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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집 기둥서방이 되었다-164화 (164/346)

164.

“이것으로 모든 작업이 완료되었습니다.”

제임스는 그동안 외부개발사 통합과 그것을 기둥 소프트가 인수는 작업에 매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로 그것이 완료되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닙니다. 그냥 제 역할을 했을 뿐이죠.”

제임스는 그저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담백하게 대꾸했다.

“그보다 이제는 어엿한 개발사의 대표가 되셨습니다.”

그 말대로, 이제는 수백 명의 직원을 거느린 회사의 대표가 되어버렸다.

“그런데도 계속 맥베스 본사의 직급을 유지하실 겁니까?”

일반적으로 다른 사람들의 눈에 이것이 얼마나 이상하게 보일지는 알고 있다.

하지만 사내 직급을 폐지하는 등의 파격적인 업무 스타일에 도전하는 것이 근래 게임업계의 트랜드가 아니던가?

스튜디오의 대표가 본사의 팀장으로 근무하는 경우도 재미있지 않나?

“물론 계속 팀장을 달고 있을 수는 없지요.”

“그렇다면?”

“이번에 부장 진급을 건의할 예정입니다.”

“부장이라······. 당신은 정말로 독특한 사람이군요.”

세상에!

제임스에게 이런 말을 듣게 되다니!

최소한 제임스 당신에게 들을 말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살짝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튀어나왔다.

“그런데 굳이 이렇게 빠르게 진행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어차피 판호 프로젝트는 전사 차원에서의 개발이니, 그들을 굳이 끌어 안지 않았어도 되지 않습니까?”

“그럴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렇군요. 괜한 지출이 아니었기를 바랍니다.”

내가 다소 서두른 탓에 임대료등의 문제로 불필요한 지출이 발생한 것은 사실이다.

의외로 제임스는 보너스 문화에 익숙한 미국인이라서 인지, 명당 1억에 달하는 엄청난 상여금에는 신경쓰지 않았다.

하지만 그 외에 불필요한 지출이 발생하는 것을 불쾌하게 여기는 것 같다.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돈 몇 푼보다는 훨씬 더 중요한 일이 있으니까요.

“제임스.”

“네.”

“우리 조만간 가족끼리 식사 한 번 더 하죠.”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습니까?”

애초에 가족 식사가 좋은 일이 있다고 하는 것은 아니라는 느낌이지만······.

“좋은 일 생길 겁니다.”

“어떤 좋은 일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짐작가는 부분이 없습니다만?”

“그러고보니, 궁금하네요.”

“?”

“제임스는 로렌스에게 어떻게 프로포즈하셨습니까?”

“!”

뭐지? 세상에 제임스의 철면이 단순에 무너져버렸다.

부릅 뜬 두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모습은 조금 무서울 정도다.

뭐야? 내가 지금 지뢰라도 밟은 건가?

평소에 하도 표정이 없어서 그런지, 갑자기 이렇게 감정을 드러내니까, 나도 모르게 몸에 힘이 들어간다.

자동 방어 기능(?) 발동하기 전에 분위기를 바꿔야겠다.

“진정하세요. 왜 그렇게 놀라십니까.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면 안하셔도 됩니다.”

그냥 프로포즈 전에 팁이라도 얻어 볼까 했는데, 이거 무슨 트라우마라도 건드린 것 같잖아.

“죄송합니다. 너무 놀라서······.”

“솔직히 얼굴만 보면 알아서는 안 될 비밀을 알아챈 상대를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는 것 같던데요?”

“······알아서 안되는 것은 아닌데, 알지 못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제임스 같은 사람에게도 흑역사란 있기 마련이구나, 앞으로 이 화제는 꺼내지 말아야겠다.

“그런데 갑자기 프로포즈는 왜?”

“사실은 제가······. 아직 프로포즈를 못했습니다.”

“허!”

놀란 제임스를 보자, 내가 얼마나 모자란 녀석인지를 실감하게 된다.

어쩌다보니, 결혼 승낙을 얻은 직후에 하려던 것이 회장님과 게임을 시작하고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버렸다.

물론 그 후에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도 있지만······.

아니, 그 전에 꽃다발 들고 무릎 꿇는 것 같은 것은 절대 하지 말라고 연아가 못 박은 탓에······.

“의외군요.”

“뭐가요?”

“표세인 팀장님이라면······. 저와는 달리 뭐든 척척 잘 해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였다니······.”

으음······. 이 말을 들으니, 제임스도 프로포즈에 상당히 애를 먹었다는 것이 느껴진다.

이거 너무 궁금한데? 미안하지만 나중에 로렌스에게 물어 볼까?

지난번에 본 느낌으로는 워낙 소탈해보여서 제임스와는 달리 쉽게 말해줄 것 같다.

“······어쩐지 로렌스에게 물어 볼 것 같은 표정이군요.”

“홍기도세요?!”

“네?”

아차차, 보통은 귀신이냐고 하기 마련이지. 워낙 주변에 희귀한 녀석이 있다보니, 자동적으로 홍켓몬 이름이 나와버렸다.

“어쨌든 제 부끄러운 이야기가 다른 사람들 앞에서 나오는 것은 원치 않으니······. 차라리······.”

“어? 미리 말씀드리는데, 폭력은 안됩니다. 저 자동 방어 기능이 있어서, 조절이 안됩니다.”

“······마커스 같은 거구를 한방에 보내버린 표세인 팀장님께 무력을 행사할 계획 같은 것은 없습니다.”

“아, 다행이네요.”

워낙 제임스 표정이 심상치 않아서 나도 모르게 너무 경계했다.

“······로렌스가 했습니다.”

“네?”

“로렌스가 했다고요.”

“뭘요?”

“음······. 프로포즈를 제가 아니라 로렌스가 했다고 말했습니다.”

“허!”

“······.”

아이고, 실례. 너무 대놓고 놀라버렸다. 그래, 요즘 세상에 꼭 남자만 프로포즈 하라는 법은 없지.

게다가 제임스도 조금 전에 나와 똑같이 놀랐으니, 쌤쌤인거겠지.

그런데 이거 캐묻지 않을 수가 없다.

“어드바이스가 필요한데, 기왕 시작한 것 디테일하게 말씀해주시죠. 어쨌든 제임스가 제 형님 아닙니까. 손아랫사람 챙겨주는 셈 치고요.”

“그런 한국 특유의 유교적 방식은 남들에게는 굉장히 이상하게 여겨진다는 것 알고 계십니까?”

“괜히 물 흐리지 마시고 시작해보시죠. 육하원칙에 따라서요. 언제, 어디서, 누가, 어떻게, 왜, 무엇을!”

“누가, 왜, 무엇을까지 필요합니까?”

로렌스가 결혼을 목적으로 청혼을 했다. 그렇네, 이 3개는 빼도 되겠네.

“로렌스가 텍사스 출신이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까?”

“그럴리가요. 아시다시피 지난번에 한번 본 것이 전부였지 않습니까.”

지금까지 깊은 대화를 나눌만한 기회가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웬 고향 이야기가 나오지?

텍사스는 여성이 먼저 청혼하는 풍습이라도 있나?

“그녀의 아버지는 목장을 경영하시는데, 뭐 전형적인 카우보이 속성의 텍사스 남자라고나 할까요?”

“오, 콧수염 기르고 웨스턴부츠를 신으십니까?”

“박차까지 달린 부츠를 신고 다니십니다.”

“그런데 전부터 궁금했는데, 그 별 모양 박차는 목적이 뭔가요?”

드물게도 뒤꿈치로 찍어 차는 기술을 수련하는 태권도 선수 출신이기 때문일까? 어릴때부터 그것이 궁금했다.

내 눈에는 그냥 살인 무기로 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랄까?

“말을 달리게 할 때, 그것을 이용해 옆구리에 자극을 주어서 속도를 내는 용도라더군요. 저도 그녀의 집을 방문했을 때, 처음 알았습니다.”

“오! 말이 아프진 않을까요?”

“외국 말을 직접 보시면······. 별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아시게 되실 겁니다. 게다가 가죽도 두껍고 박차도 의외로 끝이 무딘 편입니다.”

“그런 거였군요.”

갑자기 오랜 궁금증이 해결되었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이게 아니라, 프로포즈다.

“그곳 사람들은 공화당 지지자가 많은데, 공화당의 이념 중에서도 수정헌법 2조를 지극히도 추종하는 편이죠.”

“그······. 무장할 권리, 뭐 그런거였죠?”

영화에서 종종 들어 본 것 같은 기억이 난다.

“예. 로렌스의 아버지는 총을 좋아하는데, 허가 받은 무기만 한 300정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허가가 300정이라는 말은 설마······.

“너무 자세한 것은 묻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저도 골치가 아파서 캐묻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마도······. 최소한 그 10배 정도 되는 총기를 보유하고 있을 겁니다. 수 대째 총기를 사모으는 것을 낙으로 삼는 집안이니까요.”

“그렇군요. 그런데 그게 프로포즈와 무슨 관계가?”

“그녀와 몇차례 데이트를 하던 중에, 한번은 사격장을 가자고 하더군요.”

“사격장! 재미있겠네요.”

그러고 보니 사격을 안 해본 것도 꽤 되었다.

민방위 편입 전까지는 그래도 1년에 한 번 총을 쏠 기회가 있었는데, 귀찮던 예비군 훈련도 막상 사격할 기회가 사라지자 그리웠던 적도 있었다.

“저는 그다지 재미는 없더군요. 그녀는 굉장히 즐기는 것 같았습니다만······.”

“그랬습니까?”

“그런데 한차례 사격을 즐기던 중에 돌연 그녀가 말하더군요.”

“뭐라고요?”

“모두 명중시키면, 우리는 파트너가 되는 거라고 했습니다.”

잠깐! 이거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멘트 아니야?

이거 마시면 우리 사귀는 거다? 이런 느낌?

이런 멘트가 의외로 세계 곳곳에서 쓰이는 건가?

“솔직히 그때는 정식으로 연인이 되자는 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하도 적극적으로 대시하는 통에 데이트 몇 번 정도 해본 것이 전부였으니까요.”

“설마 그게 결혼하자는 이야기였던 건가요?”

“네. 나중에 들은 것인데, 그녀는 슬슬 저와 성적인 스킨쉽을 원하고 있었는데······. 아시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미국의 일부 주는 아시아 보다도 훨씬 성적으로 보수적인 지역이 많습니다.”

“그래서 대답은?”

“솔직히······. 그녀의 손에 들린 라이플이 신경쓰이더군요.”

“크크큭.”

아, 이거 웃으면 안되나?

“흔들다리 효과라고 해야 할지······. 그녀에게 어느 정도 호감이 있던 것은 사실이지만······. 어쨌든 제가 고개를 끄덕인 바로 그 주 주말에, 저는 그녀의 집에서 가족들을 소개받고 있더군요.”

“와오······.”

뭔가 좀 느낌이 다른데, 카우보이 스피릿이라는 것은 이런 걸까?

왠지 카우보이 모자를 착용한 로렌스가 가족들에게 사냥 성공이라며 미소지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도움이 되셨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다소 특이한 점을 제외하고 보면, 그녀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주려고 했던 것이 아닐까하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겠지.

아니면 총기로 위협받아서 약탈혼이라도 당한 것이 아닐까, 의심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좋은게 좋은 것 아니겠나.

“그러고 보니, 언제 한번 로렌스의 친가를 방문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어쩐지, 마빈과 표세인 팀장님은 죽이 잘 맞을 것 같다는 느낌이네요. 군경력도 남다르시니, 사격도 잘하시지요?”

“훗······.”

굳이 대답할 필요 있나?

유튜브만 봐도 병 출신 한국인들이 미국 사격장에서 미국인들을 놀라게 하는 영상이 허다하다.

우리 배달의 민족은 원래 원딜 특성을 기본으로 장착하고 태어나지 않던가?

“흥미롭네요.”

그보다 이렇게 별것 아닌 것처럼 미국에 초대되는 일도 생기다니, 정말 내 인생 많이 달라졌다.

“그런데 표세인 팀장님은 어떤 방식의 프로포즈를 준비하고 계십니까? 당신이라면 어쩐지 평범한 것은 아닐 것 같은데요.”

“평범한 것은 진작에 연아에게 까였습니다. 그래서 준비에 시간이 좀 걸렸죠.”

“준비는 잘 마무리 되신 겁니까?”

제임스의 질문에 난 그가 마무리를 끝낸 합병 문서를 손에 들었다.

“제임스 덕분에 잘 마무리 되었습니다.”

“제 덕분이요?”

대체 내 프로포즈 준비와 자신이 무슨 관계가 있냐는 것이 그대로 드러나는 얼굴이었다.

“애초에 연아가 워낙 돈이 많은 탓에 만족시킬만한 선물을 고민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연아는 우리 어머니가 동네 금은방에서 구입한 실목걸이 조차도 기뻐하며 착용하고 다니지만······.

“그래도 어찌어찌 잘 마무리되었고, 제임스 덕분에 예쁘게 포장까지 되었네요.”

나는 파일철에 서류를 집어넣었다.

일반 사무용으로 쓰이는, 밋밋한 디자인의 파일.

다른 사람들에게는 말도 안 되는 일일지 모르지만, 연아의 성격과 선물의 성격을 고려할하면 이 이상의 포장지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포로포즈는 언제?”

“이제 곧 할겁니다. 일단 회장님 먼저 방문하고 나서요.”

“그렇군요. 어쨌든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식사.”

“네. 알겠습니다.”

나는 제임스에게 인사하고 방을 나섰다.

드디어 대 프로포즈용 비밀병기가 드디어 내 손에 들어왔다.

조연아, 기다려라!

공략 들어간다!

< 녹음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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