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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373화 (373/380)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돌의 기술 373화

국선아는 라이벌 체제를 밀고 가며, 민지호와 한효석 각각의 센터 체제로 주제가 ‘더 킹’을 촬영했다.

그 후 수정 중인 과거의 미래에서도 1, 2화가 방영되었다.

반응이 심하게 궁금한데, 국선아 초반에는 핸드폰을 압수했기 때문에 찾아볼 수가 없었다.

나는 슬쩍 우리 방을 나와서, 다른 방을 두리번거리고 다녔다. 내 또래들이 97명이나 있는데 핸드폰 숨겨 들어온 놈 하나 없을 리 없다. 전자담배 들고 들어온 연습생들도 있는데.

그렇게 확신하며 찾다 보니 연습생 한 명을 다른 연습생 세 명이 둘러싸고 있는 게 보였다. 여기라고 확신하고 나도 들어가 보니, 핸드폰 주인은 나중에 뷰티 유튜버로 유명해질, 신희범이었다.

신희범이 날 보더니 반가워하며 말했다.

“어, 해원이. 더 킹 안무 고마웠어. 그리고 너 회귀자라며?”

“예? 무슨 말이에요?”

나는 심장이 철렁해서 신희범의 핸드폰을 봤다. 신희범이 보여준 핸드폰을 보고 나는 그제야 좀 안심했다. 그냥 댓글에서 얘기하는 거였다.

[아이돌 서바이벌에 회귀자가 있다?]

[ㅎㅎ정해원 지금 X나 쫄리겠네]

[국선아 정해원 진짜 인생 2회차 아니면 설명이 안 되긴 해ㅋㅋㅋㅋㅋX나 즐겁게 서바하네ㅋㅋㅋㅋㅋㅋㅋ]

[↳정해원만 나오면 갑자기 소년만화야ㅋㅋㅋㅋㅋㅋ]

[↳아무리 봐도 아이돌 n회차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진짜로 웃자고 하는 얘기 아니라 국선아 해원 상태창 있는 거 아님??]

[↳상태창 있었으면 보컬부터 찍었지ㅎ]

[↳↳여기서 탈락]

[↳↳보컬 개불안한데 교묘하게 잘 숨기는 것부터가 2회차 같음]

[국선아 해원 제일 인생 2회차 같을 때가 형들한테 아이구 잘해잘해♥ 이러고 있을 때ㅋㅋㅋㅋㅋㅋㅋㅋ]

[↳다른 연생들이 자식 같은 듯]

[↳나 이런 열여덟 살 처음 봤다고ㅋㅋㅋㅋㅋㅋㅋ]

[하 해원아 클났다 너 상태창 있는 거 들켜써]

[↳숨겨주자ㅠㅠㅠ]

[얘들아 안주원 얘기도 해주라ㅠㅠ 따릉이 타고 가서 밤샘한 거ㅠㅠㅠ]

[↳주원이 기특해]

[↳잘생긴 애가 열심히 하니까 보기 좋더라 일단 우리 엄마한테 합격함]

[↳↳헛소리할 거면 자라]

[안주원 악편각이라고 생각했는데 머리 뜯고 좌절하다가 바로 신나서 따릉이 타는 장면 이어지는 거 오히려 웃겼어ㅋㅋㅋㅋ]

[애들 자전거 타고 새벽에 연습실 가는 장면 왜 이렇게 좋지ㅠㅠ]

[↳청춘 그 자체ㅠㅠ]

[↳애들은 애들이야 F반 애들 그렇게 우울해하더니 자전거 타자마자 까르륵까르륵임]

[그래도 F 애들은 대부분 떨어지겠지?]

[↳안주원 빼면 아무래도…….]

[↳슬프다ㅠㅠ]

[근데 정해원 스타일링 왜 저래 진짜 볼 때마다 속 답답해 미칠 거 같음]

[↳나중에 외모 스탯 찍을 때 안 들키려고]

[↳↳X발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이렇게 설득력 있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외모 스탯……이 뭐야? 그런 거도 있어? 나만 없는 거야?

스템아 혹시 그런 거 있으면 얼굴 좀만 수정해 주면 안 되니. 많은 건 안 바라고 약간만 동글동글하고 귀여운 인상이면 좋겠는…….

라고 생각하다가, 나는 내가 누구 핸드폰을 보고 있는지를 봤다.

신희범.

……뷰티 유튜버를 앞에 두고 있었네, 내가?

“희범이 형.”

“뭐.”

“형 메이크업 할 줄 알아요?”

“야, 나 그런 오해 많이 받는데, 편견이야.”

“아…….”

“물론 나는 메이크업 잘해. 하지만 편견이야.”

뭔 말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일단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형 제가 안무 딸 때마다 도와드릴 테니까, 저 수정 메이크업해 주면 안 돼요?”

“너무 돼. 와씨, 내가 돈을 얹어주고 하고 싶었다. 답답해 미칠 뻔. 난 그게 네 취향인 줄 알고 존중했지.”

크, 역시 의리의 희범이 형이다.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을 때, 이 방에서 지내는 한효석이 들어왔다. 한효석이 우리가 보고 있는 핸드폰을 보더니 정색하며 말했다.

“핸드폰 반납하는 게 규칙이잖아요. 그것도 반납하세요.”

이야, 국선아 때 한효석, 진짜 표정 딱딱하다. 쟤가 지금은 회사 사람들까지 다 효식이라 부르고, 심지어 효석이라고 부르면 애정이 식었냐고 약간 섭섭해하며, 나에게 말을 놓기까지 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대단한 발전이다, 한효식.

한효석은 국선아에서 친구를 만드는 일에 어려움을 겪었다. 원래 너무 맑은 물에는 물고기가 안 산다지 않나. 지나치게 룰을 지키는 한효석은 안 그래도 예민한 참가자들의 신경을 많이 긁어놨다.

신희범과 다른 사람까지 다 표정이 안 좋아졌지만, 나는 어쩔 수 없었다.

내 멤버 편을 들 수밖에.

“효식…… 효석 씨 말이 맞지.”

“……효식?”

“희범이 형, 깔끔하게 반납하고 핸드폰 프리 라이프를 살아봐요. 뇌에 좋대.”

“난 원래 머리 좋아.”

신희범은 투덜거렸지만 결국 핸드폰을 반납했고, 나는 한효석의 등을 툭툭 쳤다.

“넌 잘 자고, 효식…… 효석이.”

“형 왜 자꾸 저 효식이라고 그래요?”

“효식이가 부르기 편하니까.”

“하지만 효석이잖아요.”

“아, 이 대화를 또 할 줄 몰랐네.”

“한 적 없는데요.”

“응, 그래, 잘 자, 친구.”

나는 적당히 대화를 끝내고 그 방을 나왔다.

* * *

어쨌든 메이크업은 수정할 수 있게 됐다. 그게 영향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다행인 건, 인터넷 반응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거였다. 국혐이라는 별명을, 회귀자가 대체했다.

바뀌는 거였구나.

아. 되는구나.

그렇게 반응을 보고 나니, 데뷔조가 되고 싶었다.

이름은 왜 이렇게 지어서. ‘국민이 선택한 아이돌’이라는 타이틀에 목을 매게 만드는 건지.

이미 다 지나간 일인데. 이미 너무 많은 팬들이 나를 사랑해 주고 있는데도, 그게 신경이 쓰였다.

아무튼 그런 나의 개인적인 욕망과 별개로, 나는 할 일이 있었다. 투표가 조작되고 있다는 걸 터뜨리는 일이었다.

나는 일을 크게 만들고 싶을 때 제일 먼저 연락하던 사람에게 습관적으로 전화를 하려고 번호를 찾았다가, 없는 걸 알고 혀를 찼다.

“아, 스파이 필요한데.”

여기선 날 알아보는 사람도 별로 없을 테니, 내가 발로 뛴다는 선택지도 있겠지만, 스파이가 찾아다 주는 것에 너무 익숙해졌다.

하지만 애초에 스파이가 나를 도와주게 된 건 배신이 있었기 때문이었고, 그 이후 내 나름으로 적당히 사례도 하고 있었다. 중간에 ‘취미 생활로 돈 받는 건 싫다’라고 딱 잘라 말해서 주기적으로 내 물건 살 때, 선물을 하나씩 사서 줬다. 차라리 돈이 편하지, 이게 훨씬 번거로운데 스파이가 은근 주기적으로 소속감을 확인하고 싶어 해서 어쩔 수 없었다. 여전히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은 형이지만 최선을 다해서 이해하려고 노력 중이다.

아무튼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나에게는 지금 스파이가 필요했다. 이즈음 스파이는 갓 TRV에 입사한 상태였다. 그러니까 스파이와 조우하는 건 어떻게든 될 텐데, 내가 제시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게 문제였다.

촬영일, 대기실에는 참가자들만 해도 너무 많았기 때문에 매니저들은 전부 다 외부로 나가서 담배를 피우거나 차에서 대기 중이었다.

나는 다짜고짜 매니저들을 찾아 나갔다.

퍼펙트 엔터의 이 당시 매니저는 퍼펙트 엔터 사장의 남동생이었다. 다수의 가족 회사가 그렇듯이, 일을 잘 하지는 않았다. 뭣도 없는 회사에서 ‘야, 그래도 우리 형이 사장인데’라는 말로 연습생들을 잡고 다녔다. 내가 다른 회사에서 연습생 생활을 안 해봐서 모르겠지만, 우리 회사만큼 연습생들이 쫄아서 연습했던 회사도 그렇게 많진 않았을 것 같다. 열여덟 살 땐 아무튼, 나에게는 세상에서 매니저가 제일 무서웠다.

우리 매니저 얼굴을 한번 힐끔 보고, 나는 흡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는 중인 박중운, 스파이에게로 갔다.

“저, 주원이에 대해서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주원아, 미안. 잠깐만 팔아먹자.

내 말에 스파이가 나에게 말했다.

“실장님한테 가봐요.”

아직 오로지 운전만 하는 시기니까 당연한 대답이었다. 그래도 내가 안 가니까, 박중운이 일단은 담배를 끄고 흡연구역을 벗어났다.

“왜요?”

이상한 놈 보듯이 보는 박중운에게 내가 말했다.

“사실 주원이는 핑계고.”

점점 더 눈빛이 이상해진다. 나는 빨리 말을 이었다.

“TRV에서 일하지만, 오래 일하지는 않은 분이랑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요.”

“뭔데요.”

“혹시 TRV도 여기 메인 피디님이랑 국선아 전에 식사하셨어요?”

인생 재미있어지는 걸 좋아하는 박중운을 위해 그렇게 던졌더니, 나빠지던 눈빛이 약간 풀어졌다.

“그렇긴 한데.”

“여러 번이요?”

“내가 본 건 한 세 번?”

“여러 번이네.”

“좀 이상하긴 하죠. 아니, 그거 아니어도 여기저기 회사 돌아다니면서 그…….”

이런 얘기를 여기 이 애새끼에게 해도 되나, 하는 표정이었지만 동시에 드디어 이걸 같이 말할 사람이 있어서 기뻐하는 표정이었다. 박중운이 말끝을 흐리더니 이내 나에게 물었다.

“근데 그걸 퍼펙트 매니저님이랑 얘기 안 하고 왜 나한테 해요?”

“우리 매니저님 좀 많이 무서워서요. 사장님 동생이기도 하고.”

“아…….”

“아무튼 감사합니다. 아, 저 뭐 더 알게 되면 연락해 주시면 안 돼요? 제가 밥 크게 사드릴게요.”

“열여덟 살짜리한테 무슨 밥을 얻어먹어.”

스파이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말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나에게 물었다.

“근데, 그게 국선아가 좀 이상하면 어쩔건데요? 그렇다고 뭐 할 수 있는 게 있나?”

“가라앉기 전에 튀어야죠.”

“……이런 말 나한테 해도 돼요?”

“안 되죠. 근데 왠지 신뢰가 가요, 형은.”

내가 그렇게 대답하고 가려는데, 스파이가 내 팔을 잡더니 귀에다 물었다.

“……진짜 회귀하고 그런 거 아니죠? 미래가 보이거나…….”

역시, 서치 좋아하는 스파이는 그 댓글을 봤나 보다. 나는 그냥 으하하하 웃어버리고 스튜디오로 돌아왔다.

말한 것처럼, 이번에는 배가 가라앉기 전에, 우리 애들 싹 모아서 튈 거다.

그리고…… 미니 1집부터 애들이랑 같이 해야지. 퍼스트라이트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내가 없는 순간이 없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집착하며 스튜디오로 향하던 나는 복도에서 최윤솔과 마주쳤다.

아직, 내가 알기로는 어떠한 약도 먹지 않을 때의 최윤솔은 눈빛이 한참 맑았다. 저걸 보니 저 새끼가 약 때문에 맛이 간 게 맞았구나, 비교가 됐다.

나는 최윤솔을 막아섰고, 최윤솔은 나를 마주 봤다. 내가 말했다.

“우리 콩쿨 때 봤지?”

“…….”

원래는 최윤솔이 먼저 그렇게 말했었는데, 내가 전혀 기억을 못 했었다. 그래서 이번엔 내가 먼저 말했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나 그때 너 X나 싫어했는데.”

이유는 모르겠는데.

이 새끼한테는 웬만한 칭찬보다 이게 더 큰 칭찬일 것 같았다. 그냥 뭔가, 꼬인 놈이라.

내가 다짜고짜 뱉은 말에 최윤솔이 어이없어하며 허, 소리를 냈다. 그런데 그러더니 좀 웃었다.

“다행이다. 나만 싫어하는 줄 알았네.”

거봐, 기분 좋아 보이네. 심지어 내가 지금까지 최윤솔을 봐온 이래 저렇게 밝게 웃는 건 처음 본다.

하여튼 참 이상하게 꼬인 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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