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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집 기둥서방이 되었다-94화 (94/346)

94.

미튜브에 새로 등장한 깨비몬송과 함께 각종 학용품에 붙은 깨비몬 악세서리들이 서서히 하나 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깨비몬 뭐지?

-갑자기 난리네?

-요즘 이것저것 많이 나오지 않았어?

-요즘 꼬맹이들 가방에 저거 안붙이고 다니는 애들 없던데?

처음에는 이 정도 반응이었다. 주로 아이들 사이에서만 작은 인기몰이를 하기 시작한 정도.

-지난번 말씀하신 로열티 부분 포함해서 생산 물량 더 확장해 주시죠.

처음에는 외주에 가까운 형식으로 상품 생산이 가능한 소규모 공장을 찾아 정해진 수량을 의뢰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얼마 후 미튜브에 노출된 깨비몬송의 인기와 함께 공장들은 처음에는 코웃음치던 자세에서 180도로 돌변했다.

“추가물량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각 공장의 생산력을 고려해서 과도하게 풀지 않도록해주세요.”

“그러면 지금까지처럼 품귀현상이 지속될텐데요? 이러다 열기가 식기라도 하면?”

부하직원의 우려에 조연아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걱정 안 해도 돼요. 그보다는 중국 공장 상황은 어떻죠?”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 중국 공장을 찾은 것은 당연하다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하지만 중국 공장 쪽에는 한 가지 우려가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상품성이 있다 싶으니, 저들 멋대로 중국 현지에서 자체적으로 풀기 시작했다는 군요.”

로열티라는 개념 자체가 희박하기 때문일까? 중국 공장은 애초에 주문한 물량 자체를 무시하고 자신들 멋대로 중국 현지에서 물량을 풀고 있었다.

-새로운 한류 등장?

-깨비몬이 대체 뭐길래?

이미 중국의 몇개 대도시에서 서서히 깨비몬 상품이 히트를 치며 국내 언론사까지 이 이슈에 대한 기사를 쏟아내고 있는 상황.

“알겠습니다. 컨트롤 불가능한 일은 무시하기로해요. 그보다는 이제 우리가 주력해야할 포인트에 포커스를 맞추기로 하죠.”

연아는 중국에서의 일은 홍보효과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국내 연예 기획사와 제작사들에 두루 입질을 뿌려두었습니다. 오늘도 미팅이 잡혀있고요.”

김인숙의 말에 연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제품은?”

“명품 브랜드들의 반응은 아직까지는 시큰둥한 상황입니다.그래도 에이급 브랜드 몇 곳은 업무제휴 협상에 관심이 있어 보이는 눈치입니다.”

“그렇군요. 역시 역으로 가는 편이 좋겠네요.”

깨비몬의 캐릭터는 복셀아트다.

팝아트 적인 특징이 있기에 의류 및 악세서리 브랜드와 콜라보를 이루기 좋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조연아는 한 번 결정이 서면 불도저처럼 밀어 붙인다.

“우선 연예 기획사와 제작사에 피피엘을 붙이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그렇게 미디어를 통해 대중들에게 노출시키면서, 깨비몬 캐릭터가 단순히 아이들과 게임 유저들만이 아닌, 독자적인 캐릭터 브랜드로 거듭나는 방향을 모색해보죠.”

그리고 그렇게 캐릭터 디자인 자체에 힘이 붙기 시작하면 거물급 대형 명품 브랜드 회사들도 깨비몬 상품과의 콜라보를 받아들일 것이다.

“그리고 오늘 영상제작사와 기둥소프트 측의 업무 미팅이 있지요?”

“네. 그렇습니다. 이건 아마도 제가 진행해야 겠네요?”

“네?”

조연아가 일순 당황했다.

“왜 놀라세요? 실장님은 기획사와 제작사 미팅이 한가득 잡혀 있잖아요. 최소 3명 정도의 연예인에게 깨비몬 상품 피피엘 붙이시려는 것 아니셨어요?”

그러고보니 그렇다.

일이 순조롭기 때문에 연아는 더더욱 사업계획에 박차를 가했고, 덕분에 정신없이 바쁜 스캐쥴을 소화하고 있다.

‘미팅 핑계로 오빠 얼굴이나 한 번 보려고 했는데······’

깨비몬 상품의 파급효과가 기대 이상으로 순조롭게 진행된 덕분에 계획들이 자꾸 앞당겨진다.

“무엇보다 미국지사에서 테스트 버전으로 보내준, 증강현실 앱. 이거 반드시 제작사에 밀어 넣으셔야 하는 것 알고 계시죠?”

“네. 물론이죠.”

3D프린트로 만들어진 깨비몬 완구의 첫 테스트 버전.

크기는 롤휴지 정도의 크기의 플라스틱 완구. 당장은 장식품으로서의 기능이 더 커보이지만, 진정한 용도는 따로 있다. 바로 스마트폰의 앱을 이용해서 증강현실로 움직이는 깨비몬을 볼 수 있다는 것.

“미래의 디지털 펫 사업과도 연계될 수 있는 효시가 될겁니다. 이거 잘 해주셔야 해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연아보다도 김인숙이 더욱 열성을 보였다.

그녀는 차후 자신이 실장이 되었을 때의 첫프로젝트로 본격적인 디지털 펫 사업안을 추진할 계획이었기 때문.

“동물은 키우고 싶지만, 펫을 집에 혼자 돌보기 어려운 싱글족들과 실버세대에게는 반드시 어필이 될 거에요.”

김인숙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알겠어요. 그럼······ 미팅 잘 부탁드려요.”

“걱정 마세요 거기 담당자가 권태인이라고 하더라고요. 그 친구 제 베프거든요.”

“표세인 팀장이 담당자가 아니에요?”

“동석은 한다는데, 담당자는 권태인이라고 하던데요?”

조연아는 잠시 뭘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곧 고민을 털어냈다. 업무에 한해서 표세인을 신경쓰는 것만큼 의미 없는 일이 또 있을까?

회장의 비서로 있으면서 끊임없이 모두를 놀라게했던 표세인의 활약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아마 이번에도 잘 해낼 것이다.

그러니 자신도 그래야 한다.

“자, 좋습니다. 회의는 이쯤 하기로 하죠. 모두들 수고 하셨습니다.”

“네.”

눈 앞에 닥친 피피엘 문제부터 해결하자. 그렇게 하나 둘씩 해결하다보면 표세인에게 부끄럽지 않은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거다.

*

*

*

‘확실히 이 팀은 물이 좋네.’

민대리는 생각했다.

남궁원과 함송희 모두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미인들이다.

‘좀 친해질 방법이 없을까?’

밖에서 들었던 것과는 달리 이 팀의 분위기는 가볍지 않았다. 권태인과 공대리도 뭐에 홀린 듯이 일을 하고있는 것도 문제지만, 무엇보다도 남궁원과 홍기도는 정말로 모니터 앞을 떠나질 않는다.

오히려 일벌레라고 소문난 표세인이 가장 한가해 보일 지경.

앞일은 알 수 없지만 한동안 함께 부대끼며 지내야 할 사이인데, 어느 정도 친목도모는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번 먼저 말을 꺼내볼까?’

같은 대리급이니, 친목도모를 명목으로 운을 떼는 것은 그림이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마침 표세인과 권태인은 오늘 오후에 있을 미팅에 대비해 회의실에 틀어박혀 있는 상황.

“남궁대리님. 홍대리님.”

“네?”

“네.”

두 사람은 동시에 대답했다. 하지만 묘하게 톤이 다르다.

남궁원은 자신의 일을 방해 받았다는 느낌으로 살짝 짜증이 섞인 음성이었고, 홍기도는 정말 관심이라고는 1도 없다는 표정.

“우리 같은 팀이 되었고, 같은 직급인데 언제 한번 친목도모겸 한잔하는 것이 어떨까요?”

친목도모라는 말에도 두 사람의 반응은 전혀 딴판이었다.

“친목도모······ 그러면 술을 마셔야겠지. 내가 금주한 지, 얼마나 됐지? 지금 마셔도 되나? 아니지 마실거면 차라리 팀회식이···. 어차피 흥이 날것 같지도 않은 멤버인데······”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넋두리를 속사포처럼 중얼거리는 홍기도. 반면 남궁원은 민대리를 위 아래로 훑어보며 입맛을 다셨다.

“지금 우리가 속편하게 술잔을 나눠도 되는 상황인가 싶네요?”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우리 지금 과장 승진 경쟁하는 것 아니었어요?”

“아?”

생각지도 못한 말에 민대리는 묘한 탄성을 흘렸다. 남궁원과는 달리 민대리는 현재 상황을 경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잘은 모르지만, 이를테면 양실장과 천이사의 기싸움 같은 것?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어차피 과장 진급은 각자 진영에서 그간 쌓아온 실적으로 결정되지 않겠나. 이 시점에 자신이 열정을 불태운다고 그것이 결과에 반영될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거야 윗분들이 알아서 결정하시는 것 아닙니까?”

“뭘 알아서 결정해요! 그리고 결정된 일이라도 뒤집어 버리겠다는 패기를 보여 줘야죠.”

“아, 아니 그건 좀.”

그러고보니 예전 별명이 세븐메이지의 쌈닭이었다고 했던가?

‘대체 뭘 믿고 이렇게 독하게 구는 거지?’

시대가 시대지 않나? 예전처럼 열정 운운하며 혼자 불타봤자, 알아주는 사람 하나 없이 새하얗게 재가 될 뿐이다.

“흠······ 캐릭터가 좀 흐리시네요.”

“네?”

민대리가 남궁원의 말에 재차 질문을 하려고 할 때였다.

“남궁대리.”

“어? 박대표님.”

난데없는 박대표의 등장에 개발실 전체가 술렁였다.

‘좀비로얄 대표지?’

‘아, 부럽다. 돈 방석에 앉았다더니, 사람이 달라보이네.’

게임 개발자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인물이 바로 박대표처럼 스타트업을 시작해서 성공한 사람일 것이다. 물론 박대표처럼 엄청난 성공을 거두는 일은 드물다. 하지만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니 너나 할 것 없이 연차가 어느 정도 쌓이면 창업을 꿈꾸고, 대부분은 빚더미를 끌어안고 치킨집을 차리게 되지만······

“무슨 일 있으세요?”

“아, 여기 재무팀에 볼일이 좀 있어서. 마침 잘됐네. 오늘 퇴근 후에 뭐해?”

“음······ 한잔 사주시려는 거죠?”

“그, 그렇지. 남궁대리만 괜찮다면.”

뭐지?

민대리는 박대표가 상당히 남궁원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보니 좀비로얄 개발 진두지휘를 했다고 했었지?’

고작 대리가 어찌 좀비로얄 같은 거대한 프로젝트를 진뒤지휘할 수 있겠나? 그저 과장된 소문이라고 생각했다. 애초에 표세인과 그 주변의 이야기들은 하나 같이 허무맹랑한 이야기라는 느낌이 강했다.

특히 직접적으로 관계를 맺어본 일이 없던 개발1실 소속들은 더욱 그랬다. 하지만 박대표의 태도를 보고 있으려니, 뭔가 깨름칙했다.

“우리 남궁원 디렉터님 덕분에 좀비로얄이 훌륭한 성적을 거두었는데, 술 한잔이 아니라 뭐든 못 사줄까? 진짜로 우리 회사로 오라니까? 정식으로 피디 맡는 것은 어때? 우리 지금 돈 많아. 연봉은 맥베스 디렉터 급 이상으로 챙겨준다니까?”

대수롭지 않게 억대연봉까지 운운하기 시작하는 박대표를 보며 민대리는 절로 헬쑥해졌다. 대체 이게 무슨 그림이란 말인가?

“알겠어요. 일단 이따 퇴근 때쯤 상황봐서 될 것 같으면 연락 드릴게요.”

“오케이. 기다리고 있을게. 그리고 우리 표상무 때문이면 나한테 말해, 인간적으로 내가 남궁대리 술 한잔 사겠다는데, 표상무가 말리지는 않을 거야.”

“애초에 팀장님은 그런 분이 아니죠.”

디렉터에 이어, 상무.

원래 사람 직급을 멋대로 부르는 경향이 있는 박대표의 습관을 알지 못하는 민대리였기에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으음······ 남궁원이 오늘 술을 마신다.”

홍기도는 남궁원까지 술을 마실 것 같은 상황이 되자, 입맛을 다셨다.

“민대리님.”

“네.”

“한잔 하시죠.”

“아, 그러실래요?”

“공대리님도 가시는 거죠?”

“네. 저 친구는 제가 말하면 함께 할 겁니다.”

홍기도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프로그램팀에 있던 함송희에게 다가갔다.

“함송희씨.”

“안녕하십니까!”

마침 함송희에게 개발툴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던 표세종이 홍기도에게 인사했다.

“그러게, 너도 있었지. 마침 잘됐네. 두 사람 오늘 퇴근 후에 약속있어요?”

“아뇨. 없어요.”

“저는 약속은 없지만, 한팀장님이 허락해 주셔야 가능할 것 같습니다.”

표세종의 말에 곁에서 듣고 있던 윤현창이 피식 웃었다.

“막내야. 한팀장님 그런 분 아니다. 가서 한잔해. 신입때부터 너무 야근만 하는 것도 안좋아.”

“그, 그래도 되겠습니까?”

“그럼. 그렇죠 김차장님?”

“어? 어. 그렇지.”

윤현창의 질문에 김순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동안 어색하던 두 사람도 팀을 옮긴 이후에는 다시금 돈독해졌다. 물론 예전과는 구도가 조금 달라진 상황.

“그럼 박대표님.”

“응?”

“잘 먹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어? 나, 나는 남궁대리만······”

“함송희씨도 감사하다고 해야죠.”

“감사합니다. 박대표님.”

“아, 함송희씨······”

그러고보니 함송희와도 안면이 있었지 않나? 박대표는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케이, 다 같이 가자고.”

< 첫 방어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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