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367화 (367/380)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367화

런던에서의 콘서트가 끝난 뒤 누나네 집에서 잤다. 누나는 다음 날 날 일찌감치 깨워서 아침을 먹이더니, 그 직후에 노을이 깨기 전에 꺼지라고 쫓아냈다. 하…….

아무튼 남은 잠은 호텔 돌아와서 황새벽과 신지운이 쓰던 방에 얹혀서 좀 더 잤다.

그래도 피곤하다고 할 수도 없었던 게, 누나와 매형이 우리 콘서트를 보고 느낀 게 있다고 하면서 동시에 밤샘 작업을 해서 X스타에 작업물을 올렸기 때문이었다.

주변에서 나한테 워커홀릭이라는데, 누나네 부부도 똑같은 사람들이다. 내가 누굴 보고 배웠겠냐고…….

아무튼 서로 느낀 게 정말 극단적으로 다르단 것이 잘 모르는 내가 봐도 느껴졌다.

애초에 두 사람은 모든 걸 서로 다르게 받아들이고, 아웃풋도 정반대로 나왔다. 누나는 매형이 본인과 정반대의 예술가가 아니었다면 아무리 좋아도 결혼하지 않았을 거라고 했다. 나도 어느 정도 프로듀서로 경력이 쌓이니 그 말이 무슨 뜻이었는지 알 것 같다.

투어가 후반부 다다르니 멤버들이 하나둘 골골거리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일 중독자가 대표인 회사가 잡은 투어 스케줄이다 보니 어지간히 빡세서, 체력 좋은 멤버들도 한 번씩은 잔병치레를 했다. 투어 중간에 방송 스케줄도 어마어마했다.

그런데 그런 와중에도 로체스터가 개봉하자마자 멤버들이 이것만은 꼭 봐야 한다고 했다.

당일은 이동 때문에 안 됐지만, 그다음 날은 일정이 돼서 멤버들과 영화를 보러 극장으로 향했다.

자막이 없어서 안주원과 신지운을 제외하면 반은 못 알아듣게 생겼는데도 다들 당연하다는 듯이 영화를 보자는 계획에 참여했다.

날씨는 더웠고, 영화관으로 올라가기 전에 야외 맥주집이 있었다. 시원해 보이는 맥주의 비주얼에 이끌려가는 멤버들을 붙잡아 영화관으로 데려갔다.

이상하게 그 분위기가 하나하나 기억에 남았다.

“해원이 형 진짜 오랜만에 밖에 나온 거 아니야?”

박선재의 말을 듣고서야 이유를 알았다. 그냥 내가 밖을 자주 안 나와서 그렇구나…….

하지만 한국에 돌아가자마자 바로 앨범이 나와야 하니까, 나는 계속해서 작업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

나는 모처럼 느껴지는 야외의 여름 냄새를 생경해하며 영화관으로 들어갔다.

“……근데 그러고 보니 음원 성적은 괜찮나?”

내 혼잣말에 같이 멈춰선 신지운이 황당해하며 물었다.

“검색 안 해봤어?”

그 말에 내 룸메이트를 제일 많이 한 황새벽이 대신 대답했다.

“계속 일만 하다가 음원 나온 거 자체를 잊어버렸을걸.”

“아, 그 정도는 아니야. 나도 기억력이 있어.”

“안 쓰잖아.”

“맞아, 이 형 가끔 일 너무 많이 하고 나오면 세상 모든 걸 다 까먹어.”

“내가 언제요, 이 사람들아.”

그걸 확인해 볼 체력이 없었다.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성적이란 게, 잘 되면 좋지만 안 될 때 받는 스트레스가 무지막지하다.

투어 기간에는 혹여라도 성적이 안 좋을 때 받을 스트레스를 다룰 체력이 없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도 성적 얘기는 최대한 하지 말라고 부탁했고, 나도 내 나름으로 억지로 무시하고 있다 보니, 잠깐 머리에서 잊혔다.

나는 결국 내가 핸드폰으로 VESPER를 검색하며 멤버들에게 투덜투덜 말했다.

“질문에 답은 좀 해주고 놀려.”

그리고 제일 최근에 뜬 공식 계정 영상을 눌러보니 조회수가 1만 정도였다. 오늘 올라온 거라 아직 오르는 중인가 보다…… 생각하는데. 다행히 양쪽에서 놀리는 두 놈과 달리 착한 안주원이 이미 X튜브에 올라온 사운드트랙을 검색해 놨다가, 내 핸드폰을 보며 어이없어했다.

“한국 계정이잖아. 심지어 풀영상도 아니네.”

“아, 그래서 조회수가 그렇구나.”

뒤늦게 개봉 일주일 전에 폴 존스의 공식 계정에 가사가 포함된 영상이 올라와 있다고 들은 걸 떠올렸다.

와, 나 진짜 세상 모든 걸 다 까먹고 다니는 게 맞구나…….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안주원이 나에게 핸드폰을 내밀었다.

“……어?”

개봉 이틀 만에 X튜브 조회수가.

“……어어?”

1억을 찍었다.

나는 손으로 이마를 감쌌다. 갑자기 열이 나려고 한다.

“이걸 왜 아무도 말을 안 해줘?”

라고 말했더니 옆에서 민지호가 말했다.

“형이 말하지 말랬잖아!”

“해원이 형 진상 컨셉에 잡아먹혔어.”

옆에서 한효석이 핀잔하고, 박선재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하고 있었다

어휴, 갑자기 오싹하고 손 떨린다. 너무 잘 되는 것도 무섭다.

멤버 일곱 명에 매니저 둘, 시큐리티 세 명까지 열두 명이 이동 중이니 당연히 눈에 띄었다. 심지어 영화관은 꽉 차 있었다. 다들 맨 뒷자리에 앉은 우리를 힐끔힐끔 돌아봤다.

그렇게 자리에 앉았을 때부터 로체스터가 시작됐다.

나는 오프닝 시퀀스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들어 알고 있었다. 오프닝 시퀀스가 끝나며 사운드트랙이 시작되니까 반드시 알아야 했다.

영화는 총격전으로 시작되었다. 주인공이 도심을 가로질러 달리며 총격전을 벌이는 장면은 전형적인 로체스터 시리즈가 시작된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 전형적인 로체스터 시리즈를 기다리던 사람들에게는 심장 뛰는 첫 씬이었다.

그렇게 총격전을 벌이던 주인공은 한 예배당으로 들어서게 되었다. 예배당은 돔 형태로, 단순함을 극대화시킨 장소였다.

그 예배당에서 총격전을 마무리한 주인공은 자신의 총에 죽은 상대의 피가 십자가에 튀어 있는 것을 보고 옷소매로 닦아냈다. 그리고 연인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어디야?

그런 연인의 질문에 주인공이 대답했다.

-저녁 기도 중이야.

그리고 VESPER가 흘러나왔다.

[그날 밤, 너는 나에게 다시 한번 말했어]

[너에게 저녁 기도는 의미하는 바가 있다고]

[나는 그 의미를 잘못 이해했던 걸까]

와.

진짜 미칠 정도로 이상한 기분이다.

[내가 부여한 불온한 의미 때문에 신이 너를 데려간 건가?]

[아니면 네가 저녁 기도에서 바라던 게 그거였을까]

[내 벌을 너에게 대신 준 건 아닐 거야 신이 공평하다면]

[그냥, 그 저녁 기도가 그런 의미였던 거겠지]

폴 존스의 보컬은 기가 막혔다. 녹음할 때 저 자식이 얼마나 짜증나게 굴었는지를 떠올리면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작업물이었다.

내가 디렉팅을 잘한 거란 소리지. 히히.

세계의 여러, 유명한 예배당이 교차 되는 오프닝 시퀀스의 영상미는, 이 노래를 작곡할 때 수백 번은 반복해 들었던 나에게도 이 노래가 새롭게 느껴지게 만들었다.

음악과 영상은 정말로 중요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지금 다시 한번 생각했다. 그러니까 뮤직비디오는 언제나 신경써야겠다.

그렇게 주제가가 끝나자 옆에서 멤버들이 한숨 쉬는 소리가 들렸다. 다들 겁나 긴장하면서 봤나보다. 하여튼 참 우애 좋다, 우리 팀.

주제가가 끝난 이후에야 우리는 본격적으로 영화에 집중할 수 있었다. 시리즈에 기대하는 것을 완벽히 충족하는 영화였다.

그렇게 영화가 끝나고 나왔는데, 극장 앞에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기자, 파파라치, 심지어는 일반 관객들도 나가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다.

시큐리티가 나에게 말했다.

“해원 씨가 여기서 영화 보는 게 바로 인터넷 올라왔나 봐요.”

“아…….”

그렇구나 싶으면서, 동시에 주제가를 부른 사람도 아니고 작곡한 사람에게 왜 이렇게 많은 관심을 주는 건가, 나에 대한 관심이 맞나 의문도 들었다. 뭐, 내가 관심 좋아하는 사람이라 싫은 건 아니지만…….

* * *

그날 기억이 났다.

투어가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 나는 공항에서 로체스터를 홍보 중인 거대한 전광판을 발견하고 멈춰 섰다.

개봉 후 두 주가 지났고, 나는 여전히 관련된 것들은 피해 다녔다.

늘 느꼈지만 영화의 영향력은 어마어마했다. 음악과는 또 다른 형태의 대중성을 가진 장르라고, 이번에 다시 한번 생각했다.

투어를 하는 도중에 조금씩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북미 공연은 중간에 회차가 급격히 늘어났다. 원래도 빡빡한 투어 스케줄이었는데, 거기에 공연 날짜가 계속해서 추가되니 투어가 끝날 때쯤에는 거의 정신력으로 버텼다.

그렇게 빡세게 투어를 시킨 강효준 대표가 공항에서 우리에게 사과했다.

“미안하다…… 다신 이렇게 안 잡을 게……. 진짜 중요한 스케줄이 계속 들어오니까 거절할 수가 없더라.”

“……하.”

나는 뭔가 말하고 싶었는데, 욕이 나올 것 같아서 그냥 관뒀다.

나 이상으로 투어 스케줄에 넋이 나간 멤버가 있는가 하면, 여전히 마냥 신난 민지호, 그리고 안주원 같은 사람들이 있었다.

안주원은 이상할 정도로 투어 내내 싱글벙글이었다. 물론 다른 멤버들도 무대에 올라가면 미래의 체력을 빌려온 것처럼 금방 신이 나서 날뛰긴 하는데, 안주원처럼 무대에서 내려온 후에도 싱글벙글인 사람은 없었다.

너무 힘들어서 미친 건가, 싶어서 왜 저러냐고 물어보지도 못하고 있는데 다행히 신지운이 말해줬다.

“인터넷 반응이 너무 재밌대. 안주원 활력소잖아.”

“대단하다, 진짜…….”

심지어 안주원은 영어, 특히 문법 같은 경우에는 영어권에서 나고 자란 웬만한 사람들보다 잘해서 해외 반응도 국내 반응과 똑같이 편안하게 찾아볼 수 있었다.

신지운에게 들어보니 해외, 특히 북미 반응이 엄청나게 좋았다는 모양이었다. 게다가 로체스터의 북미 흥행과 맞물려서 시너지 효과까지 있었다.

강효준은 자기가 생각해도 이번 투어가 너무 빡세다, 싶었는지 본인 말을 들은 척도 안 하는 멤버들에게 구구절절 고생했다, 가서 좀 쉬자, 너네가 세상에서 제일 멋지더라를 포함, 각종 공치사를 했다.

그래도 다행히 멤버들은 아직 회복력이 좋은 나이라,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소식에 하나둘 기력을 회복했다. 사실 좀 지나치게 빨리 회복해서 내가 힘든 척 좀 하라고 귀띔해둘 정도였다.

투어를 하면서 확실히, 멤버들과 더욱더 많이 돈독해졌다는 게 느껴졌다. 멤버들은 특히 황새벽이 이 투어를 버텼다는 게 기특해서 친구고 동생들이고 다 와서 한 번씩 안아주고 갔다. 황새벽은 그게 더 기 빨리는 표정이었지만 그것도 리더의 일이라고 생각해 참고 있었다. 물론 꺼지라고 말할 체력이 없었을 수도 있다.

* * *

[드디어 퍼라 한국 온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내일 아침 몇 시에 도착이야??]

[↳10시!]

[투어하는 내내 떡밥이 이렇게 넘칠 수가 있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니까ㅋㅋㅋㅋㅋ]

[↳X잼이었어ㅠㅠㅠㅠ]

[햇살이들 부러운 게 퍼라 셀카 진짜 많이 올려주더라]

[↳심지어 하루에 45장 올라온 날도 있어]

[↳↳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멤버가 7명인데 어떻게 45장이 올라왔어ㅋㅋㅋㅋㅋㅋㅋ]

[↳↳↳멤버들이 공연 전에 셀카, 공연 끝나고 셀카, 다른 멤버 사진 찍은 거 다 올려 가지고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심지어 이런 날이 하루만이었던 것도 아님]

[이러고 중간에 민조는 멤버들이랑 다 챌린지도 찍었더라]

[↳퍼라 체력 뭐임ㄷㄷㄷ]

[↳미친 거 같다]

[이번에 투어 공백기라면 공백긴데 그 사이에 퍼라 유입 X나 말이 안 돼]

[↳나 퍼라팬들이 얘기하는 거 봤는데 원래 뮤직비디오 1억뷰 넘는 거 2개였는데 이번에 5개 됐대]

[↳↳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것만 봐도 유입 미쳤다는 거 알겠다ㅋㅋㅋㅋㅋㅋㅋ]

[퍼라는 이제 진짜 라이징이네]

[↳퍼라는 언제까지 라이징이야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대단하다]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