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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356화 (356/380)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356화

콘서트 준비를 할 때는 퍼스트라이트 멤버 모두가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고 있었다.

퍼스트라이트의 모든 멤버가 시간 약속을 칼같이 지켰는데, 그중에서도 약속 시간에 좀 더 빨리 오는 사람이 자신과 정해원이었다.

안주원은 먼저 연습실에 도착해서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가, 약속 시간에 아슬아슬 맞춰 도착한 정해원을 발견하고 의아하게 물었다.

“웬일로 이렇게 시간 맞춰 와?”

정해원은 누가 봐도 피곤해하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미드 봤어. 우리 노래 들어간 거.”

“아, 차일드?”

“엉. 와, 너무 재밌어.”

정해원은 피곤한 와중에도 감동한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안주원은 드라마 관련 정보를 찾아보고 싶었지만, 오늘 콘서트 연습이 걱정돼서 아침부터 죽어라 개인 연습만 하는 중이었다.

평소에도 안무에 예민한 민지호가 이번에는 연출까지 참여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멤버 하나하나의 움직임을 철저하게 확인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연습이 끝나면 자기도 모르게 긴장했던 몸이 풀어지며 몸살 기운 같은 게 왔다.

특히 멤버 중에 안무 디테일 익히는 속도가 가장 느린 안주원은 민지호의 밀착 감시 속에서 연습하느라 더더욱 기진맥진한 상태로 숙소에 돌아와 ‘침대에 눕겠다’라는 일념으로 씻고 방으로 들어왔다.

요즘 같은 숙소에 사는 두 동생, 민지호와 한효석은 안주원이 잠들기 전에 잘 자라고 인사해 주지 않으면 삐지는 버릇이 들었는데, 오늘은 인사를 할 힘도 없었다.

예전에는 멤버들이 독립적이었는데, 오히려 성장하면서 반대로 애정을 갈구하게 됐다. 직업병인 건지, 원래 성향이 그랬는데 점점 드러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설마 오늘처럼 피곤한 날 인사 안 하고 잤다고 삐지지는 않겠지, 생각하며 그냥 잠을 청했는데.

해야 할 일을 안 하고 자서인지 밤새도록 악몽을 꿨다.

* * *

안주원은 언젠가부터 그 꿈을 꽤 반복적으로 꾸고 있었다.

깨고 나서도 괴로울 정도로 힘든 꿈이어서 남들에게는 말도 못 했다. 그냥 혼자서 원래 꿈과 현실은 반대라더라, 나쁜 꿈이 오히려 길몽이라더라 하는 생각으로 그 악몽을 잊으려 애쓸 뿐이었다.

꿈속에서 안주원은 자신의 장례식을 보고 있었다.

사랑도 웃음도 많은 부모님은 지금까지 안주원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우리 부모님이 저런 표정도 짓는구나. 절대로 부모님이 저런 얼굴을 하게 만들지 말아야지, 생각했다.

퍼스트라이트 멤버들 역시 하나하나 와서 그냥 멍한 표정으로 안주원의 영정을 보고 있었다. 영정이란 게 필요할 거라 생각도 못 해본 나이여서, 배우 활동을 시작하면서 찍은 프로필 사진이 놓여 있었다. TRV에서 예전에 실제로 찍은 사진인데, 저게 꿈에 나오는 게 신기했다.

처음에는 끔찍한 꿈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것도 서너 번 꾸고 나니까 나름으로 익숙해졌다.

악몽을 꾸는 걸 보니 엄청 피곤한 날이었구나, 하는 생각까지 했다.

안주원은 악몽이 시작되고, 어느 정도 적응을 한 후부터 그냥 밖에다 설치해 둔 테이블에 자리 잡고 앉아 있었다.

그렇게 앉아 있으니 또 멤버들이 하나씩 도착해 들어가는 게 보였다.

그 꿈속에서 멤버들은 안주원과 같은 팀에서 아이돌 활동을 하고 있지 않았다. 처음 이 꿈을 꿀 때부터 알았다. 그곳을 찾아온 멤버가 다섯 명뿐이었기 때문이다.

정해원이 없었다.

매번 그 악몽을 꿀 때마다 그랬다.

정해원이 없다는 사실을 통해, 안주원은 이 꿈이 ‘퍼스트라이트가 유지되지 않았을 때’ 일어났던 평행세계 같은 게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도 장례식을 안 오냐. 꿈이어도 섭섭하네.”

안주원이 멤버들이 뒷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렇게 앉아서 빨리 꿈이 깨기를 기다리면서, 동생들한테 잘 자라고 인사해 줄 걸 그랬다고 생각했다. 그랬으면 마음의 짐이 없어서 좀 더 푹 잤을 텐데…… 아니지, 오늘 같은 날은 걔네도 피곤해서 내 인사 안 기다렸으려나?

……그것도 좀 섭섭하네.

나름 악몽에 적응한 안주원은 평소보다 다양한 생각들을 하고 있었다. 동생들한테 인사해 주는 건 피곤한데, 두 녀석이 인사를 안 기다리는 건 섭섭한 걸 보니 아무래도 정해원에게 진상 짓이 옮은 것 같았다. 틀림없이.

그렇게 생각하다가, 잠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처음으로 밖으로 나갔다.

갑자기 그렇게 이동하게 된 건 지금 와서 든 확신 때문이었다.

그래도 그렇지, 정해원이 내 장례식을 안 온다고? 그럴 리가. 말이 안 된다.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

밖으로 나와보니 기자들이 몇 보였다. 멤버들이 기자들과 인터뷰를 해야 했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니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던 마음이 다시 울컥 치밀었다. 그렇게 밖으로 나가보니, 언덕 시작되는 곳에 모자를 푹 눌러쓰고 쪼그려 앉아 있는 사람이 보였다.

그치. 안 왔을 리가 없지.

안주원은 거기 앉아 있는 정해원에게 다가갔다가 흠칫 멈춰 섰다. 정해원이 손톱으로 자기 손등을 꽉 눌러 피가 툭툭 떨어지고 있었다.

“야, 정해원. 미쳤어?”

정해원의 표정을 보니 본인이 손에 힘을 주고 있는지도 모르는 것 같았다. 큰 상처 때문에 작은 상처는 아프지 않게 느껴지는 그런 상태였다. 정해원이 중얼거렸다.

“미안해, 주원아.”

“네가 왜?”

“미안해……. 진짜 미안…….”

그렇게 말하더니 고개를 푹 떨궜다.

뭐가 미안해. 뭐 때문에 내 장례식장에도 못 들어와. 네가 뭘 잘못했는데.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아무 말도 안 나왔다. 위로도 못 하고, 화도 못 내고. 둘 중 하나를 해야 한다면 후자를 택하고 싶었다. 울컥 화가 났다.

그 자리에서 해가 지도록 정해원은 서성거리고 있었다.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보는 것도 못 느끼고 그냥 넋이 나가 있었다.

안주원은 언젠가 정해원이 자는 사람을 깨워가며 행복하냐고 질문하던 것을 떠올렸다. 그날 정해원도 같은 꿈을 꿨던 걸까. 지금에 와서 생각하게 된다.

* * *

“……잘 자라고 안 했어.”

민지호가 안주원의 방문 앞에서 서성거리며 중얼거리자 거실에서 스트레칭을 하던 한효석이 말했다.

“형도 피곤하겠지.”

“내가 아까 연습실에서 많이 화냈나?”

“화는 안 냈는데 예민하긴 했지.”

“쭈어니 형 삐졌으면 어떡해?”

“나였으면 삐졌는데, 주원이 형은 사람이 좋잖아.”

“아, 좀 긍정적으로 말해줘.”

“그럼 딴 사람한테 질문했어야지.”

그렇게 이야기하다가 민지호가 결국 문을 두들겼다. 그래도 대답이 없으니까 그냥 문을 열었다.

깨울 생각은 아니어서 힐끔 자는 걸 보고 다시 나가려는데 안주원이 한숨 쉬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슬금슬금 가서 보니 표정이 힘들어 보였다.

“형. 쭈어니 형. 말랑복숭아.”

그렇게 흔들며 부르니까 안주원이 잠에서 깼다. 그러더니 민지호의 얼굴을 보고 안심하며 중얼거렸다.

“어어, 지호야. 깨워줘서 고마워.”

“표정 엄청 안 좋았어!”

“응, 악몽 꿨어.”

안주원이 중얼거리며 몸을 일으키자 민지호가 물었다.

“물 줄까?”

“다 컸네. 이제 그만 커.”

“알아써, 알아써.”

민지호가 낄낄거리고 웃으며 물을 가지러 갔다.

한효석도 밖에서 걱정되는지 슬금슬금 일어나 방으로 들어왔다.

“형 왜요? 무슨 꿈인데요?”

“어…….”

“말하기 힘들 정도로 악몽이에요?”

“응.”

안주원이 대답하자 물을 가져다준 민지호가 말했다.

“근데 그런 거 다 말해야 다 풀린대, 우리 엄마가.”

“그래?”

“그렇다니까?”

민지호가 확신을 가지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안주원이 물을 벌컥벌컥 마신 후에 말했다.

“내일 밥 먹으면서 말할게. 지금은 자자.”

“알았어. 악몽 꾸지 말고 자!”

“형, 제가 여기서 잘까요?”

한효석이 영 걱정되는지 물어서 안주원이 괜찮다는 의미로 고개를 저었다.

다행히 그 이후에는 잘 잤다. 더 이상 악몽은커녕, 그냥 꿈도 꾸지 않고 잤다.

* * *

점심 무렵에 일어나서, 다시 회사로 이동했다. 워낙 바쁜 시기라 다 모여서 밥을 먹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각자 시간 생기는 대로 먹었는데 오늘은 멤버들과 다 같이 밥을 먹기로 했다.

모처럼 모여서 북적북적하게 식사를 시작했다. 든든하게 먹고 연습하자고 해서, 멤버들이 먹고 싶어 하는 걸 죄다 시켜서 먹고 있는데 정해원이 말했다.

“안쭈 악몽 꿨다며. 뭐였어?”

“어, 그거.”

밥 먹으면서 이야기하자고는 했는데, 너무 멤버들이 다 모여 있는 곳에서 말이 나왔다. 여섯 명의 눈이 동시에 집중되는 게 그렇게 부담스러울 수 없었다. 안주원이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나중에 얘기해 줄게.”

“무슨 꿈 얘기를 그렇게 어렵게 해. 그냥 해.”

“말하다 체할 것 같은데.”

“그 정도야?”

정해원은 그렇게 되묻는데 별로 얘기하기가 싫어서 다시 조용히 밥을 먹었다. 다행히 정해원은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아, 안주원은 조금 마음이 편안해져 핸드폰을 확인했다. 그리고 바로 X포티파이를 확인했다.

“……어.”

“어?”

“스테이 스트리밍 오르는 거…… 미쳤는데?”

퍼스트라이트의 컴백 시기에 첫날 타이틀곡의 스트리밍 수는 215만이었다. 그리고 스포티파이 글로벌 차트 36위에 들어갔다.

그런데 오늘, CHiLD에 삽입된 STAY의 스트리밍은 현재까지…….

“300만 넘었어.”

안주원은 바로 글로벌차트를 확인했다. 지금 스트리밍 숫자면 글로벌 차트에서 10위, 11위에 걸칠 수 있을 정도의 숫자였다.

지금 밥이나 먹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 말하려고 고개를 들었다가 정해원과 눈이 마주쳤다. 정해원이 말했다.

“말 돌리네?”

“야, 이게 말 돌리는 거냐? 사람들이 네가 만든 곡을 300만 번 스트리밍했다니까, X포티파이에서?”

“나 사실 그게 뭔지 잘 모르겠어.”

“나도!”

민지호도 기다렸다는 듯이 소리치더니 일어나서 정해원을 뒤에서 와락 껴안았다.

“나만 모르는 줄 알았자나아.”

안주원은 그런 멤버들을 보며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천재들은 원래 저런가. 저 둘은 작곡과 춤 아니면 뭘 먹고 살지 걱정이 됐다.

안주원은 이런 부분에 있어서 회사와의 소통은 자기가 담당해야겠다고 다시 한번 생각했다.

그리고 멤버들의 12개 눈동자가 주는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별수 없이 반복되는 악몽 이야기를 빠르게 요약해서 해주기로 했다.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고민했다. 퍼스트라이트가 없다는 거? 정해원이 합류를 안 했다는 부분부터?

그렇게 생각하다가 개중 가장 무난해 보이는 부분부터 시작했다.

“그니까 꿈에서 내가 죽었는데.”

그 말에 황새벽이 달걀말이를 집었다가 떨어뜨렸다. 원래 먹는 거 절대 안 떨어뜨리는 사람이라 멤버들이 이번엔 그쪽을 돌아봤다. 안주원이 그 틈에 빠르게 말을 이었다.

“장례식을 하는 꿈이었어. 요약하니까 별거 아니네.”

“왜 죽었는데.”

신지운이 그렇게 물어서 안주원이 대꾸했다.

“그게 뭐가 중요해.”

“그게 왜 안 중요해.”

안주원은 신지운이 그걸 묻는 게 정말로 이상했다. 원래 이런 얘기 하면 ‘아 그거 길몽이야, 길몽’ 이러고 위로하며 끝나지 않나? 제일 이상한 건, 멤버들이 그 꿈을 꿈이라고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는 거였다. 그냥 꿈 얘기를 저렇게 심각하게 듣고 있는 걸 보니 다들 상상력이 풍부한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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