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집 기둥서방이 되었다-158화 (158/346)

158.

크립토펑크.

라바 랩스에서 만든 이더리움 기반 NFT 제품의 이름이다.

최초 1만 개의 서로 다른 픽셀 페이스 디자인을 발매, 그중 7523번은 소더비 경매를 통해 무려 140억이라는 엄청난 고가에 거래되기도 했다.

이후 공신력 있는 세계 유수의 카드회사까지 달려들어 고가에 매입하면서 NFT 시장에 신뢰도가 높아지며, 점차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이후 전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셀럽들도 줄지어 해당 상품을 구매하고 자신의 SNS의 프로필로 사용하며 NFT 시장은 차츰 미래투자자산으로 인정 받게 되어, 발빠른 투자자들의 각광을 받고 있었다.

결국 지금이 NFT가 가장 비싸게 인정 받는 시점.

그리고 이 흐름의 끝자락에 깨비몬이 발을 들였다.

-이 가격 실화냐? 미쳤네.

-아니지, 고작 프로필 기능 하나로 백억이 넘게 거래되는 상품도 있는데······.

-이게 장난이 아닌게, 3D프린터로 이 디자인의 여러 상품들을 구입할 수도 있다는 거잖아?

-다른 건 몰라도 브랜드 콜라보 제품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지!

-반대지, 투자가치는 역시 오리지널이지!

-일단, 이 유니크한 스킨을 씌운 내 캐릭터가 렛플릭스에 영상물 캐릭터로 등장한다는 거잖아? 이거 이미 게임의 영역이 아니야!

-게다가 나중에 맥베스가 만들 메타버스 시스템에도 연동 될 것 아냐! 이건 대박이다!

NFT 상품에 대한 표세인의 접근 방식은 단순했다. 역사성과 희귀성 그리고 유동성.

여기에서 차후 다가올 메타버스 시장까지 고려했을 때, 깨비몬의 차별성은 압도적인 유동성에 있었다.

애초에 일부 고전 게임 패키지의 초회판 같은 것이 강남 아파트 가격으로 거래되는 사례도 있다.

게다가 가치 보전이라는 측면에서 영원히 기록으로 남는 게임과 영상물에 이용된다는 점.

그 부분에서 깨비몬 NFT 상품의 가치는 남다르다.

-그런데 어차피 스스로 만들 수도 있잖아. 그걸 굳이 돈 주고 사?

-유니크 디자인과 겹치면 서버에서 걸러진다잖아.

-다른건 뭐 다르냐? 어차피 도트 찍어내기야. 이런건 구입의사가 있는 사람만 사면 그만이지.

-무서운 건······. 국산 게임인데······. 인게임 캐시템이 없다는 점이지.

-자기만족을 원하는 사람만 사라! 이거 괜찮은 컨셉아님?

-다 필요 없어! 어차피 9,999개 뿐이야! 살 사람은 사고, 안 살사람은 닥치면 돼! 이건 투자야! 고로 나는 배팅한다!

게임 커뮤니티를 넘어, 투자커뮤니티까지도 들끓기 시작했다.

인터넷 경매소에 출품된 깨비몬 NFT 상품은 컨셉에 따라서 오직 999개씩 존재할 뿐.

‘이거 좋은 전략이군.’

‘한발 늦어버렸어.’

NFT 시스템을 연구하던 동종 업계인들 역시 이 파격적인 행보에 입맛을 다시며 상황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엇! 팔렸다! 첫 번째 낙찰이다!

-대박······.

-이, 이건 질러야해! 투자다! 내 손자의 미래가 여기에 있어!

깨비몬 NFT 상품의 첫 낙찰!

그것은 가장 기본에 가까운 디자인의 소박한 제품.

그 역사적인 첫 판매의 가격은 무려 200억이었다.

*

*

*

“······소름 끼치네요.”

김인숙의 뺨 위로 식은땀 한 방울이 흘러내렸다.

훌륭한 냉방시설을 갖춘 사무실이었기에 지금껏 땀을 흘린 기억은 없었다.

하지만 딱히 놀랄만한 일은 아니었다. 놀라움은 이미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만으로도 충분하니까.

“설마 예상하고 있었습니까?”

자신과는 달리 침착한 조연아를 향해 김인숙은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조연아는 조용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데도 무척 침착하시네요.”

“······예상은 못 했지만, 믿고는 있었으니까요.”

“믿었다고요?”

“표세인 팀장은 명실공히 현재 맥베스가 보유한 최고의 개발자 아닌가요? 그를 믿지 않으면 누굴 믿겠습니까.”

“······그렇긴하죠. 그렇기는 한데······.”

대체 이 결과를 어떻게 예상할 수 있겠나?

그때, 김인숙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네. 알겠습니다.”

짧은 통화를 끝낸 김인숙의 표정은 조금 전 보다도 더더욱 얼어붙었다.

“무슨 일이죠?”

조연아의 질문에 김인숙은 잠시 동안 대답을 하지 못했다.

“김비서님?”

“아, 죄송합니다. 너무 황당한 전화라서요.”

“무슨?”

“홍보팀에서 온 연락입니다. ······깨비몬이 현재 기네스북 심사를 받고 있다네요.”

“기네스북?”

“······네. 세계에서 최단기간 최고 매출을 기록한 게임으로 등재될 예정이라네요.”

“······음.”

이번에는 조연아 조차 짧은 신음을 흘리지 않은 수가 없었다.

대체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단 말인가?

“정말 예상 밖인 것은 캐릭터 사업 매출 보다 게임 수익이 더 높아지는 것 아닌가요?”

생각해보면, 표세인은 이상할 정도로 순순히 캐릭터 사업 매출 비중을 넘겨주고 반대로 게임 사업의 지분 70%를 손에 쥐었다.

“기네스북에는······.”

“네?”

“기네스북에는 게임도 게임이지만, 역대 최고속으로 성장한 게임사 이름도 오를 것 같네요.”

깨비몬 게임 지분의 70%를 소유한 기둥소프트가 아닌가?

가장 두려운 것은······.

“그, 그거 비상장이잖아요?”

“······.”

“표, 표세인 팀장 아직 결혼 안 했죠?”

김인숙의 질문에 조연아가 움찔했다.

“······대요.”

“네?”

“곧 한 대요.”

“아, 그러고 보니 들은 것 같네요. 누군지는 몰라도 로또 맞았네요. 겨우 로또가 비교대상이란 것도 우습지만······.”

역대 최고 당첨금이라고 해봤자, 고작 400억원에 불과한 로또를 가지고 비교해봤자, 헛웃음만 날 뿐이었다.

*

*

*

파장은 맥베스 전체로 퍼져나갔다.

한정 아이템이 전부이고 그것을 인터넷 경매로 판매한다는 독특한 방식에 관심을 갖지 않을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당연컨대 가장 놀라는 사람 중에 하나는 다름 아닌 조양길이었다.

“심장마비가 오지 않는 것이 신기하군.”

“······.”

“내가 지금 꿈을 꾸는 것은 아니겠지?”

“······.”

조양길은 자신의 말에 대답조차 하지 않는 양실장을 바라보았다.

“지금 뭐하나?”

“······.”

“양실장?”

“······아! 죄, 죄송합니다.”

양성태는 화들짝 놀라 혼자만의 상념에서 빠져나왔다.

넋이 나갔다는 말 외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었다.

하지만 이 믿을 수 없는 현상을 대체 뭐라고 설명하면 좋단 말인가?

“이건 마치 비트코인 열풍을 보는 것 같군요.”

“그래······. 그런 느낌이지. 그런데 이거 예상매출······. 책정해볼 수 있겠나?”

“경매입니다. 측정이 불가능하지요.”

200억이라는 상상을 초월한 첫 낙찰가 이후로는 낙찰가가 급락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십억대의 낙찰가가 대부분이었다.

유찰은 고사하고, 오히려 시작가인 1억대에 낙찰되는 경우는 아직까지 나오지 않을 정도······.

총매출을 예상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 기세라면 어림잡아도 수조원······.”

“예.”

“현재 우리 회사 시총이 어느정도지?”

“10조에 조금 못 미칩니다.”

“내 예상에······. 이거 하나로 거진, 2배는 불어날 것 같군.”

깨비몬 게임 지분의 70%가 기둥소프트에게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30%는 맥베스에 있으며, 기둥소프트의 모회사란 이유만으로 시가는 폭발할 것이 틀림 없다.

어차피 비상장 회사이며, 지분비율은 비밀로 유지되고 있는 상황.

게다가 어차피 기둥소프트의 재무업무 일체는 본사에서 담당하고 있지 않나?

“사전에 분리해둔 것이 천운이군······. 하마터면 세금을 감당 못 해서 허리가 휘어질 뻔했어.”

“그렇습니다. 천운이었습니다.”

이미 조연아의 부회장 취임을 앞두고 지분 승계 작업을 끝마친 상황.

추가 매입은 없었으니, 내부자 거래 따위의 이야기에 연류될 가능성은 없으리라······.

“······판호는 우리꺼지?”

“예. 그렇습니다.”

현재 표세인이 진행중인 새 프로젝트의 지분이 온전히 자신들의 몫이라는 사실에 절로 안도의 한숨이 새어나온다.

“후우······. 일이 복잡해지겠군.”

“무엇을 말씀이십니까?”

“별 것 아니야. 혼잣말이네.”

조양길은 신경 쓸 것 없다는 듯, 눈을 돌렸다. 지금 그의 머릿속에 있는 것은 표세인과 조연아의 결혼.

어마어마한 부를 거머쥔 두 젊은 남녀의 결합은 과연 어떠한 현상을 초래할 것인가?

모르긴 몰라도 부부합산으로 계산한다면, 국내 개인 자산 보유 순위에서 압도적인 1위로 기록될 것이다.

‘단일로 계산해도 두 사람 모두 상위랭크겠지.’

자신이 평생을 바쳐 이룩한 업적을 단숨에 따라붙는 미친 듯한 속도!

“그러고보니······.”

“?”

“그놈, 이거 제손으로 개발한 첫 번째 게임 아닌가?”

“아!”

모두의 부동산은 유지보수였고, 좀비로얄은 인수에 가까운 것이었다.

결국 표세인이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관여해서 개발한 것은 오직 깨비몬이 전부!

“시작부터 이런 미친 짓을 벌이다니······. 이제는 나도 좀 무섭군.”

오소소, 소름이 돋는다.

대체 자신의 딸은 무슨 괴물을 집안에 들인 것인가?

“자네 표세인이와 관계 돈독하게 잘 쌓고 있겠지?”

“노력은 하고 있습니다.”

나름대로 돈독하다면 돈독한 관계지만, 곁에 있는 홍기도를 보고 있노라면, 친밀도라는 개념에서 자신하기 어렵다.

“부탁이니, 잘 붙어있으라고······.”

“만약 그러다가 제가 완전히 그쪽에 붙으면?”

이미 조양길은 조금씩 은퇴 수순을 밟고 있다. 내일 당장 벌어질 일은 아니지만, 조연아를 부회장 자리에 앉히는 즉시, 서서히 영향력을 줄여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양성태 같은 인재가 조연아가 아닌 표세인에게 완전히 의탁하는 것이 부담스럽게 여겨져야 하지 않나?

“상관없으니, 잘해······.”

조양길은 정말로 그런 것은 상관 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런데 혹시 그 녀석이 본사에 뭐 바라는 것은 없다던가?”

이미 돈으로는 살 수 없게 되어버렸다. 이 기세라면 조양길 본인의 자산과도 맞먹는 어마어마한 자금을 손에 넣을 지도 모른다.

“아! 그러고보니!”

“뭔가! 빨리 말해봐.”

무엇이든 들어줘야 한다.

오너로서, 직원에게 포상을 내릴 수 없는 상황이 온다면 그 관계는 끝이 난다.

표세인이 더 성장하기 전에 뭐라도 하나 던져주지 않으면 후환이 두려울 정도다.

“부장 승진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지금 뭐라고 했지?”

“부장 승진을 신청할 거라고 했습니다.”

“본사 대표가 아니라, 부장?”

조양길은 어이가 없는 나머지 입을 떡하니 벌렸다. 자신의 후계자가 되라는 권유도 일언지하에 거절한 녀석이, 뜬금없이 부장이라니······.

“차장이니, 순리대로 부장 진급을 원하는 것 같습습니다?”

말을 하다보니 양성태 보인이 생각하기에도 어이가 없다.

이 기세라면 아무리 보수적이고 까탈스럽게 계산기를 두드려도 수천억 원의 순수익. 낙관적인 기준으로도 수조원이 예상되는 상황.

그 엄청난 돈을 손에쥘 남자가 바라는 것이 고작 부장 승진이라는 것은 대체 뭐라고 받아들이면 좋을까?

“물론 깨비몬 출시 이전에 언급한 말이니, 지금은 다를 수도 있겠지요.”

“그, 그렇겠지. 아마 그 녀석도 이정도까지는 예상하지 못했겠지.”

애초에 경매 시작가를 1억이라 선언했을 때까지만 해도, 그저 1, 2건 정도 낙찰되기만 하면 이슈 몰이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단 한 건의 유찰도 없이, 시작가 따위는 무시한 미친 듯한 레이스 속에서 유례없는 고가 낙찰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이미 깨비몬은 단 한 번의 경매를 통해서, 향후 어떠한 아이템 판매도 필요 없을 정도의 수익을 달성한 상황.

“다시 알아봐. 그리고 뭐든지 가능하다고 전해. 회장 자리도 괜찮다고.”

“농담이 지나치십니다.”

설마 어떻게 자신이 회장 자리를 운운하겠는가? 하지만 조양길의 얼굴은 진지했다.

“나 농담하는 것 아니야.”

“······진심이십니까?”

“진심이고 말고, 이미 제안도 했었어. 보기 좋게 걷어차 버리긴 했었지만······.”

“설마 회사를 떠날 생각인 것은!”‘

회장 자리 마저 거절한다는 것은 대체 무슨 의도란 말인가?

“그럴 일이야 없겠지.”

“확신하십니까?”

“후우······. 다행히도 그거 하나는 확신할 수 있으니, 가서 묻기나 해.”

“······알겠습니다.”

오너는 언제나 직원들을 만족시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승진, 보너스, 연봉 인상, 복지에 이르기까지.

이 부분에 철저하지 못한 오너는 직원들의 충성을 얻어낼 수 없다.

“어렵군······. 어려워.”

그런데 그게 너무 어렵다.

“보통은 딸을 주겠다는 것이 필살기 아닌가?”

표세인.

생각해보면 그는 처음부터 마왕의 필살기부터 봉인하며 등장했었다.

띠링!

[표세인은 비기, 필살기 봉쇄를 습득했다!]

< 정말 뭐라도 없으십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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