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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집 기둥서방이 되었다-182화 (182/346)

182.

우리의 요청 덕분인지, 아니면 쉬린칭 측도 서둘러 일을 진행하고 싶었던 것인지는 몰라도 미팅은 곧장 성사되었다.

“하하하. 반갑습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첫 만남부터 바이젠과 리타오텐의 상반된 텐션이 인상적이었다.

비록 쉬무빙의 통역을 거친 대화였지만, 표정과 제스쳐만으로도 두 사람의 상반된 기질은 확연했다.

더군다나 바이젠은 호탕하고 풍채가 좋은 남자였고, 리타오텐은 날카로운 인상의 깡마른 남자.

외형부터가 크게 달랐다.

“그런데, 마스크?”

우리 세 사람이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에 리타오텐이 안경을 슬쩍 들어 올리며 날카로운 시선을 보냈다.

“요즘 시국이 시국인지라, 곧 중요한 일을 하셔야 할 텐데, 저희 때문에 불미스러운 사고가 발생하면 안 될 것 같아서 준비했습니다. 저희 나름의 배려라고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건 예의가······.”

“하하하! 하오! 하오! 상대를 배려하는 그 모습이 무척 아름답소. 요즘 같은 시기에는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지.”

어라? 저건 우리나라 군대에서만 사용하는 표현이 아니었나?

세상 어디를 가든 비슷비슷한 관용어들이 있기 마련이구나.

그보다, 우리의 마스크 착용에 대한 두사람의 반응은 무척 상반된 것이었다.

바이젠은 아무래도 좋다는 듯이 연신, 하오, 하오하며 호탕한 웃음을 이어갔다.

반면 리타오텐은 계속 껄끄럽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분들은 지난번에 말씀드렸다시피, 저를 도와주기 위해서 오신 분들입니다. 저는 이분들의 의견을 전적으로 따를 예정입니다.”

쉬린칭의 말에 바이젠과 리타오텐이 살짝 놀란 눈치였다.

아마도 우리에게 조언을 부탁했다는 말 정도는 들었어도, 설마 전적으로 따를 것이라고는 것은 듣지 못했었던 것 같다.

“하하······. 우리 부국장님께서 어째서 이렇게 일을 어렵게 가시는지. 같은 총국에서 손 발 맞춘 것도 하루 이틀이 아닌데······.”

같은 부서의 국장이자, 부국장.

바이젠 입장에서는 타 부서 소속인 리타오텐 보다는 자신 쪽에 무게가 있을 거라 예상했을 것이다.

크게 지적하지는 않았지만, 내심 아쉬움이 묻어나는 어투였다.

반면 리타오텐 역시 지금 상황이 크게 탐탁지는 않은지, 굳은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의 입장에서는 혹시라도 이 것이 자신에게 득이 되는 결과로 이어지길 기도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었다.

“제 뜻은 변하지 않습니다. 솔직히 제 입장에서는 두 분 모두 훌륭하신 분이기에, 섣불리 결정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니까요.”

쉬린칭은 그렇게 두 사람을 칭찬하며 슬쩍 화살을 우리에게로 돌렸다.

이후의 결정은 어디까지나 우리의 것이지, 그녀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면피용 발언인 것.

실제로 이것이 얼마나 큰 작용이 될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탈락자와 대립하게 되었을 때의 변명거리 정도는 되겠지.

“맥베스의 조양길이라고 합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그동안 말씀은 많이 들었습니다만, 실제로 뵙는 것은 처음이군요. 그쪽의 함성준 전무와는 그래도 몇 번 안면을 익힌 적이 있었습니다만······.”

“나이가 나이인지라, 가급적 외유는 지양하는 편입니다.”

조회장은 최대한 예의를 갖춰 말했다.

“그래서, 심사는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 것입니까. 하하, 심사라니. 설마 당 밖에서 심사를 받게 될 줄이야.”

바이젠은 너털웃음을 터트렸지만, 그 눈빛은 날카롭게 번뜩였다.

마치 너희들 따위가 나를 심사하는 것이 가당키나 하냐? 라는 듯한 속내가 고스란히 흘러넘치고 있다.

“심사라고 거창하게 말씀하셨지만 사실은 패를 맞춰보는 것이 옳은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내 차례라는 생각에 내가 말을 이어 받았다.

“그런데 그쪽은?”

“맥베스의 표세인 팀장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팀장?”

“팀장직함과는 별개로, 지난번에 들으셨던 깨비몬을 개발한 기둥소프트의 대표이십니다.”

“아! 대표라는 직함보다 팀장이라는 직함을 앞세우다니, 한국인이 겸양을 미덕으로 삼는 것은 알지만 너무 지나쳐도 안 좋아요.”

깨비몬이 언급되자, 바이젠은 물론 지금까지 망부석처럼 가만히 있던 리타오텐 마저 눈을 부릅떴다.

중국은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디지털 화폐와 경제 수단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국가였다.

카드 결제 비율도 한국 다음으로 언급될 정도로 이와 같은 분야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비트코인 투자 규모도 대단했다.

따라서 NFT 시스템을 이용해 흥행 열풍에 성공한 깨비몬이 그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무리가 아니었다.

“경청하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런데 설마 그 옆에 계신 분도 깜짝 놀랄만함 직함을 숨기고 계신 것은 아닙니까?”

바이젠과 리타오텐이 동시에 홍기도에게 시선을 돌렸다.

무언가 기대된다는 눈빛들.

하지만······.

“저는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주세요.”

“?”

“흠흠, 이분은 과거 저와 연이 있는 분으로 제가 특별히 요청해서 모셨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

쉬린칭의 말에 두사람의 혼란은 더욱 커졌다.

특별히 요청했는데, 신경쓰지 말라니?

이와중에 홍기도 이 녀석은 자기 소개 조차 하지 않고 있다.

고개를 돌려 종업원들을 살피며 밥이 언제 나오나~ 하는 생각이나 하는 것이 훤히 보였다.

“그보다 우선 두분께서 갖고 계신 비전을 듣고 싶습니다.”

“패를 맞춰본다는 것이 그런 뜻이었군.”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총국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하시는지가 관건 아니겠습니까?”

“흠······. 그건 그렇지만······.”

아무래도 경쟁자 앞에서 먼저 운을 떼는 것은 망설여지는지, 바이젠이 슬쩍 리타오텐의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리타오텐의 생각은 다른 것 같았다.

“굳이 숨길 것도 아니니, 제가 먼저 하지요. 어차피 비전이 겹칠 일도 없지 않습니까?”

아, 시작됐다.

의외로 리타오텐이 먼저 선공에 나섰다. 비전이 겹칠 일이 없다는 것은 자신이 먼저 말하면 상대는 반드시 그와 다른 것을 말해야 한다.

안 그러면 따라 한 것처럼 되어버리니까.

“일단 4개로 나뉜 총국을 새로 규합하는 일이 최우선이겠지요. 이를 위해서 오랫동안 윗선에 요청을 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머지 않아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거야, 비전이 아니라 그냥 상황설명 아니오.”

바이젠이 살짝 투덜댔지만, 리타오텐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중국과 한국은 예로부터 무척 가까운 나라였소, 그래서랄까? 한국이 제작한 컨텐츠들은 본토에서도 아주 인기가 많지.”

본토? 뜬금 없이 어울리지 않는 단어가 튀오나온다.

살짝 뱃속에서 뭔가가 꿈틀하려 했지만 일단 기다린다.

“한국이라는 지역에는 뭔가 특별한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곳에서 나고 자란 것들은 뭐든 다르더군요. 과거 고려인삼이 그랬고, 지금은 콘텐츠들이 그렇지요.”

뭔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비유라는 생각이 드는데?

“나는 향후 더 적극적으로 한국의 콘텐츠들을 중국 시장에 선보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오. 경쟁이 있어야 발전이 있는 법. 본토의 콘텐츠들의 각성을 위해, 한국의 콘텐츠들이 더 많이 수입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뭐랄까, 뭔가 조목조목 찜찜함이 느껴진다. 뭘까? 이 느낌은?

“게다가 나는 한국 콘텐츠에 한해, 수입이라는 명목을 제거하고 정식으로 중국 서비스업체들과 합작하여, 최대한 본토의 것으로 전환하여 시장에 내놓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이러면 훨씬 더 시장에 파급력이 강해질 테지.”

어? 이게 대체 무슨 소리지? 전환을 해?

“그게 정확히 무슨 말씀이신지?”

“원작이나 한국 개발사의 이름을 배제하고 중국 합작사의 이름하에 유통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정치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완전한 본토의 콘텐츠로 서비스 할 수 있지 않겠소?”

“그 말씀은 한국 콘텐츠에 한국 이름은 배제한다.”

“맞소. 큰 시장에서 장사를 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흐름에 맞추는 것이 상리가 아니겠소?”

뭐랄까, 이런 점잖은 얼굴로 이런 헛소리를 당연하다는 듯이 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게다가 비전이 고작 한국 콘텐츠에 한국 이름표 떼는 조건으로 수입량을 늘리겠다고? 이건 영 아닌데?

“일단 알겠습니다.”

“혹시라도 오해할까봐서 말씀드리지만, 좋은 게, 좋은 것 아니겠소? 현재 본토 사정에 비춰볼 때, 한국 이름표를 달고 들어오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소. 장사치니, 잘 알것이라 믿소.”

그렇구나.

이건 단순히 중국인의 시각에서 한국을 무시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 사람, 기본적으로 기업인들을 장사치라고 한 수 아래로 보고 있다.

중국이 큰 시장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시장을 일궈낸 기업인들을 이렇게 깔아보는 인간이 판호 발급 기관의 장이라는 것은 어떨까?

결코 좋은 미래라는 느낌이 오지 않는다.

“그럼, 이제는 내 차례군. 사실 나도 대동소이하오. 이건 우리 부처 전체의 방향성이니까. 하지만 핵심은 다르지.”

오오, 바이젠 당신은 좀 다릅니까?

“나는 아예 수입전문업체를 통한 이윤배분 방식을 강화하여, 판호의 허들을 낮출 계획입니다. 솔직히 우리도 그 많은 콘텐츠들을 일일이 감독하는 것도 어려우니, 하청을 통해 좀 더 빠르고 원할한 시스템 구축을 꾀하고 있지.”

바이젠은 당당하게 말했다.

하지만 이건 더 어이가 없는 이야기다. 판호에 대한 일부 권리를 양도 받은 업체와 손을 잡아라?

일단 매출에서 더 뜯어먹겠다는 말임과 동시에, 뻔히 자신들 주머니를 불리겠다는 욕심이 느껴진다.

아무 일도 안 하고 판호 발급에 도움만 주는 업체와 손을 잡는다면, 당연히 지금 이상의 리베이트를 요구할 것은 불 보듯 뻔했다.

나만 당황한 것이 아니라, 조회장도 당황한 눈치.

‘쉬린칭은 어떻지?’

그녀는 마치 아무 말도 듣지 못했다는 듯이 살짝 눈을 감고 있었다.

“어떻소 이만하면 훌륭하지 않소?”

바이젠은 자신만만한 미소였고 리타오텐은 아뿔싸 하는 표정이었다.

언뜻 비슷해보이지만, 판호 발급권 하청이라는 강력한 패 하나 때문에, 이 둘의 계획은 결이 전혀 다른 것이 되어버렸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바이젠의 계획이 자신들의 주머니를 더 두둑하게 불려줄 것이 분명해 보이기 때문일까?

리타오텐은 입술까지 씹을 정도였다.

‘그건 그렇다 치고······.’

이 사람들은 지금 우리를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그들의 시선은 어디까지나 쉬린칭에게 향해 있었다.

이거 심각한데?

가장 심각한 상황은 우리가 이 둘중 누군가를 선택한다면, 양쪽 모두 앙금을 갖게 될 것이라는 점이었다.

선택받은 쪽은 감히 나를 심사해? 라는 느낌일 것이고, 선택받지 못한 쪽은 말할 것도 없겠지.

결국 국장에게 미움받은 우리는 앞으로 쉬린칭에 대한 의존도를 높힐 수 밖에 없다.

아니, 거의 목줄을 차는 수준이겠지.

이것이 자신의 손해를 최소화하며 이득까지 취하려는 쉬린칭의 큰 그림인 것이다.

‘이거 예상은 했었지만, 좋지 않은 그림이구나.’

이미 쉬린칭이 모두 앞에서 전적으로 우리의 의견을 따르겠다, 선언한 순간부터 조회장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회장님.’

‘왜.’

‘질러도 됩니까?’

‘······청심환이나 먹고 나올 것을······.’

‘걱정되시면 순한 맛으로 가겠습니다.’

‘나는 진순파가 아니다. 연아랑 맨날 싸운다.’

‘그렇죠. 진라면은 매운맛이죠. 저도 연아와 그 점은 안 맞아요.’

좋아. 허락은 떨어졌다.

물론 내 진짜 취향은 너구리다. 그 작은 다시마 조각하나가 발휘하는 마법적인······. 아니, 이게 중요한 것은 아니지.

“그럼, 이제 대충 우리 이야기는 끝난 것 같은데? 슬슬 그쪽 이야기가 나와야 할 것 같은데?”

바이젠과 리타오텐이 어디 한번 해보라는 듯이 입가를 이죽거리고 있었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처음부터 우리에게 호의적일 수가 없다.

그래. 이런 판이라면······.

그냥 부숴버리자!

“우선 그전에 마저 들어야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더 있다고?”

“예. 쉬린칭 부국장님.”

“네?”

갑자기 자신에게로 화살이 돌아오자, 쉬린칭은 의외라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번 결정은 총국의 미래에 관한 결정임과 동시에 쉬린칭 부국장님에게도 좋은 결정이어야 할 것입니다.”

“네?”

순간 자신에게도 좋은 결정이어야 한다는 말에 쉬린칭이 당황했다.

그러자 바이젠과 리타오텐도 다시금 시선을 쉬린칭에게로 돌렸다.

결국 이런 저런 말들로 물길을 이리저리 돌려도, 결국 선택권을 쥔 것은 쉬린칭이다. 우리야 그저 들러리에 불과하다.

마냥 총알받이 역할은 사양한다.

꽌시라며? 상호협력적인 관계라며?

그럼, 맞아도 함께 맞아야지.

“쉬린칭 부국장님의 비전을 들어봐야겠지요. 그것을 듣지 않고서야, 어찌 결정을 내릴 수 있겠습니까.”

“윽······.”

결국 쉬린칭과 같은 미래를 보는 이가 뽑히는 그림이다.

아니나 다를까, 교묘하게 화살의 방향을 돌렸던, 바이젠과 리타오텐도 정신을 차린 듯이 미간을 좁히고 묘한 침묵과 함께 쉬린칭의 입이 열리기만을 기다린다.

어디서 혼자 꿀을 빨려고 들어?

전에도 말했지만, 이미 판호는 우리 손에 있다. 카이두가 최고의 유통사인 것은 맞지만, 이 큰 중국 시장에 서비스 업체가 그거 하나야?

배려 없는 상생 강요는, 희생 강요와 다를 것이 뭔가?

나는 이 판이 마음에 안들어.

그러니 이제는 내 방식에 맞춰 춤춰보자.

“······.”

쉬린칭은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당황과 복잡한 계산이 한데 어우러져, 그녀의 머릿속은 얽힌 실타래처럼 복잡할 것이다.

이 한 수를 실패하면, 그녀의 입지는 단숨에 위태로워 진다.

그리고 이런 것도 꽌시 파트너로서 시험해볼 좋은 기회다.

“······.”

조금 길다 싶을 정도로 쉬린칭의 침묵은 계속 되고 있었다.

‘더 몰아세우면 망가지려나?’

물길을 돌릴 생각까지는 없지만, 앞으로의 관계를 위해, 살짝 숨통은 열어 줘야 하려나? 하고 생각하던 바로 그때!

“여기, 주문이요!”

띠링!

[홍켓몬이 물타기 스킬을 시전했습니다!]

홍켓몬이 어시스트를 시작했다.

< 저 합격이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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