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360화
[SJC)…….]
[SJC)행복이 이런 걸까]
[SJC)퍼라 성적 재밌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JC 진짜 행복해 보인다ㅋㅋㅋㅋㅋㅋㅋ]
[↳아니 퍼라가 성적이 잘 나왔는데 SJC 행복해 보이는 게 부러운 이유가 뭐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누가 봐도 걍 찐행복이라ㅋㅋㅋㅋㅋㅋㅋㅋ]
[↳↳나도 뭔가 부러워 취미에서 오는 행복감이 또 다르잖아]
[↳↳↳맞아 취미에서 오는 찐행복이 진짜 대체가 안 돼ㅋㅋㅋㅋ]
[스테이 일간 어디까지 올라가는 거예요?]
[↳그러게 스테이 지금 몇 위야?]
[↳7위!]
[↳SJC)스트리밍 숫자만 보면 지금 차트 1위에 있는 곡은 오래 버틸 거 같아서 안 되더라도 2위까지도 무난하게 찍을 수치인데……. 내일 발매되는 신곡들 때문에 4위가 맥스일 듯]
[↳↳너는 진짜 뭐야……?]
[↳↳아니 성적충 어디까지 파는 건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스테이 빌보드 핫백 17위ㅎㅎㅎㅎㅎㅎ 미쳤다 진짜]
[↳적응 안 돼 이거 뭔데 세상이 나한테 거짓말하는 것 같음]
[↳드라마 하나 잘 되는 힘이 이렇게 세구나……. 내 돌도 이런 거 하나 터졌으면 좋겠다ㅠㅠㅠ]
[↳↳솔직히 곡이 안 좋았으면 못 받아먹었지]
[↳↳스테이가 워낙 명곡이라서 그래]
[정해원 커리어 어디까지 가냐 무서울 정도네]
[↳여기에 로체스터까지 나오면ㄷㄷ]
[↳지금 오퍼 미친 듯이 쏟아질 듯]
[↳↳그니까ㅋㅋㅋㅋ 클라루스 작업할 때부터 오퍼 이미 많았을 텐데]
[이런 사람이 운 나쁘면 아예 음악 안 하고 살았을지도 모른다는 게……]
[↳인생 진짜 한끗 차이다]
* * *
상태창이 알려준 대로, 매일매일 스테이의 성적이 경신되었다. 그리고 그 바로 뒤로, 우리 앨범에 영어 수록곡들이 X포티파이에 차트인했다.
우리는 최종 리허설을 위해서 서울 외곽의 체육관으로 향했다. 체육관에 들어서 보니 최대한 현장감이 들도록 신경 써서 리허설을 준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체육관에 림이 있어서 내가 사운드체크를 하고 있는 동안, 남은 멤버들은 스트레칭을 하거나 농구를 했다.
이렇게 큰 공간에서 편곡한 음악이 처음 흘러나올 기회가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나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소리에 신경을 기울였다.
어찌 보면 너무 소소해서, 굳이 바꿔야 하나 싶은 부분들도 있었다. 그래도 그 소소한 디테일들이 어떨 때는 결과적으로 큰 차이를 만들기도 했다.
마지막에 마지막 순간 추가한 작은 안무가 킬링파트가 되거나, 믹싱까지 끝냈는데 딱 한 마디의 가사를 수정하느라 재녹음에 들어갈 때.
그런 것들이 노력이라는 이름으로 차곡차곡 쌓인다. 연차가 쌓인 후에 뒤돌아봤을 때, 그 쌓여 있는 노력들이 결국 ‘퍼스트라이트’라는 팀의 개성이 되어 있는 걸 발견한다.
“새부기야.”
내가 부르니까 벤치에 누워 있던 황새벽이 바로 알아듣고 멤버들에게 말했다.
“얘들아, 시작하자. 모여.”
멤버들은 황새벽이 부르자마자 바로 농구공을 놓고 동선 위치로 달려왔는데, 정작 황새벽은 덮고 있던 야상에서 빠져나와 몸을 일으키고 우리가 있는 곳까지 오는데, 한세월이 걸렸다. 다른 사람이 느리면 뭐라고 할 텐데, 황새벽이 늦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도 놀리기는 했다.
“새부기 뛰어!”
“뛰고 있어…… 체육관이 크네…….”
“형 매일 트레드밀이라도 뛰어요.”
한효석의 그 말에 옆에서 박선재가 대꾸했다.
“놀랍게도 저 형 은근 매일 뛰긴 한다?
“어, 진짜?”
“응. 멤버들 없을 때 몰래.”
“몰래 뛰는데 넌 어떻게 알아.”
“몰래 뛰지만 혼자는 외로우니까 나 데리고 가지.”
“……그게 몰래야?”
한효석은 왠지 약간 섭섭해했다. 운동을 자기 몰래 했다는 게 섭섭한 것 같다. 솔직히 섭섭할 만하다.
박선재가 말을 이었다.
“아무튼, 나름으로 열심히 해. 근데 체력이 안 느는 거야.”
“역시 힘은 근육에서 나오는…….”
“아니, 새벽이 형은 운동하면 그냥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한다니까. 살아서 돌아다니는 게 신기해, 나는.”
박선재의 말도 맞았다. 사람마다 다 타고난 것들이 있다. 황새벽은 운동을 해도 골골대는 몸을 가지고 태어난 거다. 팔심만 미친 듯이 쎈 것까지도 타고난 거겠지. 아무튼 황새벽까지 자리에 서고, 우리는 세트리스트의 순서대로 리허설을 시작했다.
이번 콘서트는 ‘친구’, ‘우정’ 같은 것들에 대한 메타포를 왕창 집어넣었다. 콘서트를 관통하는 흐름의 내용은 단순했다. 퍼스트라이트 사이의 우정에 금이 갔다가, 더 단단해져서 한 팀이 된다는 거였다. 원래 무엇이든 큰 흐름은 단순한 게 좋다는 게 우리 모두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민지호는 연출팀과 함께 그 컨셉에 맞춰서 세트리스트를 짜고, 멤버들이 언성을 높여가며 지적하면 같이 싸우다가 수정하고, 또 싸우고, 또 수정하면서 지금의 세트리스트를 완성했다.
연습 중간, 우리는 모여서 오프닝 VCR을 함께 보고, 우리도 모르게 감탄했다.
“와, 좀 멋있다.”
“좀? 그냥 멋있는데.”
우리가 신이 나서 VCR을 확인하고 웅성웅성하고 있으니, 연출팀에서 뿌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솔직히 자랑스러워할 만하다. 때깔이 좋아도 너무 좋았다. 원래 우리 멤버들이 잘생기기도 했는데, 영상에서 얼빡으로 보니까 감탄이 나왔다.
“야, 우리 영상이 좀 더 낫다.”
내 말에 안주원이 대꾸했다.
“실물이 낫다며.”
“이건 영상이 난 것 같은데.”
“왜, 나 잘생겼는데.”
요즘 들어 안주원은 자기 얼굴에 자부심이 많이 늘었다. 물론 잘생긴 거 아는데 지 입으로 잘생겼다니까 또 약간 짜증나고 그러네?
내가 말했다.
“주원아, 형이 신지운이랑 그만 놀라고 했지? 애가 점점 이상해져.”
“아니, 안주원 저러는 것도 내 탓이야?”
옆에서 신지운이 억울해서 툴툴거렸다. 그래서 나도 같이 툴툴거렸다.
“그럼 얘가 누굴 닮아서 저래.”
“나긴 한데. 형도 잘못했지. 형이 맨날 쟤 잘생겼다고 해주니까 저렇게 된 거 아니야.”
“와, 억울하네, 진짜. 너랑 있는 시간이 훨씬 긴데, 네 탓이지.”
우리가 티격태격하니까 옆에서 안주원이 우리 둘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말했다.
“나는 내가 알아서 컸어. 무슨 육아 책임 전가하는 것처럼 나 두고 싸우지 말아주겠니.”
“네가 뭘 알아서 커. 너 은근 손 많이 가.”
내 말에 신지운이 동의했다.
“맞아, 너 손 엄청 많이 가.”
“……나? 내가? 아닌데?”
안주원은 태어나서 그런 말 처음 듣는다는 표정으로 우리를 번갈아 봤다. 근데 안주원이 은근 손이 많이 간다는 것도 사실이다. 쟤는 자기 의견이 강하지 않고, 남들이 좋다고 하면 그저 따라주려는 성향이 강하다. 우리는 그런 안주원이 의견을 말하지 않아도 알아차려 주는 것에 특출나게 되었다. 거기에 대해서 모처럼 의견이 맞은 나와 신지운은 안주원을 몰아가다가 다시 VCR을 봤다.
VCR 하나가 끝나면 옆에서 연출팀 스태프가 세트리스트, 멘트 들어갈 곳을 알려줬다. 그리고 다시 VCR, 그리고 세트리스트. 말만 들어도 빡센게 느껴지는 세트리스트였다.
“오우, 빡세고 좋다.”
신지운의 말에 민지호가 신이 나서 말했다.
“좋지!”
“어, 좀.”
“많이 좋자나! 솔직하게 말해!”
“많이 좋다, 엄청 좋아, 아주.”
“꺄아!”
민지호에게 공치사를 좀 해주고, 우리는 다시 연습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이틀 동안 체육관에서의 연습을 마무리했다.
* * *
그리고 이틀 뒤에 공연장에서 런스루 리허설이 있었다. 나는 멤버들이 도착하기 하루 전날, 사운드체크를 하기로 했다.
잠실 주경기장.
나는 운전석에 앉은 강효준 대표에게 물었다.
“형 폭죽 많이 써요?”
“어, 회사 망할 정도로 쓸 거야.”
그 말에 나는 히히 웃었다.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경기장에 도착할 즈음 길이 막혔다. 신호에 걸렸을 때 핸드폰을 확인한 강효준이 말했다.
“스테이 4위다.”
“글로벌 차트요?”
“응.”
“우리 대박났네요?”
“아직 부족하지.”
“형 저랑 계약할 때 이 정도로 잘될 거 알았어요?”
“전혀.”
“실망스럽네.”
그렇게 실망한 시늉을 했지만 솔직히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불확실 속에서, 확실하게 투자해준 강효준 대표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그러는 사이, 상태창이 떴다.
[(STAY)의 S+급 히트가 확실시 됩니다]
[(STAY)가 스포티파이 글로벌 차트에서 4위를 기록합니다]
[(STAY)가 빌보드 핫백 차트에서 17위를 기록합니다]
[최고 순위를 기록했습니다]
[보상을 획득합니다]
[현재 가장 필요한 보상을 판단합니다]
[판단 중…….]
[판단 중…….]
[보상을 획득했습니다]
[모든 체력이 회복됩니다]
[성대 상태가 최상으로 회복됩니다]
[모든 정신력이 회복됩니다]
[평온한 상태입니다]
오, 좋다, 좋아.
요즘 들어 스템이는 나에게 ‘체력 회복’을 틈틈이 퍼다주는 중이었다. 애가 손이 커졌다. 오구 기특해. 오구 착해.
[추가 보상을 획득합니다]
그리고 아마도 진짜 보상일 상태창이 떴다.
[퀘스트 발생]
[종장.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오.
나는 계속 그걸 보고 있었고 상태창이 이어졌다.
[‘과거의 미래’를 수정하세요]
[현재 상태에 영향을 미칩니다]
[‘퍼스트라이트 정해원 외 6인’의 정신력이 회복됩니다]
와.
안 그래도 필요하던 거였다. 나는 멤버들이 ‘과거의 미래’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게 신경 쓰였다.
근데 그거보다 쓰이는 건 그 ‘과거의 미래’ 자체다. 완전히 사라진 이야기일 수도 있다. 정말로 없었던 일로 완전히 삭제되어버린 걸 수도.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왠지, 그 세계의 내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세계의 멤버들이 늦게라도 좋으니 퍼스트라이트를 하고 있었으면 좋겠다. 안주원이 우울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중이, 무엇보다 햇살이들이 나를 사랑해줬으면 좋겠다.
지금 이곳에 내가 그런 것처럼.
[추가 보상]
[L급 히트곡 제작을 확정합니다]
나는 상태창을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
……스템아, 나 그건 별로 필요 없는데?
체력이야 내가 일하는 걸 좋아하니까 더 일할 시간이 많으면 좋겠다. 집중력도 좋아지면 좋겠고, 성대 상태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그래서, 시스템의 도움으로 엄청나게 유명한 곡을 작곡하고 싶은가 하면.
그건 아니다.
레전드 히트곡을 만들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다.
내가 할 수 있을 것 같거든.
우리 멤버들과 함께, 충분히 달성할 것 같거든?
나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우리 스템이가 또 가아아아끔 삐질 때도 있는 녀석인 것 같아서 수습할 말을 생각해봤다. 근데 해줄 말이 하나밖에 없다.
‘나한테 기회를 준 것만으로도, 완벽했어.’라는 말.
이건 정말로 진심이었다. 나에게 기회를 준 게 고마웠다. 아마 나에게 주어진 이 삶을 평생 감사하게 생각하게 될 거다.
다행히 스템이는 삐지지 않았다.
[현재 가장 필요한 보상을 판단합니다]
[판단 중…….]
[판단 중…….]
[약 3일 5시간 27분 8초가 소요됩니다]
스템이는 다시 나에게 줄 보상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나는 내 기회에게로 향했다.
무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