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이 뭐 하신다고?
1.
금수저로 태어나지 못했다.
재능충으로 태어나지도 못했다.
열심히 하면.
그저 죽어라 노력하면, 행복해진다는 그런 거짓말을 진실이라 생각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그 결과는 모두 알고 있지 않나?
결국은 무언가를 타고나야 한다.
그것이 혈통이든, 재능이든······.
월화수목금금금, 회사의 노예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면서도 그것이나마 잃지 않기 위해, 더욱 발버둥 쳐야 한다.
결국, 남은 것은 기적을 바라는 수밖에 없다.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만한 행운.
예를 들어, 로또에 당첨된다거나. 아니면, 알고 보니 여자친구가 재벌집 딸이었다거나.
“다시 말해 볼래? 너희 아버님 성함이 뭐라고?”
만난 지, 수년 만에 여자친구에게서 충격적인 고백을 듣고 말았다.
“조, 양자, 길자. 조양길. 오빠가 생각하는 그분 맞아. 우리 결혼 이야기하니까, 아빠가, 한번 보자고 하셔.”
대한민국은 IT 강국이라는 명성답게, 수많은 거대 IT기업들이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조양길은 맥베스라는 기업의 창업자로, 맥슨, 엠씨 소프트와 함께 3M이라 불리는 국내 굴지 기업의 오너였다.
게다가 맥베스는 이번에 우리 회사를 인수했다.
나는 오늘 그걸 여자친구에게 말하려고 했었다.
월급도 오를 것이고, 이제부터 착실하게 돈을 모아서 결혼 자금을 마련하겠다고.
그랬는데, 오히려 엄청난 폭탄 선언을 듣고 말았다.
“너, 대체 그동안 나랑 왜 만났냐?”
가끔씩 좀 사는 집 자식인가? 하고 생각해본 적은 있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지금 할 말이 그것뿐이야? 어쨌든 우리 앞으로 결혼도 해야 하는데, 계속 숨길 수는 없어서 말한 거야. 게다가 이번에 아버지가 오빠네 회사 인수했잖아. 그래서······. 혹시 화난 거 아니지?”
화났냐고?
아마 이 상황이 영화라면, 하늘에서 눈부신 천국의 문이 열리는 연출이 화면을 가득 채울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내 눈앞에는 거대한 금빛 셔터가 눈앞에 번쩍이고 있다.
기둥서방!
감히 입 밖에 내 본 적도 없는 남자들의 은밀한 꿈!
설마 나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이제부터 말로만 듣던 전생 유공자 혜택을 누리게 되는 건가?
이제 나 너 믿고 매일 셔터만 내리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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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작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