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357화
[차일드 방금 막화까지 봤다ㅠㅠㅠ 내가 오열하면서 봐서 엄마도 옆에서 같이 보다가 둘이 같이 오열하면서 끝까지 봤어ㅠㅠㅠ]
[↳개재밌어…….]
[ㅅㅍ동네 사람들 있는 곳에서 기타 칠 때 연출 진짜 좋더라]
[↳가사가 미쳤어ㅠㅠㅠ]
[차일드에 나온 노래 퍼스트라이트 노래인 거 아니]
[↳어ㅋㅋㅋㅋ?]
[↳한국 노래였어ㅋㅋㅋㅋㅋ?]
[↳와 전혀 몰랐네ㅋㅋㅋㅋㅋㅋㅋㅋ]
[퍼라 스테이 X포티파이 스트리밍 오르는 거 미친 거 아니냐]
[SJC)스테이 원래도 X포티파이에서 잘 되고 있던 편이라 8천 만 정도 스트리밍 되긴 했는데 오늘 하루에 3백 만이 올랐어]
[SJC)제발 스테이 들어줘]
[SJC)제발제발]
[SJC)한 자릿수로 들어가야 돼ㅠㅠㅠㅠㅠㅠㅠ]
[SJC)여러분의 소중한 스트리밍 하나하나가 한 자리 숫자를 만들 수 있어]
[↳아닠ㅋㅋㅋㅋㅋㅋㅋㅋ]
[↳성적충 이렇게 간절한 거 처음 봐ㅋㅋㅋㅋ]
[↳그만큼 간절한 거지]
[근데 10위권 내로 들어가면 어느 정도로 잘 된 거야???]
[↳말이 안 되게 잘 된 거지]
[↳X나 잘 나오는 거]
[스테이 성적 잘 나올 만 한 게 그냥 드라마 전체 보고 있으면 음악이 가슴에 안 남을 수가 없어 끝나고 스테이 듣는데 계속 주변이 반짝반짝하게 보이더라]
[↳알지알지 크리스마스 노래 들으면 크리스마스 생각나는 것처럼]
[↳↳공감해줘서 고마워ㅠㅠ]
[1시 가까워지니까 심장 떨린다]
퍼스트라이트가 연습 전에 밥을 먹고 있는 동안, 회사 임직원들은 한 곳에 모여서 X포티파이 차트를 기다리고 있었다.
“드라마가 이렇게 효과를 보나.”
신곡도 아니고, 타이틀도 아닌 수록곡.
사실 그동안에도 보이드 엔터에서는 퍼스트라이트의 수록곡 스테이를 주시하고 있었다.
앨범이 발매된 이후, 스테이는 국내 음반 차트 일간 순위에서 1000위 밖으로 나간 적이 없었다. 발매된 지 꽤 된 앨범의 수록곡이라고 생각하면 좋은 성적이었다.
심지어는 그 순위가 조금씩 상승하기까지 해, 얼마 전에는 아슬아슬하게 100위권에 걸쳤던 적마저 있었다.
임직원들은 주기적으로 힐끔힐끔 시계를 확인했다. 그리고 드디어 X포티파이 일간 차트가 바뀌었다.
일간 차트에서 퍼스트라이트 이름을 빠르게 찾았다. 가장 먼저 10위가 눈에 들어왔고, 실망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무심코 대부분의 사람들이 11위가 있는 방향으로 먼저 시선을 내렸다.
그러나 강효준 대표는 바로 위의 순위를 확인했기 때문에, 거의 정각에 입을 열었다.
“9위네.”
“9위? 9, 9위?”
옆에서 부대표가 허둥지둥하다가 오히려 한 박자가 더 늦어져서 9위를 확인했다.
X포티파이 글로벌차트 9위에서 퍼스트라이트의 이름이 보였다.
부대표는 숫자를 살폈다.
[3,187,811]
바로 아래 10위 음악의 스트리밍보다 1291이 높은 아슬아슬한 차이였다.
“9위!”
“우와아!”
부대표가 마음껏 소리를 지르자 직원들도 같이 거기 동조했다. 강효준 대표는 다시 한번 모니터를 보았다. 그리고 습관적으로 자기 핸드폰을 켜서 X포티파이를 켜고 글로벌 일간 차트를 확인했다.
퍼스트라이트의 스테이가 순위에 올라와 있었다. 이상하게 다 같이 모니터로 확인을 했는데도, 자기 핸드폰으로 다시 확인했을 때가 되어서야 실감이 났다.
글로벌 차트 9위에 들어갔다는 건, 오로지 케이팝 팬들의 지원만 가지고는 불가능했다. 케이팝 팬이 아니었던 대중이 들었고, 듣고 있고, 들을 것이라는 의미였다.
강효준이 말했다.
“콘서트 영상 그럼 바로 올리시죠.”
“열 시에요?”
“아뇨, 지금 올리죠.”
원래 올리기로 했던 영상이었다. 그걸 시간을 당겨 올리기로 했다.
즉흥적인 판단이었다. 하지만 강효준은 바로 지금,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될 때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국 엔터 회사들의 1시 발매는 빌보드를 노리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X포티파이를 노리기 위해서’라는 명분이 조금 더 커졌다. 그만큼 X포티파이 차트의 영향력이 커졌고, 더불어 해외팬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성적의 지표가 되기도 했다.
인기 눈덩이처럼, 원래 인기가 더 큰 곳에 더 크게 붙어 늘어나곤 했다. X포티파이 성적이 잘 나왔다는 건 국내팬뿐 아니라 해외팬에게도 어필하기 좋은 지표였다.
잠시 후 예상대로 기사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퍼스트라이트 스테이, 하루 만에 스트리밍 318만……. 1억 스트리밍 눈앞]
[드라마 ‘차일드’ 효과, 해외 음원 차트에서 9위 진입]
[퍼스트라이트, X포티파이 스트리밍 지역 1위는 미국…….]
[미국의 새로운 ‘대중 픽’ 되나 – 퍼스트라이트 스테이 드라마 효과로 美친 성장가속]
갑작스러운 드라마 효과로 전혀 예상 못한 성적이 나고 있는 순간.
강효준 대표는 좋으면서도 한편으로 긴장감을 가졌다. 이럴 때 조심해야 했다.
최근 들어 퍼스트라이트는 각종 렉카들의 관심거리가 되어 있었다. 특히 정해원이 VMC를 반파시킨 이후 그 관심은 더욱 커졌다.
어떤 관심은 가끔 불필요할 때가 있었다. 몇몇 렉카와 사생들의 관심이 그랬다.
바로 며칠 전에도 한 사생이 퍼트린 루머를 렉카를 냉큼 물어 업로드하며 일이 복잡해질 뻔한 순간이 있었다. 대처하기도 어려운 건, ‘아니다’라고 쩌렁쩌렁 말하는 게 오히려 퍼스트라이트 멤버들에게 해로울 때였다. 차라리 열애설이 크게 나버리는 건 아니라고 회사에서 선을 그을 수 있는데, 크지도 작지도 않게 퍼지는 루머들에는 대처가 쉽지 않았다.
“고소 공지 한 번 더 올릴까요?”
“아, 예, 알겠습니다.”
누가 봐도 제일 흥분한 부대표가 그 말에 달달 떨리는 두 손을 맞잡으며 말했다.
“지금 조심해야 할 시기지. 자, 다들 흥분하지 말고! 진정합시다!”
“부대표님이 제일 흥분하셨어요.”
“알아요! 나한테 하는 말이니까!”
부대표가 얼굴이 벌게서 말하자 직원들이 웃었다. 강효준은 좀 딱딱한 편이었지만, 부대표가 사람들을 잘 풀어주는 성격이라 다행이었다. 강효준은 부대표가 제 부탁에 선뜻 보이드 엔터로 따라와 준 것을 다시 한번 감사히 여겼다.
“그나저나 이 정도로 소란스러우면 멤버들 한 번 와볼 법한데.”
“해원 씨 아직도 안 왔어?”
직원들이 의아해하며 퍼스트라이트가 밥을 먹는 회의실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멤버 중에서도 정해원은 회사에서 거의 살다시피 하고 있기도 하고, 타인의 관심을 갈구하는 만큼 스스로도 남들에게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어디서 조금만 시끌시끌하면 곧바로 가서 무슨 일인가 기웃거리곤 했다.
그러던 사람이 아직도 안 나타나니 이상할 법도 했다.
“내가 가서 볼게요! 나 좀 잊어버려야겠어, X포티파이.”
부대표가 말하며 빠른 걸음으로 사라졌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렇게 나갔던 부대표마저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강효준이 회의실로 가보기로 했다.
* * *
보이드 엔터의 부대표, 홍성화는 드라마틱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 홍성화 부대표에게도 딸이 곧 초등학교에 들어가야 하는, 가장 왕성하게 돈을 벌어야 하는 시기에 이직을 하게 된 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 인생 일대의 선택은 옳았다. 이곳에서 홍성화 부대표는 ‘아티스트와 회사가 함께 성장하는’ 것을 경험했다.
원래 열정적인 사람이고, 그 열정을 사랑해온 부대표는 보이드 엔터에 이직하기 전까지만 해도 약간의 매너리즘을 느끼는 스스로에게 다소 실망한 상태였다. 이제 일에서 뿌듯함을 느낄 시기가 지난 건가, 생각했었다.
그러다 보이드 엔터에 왔고, 퍼스트라이트를 만났다. 매일매일, 벅찼다. 일에 대한 열정이 되살아났다.
오늘은 또 다른 벅참이 있는 날이었다.
빠른 걸음으로 멤버들이 있는 회의실에 도착한 홍성화 부대표는 일순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멤버들이 무거운 표정으로 입을 다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으응?”
보통 이런 성적들을 가장 먼저 아는 것은 안주원과 정해원이었다. 안주원은 원래 서치왕이라 모든 성적이 어떻게 진행되고, 어떻게 산출되는지를 직원들 이상으로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정해원이었는데, 본인이 알아내는 건 아니었고 아마 그 스파이에게서 계속 정보를 얻는 모양이었다. 가끔 그 스파이라는 사람이 직원들보다 빨리 회사 소식을 알아내 정해원에게 알려줄 때는 깜짝깜짝 놀랐지만, 이제는 놀라지 않았다.
정해원은 믿을 만한 사람이었다. ‘정해원이 신뢰하는 사람이라면 나도 믿겠다!’라고 생각한 홍성화 부대표는 그렇게 의리로 모든 걱정을 녹여 없앴다.
아무튼 멤버들이 당연히 차트 진입에 대해 알 거라고 생각하며 도착했는데, 멤버들 표정이 좋지 않았다. 다들 심각하고, 심지어는 괴로운 표정으로 안주원을 주시하고 있었다.
반면에 정해원은 핸드폰을 보며 딴짓 중이었는데, 무표정인 걸로 봐서는 진입 성적을 본 게 아닌 것이 분명했다.
정해원은 멤버들과 있을 때 늘 신이 나 있었다. 아무리 피곤해도 멤버가 말을 걸거나, 건드리거나, 심지어는 눈만 마주쳐도 히히 웃었다. 그러던 사람이 저렇게 냉한 얼굴을 숨기지 않고 있는 걸로 봐서…….
“싸웠니! 싸우지 마라!”
부대표가 문을 확 열며 말하자 멤버들의 열네 개 눈동자가 쏟아졌다. 그러더니 민지호가 벌떡 일어나서 안아달라고 팔을 벌리고 왔다. 홍성화 부대표는 질문 없이 냅다 민지호를 안아주고 솥뚜껑 같은 손으로 등을 두들기며 멤버들에게 물었다.
“왜들 그래?”
“주원이 형이 악몽 꿨는데…….”
그러고 말이 없어서, 안주원 쪽을 보니 안주원이 말했다.
“별 건 아니고. 제 장례식 하는 꿈을 꿨는데, 말해달라고 해서 말해줬더니 이래요, 애들이.”
“그래? 아, 주원아. 그거 길몽이야. 엄청 좋은 꿈이야. 승진하고 그러는 꿈.”
홍성화 부대표의 말에 안주원이 반가워하며 말했다.
“그러니까요. 드디어 정상적인 반응이 나오네.”
그러더니 신지운에게 말했다.
“보통 이런 악몽 꿨다고 하면 저렇게 위로해 주는 게 맞지 않아?”
“나도 그 정도 사회성 있어.”
“그래, 그럼 얘기 다 했으니까 연습하러 가자.”
“근데 나도 비슷한 꿈을 꾼 적이 있어서 신경 쓰인다고.”
“……내 장례식 왔어?”
“아니, 나는…… 그냥 30대쯤 됐을 때 꿈이었는데 네가 없었어.”
“…….”
이러면 안 되는데.
애들 꿈 얘기 하는데 홍성화 부대표는 울컥 감정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우리 주원이가? 죽는 꿈? 세상에 저렇게 착하고 다정한 애가 단명? 아니, 하늘이 쟤를 왜 데려가?
“우리 주원이를…… 세상에 줬다 왜 뺐어…….”
“형아들! 부대표님 울어!”
“아, 왜 이래요.”
“하여튼 우리 회사 사람들 대체로 좀 특이해.”
얼어있던 멤버들이 다급하게 하나씩 일어나 부대표에게 모여들었다. 아저씨 운다고 이렇게 와서 달래주는구나. 홍성화 부대표는 자식…… 아니, 아티스트 키운 보람을 더더욱 느꼈다.
그러고 있으니까 하도 부대표가 안 돌아와서 찾아왔던 강효준 대표가 인상을 쓰고 수상한 것 보듯이 한 걸음 물러났다.
“……뭐 해? X포티파이 9위 한 거 감격해서?”
그 말에 안주원이 휙 돌아봤다.
“우리 X포티파이 9위예요?”
“어, 방금 보니까 그렇더라.”
“9위…… 9위요? 그럼 어제 X포티파이를 쓰는 전 세계 이용자들이 우리 음악을 아홉 번째로 많이 들은 거예요?”
“그렇지. 근데 왜 굳이 풀어서 말하니.”
“우리 멤버들은 이렇게 말해줘야 알아듣거든요. 애들이 성적에 연연하는데, 잘 알아보지는 않아요.”
“아.”
그렇게 대답하면서 멤버들을 보니, 울컥해있던 녀석들이 이번에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넋 나간 표정을 하고 있었다. 안주원식 설명이 맞았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