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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집 기둥서방이 되었다-154화 (154/346)

154.

“표, 표세인 팀장님!”

해병대 콤비는 머리통을 부여잡은 채로 뒷걸음질을 쳤다.

우연히 윤과장과 김차장에게 용건이 있어 그들을 찾은 것이 다행이다.

“이것들이 지금 회사에서······. 정신 나갔냐?”

“아, 아니 그게······.”

“저희는 그저······.”

눈치를 살피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더욱 화를 돋운다.

만약 내가 기준치 이상의 피지컬을 소유한 것이 아니었다면, 이 녀석들은 나에게도 이런 식의 시비를 걸어왔겠지.

더군다나, 한때는 함께 붙어다니던 일행이 아닌가?

체격이 평균치 이상인 사람들은 스스로의 행동을 보다 조심해야할 필요가 있다.

예의라는 것은 상대방의 평가에 기인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본인에게 나쁜 뜻이 없더라도 상대가 위협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을 자각하고 먼저 조심하는 것이 성숙한 태도 아니겠나?

하지만 반대로 타인들을 위협한다? 이건 그냥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너희 두 놈. 이제부터 내가 눈여겨본다. 한 번만 더 이런 일로 내 눈에 띄면, 그냥은 안 넘어간다.”

“죄, 죄송합니다.”

두 녀석이 입을 모아 외쳤다.

“꺼져. 그리고 내 경고 기억해라.”

다 큰 어른들에게 정신교육을 할 권리 따위는 내게도 없다.

그러니 지금은 이정도 경고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겠지.

하지만 경고한 대로 만약 또 한 번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서 그들에게 제제를 내릴 것이다.

“괜찮으십니까?”

나는 김순영 차장에게 질문했다. 얼굴이 허옇게 질린 것이, 심적 부담이 상당한 모양이었다.

자신이 한때 끌고 다니던 녀석들에게 위협을 당하는 경험이라니······.

입장을 바꿔, 표세인 본인이었다고 해도 아찔한 경험이었으리라······.

“나는 안물어보냐?”

윤현창이 볼맨소리를 했다.

“넌, 마 전 회사에서 험한 꼴 많이 봤잖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차이랄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확실히 맥베스는 이전 회사와 비교하면 젠틀한 편이다.

물론 그렇다고 조금 전과 같은 상황이야 거의 없었지만, 어쨌든, 그때는 다른 팀 인원들과 멱살잡이 하는 광경도 심심치 않게 연출되곤 했었다.

일이 힘들면 사람들 심기도 날카로워지는 법이다.

가뜩이나 크런치 문화가 심각한 게임 업계에서, 중소기업의 크런치 문화는 상상을 초월하는 법이다.

“뭐, 그렇긴 하지.”

윤현창도 과거의 기억을 떠올렸는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요즘 애들 무섭네. 우리때는 그래도 이런 느낌은 아니었는데······.”

“요즘 애들이고, 옛날 사람이고가 어디 있냐. 그냥 개개인이 다른 거지.”

“그것도 그렇네.”

윤현창은 또 한번 대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고, 고맙습니다.”

김순영은 나와 눈도 마주치지 못한 상태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닙니다. 별일 없어서 다행입니다.”

솔직히 내가 나서지 않았어도, 폭력사태까지는 없었을 것 같지만, 그래도 이 정도로 끝나서 다행이다.

그나저나, 요즘 바빠서 신경을 못썼는데 김순영 차장 정말로 사람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다소 재수없기는 했어도 자신감이 넘치는 타입이었는데······.

보통 사람이 이렇게까지 무너지나?

“흠······. 김차장님.”

“네?”

윤현창의 부름에 김순영이 고개를 돌렸다.

“마침 좋은 기회인데요. 우리 이 녀석에게 회사생활 어드바이스 좀 구해보면 어떨까요?”

“이녀석?”

“뭐, 왜! 이런 자리에서까지 팀장님 소리 들어야 겠냐? 내가 너보다 생일도 빠르다, 잊었냐?”

윤현창의 으름장에 나는 잠시 고민했다. 장난 좀 칠까도 했지만, 지금은 그런 분위기가 아니니, 삼가야겠지.

“아니, 그래도 임마, 이 녀석이 뭐냐? 이 친구라던지. 이름을 부르던지.”

“세인아.”

“아, 생각해보니, 네 입에서 내 이름 나오는 것도 닭살이긴하다.”

“우리 좀 도와줘라.”

“?”

갑자기 도와줘?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너도 알겠지만, 나랑 김차장님······. 요즘 상황이 안좋다. 많이 안좋아.”

“그러냐······.”

사실 모르고 있던 것도 아니다. 문이사에게 내 쳐진 두 사람의 입지야. 당연히 급속도로 추락했을 것이다.

그나마 팀을 옮겼고, 한팀장님이 지난 일로 눈총 주는 사람이 아니니, 좀 나아졌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김순영의 모습을 보니, 확실히 상태가 너무 안좋다.

“아는지, 모르겠는데 나는 그렇다치고, 김차장님도 코딩 실력 나쁘지 않다.”

그래. 그 이야기는 예전에도 한 번 들었다. 애초에 문이사 성격에 실력 없는 인간을 곁에 두지는 않았겠지.

사람 성격이야 어떻든, 김순영 차장이 코딩실력이 있다는 것은 한팀장을 통해서도, 그리고 동생놈을 통해서도 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도 주변 눈치 때문에 마음이 무거우서 손이 느려질 지경이다.”

아! 그건 곤란하지. 깨비몬 출시가 코앞인데 여기서 귀한 핵심 프로그래머의 손이 무뎌진다는 것은 문제다.

“그러니 우리 좀 도와줘라.”

“우리? 너는 문제 없잖아?”

“왜 없어. 나도 죽을 맛이야. 애초에 나도 굴러온 돌이 잖냐.”

그런데 왜 그렇게 같은 굴러온 돌인 나를 귀찮게 했냐.

내가 짜게 식은 눈빛을 보내자, 윤현창은 찔끔한 표정이 되었다.

하지만 곧바로 태세를 전환하고는 변죽 좋게 들러 붙는다.

“너도 이런 경험 없는 것 아니잖냐. 예전에 송부장이 주는 눈칫밥 먹어가며 얼마나 고생했었냐?”

“음······. 그러고보니, 그 시절에 송부장 옆에서 날파리처럼 나를 귀찮게 하던 녀석이 하나 있었지······.”

“그런 옛날 이야기는 잊자.”

“맥베스 와서도 어떤 놈 하나가 김차장님 옆에서 아주 얄밉게······.”

“에이, 옛날 이야기는 잊자니까.”

뭐 얼마나 된 이야기라고······. 내가 뭔가 한마디 더 하려는 순간, 옆에서 짧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크큭.”

우리의 대화를 듣던 김순영 차장이 웃음을 터트린 것.

“아, 실례했습니다. 제가 웃을 처지가 아니라는 것은 아는데······.”

“아니요. 웃으세요. 웃으라고 저희끼리 헛소리 한 겁니다.”

난 아닌데······.

진심이었는데······.

어쨌든 죽을상을 짓고 있는 것보다는 웃는 것이 차라리 낫다.

“아무튼 우리는 앞으로 이 녀석만 믿고, 메달려 보죠!”

매달려?

“그래도 될까요?”

아······.

냉큼 꺼지라고 농담 한마디 하려 했지만, 김순영의 힘없는 눈빛을 보니, 쉽게 쳐내기가 어렵다. 마치 마지막 동아줄 바라보는 듯한 눈빛을 보내는 사람에게 차마 매몰차게 굴 수가 없다.

“후우, 일단 제가 뭘 도와드릴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알겠습니다.”

“좋아!”

“부탁드리겠습니다.”

윤현창과 김순영의 표정이 확 밝아졌다.

“그런데 너 옥상왔는데, 담배 안 태우냐?”

“······담배 태우러 온 것 아니다.”

“그럼 왜 올라왔어?”

애초에 한팀장 후임 건으로 윤현창과 김순영과 대화를 나눠보려던 요량이었지만······.

현재 이들이 이런 상황이라면······. 그 전에 뭔가 힘을 좀 실어 줘야겠지.

그래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어차피 새로운 팀장 하나 만들려던 거라고 생각하자. 그러니 마음이 좀 편해진다.

어차피 두 사람 모두 한팀장 기준에서 부족함은 없다.

물론 지금 김순영이 매가리가 없긴 하지만······. 겸사겸사 이것도 고쳐 보면 좋겠지.

“좋습니다. 그럼 한번 해보죠.”

팀장 선발 및 인간개조 한번 시작해 봅시다.

앞으로 함께 게임을 개발할 주축 멤버 키워내는 일인데, 허투루 할 수는 없지.

*

*

*

“아, 놀래라.”

“그러게 거기서 갑자기 표팀장이 튀어나올 줄이야.”

“그런데 이거 혹생긴 것 같은데······.”

가벼운 꿀밤에 이런 위력이라니······. 두 사람은 정수리를 어루만지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어쩌지.”

“뭘?”

“표팀장이 경고했잖아.”

“아.”

현재 사내에 표세인의 입지는 무척 모호한 상황이다.

정확히 어떤 포지션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양실장과 조회장이 각별히 아끼고 있다는 것 정도는 모두가 알고 있는 상황.

더욱이 그 스스로가 이룬 업적역시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 않는가?

“아, 짜증나.”

“하여튼 김순영 그 새끼와 엮이고 나서부터는 되는 일이 없어.”

그들은 김순영을 떠올리며 이를 갈았다.

“김순영? 지금 김순영 차장 말하는 겁니까?”

“어?”

화장실 문이 열리며 홍기도가 모습을 드러냈다.

“홍과장······님?”

“두 분, 대리 아닙니까? 차장님 이름을 그렇게 함부로 불러도 돼요?”

“아······.”

순간 해병대 콤비의 얼굴에 짜증으로 물들었다.

홍기도 역시 얼마 전까지는 같은 대리급 아니었나? 게다가 그들 입장에서는 굴러온 돌이다.

굴러온 돌인 주제에 표세인 덕으로 금새 과장까지 진급해버린 남자.

해병대 콤비 입장에서는 김순영 이상으로 눈엣가시 같은 인물이 바로 홍기도였다.

“못 들은 것으로 해주시죠.”

“그냥 프로그램 쪽 일입니다.”

두 사람이 동시에 인삭을 팍 구겼다. 가뜩이나 조금 전 옥상에서의 일 때문에 심기가 불편한 상황.

표세인 같은 괴물이라면 모를까, 홍기도 같은 물과장에게 까지 설설 길 기분이 아니었다.

“흠, 지금 제가 위협을 받는 상황인거군요.”

“위협은 무슨······.”

“위협 맞는 것 같은데?”

“위협이면 뭘 어쩌려고요?”

마침 화장실에는 자신들뿐이지 않나? 어차피 딱히 뭔가를 한 것도 아니니, 나중에 아니라고 잡아떼면 그만이다.

“······쯧, 비키세요.”

더이상 엮이고 싶지 않다는 듯이 해병대 콤비는 홍기도를 툭 밀쳐내고는 화장실을 벗어나려 했다.

그때!

“어? 지금 내 몸에 손댄거임?”

“아니, 진짜 아까부터 짜증나게, 계속 찡얼찡얼······. 손댔으면 뭐!”

-쾅!

순간 화장실문이 열리며 거대한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표세인 보다도 훌쩍 큰 키에 박스티 조차 쫙 달라붙은 터질 것 같은 근육질의 남자.

다름 아닌 표세종이었다.

“세종몬. 도와줘!”

홍기도의 말에 표세종은 무표정한 상태 그대로 해병대 콤비의 좌 우, 어깨를 붙잡았다.

“어억······.”

“무, 무슨 힘이······.”

생전 처음 경험하는 무지막지한 악력에 해병대 콤비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하극상 좋아하세요?”

“뭐?”

“전 좋아하거든요? 저 표세종. 일평생 하극상만 꿈꿔온 남자입니다.”

“그, 그게 대체 뭔 개소리······.”

“제 앞에서 하극상 하지 마세요. 자극받으면 곤란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악력에 힘을 더한다.

“으으윽······.”

“그, 그만······.”

차마 밀어낼 엄두도 안 나는 덩치와 힘. 해병대 콤비는 그저 애원하듯이 얼굴을 구기며 이를 악물었다.

“안마 끝. 개운하실 겁니다.”

“개, 개운은 무슨······.”

“어? 그럴 리가 없는데? 좀 더 해드려요? 저 이래 봬도 스포츠마사지 수료증 있는데?”

“자격증이 아니고?”

“에헷, 어릴 땐 뭐가 뭔지 잘 몰라서······.”

표세종이 덩치에 맞지 않은 귀여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해병대 콤비는 후다닥 달아났다.

“수고했다! 세종몬!”

“음······. 제 이름에 함부로 별명 만들면 어른들한테 혼난다고, 형이 항상 조심하라고했는데······.”

“그래도 표세몬은 좀 그렇지 않아? 게다가 이제는 도시 이름으로도 쓰고 있잖아.”

“어감이 별로긴 하죠. 흐흐. 그런데 대체 무슨 일이에요? 안에서 깜짝 놀랐어요.”

“무슨 일이긴, 유치한 일이지. 하지만 이걸로 너의 성능과 야망을 검증한 좋은 기회였군.”

“성능, 야망?”

표세종이 고개를 갸웃했다.

“성능 보다는 야망이 중요하지!”

“제 야망이 뭔데요?”

표세종은 진심으로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자신에게 애초에 야망 같은 것이 있었던가?

운동하던 시절에는 그저 형 정도의 성적이나 거둘 수 있기를 바랐기는 했지만······. 그런 것을 야망이라고 하기에는······.

“하극상!”

“아?”

“표세인을 뛰어 넘는 거다!”

“오오오!”

뭔지는 모르겠지만, 형을 뛰어넘을 수 있다면 뭐든 좋다.

어려서부터 운동부터 게임까지······. 무엇하나 형에게 이긴 것이 없던 표세종이었다.

물론 터울이 큰 형제인 것도 문제였지만, 다 자란 이후에는 상대가 안 되는 것은 당사자로서는 상당히 속이 쓰릴 수밖에 없는 일이다.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 반드시 기회는 온다! 적어도 한 번쯤은 이길 수 있겠지!”

“그, 그렇겠죠?”

뭐라도 좋으니, 한 번쯤이라면 이겨보면 좋겠다!

홍기도의 열정에 표세종도 살짝 들뜨는 기분이 되었다.

“내 촉이 말하고 있다! 우리는 언젠가 반드시 한 번쯤! 표세인에게 항복선언을 듣게 된다!”

띠링!

[랜덤스킬 ‘예언’이 발동하였습니다.]

홍켓몬과 세종몬의 하극상 동맹이 결성되는 순간이었다.

< 너 괜찮겠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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