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집 기둥서방이 되었다-42화 (42/346)

42.

‘새로운 배우가 하나 필요하겠지.’

지난번 홍대리 주연의 작품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나름 입단속들을 하는 것 같은데, 개발2실 사람들의 얼굴만 봐도 상황 짐작은 어렵지 않았다.

저마다 문이사의 지시에 불만 가득한 모습. 약빨이 제대로 먹혔다는 증거!

“그래도 한 번 더 흔들고 싶은데 말이지······. 역시 한팀장님뿐이겠지.”

막상 떠오르는 캐릭터가 한팀장 밖에 없다. 그런데 때마침 한팀장이 내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표팀장.”

팀장 발령은 아직이었지만, 개발3실 내에서는 팀장 발령은 거의 확정이라는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다들 대수롭지 않게 나를 팀장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한팀장님 뵈러 갈까 했었는데, 어떻게 먼저 오셨네요.”

“그래? 그럼 우리 담배나 한 대 태울까?”

“가시죠.”

나는 한팀장과 함께 옥상으로 향했다.

“그런데 표차장은 담배를 피우는 데도 어떻게 그렇게 체력이 좋아?”

“아니요. 옛날과 비교하면 체력 엄청 떨어진 겁니다.”

“와, 떨어진게 그 정도야? 역시 운동선수는 다르구나.”

흡연이 체력에 좋지 않다는 것은 기본 상식이지만, 레전드 오브 레전드인 지네딘 지단 같은 선수도 흡연자가 아니던가?

뭐든 관리하기 나름이다.

“그런데 무슨 용건이세요?”

내 질문에 한팀장이 답답하다는 듯이 허연 연기를 위로 뿜었다. 좀처럼 입이 열리지 않는 모양.

‘뭐 이유야 뻔하지.’

아마도 지난번 홍대리와의 짜고 친 고스톱 때문에 프로그램팀에 작은 소요가 발생했으리라······.

신규 컨텐츠 없이 버그 픽스에 전념하게 해주겠다고 큰소리 땅땅 친 주제에, 갑자기 말을 바꾼다?

이건 나라도 들고 일어날 법한 일이다. 더군다나, 그 컨텐츠라는 것이 다름 아닌 확률 이벤트이지 않나?

오랫동안 이 게임을 개발해온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갑자기 등장한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린다는 걱정을 지울 수가 없었을 것이다.

“혹시 확률 이벤트 때문에?”

“왜 아니겠어. 내가 표팀장 믿는 것 알지?”

알다 뿐이겠습니까?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미국지사 발령까지 거절하신 분인데.

솔직히 한팀장의 속내를 완전히 이해하기는 어렵다.

나도 게임을 좋아하고, 게임 개발을 천직으로 생각하기는 하지만, 어렵게 발견한 승진의 기회를 내팽개칠 수 있을까?

아니다.

나는 차라리, 위로 올라가서 더 큰 힘으로 그동안 이룰 수 없던 일을 해결하는 쪽을 선택할 것 같다.

송부장의 갈굼 속에서도 더 악착같이 이를 악물고 과장 조기진급이라는 쾌거를 달성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그렇다고 한팀장의 선택을 어리석은 우행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

‘솔직히, 눈이 부실 정도지.’

순수 개발자.

내가 신입 시절에 꿈꾸었던 로망 그 자체 아닌가?

어느 업계에나 열정 가득한 신입들이 꿈꾸는 모습이 바로 이런 것일 터.

‘나도 때가 많이 묻었지.’

변해버린 내 모습을 관조하니, 더더욱 한팀장을 응원하고 싶어진다.

순수한 열정.

각박한 세상에서 좀처럼 발견하기 어렵고, 보답 받기는 더더욱 어려운 것.

그래서 더욱 힘이 되어 주고 싶다.

주변의 방해 따위 용납할 수 없다. 문이사를 짓밟고, 우리 프로젝트에 감히 초를 뿌릴 엄두도 내지 못하게 만드는 거다.

그렇게 해서, 우리 개발실 전체가 온전히 개발에 전념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그것이 탱커(기획)인 나의 몫이다.

“나는 표팀장을 100%, 아니, 200% 신뢰하는데, 다른 팀원들에게도 그렇게 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으니까. 그래서 괜찮다면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있을까?”

정말이지, 지난번 옥상에서 김차장의 멱살을 쥐고 흔들던 남자라고는 여겨지지 않는 모습이다.

이런 반전미가 또 고맙고, 애틋하다.

“한팀장님.”

“응?”

“제가 다른 것은 몰라도 의리 하나는 있는 놈입니다.”

그래. 나는 그런 놈이다.

돈 한 푼, 안 되는 그놈의 의리 때문에 사고 쳐서 운동 접고, 이전 회사에서도 사수를 욕하던 송부장에게 맞장구를 치지 않은 죄로 눈 밖에 나지 않았나?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나도 하자가 참 많은 놈이다.

하지만 이건 못 바꾸고, 바꾸고 싶지도 않다.

“제가 분명히 버그 픽스에 올인 할 수 있게 지원한다고 말씀드린 것 기억하시죠?”

“알지! 내가 그걸 어떻게 잊겠어?”

“문이사가 아니라, 양실장님의 지시라도 저는 그 약속 지킵니다.”

물론 양실장과 맞서겠다는 의미는 아니고, 최대한 설득하겠다는 의미지만.

“그, 그렇게까지······. 하지만 표차장 이미 양실장님 라인 탄 것 아니었어?”

줄 선 것 맞다.

조회장님의 안배로 양실장을 만난 순간부터 내 길은 정해졌던 것이나 마찬가지.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조회장님은 처음부터 이런 그림을 그리고 계셨던 것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라인은 라인이고, 의리는 의리죠.”

내 생각은 설령 조회장님 조차 바꿀 수 없다.

부모님의 뜻이라도 소용없다.

‘연아라도······. 아니, 그건 좀 위험하긴 하겠네.’

어쨌든 내 뜻은 확고하다.

“일단 상황부터 설명하겠습니다. 지금 개발2실과 개발3실은 문이사와 양실장님이 주도하는 전장의 한복판에 놓인 상황입니다.”

한팀장을 새 주연으로 캐스팅하기로 한 이상, 그도 어느 정도 상황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자, 잠깐만······. 그게 무슨 말이야?”

생각지도 못한 백그라운드 스토리에 한팀장은 몹시 당황했다.

“들으신 대로입니다. 사실 저쪽의 수작을 끊어내기 위해서 제가 선수를 친 겁니다.”

문이사의 계획을 100배로 뻥튀기시킨 것부터, 그 계획이 중간에 돌이킬 수 없도록 내가 홍대리와 연극을 꾸며서 부채질한 것까지. 나는 대략적인 맥락을 한팀장에게 설명했다.

“그러니까, 홍대리와 연극을 한 거다?”

“네. 그렇습니다.”

“이야, 홍대리 연기 잘하네? 그 얼굴에 그 연기력이면, 배우를 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안 그래도 예전에 물어봤는데, 무대 울렁증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의외지만 홍대리는 의외로 남들 앞에 나서는 것을 잘 못 한다. 그 뺀질거리는 녀석이 이따금 탈주 닌자로 변신하는 것은 바로 그 때문.

“그래. 그랬구나. 그러면 그렇지! 나는 우리 표팀장 믿고 있었다고! 하하하.”

한팀장은 앓던 이가 빠졌다는 얼굴로 호탕하게 웃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열 받네?”

“뭐가요?”

“개발이 장난이야? 지들 싸움에 휘둘리는 개발자들이 대체 몇이야?”

“확실히 그런 면도 있죠.”

사실 내가 회장이었다면, 나란히 일렬종대로 세워놓고 3초 기절, 니킥을 선물해줬을 거다.

하지만 때로 경쟁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낳는다고 하지 않던가?

아마도 회장님이 함전무와 이상무의 파벌 다툼이나, 양실장의 선전포고 등을 용납하는 이유도 그런 이유에서겠지.

“그런데······. 파벌이라······.”

한팀장이 돌연 입맛을 다시며 무언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왜 그러시죠?”

“그······. 왜, 있잖아. 그 파벌에 나는 안 되나?”

아! 무슨 말인가 했더니. 그런 거였구나?

“관심 있으시면, 양실장님께 말씀드려 볼까요?”

사실 한팀장 정도면 나쁘지 않은 인재다. 다른 것은 몰라도 개발3실 프로그램팀의 터줏대감이 아닌가?

약점이라면 처세술이 약하다는 것 정도인데, 양실장이 아부하는 인물을 좋아할 것 같지도 않으니, 문제는 없을 터.

하지만 내 말에 한팀장의 반응이 묘하다.

“아니, 그게 아니고······.”

“?”

뭔데 이렇게 뜸을 들이지? 오늘따라 캐릭터가 너무 혼란스럽다.

“문이사도, 이상무 파벌에 속해 있잖아. 그러면서도 자기만의 라인을 따로 만들잖아?”

“뭐, 그렇죠.”

그거야 어디든 마찬가지 아닌가?

“나는 양실장이 아니라, 표차장과 함께 하고 싶은데?”

“양실장님 밑에서 따로 라인을 구축하시겠다고요? 그건 어떨는지······.”

양실장 라인이라고 해봤자, 지금 나와 양실장 두 사람뿐인데, 거기서 쪼개기는······.

“아니야! 표차장 뒤에 서고 싶다고!”

“네?”

이게 뭔 소리야? 아니, 세상에 아래 직급 뒤에 서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

“한팀장님, 저 아직 정식 팀장도 아니에요.”

“그런 건 상관없어. 분명, 표차장은 나중에 이 회사의 기둥이 될 거야! 나는 알아!”

음······. 죄송하지만 저는 그 기둥 말고 조금 다른 기둥을 지망하고 있습니다만.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오바고, 일단 한팀장님 뜻은 알겠습니다. 양실장님께 말씀드릴 테니, 일단 저희와 함께하시는 것으로 알겠습니다.”

“음······. 뭐 표차장이 그렇게 말한다면야. 하지만 분명히 전해줘. 나는 양실장 밑에 서겠다는 것이 아니야.”

아니, 파벌에 끼겠다는 거야, 말겠다는 거야?

이 사람, 진짜 사내 정치에 1도 관심 없구나.

“뭐, 그 이야기는 차차 천천히 정리하기로 하고, 그보다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부탁?”

“제가 각본이 하나 있는데, 배우가 필요해서요.”

“표차장 취미로 영화 만들어? 하긴 요즘은 미튜브에 개인 영화 찍어서 올리는 사람도 있다지? 나도 우리 자기······. 아니, 여보······. 아니, 와이프에게 들었어.”

역시 홍켓몬이 아니면 설명이 필요하구나, 그보다 한팀장님, 와이프분을 자기라고 부르시는구나, 보기보다 스윗 하시네.

“일단 설명을 해드릴게요. 그러니까······.”

나는 무려 30분 가까이 설명을 해야 했다. 아, 내가 홍켓몬을 그리워하게 될 날이 있을 줄이야!

*

*

*

개발2실의 이팀장은 전에 없던 스트레스에 탈모를 걱정하고 있더랬다.

확률 이벤트는 단순히 기획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프로그램팀이라고 게임의 미래가 걱정되지 않겠나?

더군다나, 김차장과 윤과장이 합세해서 문이사의 지시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고 난동을 피우는 탓에 두통까지 생길 지경.

“이팀장.”

“어? 한팀장님?”

좀처럼 개발3실을 벗어나는 일이 없던 한팀장이었기에, 다소 의외였다.

“담배 한 대, 태우지?”

“그러실까요?”

무슨 용건일까? 라는 생각보다는 그냥, 프로그램 팀을 좀 벗어나고 싶었다.

‘아이고, 이놈들아 이럴 때는 내 체면 좀 살려줘라!’

한팀장과 함께 떠나는 동안 내내 자신의 등에 화살처럼 날아와 박히는 김차장과 윤과장의 시선에 등이 따가웠다.

혹시라도 한팀장이 자신의 비루한 처지를 눈치챌까 싶어, 냉큼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그런데 무슨 일로?”

개발3실의 터주대감인 한팀장과 2팀 소속인 이팀장은 딱히 이렇다 할 친분은 없었다.

오히려 동기인 정차장과 더 가까운 관계.

그렇기에 한팀장이 자신을 방문한 이유를 짐작할 수가 없었다.

“요즘 힘들지?”

“아, 네. 뭐······. 어제, 오늘 일도 아닌데요.”

아랫사람들에게 조차 업신여김당하는 본인의 처지.

하지만 어쩌겠는가? 서울대 출신의 김차장이 파죽지세로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며, 자리보전에 급급한 것은 사실이다.

“요즘 이상하지 않아? 미국지사 소속인 문이사가 갑자기 개발2실에 들이닥쳐서, 진두지휘하는 모양새가?”

“뭐, 일단은 이상무님 라인이지 않습니까? 까라면 까는 거죠.”

“내가 오다가다, 우연히 듣게 됐는데, 신규 프로젝트팀 구성한다고 하더라고.”

“그런데요?”

어차피 자신과는 연이 없는 이야기가 아니던가?

“김차장이 문이사님 라인이지?”

“네, 그렇죠.”

자신도 잡지 못한 견고한 라인을 일찌감치 손에 쥔, 김차장이었다.

“아마도 문이사님이 이번 분기 실적을 빌미로 김차장을 팀장으로 올릴 생각이신가 봐.”

“그런가요?”

차라리 잘된 일이다. 한참 후배가 자신과 동급이 되는 것은 속이 쓰리지만, 그래도 자신 밑에서 설치고 다니는 것보다는 나은 일.

“그게 끝이 아니야.”

“네?”

“김차장 다음은 송과장을 차장 진급 시키려는 거야. 이미 체육대회에서도 말이 나왔다더라고······. 그런데 그걸 위해서 개발2실 전체를 들볶는 것은 좀 아니다 싶지 않아?”

“잠깐만요. 누구요? 송과장? 우리 민식이요?”

김차장과 송과장. 두 사람 모두 이팀장 밑의 인원들이다.

넓게 보면 같은 이상무의 파벌이지만, 김차장은 문이사 라인에 가깝고 송과장은 이상무 직계 라인으로 구분된다.

“그래놓고 그 결과가, 김차장 대신 송과장까지 설치게 되면······. 내가 볼 때, 이팀장이 좀 억울하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지.”

순간 머리에 벼락이 떨어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제는 민식이 눈치까지 봐야 한다고?’

김차장도 처음부터 저렇게 설쳤던 것은 아니었다.

차장 진급 이후, 바로 위의 이팀장이 출세 가도에서 벗어난 상황임을 인지하고부터, 캐릭터가 완전히 돌변했다.

‘아직 민식이가 그런 느낌은 아니지만······.’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르는 법이지 않나?

게다가 요즘 들어 윤과장까지 심상치가 않다.

근래 김차장 보다도 문이사와 더 가깝게 지내는 모습이지 않나?

‘만약 윤과장까지 진급해버리면······.’

과연 그때, 자신의 자리보전은 가능할까? 순간 김차장, 송과장, 윤과장이 자신을 내려다보며 비웃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씨발······.”

사람 좋기로 소문난 이팀장의 입에서 육두문자가 새 나오자, 한팀장이 피식 웃었다.

“이팀장.”

“네.”

“내가 승진하는 법은 못 가르쳐주겠는데, 팀 관리하는 법은 가르쳐 줄 수 있거든?”

그래, 지금까지 너무 바보처럼 행동했다. 그저 다툼 없이, 팀장 자리만 굳건히 지키고 있다 보면 언젠가 부장 정도는 올라갈 수 있으리라, 그렇게 생각했었더랬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게임 회사란 것은 원래 원로 개발자를 우대해주는 풍조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

애써 외면해온 진실.

“방법이 있습니까? 뭐, 애들 달달 볶아요?”

“에이, 그건 이팀장 스타일과 안 맞지.”

스타일 문제가 아니라, 그들이 자신의 샤우팅에 코웃음이나 치지 않으면 다행이다.

그만큼이나 이팀장의 권위는 바닥에 떨어진 상황.

“그럼 뭡니까?”

“기획 들어온 거 결재 짬시켜.”

“네?”

“원래 이상한 기획은 우리 선에서 묶잖아. 그걸로 네고(협상)를 시작하는 거지.”

“네고를 누구와?”

“당연히 문이사와 팀원들에게 시위하는 거지.”

“아, 안됩니다. 모르셔서 그러시는데, 지금 문이사 서슬이 보통이 아니에요. 그러다 진짜 사직서 가져오라고 할 기세입니다.”

이팀장의 엄살에 한팀장은 다시금 피식 웃었다.

“곰곰이 생각해봐. 내 원래 스타일 알지? 그런데, 정작 지랄 맞은 나는 남아있고, 사람 좋던 인재들은 다 회사 떠나지 않았어?”

“!”

“사람 좋은 거랑, 게으른 것을 오해하면 안 돼. 팀장은 팀의 수장이야. 그거 하기 싫으면 팀장 내려놔야지. 그리고 핑계도 좋잖아? 어차피 크런치 상황이라서 다들 여력 없어. 밑에서 징징대면, 그 일들 끝내고 오라고 해. 그러면 그때 결제해서 일감 내려줘. 그러면 뭐다? 이팀장이 일 잘한 거네? 일정 앞당겼으니까?”

짬밥이 이래서 무섭다.

다른 것은 몰라도, 누구보다 오랜 기간 터줏대감으로 군림해온 한팀장이 아닌가?

팀장으로 살아남는 법에 대해서는 누구 보다도 스페셜리스트라고 할 수 있었다.

‘수장. 그래, 내가 팀장이지.’

어차피 벼랑 끝이다.

슬슬 다가오는 딸의 중학교 입학에 대한 걱정이 든다.

자랄수록 본격적으로 양육비가 치솟지 않던가? 여기서 밀려나서는 안 된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그냥, 같은 처지에 이팀장 걱정돼서 한 말이야. 이팀장은 나처럼 되면 안 되잖아.”

“그건 그렇죠!”

“뭐 임마?”

“?!”

한팀장의 눈에 쌍심지가 켜졌다.

“나도 이제 라인 제대로 탔거든!”

“라인이요? 한팀장님이요? 어디에? 전무님?”

“흠흠······. 비밀이다.”

한팀장은 그저 뿌듯한 표정만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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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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