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358화 (358/380)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358화

“부대표님!”

“민쪼야!”

“부대표님!”

“민쪼야!”

드디어 X포티파이 순위를 전해 들은 민지호가 부대표와 부둥켜안고 신나하자, 신지운이 황새벽에게 물었다.

“저 두 사람은 왜 맨날 같은 대화를 두 번씩 하는 거야?”

“우리가 알면 저기 껴 있지.”

“아, 하긴.”

그렇게 이야기하는 사이, 안주원은 슬쩍 핸드폰을 들어 X포티파이를 확인했다.

가장 먼저 악몽의 충격에서 빠져나온 것은 언제나 그렇듯 퍼스트라이트의 일에 집중하는 민지호, 그리고 악몽을 꾼 본인인 안주원이었다.

그 이후에 나머지 멤버들도 하나씩 악몽에서 벗어나 자기 핸드폰으로 X포티파이를 확인했다. 다들 그러고 있는데 정해원만큼은 X포티파이를 보고 있지 않았다.

심지어 핸드폰을 켜지도 않고 검은 화면만 보고 있어서, 강효준이 말을 걸었다.

“화면은 켜야지.”

그 말에 정해원이 고개를 들어 돌아보더니 자기 핸드폰을 다시 확인했다. 그런데 여전히 얼이 빠져서 자기가 뭘 해야 하는지 몰랐다.

요즘 정해원은 정신적으로 단단했다. 멤버들 모두 어느 정도 마음을 놓았을 정도로 상당히 양호했다.

그렇다고는 여전히 주변인 모두에게 후유증을 남겼다. 정해원이 이상하면 멤버들이 제일 먼저 알아차리고 서로 눈짓을 교환했다. 오늘도 그랬다.

정해원이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더니 말했다.

“연습하자. 빨리 몸이 힘들고 싶다.”

“와, 형.”

한효석이 기다렸다는 듯이 정해원에게 말했다.

“몸이 힘들 때의 묘미를 알아가는구나.”

“아니다, 이놈아.”

“운동이 중독성이 강하다니까.”

“아, 우리 효식은 왜 멀쩡하다가 운동 얘기만 하면 눈에 광기가 돌지?”

정해원은 투덜거리면서도 한효석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연습실로 향했다.

그렇게 둘이 먼저 엘리베이터를 타고 떠나자 나머지 멤버들도 하나하나 연습실로 향했다. 자리에 남은 홍성화 부대표가 강효준 대표에게 말했다.

“자, 갑시다! 우린 우리 일해야지!”

“그래요, 뭐…… 근데 밥부터 먹죠? X포티파이 보니까 배고픈데.”

“대표님, 내가 뭐랬어요.”

“나는 원래 항상 배가 고픈 상태인 거 아니까 굳이 이유 붙이지 말라고?”

“그거지! 반주하시죠?”

“오늘 같은 날은 해야죠. 근데 진짜 오늘은 한 병만 까요.”

“대표님만 절주하면 할 수 있지.”

“남 탓 잘하시네요.”

서로 술 땡기는 타이밍이 비슷비슷했기 때문에, 과음이 특별히 누구 탓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두 사람은 곧바로 식사 겸 반주를 하려고 회사 근처의 냉삼집으로 향했다. 소주 한 병에 맥주 한 병만 딱 시켜놓고, 부대표가 흐뭇한 투로 주섬주섬 퍼스트라이트의 포토카드, 심지어 탑로더에 곱게 끼우고 딸이 탑꾸까지 해준 포카를 꺼내며 말했다.

“오늘 같은 날 예절샷 찍어야지.”

강효준은 진심으로 전세계 40대 남성 중에 남자 아이돌 포카로 예절샷 찍는 사람은 부대표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부대표는 요즘 이걸 뭔가 ‘성공을 기원하는 의식의 절차’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다행히 여기 냉삼집이 멤버들도 가끔 와서 먹는 곳이라 사장님도 앞치마에 손을 넣고 고개를 길게 빼고 구경할 뿐 별말이 없었다. 부대표는 그렇게 예절샷을 찍고 멤버들에게 보내주기까지 한 후 잔을 채웠다.

부대표가 말했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까 건배사 한번 할까요?”

“둘이서 마시는데?”

강효준은 부대표와 일하며 많은 점이 마음에 들었지만, 가끔 과하게 열정적인 게 다소 부담스러울 때가 있었다. 그래도 일단 굉장히 건배사가 하고 싶은 모양이니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건배사보다 저 덩치에 안 어울리게 초롱반짝한 눈이 더 부담스러웠기 때문이었다.

부대표가 잔을 들고 말했다.

“첫 잔은 우리 주원이, 악몽 안 꾸게 해주십쇼, 하는 마음을 담아서 짠하시죠.”

“뭐 그런 거면.”

강효준은 부대표가 정말 멤버들을 자식처럼, 친형제처럼 여긴다고 생각하며 건배를 하고 잔을 비웠다. 그리고 강효준이 바로 양쪽 잔을 채우자 부대표가 말했다.

“우리 퍼스트라이트 대박 나자!”

그러자 옆에서 사장님이 집게를 들고 같이 동조해줬다.

“대박 나자!”

“아이구, 사장님 감사합니다.”

“아이, 내가 감사하지.”

그렇게 인사를 하고 두 번째 잔을 비웠다. 소주가 좀 들어가고 나니 그제야 강효준은 긴장이 풀어지는 기분이었다.

* * *

[SJC)함께 스트리밍해주신 불특정다수의 여러분 고마워 덕분에 9위 들어감]

[SJC)여러분이 아니었으면 못 들어갈 수도 있었어]

[↳아니 근데 진짜 SJC 아니었으면 9위 못 할 수도 있었던 게 스트리밍 차이 10위랑 1291밖에 안 나ㅋㅋㅋㅋㅋ여기서 홍보한 덕 분명히 봤을 듯]

[↳나도 SJC가 스트리밍 해달라고 한 거 보고 스테이 스트리밍함ㅋㅋㅋㅋㅋ]

[↳↳SJC)고마워 여러분 덕분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SJC)오늘 스트리밍 추이 보면 이틀차도 300만 확실하게 넘을 듯]

[퍼라는 곡도 좋은데 운빨도 따라주는 듯ㅋㅋㅋㅋㅋㅋX발 그 드라마를 보고 어떻게 스테이를 안 들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햇살인데 지금 얼떨떨해 이거 맞아? 우리 애들 곡이 왜 9위에 있어……?]

[↳나도 실감 안 나ㅋㅋㅋㅋㅋ갑자기요ㅋㅋㅋㅋ?]

[↳심지어 신곡도 아니고 수록곡이 갑자기 치고 올라오니까 햇살이들도 당황한 듯ㅋㅋㅋㅋ]

[야 나 해외 사는데 진짜 지금 퍼라 그냥 잘 나가는 정도가 아닌데ㄷㄷㄷ?]

[↳그 정도야?]

[↳↳지금 분위기 봐서는 스테이 하나만 가지고 해투 돌아도 될 정도임]

[퍼라 앨범 해원이 합류하고 난 이후에는 다 명반이야 진짜 이거보다 더 잘 됐으면 좋겠다ㅠㅠ]

[퍼라는 곡도 좋은데 보컬들 미친 것도 클 듯]

[↳당연히 크지]

[↳여긴 맏막즈 음색이 미쳤잖아ㅋㅋㅋㅋ]

[↳퍼라 멤버들 음색 다 좋고 노래 다 잘하더라]

[↳↳진심 다 잘해 해원이 합류 때까지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하나같이 X나 늘었음ㅋㅋㅋㅋㅋ]

[↳↳↳보컬 좋으니까 콘서트 X나 재밌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퍼라 진짜 콘서트 가면 평생]

[선재 보컬이 진짜 미칠 것 같더라 해원이가 아련청량 만들면 그냥 선재가 찰떡같이 살림]

[↳그래서 퍼라 노래 커버하면 그 맛이 안 살아…….]

[퍼라 이번에도 고척???]

[↳ㄴㄴ]

[↳잠실]

[어?ㅋㅋㅋㅋㅋ퍼라 콘서트 잠실에서 해ㅋㅋㅋㅋㅋ?]

[퍼라 뭔 생각으로 잠실 잡았대? 고척 뭐하고]

[↳고척이 일정이 비는 날이 없대]

[↳↳왜?? 고척에 행사 많아서?]

[↳↳↳야구해야지…….]

[↳↳↳야구장이거든…….]

[어차피 잠실 일부만 개방해서 콘서트들 하잖아 알아서 하겠지]

[이번에 잠실도 겨우 잡았다던데]

[↳아니 진짜 공연할 팀은 있는데 공연장이 없는 게 말이 되냐ㅠㅠ]

[↳↳그래서 맨날 해원이 돈 벌면 꿈이 공연장 짓고 싶다고ㅠㅠ]

[↳↳↳인프라 졸라 문제다 진짜]

[↳↳↳공연장은 꼭 돔 아니어도 되는데…….]

[퍼라팬들 요즘 해원이 때문에 인프라 입에 달고 사네]

[↳이게 체급 커지니까 점점 실감 돼…….]

[잠실콘 가본 분들 잠실콘 어때??]

[↳나는 솔직히 고척보단 좋았어]

[↳솔직히 날씨만 좋으면 기억에 오래 남는 게 야외콘이듯]

[↳4월 근데 좀 춥긴 할 거여 옷 따듯하게 입고 가ㅠㅠ]

[근데 이번 셋리에 스테이 있나?]

[↳없어도 넣겠지ㅋㅋㅋㅋㅋㅋ]

[↳야외에서 스테이 하면 X나 사기적으로 좋겠다]

* * *

나는 연습실에 와서도 잠깐 정신을 못 차렸다.

생각을 못 해봤다. 내가 보고 온 과거이면서, 미래인 시간들을 멤버들과 공유하게 될 거라고는.

지금 나에게 제일 무서운 건 아무래도 현실이라 생각하는 이 순간이 꿈은 아닌가, 하는 거였다. 나는 아이돌이 되지 못했고, 안주원은 없는 세상? 말도 안 되지. 그게 현실이라면 그런 현실로 돌아갈 수 없다. 꿈이라면 깨지 않고, 미친 거면 계속 미쳐 있어야지.

내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으니 음악이 끊겼다. 정신을 차려보니 민지호가 내 바로 앞에 와서 서 있었다.

“어, 미안.”

“…….”

평소의 민지호와 연습할 때의 민지호가 동일 인물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둘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전자의 민지호는 형아 좋아 애교 뿜뿜 강아지지만 후자의 민지호는 맑은 물을 그대로 얼려 놓은 것 같았다. 차가움이 투명하게 비친다.

“형.”

“응.”

“우리가 우울한지, 신나는지 햇살이들은 몰라야 해.”

“…….”

“팬들이 돈 내고 우리 기분 어떤지까지 알아야 해?”

민지호의 말에 나는 허 웃었다. 내가 예전에 멤버들에게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받고 있다. 다 기억하고 있었나 보다. 이렇게 돌려주려고.

언제나 그랬다. 처음부터, 민지호는 강경하게 나를 무대로 끌고 올라왔다. 내가 늦게나마 멘탈을 잡을 수 있었던 것도 민지호 덕이 컸다. 민지호는 무대 외에는 아무것에도 관심이 없었으니까. 본인이 그랬기 때문에, 내가 무대를 사랑한다는 걸 한 점의 의심 없이 확신했다. 그래서 나에게 무대를 주려 한다. 언제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미안해. 알겠어.”

“자, 우리 집중해서, 방금보다 조금만 더 잘하자.”

‘방금보다 조금만 더 잘하자’라는 건 민지호가 꽤 자주 쓰는 말이었다. 좀 전에 못 했다는 말이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에 가까웠다.

방금도 잘했지만, 이번에는 그것보다도 더 잘하자는 뜻이다. 우리는 바로 연습에 집중했다.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해보기로 했다.

* * *

연습이 끝나고 나는 작업실로 향했다.

회사에는 불이 여기저기 켜져 있었다.

스테이가 갑자기 어마어마한 반응을 보이며 흥행한 게 문제였다.

원래도 스테이는 세트리스트에 있었는데, 콘서트 연출에 참여한, 민지호를 포함한 연출진은 스테이를 앵콜 곡으로 넣어 두었다. 그런데 회사에서 그걸 좀 더 전면으로 드러나게 만들어줘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을 냈다.

나는 어느 쪽이든 회의에 맡기고, 내 작업을 하기로 했다. 이제 투어를 시작하면 작업을 할 시간이 부족할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이렇게 길게 투어를 해본 적이 없어서, 내가 투어를 가서 작업을 잘하게 될지, 아닐지를 예상할 수 없다. 그러니 지금 최대한 작업을 해둘 생각이었다.

그렇게 작업을 하고 있을 때, 작업실로 누군가가 들어왔다. 안주원이었다.

“해원아.”

“응.”

왠지 눈을 마주치기가 힘들어서 화면만 보고 있는데 안주원이 소파에 앉았다.

그러더니 한참 내가 하는 걸 보다가 입을 열었다.

“일해?”

“어, 최대한 해놔야지, 투어 전에.”

“있잖아.”

“어.”

내가 그렇게 대답하는데 안주원이 말했다.

“꿈에서, 내 장례식에 왔더라. 너.”

“…….”

나는 고개를 들고 안주원을 봤다. 안주원이 말을 이었다.

“이상한 소리일 수도 있는데. 내 꿈에서는 네가 합류를 안 해서, 퍼스트라이트가 한참 전에 끝이 났었거든. 그런데도 네가 왔더라.”

“…….”

“꿈이긴 했는데. 그래도 뭔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가, 안주원을 보고 있으니 녀석이 말을 이었다.

“네가 잘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뭔 소리야.”

“나도 몰라. 그냥. 그렇게 생각했어.”

“……아, 꿈이라서 진짜 다행이다.”

꿈이다.

그건 꿈이고, 이건 현실이다.

“그게 꿈이지, 그치…….”

가끔 실감 나는 꿈을 꾸면, 꿈에서 깨고서도 현실과 혼동될 때가 있었다. 지금이 그랬다. 나는 현실에 적응하려 몇 번이고 그 꿈들과 선을 그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현실감이 든 후에, 나는 힘없이 웃음이 나서 물었다.

“근데 내가 진짜 갔어?”

“안에는 안 들어오고, 밖에 있더라.”

“와, 진짜 나답다.”

내 말에 안주원이 웃었다. 동의하나 보다. 그래서 나도 웃었다.

그렇게 웃다가 안주원이 말했다.

“근데 우리. 스테이 진짜 어떡하지. 너무 무섭게 잘되는데.”

“아, 맞다.”

그렇게 정신이 든 후에야 나는 스테이를 떠올렸다.

어, 잠깐만…… 스테이가 9위랬나…… 어? 9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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