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363화 (363/380)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363화

콘서트 두 번째 날.

콘서트 직후에 이어질 기자회견에 앞서, 보이드 엔터가 마련해 둔 프레스석에 기자들이 입장했다.

“어제 스테이 언제 나왔다고?”

“앵콜.”

“아, 그걸 왜 끝에 넣어.”

기자 몇이 슬슬 지겨워하며 대화를 나눴다. 대부분 갑작스러운 스테이의 화제성 때문에 콘서트에 온 기자들이었다.

“쟤넨 운이 진짜 트였다. 이게 이렇게 대박이 나네.”

“근데 기세가 이거, 계속 갈까?”

“갈 리가 있어? 드라마빨인데.”

“그거 모르지. 이게 한 번 화제가 돼서 쫙 인지도 올라오면 다음 앨범이 X 같아도 그냥 기본 버즈량 자체가 상승한다니까.”

“그것도 한창 라이징일 때 얘기지. 쟤넨 이제 라이징 시기는 좀 지났잖아.”

퍼스트라이트의 다음 앨범 흥망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기자들이 있는 반면, 늘 한결같이 이 팀에 우호적인 기자들도 있었다.

“와, 애들 얼굴 뭔 일이야. 오늘따라 더 잘생겼네.”

“원래 잘생긴 애들이 자연광 받으면 더 잘생겨지잖아.”

“아, X 같네.”

“그래도 얘네는 노래가 좋아가지고 콘서트 보는 재미가 있어.”

이 팀에 호의적이거나 아니거나, 다들 기다리는 무대는 하나였다. 스테이.

첫날이었던 어제, 대부분의 사람이 스테이가 콘서트 하이라이트로 등장하리라 예상했는데, 앵콜 전 마지막 곡을 부를 때까지도 도무지 나오질 않았다.

그사이 해가 완전히 졌고, 무대에서는 마지막 무대의 첫 곡 하이웨이가 시작되고 있었다.

동시에 폭죽이 터지며 콘서트는 말 그대로 클라이맥스였다. 기자들은 셔터를 누르며 폭죽을 찍었다. 어차피 오늘 콘서트가 끝나면 기자회견이 있을 예정이었지만, 스테이의 무대가 가지는 화제성을 놓치고 싶지 않아 콘서트에 온 참에, 폭죽은 좋은 볼거리였다.

“강효준 대표가 돈을 잘 쓰긴 해.”

“이야, 이게 아이돌 콘서트야, 불꽃 축제야…….”

해가 지고 밤하늘로 솟아오르는 불꽃에 잠실의 모든 사람들이 감탄했다. 첫날에도 대단했지만, 둘째 날의 불꽃도 화려했다.

그렇게 마지막 무대가 끝나고, 앵콜이 시작되기 전 멤버들은 소감을 전했다. 한마디씩 인사를 하고 나서, 신지운이 말했다.

“오늘 콘서트 하면서 또 느꼈는데…… 우리 진짜 좋은 노래 많더라, 해원이 형. 나는 우리 노래가 세상에서 제일 좋더라고.”

신지운의 말에 정해원은 웃고, 팬들과 멤버들도 한마디씩 크게 공감했다. 그렇게 인사를 한 후, 박선재가 말했다.

“아, 그리고 햇살이들 이번에 민조가, 콘서트 준비 정말 고생했어요.”

모든 멤버들이 동의하는 사이 민지호가 공치사를 냅다 받아먹으며 무대 앞으로 나왔다. 그리고 오늘 연출에 대해 박수와 환호를 보내는 팬들에게 온갖 애교를 보여주고 마음껏 칭찬을 받은 후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형들과 친구들에게 되돌아왔다.

“꺄, 부끄렁.”

“잘했어, 잘했어.”

“진짜 고생했다, 지호.”

그렇게 충분히 칭찬을 받은 후, 민지호가 말했다.

“근데 새벽이 형이 나 때문에 진짜 고생했어. 항상 회사랑 의견 조율해 주고.”

“맞아, 우리 새부기도 진짜 고생했어.”

“새벽이는 최고의 리더지.”

황새벽의 친구들, 안주원과 정해원이 번갈아 공치사하자 민망함을 못 견디고 빠르게 멤버들의 인사를 정리한 후, 마무리를 했다.

“다시 한번 햇살이들, 아무리 말해도 부족할 만큼 고맙고, 사랑하고…… 멤버들, 혹시 뭐 못한 말 있어?”

“나 하고 싶은 말 있어.”

정해원이 손을 들자 황새벽이 하라고 턱짓했다. 정해원이 뭐라 말하기 전에 한효석이 옆에서 말했다.

“해원이 형 이거 스포할 때 표정인데.”

“무슨 소리야. 아냐, 아냐. 형 어른이야. 형 믿어.”

그렇게 이야기하더니 정해원이 말을 이었다.

“햇살이들!”

부르는 말에 팬들이 대답하자 정해원이 말을 이었다.

“이제 우리…… 당분간 투어 일정 때문에 한국에 없잖아요.”

그 말에 팬들이 아쉬운 반응을 보냈다. 그리고 정해원이 말을 이었다.

“그사이에 일 너무 열심히 하지 마시고, 적당히 일하고, 건강이 1번이고, 9월에 봐요!”

9월에 보자는 말에 순간 잠실 주경기장이 들썩거렸다. 한효석은 황당해하는 멤버들에게 ‘거봐, 스포하잖아…….’라고 말했다.

9월, 퍼스트라이트는 투어가 종료된 후 서울로 돌아와서 앵콜콘서트로 이번 투어를 마무리할 예정이었다. 앵콜콘서트 스포에 잠실의 팬들은 물론 온라인으로 보고 있던 팬들도 떠들썩했다.

[퍼라 앙콘한대!!!!!!!!!!!!!!!]

[미쳤다 앙콘ㅠㅠㅠㅠ 이번엔 진짜 무조건 간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ㅠㅠㅠㅠ이거 끝나면 퍼라 계속 해외라 눈물났는데 너무 좋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

[퍼라 투어 티켓 오픈함???]

[↳ㅇㅇㅇㅇ]

[↳선예매 싹 매진ㅎㅎ]

[↳추가콘 무조건 있을 듯 표도 없는데 대기도 X나 길더라]

[퍼라 투어 표 그렇게 없어? 공연장 좀 크게 잡지]

[↳아냐 퍼라 원래 공연장 크게 잡는 편인데 그게 그만ㅎㅎㅎ]

[↳스테이가 터져버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갑자기 예상못한 대박곡이 터져버린 걸 어떻게 예상해]

[와 투어 다 잡아놨더니 히트곡 터진 것도 X나 아찔하다 이런 거 어떡해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아시아쪽은 원래 퍼라 잘 나갔어서 어느 정도는 되는데 북미가 X나 망했어]

[↳↳북미 햇살이들 티켓팅 망한 후기 밖에 없어ㅎㅎ]

[↳↳↳남일인데도 슬프다]

[↳↳↳아니 이게 이렇게 될 줄 알았냐고ㅋㅋㅋㅋㅋㅋㅋ]

[퍼라 앙콘하고 앨범 나올 각이지?]

[↳ㅇㅇㅇㅇ]

[↳무조건 나올 듯ㅋㅋㅋㅋㅋㅋ]

[가을 컴백 너무 좋아ㅠㅠㅠㅠㅠ]

[↳9월 컴백이면 청량, 10월 컴백이면 망사랑일 듯]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퍼라 왜 저 얼굴로 망사랑 전문인 건데ㅋㅋㅋㅋㅋㅋㅋ]

[오 스테이한다]

[와씨 저거도 민지호 연출이야?]

[↳모르겠는데 이따가 단체 라방한다니까 물어봐]

[↳지호는 물어보면 다 말해줘]

* * *

스테이 무대 전.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새카만 밤. 밤공기는 아직 좀 차가웠고, 나는 이번 콘서트 굿즈인 두툼한 카디건을 챙겨 입었다. 밤이면 날씨가 쌀쌀할 것 같아서 제안했는데, 카디건 자체가 워낙 예쁜 디자인으로 나와서 순식간에 매진이 됐다. 햇살이들이 다시 내달라고 하고 있어 회사에서도 회의에 들어갔다.

스테이를 투어 전면으로 내세우자는 회사와 스토리상 스테이가 들어갈 곳이 없다는 연출팀이 꽤 많은 회의를 거듭했다.

그리고 민지호는 순서를 바꾸는 대신, 연출을 수정하는 방향을 제안했다.

원래는 이동차를 타면서, 팬들과 만나며 부르기로 했던 앵콜곡을 스테이에서 Welcome on board로 바꿨다.

[바람을 타고, 구름에 누워]

[우리가 가는 길은 밤처럼]

[수많은 별이 뿌려져 있거든]

[During the flight]

[책 한 권을 끝내 창밖만 보기엔 시간이 많아]

[멀리까지 가는 거야 우리 낯선 곳에 내릴 거야 내일]

[Welcome on board]

[시작이 완벽해 네가 있어서]

[끝은 더 완벽해 우린 좋은 팀이 될 테니까]

[시간을 타고, 하늘을 날아]

[우리가 가는 길은 낮처럼]

[눈 부신 햇살이 빛나고 있거든]

그리고 스테이는 완전히 마지막, 퇴장할 때 부르기로 결정했다.

‘콘서트 닥쳐서 수정하라고 요구할 거면 돈을 써달라’는 민지호의 요구가 잘 먹혔다.

우리가 이동차로 팬들과 만나고 있는 사이에 돌출 무대에 별 같은 조명들이 설치된 철제 구조물이 올라왔다. 스탠딩 마이크도 함께였다. 무대로 돌아온 일곱 명의 멤버들은 거기 둥글게 서서 스테이를 부르기 시작했다.

LED 패널에서도, 철제구조물에서도 별이 비처럼 흐르는 것 같은 연출이 이어졌다. 멤버들은 팬들을 등지고 서로 마주 보고 있다가, 1절이 끝나고 후렴에서 동시에 팬들이 있는 방향으로 돌아섰다.

와.

나는 순간 노래를 멈출 뻔했다.

첫날에는 콘서트 연출을 몰랐으니까, 팬들이 그냥 환호하며 좋아해 주기만 했는데 오늘은 달랐다. 멤버들과 마주 보고 노래하다 팬들 쪽으로 돌아선 모든 멤버들이 울컥하는 것이 보컬에 묻어났다.

팬들이 응원봉 대신 핸드폰 라이트를 켜고, 스테이의 가사가 적힌 슬로건과 함께 들고 있었다.

[우리의 웃음이 그보다 강할 거야]

아, 미치겠네.

엔딩 멘트 할 때도 괜찮았는데 또 울컥해서 목이 멘다. 우리를 둘러싼 별빛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예뻤다.

노래가 이어졌다. 신기한 게, 그렇게 울컥한 목소리가 섞인 스테이는 더 듣기 좋게 느껴졌다. 좀 더 강렬하게, 진심이 담겨 있었다.

웃고, 행복하자. 사랑하자. 소년 같기를 약속하자.

그리고 9월에, 여기서 다시 만나자.

우리는 진심으로 그렇게 노래를 불렀다.

* * *

강효준 대표는 옆에서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오열하는 부대표에게서 한 걸음 떨어져 섰다. 그러자 부대표가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말했다.

“아, 왜 피해요.”

“부대표님은 울 때 인상이 제일 무섭다니까.”

“남 말 하네, 씨…… 저걸 보고 안 우는 게 이상하지……. 어휴, 우리 애들은 이 와중에도 라이브를 찢고 있네…….”

스테이의 연출은 환상적이었다. 강효준은 민지호가 왜 꼭 이 곡을 앵콜곡으로 하자고 했는지를, 무대가 시작한 후에야 알았다.

멤버들은 본 공연이 끝나고, 앵콜을 위해 편안해 보이는 차림새를 하고 있었다. 대부분 콘서트 굿즈에 개인이 소장하는 것들로 센스 있게 꾸민 착장들이었다.

그게 이 곡과 어울렸다. 풋풋하고, 청춘 그 자체로 보였다. 강효준은 무대를 보면서, 앞으로도 회사가 헛다리를 짚을 때 멤버들이 꾸준히 발을 걸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 *

[우리 콘서트 이제 시작인 거 맞지? 나 이따가 다섯 시에 다시 잠실 가야 돼…….]

[↳햇살이들 우리 같이 잠실 가자ㅠㅠㅠㅠ]

[나 누웠는데 잠이 안 와 눈 감았는데 계속 애들 얼굴만 생각나…….]

[↳난 그냥 포기했어ㅎㅎ 출근해야 되는데…….]

[콘서트가 원래 이렇게 후유증이 심한 거야?]

[↳진짜 평생 못 잊을 것 같아]

[↳제발 앙콘도 잠실ㅠㅠ]

[그냥 오늘 애들 진심…… 너무 예쁘고 연출도 소름 끼치게 좋고 하늘도 맑고 바람도 적당하고 완벽했다]

[나 오늘 너무 완벽한 게 끝난 느낌이라 우울해지는데 이거 뭐지ㅠㅠ]

[↳햇살아! 우리 앙콘 있다! 9월 앙콘 보면서 버티자!]

[↳↳맞다 우리 앙콘있지ㅠㅠ 이거 들으니까 기운 난다ㅠㅠ]

[올콘한 햇살이들아 첫콘이 좋았어, 막콘이 좋았어?]

[↳나 첫콘ㅠㅠ 셋리 모르고 기다릴 때 진짜 심장 토할 것 같았어]

[↳막콘 스테이가 근데…….]

[↳↳막콘 스테이 진짜 멤버들 표정 눈에 담아온 거 내 평생 기억에 남을 듯]

[↳올콘 밖에 답이 없어]

[↳올콘하자!!!!!!!!]

[근데 이번 콘서트 진짜 신경 많이 쓴 거 느껴진 게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 재밌었어]

[↳민조야ㅠㅠㅠㅠ]

[↳우리 지호ㅠㅠㅠㅠㅠㅠㅠ]

[↳지호 칭찬해줄 때 멤버들 눈빛 진짜 따듯하더라]

[↳↳맞아 막 기특하고 자랑스러워서 벅찬 눈빛이었어ㅠㅠㅠㅠ]

[9월 보고 혐생 버티자 햇살이들!!]

[↳웅 9월에 봐!!!!!!!!!!!]

* * *

양일간의 콘서트가 끝나고 우리는 기자회견을 했다.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은 기자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스테이가 이 정도로 잘됐다는 걸, 기자들의 숫자로도 한 번 더 느꼈다.

스케줄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멤버들 누구도 말이 없었다. 다들 잠실에 영혼을 남겨두고 온 것 같았다. 나도 그렇지만…… 공간이 주는 잔상은 길고, 선명했다.

그렇게 멍하니 숙소로 돌아가고 있을 때. 상태창이 떴다.

[‘과거의 미래’를 수정하세요]

[현재 상태에 영향을 미칩니다]

[‘퍼스트라이트 정해원 외 6인’의 정신력이 회복됩니다]

[현재 가장 필요한 보상을 판단합니다]

[남은 시간 13초…….]

[남은 시간 10초…….]

나는 보상이 확정되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건 분명히, 나에게 필요한 보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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