에 ‘배우 안주원’이 아닌 ‘퍼스트라이트 안주원’의 사진을 저장했다.

* * *

[야 퍼라 뮤비보고 와봐 어이없게 잘생김ㅋㅋㅋㅋㅋㅋ]

[↳퍼라 관리 X나 빡세게 하네]

[↳왜 이렇게 컸어ㅋㅋㅋㅋㅋㅋ]

[퍼라 진짜 국선아 때부터 봐서 그런가 볼 때마다 컸단 소리 나와ㅋㅋㅋㅋ]

[근데 진짜 컸어 이제 걍 남자네]

[퍼라 그 프로포즈 부를 때 반응 묘하던 거 생각난다ㅋㅋㅋ]

[↳지금 그거 부르면 느낌 다를듯]

[↳↳완전 다르지]

뮤직비디오는 티저에 공개되어 있던 것처럼 선공개 곡에 비해 어두웠고 채도가 낮았다.

[higher and higher 악영향이 미치는 범위]

[bad bad bad my goodfellas]

[bad bad bad my goodfellas]

[내일이 없는 듯이 now or never]

[사랑은 끝이 있지만 우정에는 없어]

[As if it's our last 그래도 새벽은 올 테니]

뮤직비디오는 멤버들의 군무로 이어졌다. 퍼스트라이트는 말 그대로 몸이 부서져라 안무를 소화했다.

[퍼라 이번에 노래랑 군무 개좋다]

[지호가 진짜 X나 어려워 보이는 안무를 X나 쉽게 하는듯ㅋㅋㅋㅋㅋㅋ]

[↳나 지호 춤선 좋아해…….]

[↳평소에 민조 찐막내 위협하는 짭막낸데 무대 올라가면 섹시함]

[퍼라도 약간 연차 대비 신인 같이 느껴지는 스타일 아님?]

[↳퍼라 정도는 신인 아냐??]

[↳↳신인 연차는 아니지 이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퍼라 2시 진입 잘 나올까?]

[↳남돌은 2시 진입이 유리해 팬덤 쎄서]

[↳↳언제부터 또 1시 컴백이 유리해졌냐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니까ㅋㅋㅋ 팬들도 현생이 있지 않겠니]

[↳↳↳성적 나오면 어떻게든 트집 잡으려고]

[2시 진입이 유리하면 신인들도 다 1시 컴백하지ㅋㅋㅋㅋ]

[↳‘팬덤 있는’이라고 전제가 있잖아]

[↳↳이게 근거가 있냐고]

[반응 보니까 무조건 잘 나올 것 같은데]

[퍼라 지금까지 이런 컨셉 왜 안 했지 X나 찰떡이네 보컬 음색도 미쳤음]

[↳지금 하니까 좋은 거야]

[퍼라 해원이 일부러 이런 거 피한 거 아냐? 너무 잘 어울리는데 좀 아쉽다]

[↳나도……. 멤버들 학생일 때 반항아 같은 곡 하나 남겨 놔줬으면 좋았는데ㅠㅠ]

[↳↳어쩌라고]

[↳↳작곡멤들은 진짜 X나 갈리고 욕 먹는 게 맞구나ㅎㅎㅎㅎㅎㅎ]

[↳↳퍼라팬들이 굳이 마플 안 탈려고 말 안 해서 그렇지 해원이가 퍼라 생명 유지 시켜줘서 여기까지 온 거 마음으로 다 아는데ㅋㅋㅋㅋㅋ]

[음방 설렌다……. 무대 X나 좋을 듯]

[SJC)퍼라 이번에 하트 진입 개수 3만 무조건 넘을듯]

[↳SJC 왔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요즘 이용자 줄어서 3만 못 나와]

[↳↳SJC)그러니…….]

스파이, 박중운 매니저는 최근 이런 SJC에 관심이 많았다.

SJC는 팬과 퍼라에게 관심 있는 사람들이 뮤직비디오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한 시간 사이, SJC는 신중하게 퍼스트라이트 신곡의 진입을 기다리며 자료를 업데이트 하고 있었다.

혹시나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지 몰라서 그냥 궁금해서 좀 찾아봤는데, SJC는 관련 업계에 근무 중이었다. 어느 누구보다 진심으로 퍼스트라이트의 진입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난 후에 더 이상 찾아보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좋은 마음으로 공헌하고 있는 은둔 고수를 괜히 들쑤시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하며 2시 진입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2시.

“……이야.”

퍼스트라이트가 탑백 2위로 진입한 후, 박중운 매니저가 나지막이 감탄할 때, 매니지먼트팀 밖, VVV엔터에서 비슷한 감탄이 조금 큰 소리로 터져 나왔다. 최근 VVV엔터 사람들은 보이드 엔터를 다른 회사로 인식하고 있지 않았다. 좀 더 관심이 가고, 좀 더 비교하게 됐다.

[SJC가 넘는다잖아…….]

[퍼라 국내 미쳤네 X나 탄탄하다]

[이제 확실히 국내 인기는 퍼라인 듯]

[↳이런 말 하지 마…….]

[↳↳하지 마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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