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362화
regular_1228, 이재희는 멍하니 무대를 바라보았다.
LED 패널에는 Bad influence와 이 제목이 정해지기 전 가제였던 Fellas, 그리고 이번 콘서트의 이름인 Be a friend가 검은 글씨로 번갈아 떠올랐고 그 글씨들을 사냥하듯이 조준경으로 보고 있는 듯한 이미지가 겹쳐졌다.
잠시 후 천천히 LED 패널이 문처럼 양쪽으로 열리고, 그 안에서 철제구조물이 등장했다. 바둑판처럼 격자로 되어 있는 구조물은 2층으로 되어 있었고, 멤버들이 1, 2층으로 나뉘어 서 있었다.
첫 곡은 미니 7집 타이틀곡, Bad influence였다.
[higher and higher 악영향이 미치는 범위]
[bad bad bad my goodfellas]
[bad bad bad my goodfellas]
[내일이 없는 듯이 now or never]
[사랑은 끝이 있지만 우정에는 없어]
[As if it's our last 그래도 새벽은 올 테니]
멤버들의 각 파트가 끝나면 다음 파트 전까지 간격을 두는 식으로 편곡이 되어 있었고, 팬들은 그사이 시간을 충분한 환호로 채워 넣었다.
이재희가 중얼거렸다.
“아, 너무 좋은데…….”
완전히 밝은 시간은 지나갔고, 일몰을 향해 조금씩 기울어진 해는 새파랗던 하늘을 천천히 금빛으로 물들일 예정이었다.
콘서트가 시작되는 시간에 잘 맞춘 오프닝이었다. 멤버들이 서 있는 구조물들이 금빛으로 보였다.
첫 번째 착장은 테크웨어였는데, 모든 멤버들이 겹치지 않게 골고루 신경 써서 입혀놓았다. 팬들은 의상에 만족하며 다시 한번 이예영과 퍼라가 평생 함께하기를 기도했다.
멤버 한 명, 한 명에 감동하며 확인하던 이재희가 심장을 부여잡았다.
“주원이…… 쟤 옷이 왜 저래…….”
다른 멤버들도 잘 입혔지만 오늘 안주원은 아주 작정을 하고 나온 사람 같았다. 위에 이너 없이 재킷을 걸쳤고 목걸이를 레이어드해 걸고 있었다. 최애는 최애고 안주원은 안주원이라는 말이 있는 만큼, 전광판에 안주원이 보일 때 환호성이 커졌다.
이렇게 멤버 일곱 명이 전부 소개되고, 멤버들이 구조물로부터 무대로 내려왔다.
이재희는 가까워지는 정해원을 발견하고 자기도 모르게 ‘와……’ 진심 어린 탄성을 했다.
오늘은 팬들에게 반응이 좋았던 그대로 검은색 목폴라를 입고, 그 위에 테크웨어라는 컨셉에 맞게 다양한 벨트를 두르고 있었다. 거기에 검은색 가죽 장갑까지 올블랙 착장이었다.
멀리서 볼 때도 차가웠지만 바로 앞에까지 오면 차갑다는 말도 부족할 정도로 냉기가 흘렀다.
정해원은 팬들 쪽을 보면 바로 웃기 시작하는 본인을 알아서 일부러 고개를 숙이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동선 자기 자리에 서는 사이에 댄서들이 무대로 올라왔다. 그리고 바로 다음 곡으로 이어졌다.
[hidden in a cave 속임수로 시작돼]
[Over the years 비밀 속의 소년은 자라]
[세상이 속여도 나를 키운 6 Godfathers]
[뒤집힌 world 그 자리를 차지하는 나의 형제]
신지운의 랩으로 시작되는 정규 3집 리패키지 타이틀곡 크로노스였다. 오프닝 무대가 보는 사람도 숨 가쁠 정도로 빡세게 흘러가고 있었다.
[태양은 깨지고 세상은 사라져]
[기도를 멈추고 하늘에게 등을 돌려 Right now]
[룰은 모조리 어기고 달려들어, 크로노스]
[Fight away, 살아남을 방법은 그것뿐]
LED 패널에는 나무가 온 사방으로 가지를 뻗어 나가는 이미지가 반복됐다.
[상상조차 못 했던 일을 해야 해]
[적은 안과 밖, 위와 아래]
[세상을 뒤집는 법을 배워야 해]
[소년은 자라 나무가 되어]
[한 숨은 세상으로 번져]
[다른 생명이 숨 쉬게 해(산소처럼)]
두 번째 곡인 크로노스가 끝나고, 멤버들이 돌아서서 댄서들 사이로 사라진 후 가면을 쓰고 다른 댄서들과 뒤섞였다.
그리고 이어서 들려오는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수록곡, 다크나이트가 이어졌다.
[밤이 깊어 가면은 정의와 불의를 감추고]
댄서와 멤버들이 섞였다가, 모였다가, 흩어지는 안무는 큰 무대를 활용해서 동선을 쉼 없이 바꾸는 것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댄서들의 등을 뛰어올라 넘어서는 민지호의 안무에 팬들이 다시 환호했다. 가면을 써도, 팬들은 춤선으로 멤버들을 알아볼 수 있었다.
퍼스트라이트의 잠실 주경기장 첫 번째 콘서트의 첫날.
영원히 잊지 못할 장면들이 연달아 이어졌다.
* * *
세 곡의 무대가 끝나고, 인사 시간으로 넘어갔다.
“인사드리겠습니다, 서드 세컨.”
“퍼스트, 안녕하세요, 퍼스트라이트입니다!”
황새벽의 선창으로 팬들을 향해 크게 인사한 후 민지호가 손을 흔들었다.
“햇살이들! 벌써 재밌지!”
민지호의 자신감에 멤버들은 고개를 돌려 웃고, 팬들은 재밌다고 대답했다. 한효석이 옆에서 말했다.
“보통은 재밌어요? 라고 물어보지 않아? 내가 지금까지 본 콘서트에서는 다 그랬는데.”
“당연히 재밌는 거 아니까!”
민지호의 말에 안주원이 말했다.
“나는 지호의 저 자신감이 좋아.”
그러자 박선재가 가져다준 물을 마시며 정신을 차린 황새벽이 동의했다.
“나도.”
그리고 멤버 개인 소개와 인사가 시작됐다.
서 있는 순서대로 박선재가 먼저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퍼스트라이트 막냉이, 선재예요.”
그리고 손으로 하트보다는 C형태에 가깝게 만들어 볼하트를 하니까 옆에서 정해원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끄덕거렸다. 박선재가 민망해하며 말했다.
“아, 해원이 형이 손 모양 이거 하래요.”
“선재 이니셜이 뭐예요, 햇살이들. 큐트의 씨니까.”
그 말에 옆에서 신지운이 말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더 귀여운데.”
그러자 민지호가 말했다.
“햇살이들! 아자몽 실제로 보면 생각보다 더 크지!”
“안 커!”
그렇게 소개를 하고, 다음 무대로 넘어가기 전에 정해원이 물었다.
“맞다, 햇살이들 주원이 옷 어때요?”
정해원의 말에 팬들이 호응했다. 안주원이 두 손으로 목덜미를 가리며 말했다.
“오늘…… 햇살이들한테 제 의지를 좀 보여주려고요. 내가 오늘 작정했다.”
“네, 그래 보이세요.”
옆에서 신지운이 대답하는 말에 팬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졌다. 그러다 한효석이 박선재를 가리키며 말했다.
“햇살이들, 막냉이도 사실 비슷한 옷인데.”
“근데 나는 이너 입었어.”
“얘는 입었어요.”
“햇살이들은 나 배 조금만 보여도 가리라고 난리거든.”
“지켜주고 싶은 거지.”
“근데, 나도 이제 다 커서 햇살이들 지켜줄 수 있어.”
박선재의 말에 팬들은 물론, 라이브 스트리밍을 보고 있는 사람들까지 반응했다.
[선재가 자기 이제 커서 햇살이들 지켜줄 수 있대…….]
[↳나도 그 멘트에서 기절할 뻔…… 국선아 그 애기가 언제 이렇게 컸냐ㅠㅠㅠㅠ]
[↳근데 진짜 선재 완전 어른이더라 얼굴선이 남자야]
[↳↳그래도 햇살이들 싫어한다고 열심히 가리고 나옴ㅋㅋㅋㅋㅋㅋ]
[↳↳↳막내는 막내야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퍼라 다 X나 말랐다…….]
[퍼라 많이 먹는 걸로 유명하지 않아? 어떻게 말랐어?]
[↳먹을 때 많이 먹는데 관리할 때 미친 듯이 쪼여]
[↳애초에 퍼라는 관리주간이 개같이 길더라]
[크로노스 이렇게 좋은 줄 몰랐다ㅠㅠㅠ 활동 오래 하지ㅠㅠㅠㅠ]
[↳이거 진짜 야외콘에서 부르니까 느낌 너무 다르더라 안무 개잘만들었어]
[↳야외에서 보니까 진짜 쾌감…….]
[다크나이트 할 때 가면 쓰고 멤버들 사라지는 거 진짜 오졌다]
[↳이때 덕심 울리는 거 보고 내가 덕후였다는 걸 기억해냄]
[↳다크나이트는 노래도 X나 좋네]
[↳↳다크나이트가 퍼라 노래 중에 거의 처음으로 수록곡인데 차트인 오래 버틴 곡이었던 듯????]
[보이드 양일 다 온콘 줘서 다시 한번 고맙다ㅠㅠㅠ]
[어딜 가도 다 퍼라 콘서트 얘기 밖에 없네ㅋㅋㅋㅋㅋㅋ 재밌어? 내일이라도 지를만 해?]
[↳ㅇㅇㅇ아직 극초반이지만 확신함]
[↳당장 질러]
[↳늦으면 딜레이라도 구해봐ㅠㅠㅠ 진짜 꼭 봐야 돼…….]
* * *
이후 VCR이 이어졌다.
여기저기서 쫓겨나고, 스스로 걸어 나온 퍼스트라이트 멤버들이 각자의 어려움에 빠져 있는 장면이었다.
비를 맞거나, 물에 빠지는 등 모두 역경을 ‘물’로 표현했다.
[와 주원이 진짜 수장당할 때 제일 잘생긴 남자…….]
[↳아니 이거 이상하지 않냐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진짜인 게 웃김]
[↳주원이 진짜 물에 빠질 때 개잘생기긴 했어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래도 이 팀에 강아지는 지호밖에 없는 듯 비 맞는 거 진짜 댕댕이 가틈…….]
[↳효식이도]
[↳↳효식이는 대형견]
[↳↳원래 지운이도 본인 강아지로 밀었는데 자몽에 꽂혀가지고ㅋㅋㅋㅋㅋㅋ]
VCR이 끝나고 빗소리가 먼저 들려온 후, 흰색 계열의 의상을 입은 멤버들이 무대에 올라왔다. 미니 5집 타이틀, 레트로풍의 신스팝 summer가 흘러나왔다.
[잘 가 잊어버릴게 여름에 잠깐인 사랑처럼]
[너도 날 잊어버리길 재미없는 영화를 본 것처럼]
[어쩌겠어 반만 잊는 건 나에게 잊는 게 아닌데]
[나는 100% 널 지울 거야 너도 그러길]
빗소리를 섞어 편곡한 음악을 듣고 있으면 맑은데도 비가 오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summer가 끝난 후, 잠시 조용해지면서 멤버들은 입고 있던 옷 위에 재킷을 걸쳤다.
화려한 재킷 하나로 의상은 완전 다른 분위기가 되고, 이내 미니 7집 수록곡이자 송캠프에서 만들게 된 발라드, ‘우산’이 흘러나왔다.
[설렘이란 익숙함 속에 한잠 잠들었던 듯 해]
[사랑조차 시간이 재운 듯이 고요해졌던 시간]
[깊은 밤도 아름다운데 내 마음은 저 바다에]
[시간이 마음을 잠들게 한 건 아닐까 고민해]
[나른한 밤공기와 약간의 취함에]
[어두워지는 길에 가로수의 빛이 번지던 날]
[창문 너머 익숙한 우산이 보여]
[설렘은 항상 곁에 있었는데]
[비 오는 우산 아래 머물렀는데]
[또 다시 한 번 너야]
[오늘의 비도 설레 날씨는 반복돼도 질리지 않아]
[나에게는 네가 그래 그래서 네가 나에게 설렘인 거야]
하늘에 완전히 노을이 드리워진 시간, 보컬만으로 풍성하게 무대가 채워졌다.
현장 분위기는 더 좋을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좋았다. 멤버들은 돌출 무대로 나와서 노래를 불렀고, 적절한 바람이 멤버들의 머리칼과 옷깃을 움직였다.
[지금 퍼라 라이브 찢었다ㄷㄷㄷ]
[잠실 현장에서 보고 있는 팬들 진짜 부럽다 분위기 미쳤어ㅠㅠㅠㅠㅠ]
[야외콘은 진짜다…….]
[이래서 잠실콘은 하면 무조건 가야 돼ㅠㅠㅠㅠ]
[↳진짜 온콘만 봐도 개설레는데 현장에 있었으면 죽을 듯…….]
[와 이래서 해원이가 송캠프에서 발라드, 발라드 하고 다녔구나…….]
[↳멤버들 보컬 자랑하려고…….]
[↳↳그러게 퍼라는 항상 해원이의 자랑이야]
[↳↳↳ㅠㅠㅠㅠㅠㅠ]
[↳↳↳콘서트 중에 왜 울려ㅠㅠㅠㅠ]
[이번에 콘서트 연출 누구야? 우리랑도 해줬으면 좋겠다]
[↳민쪼]
[↳오프닝 무대에서 비 오는 무대로 넘어가는 연출 딱 민조 그 자체야ㅋㅋㅋㅋ]
[↳↳?????]
[↳↳와ㅋㅋㅋㅋㅋㅋ]
[↳↳해원이가 퍼라에 있어서 자기가 천재인 거 못 느끼는 거라더니 진짜네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