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집 기둥서방이 되었다-152화 (152/346)

152.

대체 불가능 토큰(Non-fungible token)은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디지털 자산의 소유권을 증명하는 가상의 토큰을 의미한다.

디지털 파일의 고유 ID를 담는 개념으로 일종의 품질보증서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디지털 상품을 NFT로 만드는 것을 민팅(Minting)'이라 표현하는데, 이는 화폐주조를 의미한다.

가상화 시대의 새로운 가치화폐.

NFT는 이와 같은 흐름에 편승해 빠르게 그 가치를 입증해 나가고 있다.

NFT 상품의 가치를 결정하는 요소는 대략 3가지 정도로 분석되고 있다.

희소성, 유동성, 확장성.

그런 의미에서 깨비몬의 명품 브랜드 콜라보 상품은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한다.

희소성은 개발사가 자체적으로 컨트롤 할 수 있는 문제이며,  유동성 역시 깨비몬 캐릭터 상품이 센세이션을 일으킨 상황인 덕분에 쉽게 사고팔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확장성.

기타 NFT 상품들이 프로필 이미지 사용이라는 정도가 현재 보장된 확장성의 한계임에도 그 반응은 폭발적이다.

하지만 깨비몬 관련 상품은 어떠한가?

애초에 깨비몬 게임이라는 기반이 갖춰져 있기에 아이템으로 사용은 물론, 차후 제작될 치환영상, 아울러 3D프린팅을 이용한 미니어쳐 상품에 이르기까지······.

현 시점에 확장성 부분에서 깨비몬 NFT 상품을 능가하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거기에 명품 브랜드 콜라보라는 브랜드 고유의 가치가 더해진다.

자, 여기까지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깨비몬 명품 브랜드 콜라보 상품의 가격은 어떻게 책정해야 할까?

“현재 가장 비싼 NFT 상품의 거래가가 약 140억원 가량이란 것은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하,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는 해도······.”

“네, 최고가가 그렇다고 우리 제품도 그정도 가치로 여겨지리란 법은 없죠. 그보다 우선 저희가 생각해야 할 점은 깨비몬의 NFT 상품을 판매하려는 목적입니다.”

“그거야, 당연히 수익창출을 위해서가 아닌가요?”

김비서의 말에 모두가 동의한다는 눈빛이었다. 모두가 NFT를 그저 새로운 치장성 아이템 정도로 생각하는 모양.

“다른 곳에서야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게임 개발자인 저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NFT는 새로운 즐거움을 제공하는 장치입니다.”

“새로운 즐거움?”

“게임을 즐기는 법은 저마다 다양합니다. 그리고 그중에는 돈을 사용하는 것으로 만족감을 얻는 플레이어와 반대로 돈을 사용하기를 꺼리는 플레이어로 양분되죠.”

“그거야······.”

왜 그런 당연한 말을 하냐는 눈빛. 이 당연한 이분법, 그리고 지금까지 국내 게임개발사들은 돈을 물 쓰듯 쏟아붓는 고래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게임을 개발하는 일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

“게임 자체는 철저하게 패키지 판매만을 목적으로 하여, 일반 유저들을 만족시킵니다. 그리고 NFT는 그 외에 과시와 자기 만족을 원하는 일부 고래 유저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수단이 될겁니다.”

“아······.”

“그러면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현재 비트코인을 쫓아 새로운 투자자산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NFT상품. 그리고 우리 깨비몬이 보유한 독특한 가치. 그렇다면 가격은 어떻게 책정하는 것이 좋을까요?”

“처음에는 1억이라는 말에 놀랐는데······.”

김비서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처음부터 1억 정도의 푼돈에 거래되는 것은 생각도 하지 않으셨군요.”

“정답입니다.”

경매 시작가가 1억인데, 애초에 그것이 목표액일 리가 없지 않은가?

“······아무래도 저희쪽의 접근 방식이 틀렸던 것 같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가치 재평가와 판매방식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고려해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일부 고래들을 위한 상품을 인게임에 붙여넣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소수의 자금력 있는 유저들을 위한 상품은 가능하다면 철저히 외부로 돌린다. 새롭게 시작된 NFT라는 개념은 이것을 가능케 할 것이다.

반대로 게임에는 관심 없어도 이 상품에만 관심이 있을 수 있는 고객들도 존재할 수 있다.

깨비몬 캐릭터 상품의 히트 덕택에 잠재수요는 극히 높게 형성되리라 예상한다.

그러니 더더욱 기존의 캐시상점에 배너를 덕지덕지 지저분하게 붙이는 방식은 원치 않는다.

“향후 사업부 역시도 이 부분에 보조를 맞춰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설마 인게임 상품은 추천하지 말라는 말씀이신가요?”

“가급적 지양해 달라는 말입니다.”

깨비몬은 처음으로 내가 총괄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나는 그저 조금 깔끔한 게임으로 완성되길 바란다.

팔릴 것 같으니 넣고, 팔렸으면 좋겠으니 넣고······.

이런 지저분한 방식보다는 딱 필요한 것 몇 개만 단순하게 제공하고, 캐시 상점 진입 버튼 조차도 옵션창 안에 숨겨둘 예정이다.

“······일단 그 부분은 숙고하겠습니다.”

예상했던 대답이다.

사업부 입장에서 캐시 아이템에 대한 의견을 개발 기준에 맞추라는 요구는 확답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닐 테니까.

“그러면 일단 저는 돌아가서 기획안을 재검토하도록 하겠습니다.”

“예. 부탁드리겠습니다.”

재검토가 아닌, 재작성에 가깝겠지만 어쨌든 김비서는 그대로 망설임 없이 돌아섰다.

“후우, 지난번에도 느꼈지만 표팀장님 정말 대단하시네요.”

“뭐가요?”

“김인숙 비서님이······. 조연아 실장님의 최측근이라는 것은 알고 계시잖아요.”

“네. 알죠.”

“와······.”

연아의 이름이 언급되었음에도 내가 그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권태인은 새삼 놀랍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건 연아를 너무 몰라서 보이는 반응에 불과하다.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혹은 자신이 생각하기에 일리가 있는 생각이라면 연아는 개의치 않고 받아들인다.

자존심보다 효율과 가치를 우선시하지 못하는 성격이었다면, 조회장님이 연아를 후계자로 낙점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김비서 역시 그 점을 잘 알고 있기에 순순히 물러났을 것이다. 내가 그들이 오판한 부분을 정확히 지적하고 개선사항까지 말해준 상황에서, 감정적으로 대응한다?

그렇다면 그녀 역시 연아의 신임을 받을 수는 없었겠지.

유능한 이들과 일하는 것은 이런 점에서 무척 편하다.

유능에는 단순한 실무능력 이외에도 이와 같은 감정보다 이성, 즉 실리 중심의 사고방식이 가능하다는 의미까지 포함되는 것이니까.

“뭘 계속 놀라고 있나요. 기획자는 원래 탱커 아닙니까. 탱킹해야죠.”

내말에 권태인은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이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외부 경매 사이트를 이용하시려는 건가요?”

“아뇨.”

굳이 비싼 수수료 내가면서 외부 경매 사이트를 이용할 필요가 뭐가 있나?

“그러면 결국 캐시상점에 붙이는 편이 작업량을 고려할 때, 더 나은 선택이었던 것 아닌가요?”

아! 이 사람은 아직 미국지사의 일을 모르는 구나.

NFT 시스템 자체가 미국지사의 소관이다. 앞으로 우리 회사 게임들에는 줄줄이 NFT가 달려 나올 것은 이미 정해진 수순이다.

따라서 제프리팀은 이미 NFT 상품 전용 경매&샵 사이트를 제작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지사에서 개발 중인 시스템이 있습니다. 우리는 거기로 상품 이미지만 보내면 됩니다. NFT로 변환하는 과정도 그쪽에서 모두 처리할 거에요.”

“아, 그런거였군요.”

뭐랄까, 남들이 모르는 정보를 혼자서 줄줄이 꿰고 있다는 것.

새삼 내 입지가 훌쩍 높아졌다는 기분이 든다.

내가 그렇게 짧은 감상에 젖어 있던 사이, 누군가 쿵쿵대며 다가왔다.

“뭐야, 뭐야. NFT어쩌고······. 김비서님이 왜 오셨다고?”

한팀장은 행여나 예정에 없던 이슈가 발생할까, 헐래벌떡 달려온 모양.

“안심하세요. 한팀장님. 벌써 표팀장님이 처리하셨어요.”

“표팀장이?”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캬~ 역시 무적의 탱커. 역시 사람 일할맛 나게 해주는 사람이라니까!”

“에이, 한팀장님처럼 일처리 깔끔하게 해주시는 분이 곁에 계신데, 이정도 못하면 급이 안맞죠.”

“그래? 나도 표팀장이랑 급이 맞아?”

“물론이죠!”

“으헤헤헤!”

“헤헤헤.”

우리가 잠시 바보처럼 웃고 있자, 권태인은 못볼 것을 봤다는 듯이 슬쩍 자리를 피했다.

그래요. 이런 쓸데 없는 일에 시간 낭비하지 말고, 부디 깨비몬 출시 마무리 작업 무탈하게 진행해 주세요.

권태인 차장 파이팅!

“그런데 표팀장.”

“네.”

“내가 계속 표팀장이라고 불러도 되나?”

한팀장이 슬쩍 주변을 살피며 말했다. 아무래도 요즘 내 입지가 요상망측하게 변해버린 탓에 주위의 시선이 신경쓰이는 모양이다.

“저 팀장이잖아요. 그럼 뭐라고 부르시려고요.”

“으음······. 그렇긴 한데.”

“본사 직급에 맞춰 불러주시면 됩니다. 앞으로 부장 달면, 부장, 실장 달면 실장. 이렇게요. 우리 사이에 그런 자잘한 것까지 세세하게 신경쓸 필요는 없잖아요.”

“우, 우리 사이······.”

음······. 남자끼리 조금 오그라드는 표현인가?

아니지, 원래 우리가 남이가? 뭐 이런 옛스런 표현도 원래 남자끼리 쓰던 표현 아닌가?

“그러고보니, 얼굴 본 김에 잠시 이야기 좀 할 수 있나?”

한팀장은 턱짓으로 옥상으로 가자는 제스쳐를 취했다.

방금 내려왔는데, 다시 옥상인가? 하지만 한팀장이 대화하자고 하는데, 피할 순 없지.

이제 서서히 문서 작업 보다는 이런 부분이 내 일이라는 느낌이 든다.

“가시죠.”

나는 한팀장과 함께 옥상으로 향했다.

“후우, 안 태워?”

“조금 전에 피웠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아니, 별건 아니고······. 후우.”

별것 아니라는 것치고는 연기를 내뿜는 숨이 길다.

“지난번에 부장 진급 건 말했었잖아?”

“네.”

“그러면 당연히 차기 팀장도 생각해둬야 하는 거잖아.”

“네. 그렇죠. 뭔가 문제라도?”

“문제?”

“네.”

“아니, 잠깐, 설마 차기 팀장 나보고 정하라는 거야?”

“네. 그렇죠.”

“아니, 회사가 정해야지.”

“최종결정이야. 그렇겠지만, 한팀장님 의견이 가장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허허······.”

내 말에 한팀장은 다소 어이가 없다는 듯이 헛웃음을 지었다.

“가장 오랜 시간 곁에서 지켜보시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이런 것은 보통······. 위에서 누구로 하라고 통보가······.”

그 통보 이번에는 제가 하죠.

“누구로 통보하면 될까요.”

“······표팀장. 진짜 달라졌구만.”

“네. 참 많은 일이 있었죠.”

처음으로 한팀장과 옥상에 올라왔을 때는, 김순영 차장과 한바탕 실랑이가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과장직급으로 팀장 대리에 불과했던 내가, 이제는 정식 팀장이자, 독립 스튜디오의 대표가 되었다.

“시간 참 빠르죠?”

“그러게······.”

“그래서 생각해 두신 사람 없습니까?”

“이게 쉽지가 않네······.”

내 말에 한팀장이 또 한 번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음······. 고민은 김순영 차장과 윤현창 과장인가요?”

“후우······. 그렇지.”

한팀장은 착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직급이나 연차로 보면 두말할 것 없이 김순영 차장이다.

예전에 한번 서버 롤백을 일으키고 문이사의 샤우팅에 직격탄을 맞은 이후로는 사람이 달라진 듯이 의기소침해졌다고 한다.

오히려 윤현창이 그런 김순영을 안쓰러워하며 다독이며 지내고 있다고 들었는데······.

“김순영이가 솔직히 일은 잘해. 뭐 윤현창이 일을 못한다는 것는 아닌데······.”

“하지만 리더쉽이 문제다?”

“그렇지. 솔직히 지금도 내가 잠깐 자리를 비우면, 윤현창이가 팀장 대리 역할을 하고 있거든······.”

확실히 그런 상황이라면 고민이 될 법도 하다.

“솔직히 난 두손 들었어. 뭐가 답인지 모르겠어.”

한팀장도 정말 한결 같은 사람이다. 얼마전까지만해도 자신을 조롱하던 김순영이 미울 법도 한데, 그런 일은 깨끗이 잊고 공정하게 평가를 하려고 하다니······.

“이건 표팀장이 좀 결정해줘.”

결국, 바턴은 내게로 넘어왔다.

“알겠습니다. 제가 결정해드리죠. 그런 고민은 앞으로도 언제건 제게 넘기시고, 마음 편히 업무에만 집중해주세요.”

어차피 깨비몬이 출시하면, 승진도 그렇고, 포상도 그렇고 차차 하나씩 처리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김순영 차장과 윤현창 과장이라······.’

한때는 참 얄미웠던 사람들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니······. 물론 내게 평가 받아야 하는 그들의 입장은 더욱 암담할 것이다.

일단은 정보 수집부터 시작해볼까?

때로는 볼품 없는 장비도 강화해서 쓰는 맛이 있기 마련이지!

< 꿀밤 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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