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집 기둥서방이 되었다-208화 (208/346)

208.

[오행전기, 중국 시장 실시간 접속자 수 1위!]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 철저하게 중국 시장에 포커스를 맞춘 오행전기에 중국 게이머들의 환호가 쏟아진다!]

[10년 만의 이변! 카이두, 올해의 주력 타이틀로 오행전기를 지목! 자체 개발 게임이 아닌 타이틀을 지목한 것은 10년 만의 일!]

오행전기는 무서운 기세로 중국시장을 잠식해 나아갔다.

하지만 그 어떤 뉴스 속보 보다도 오행전기의 흥행을 실감하게 하는 것은 요동치는 맥베스의 주가였다.

“이건 좀 무서운데요?”

“예상했던 결과였지 않습니까?”

“아니요. 솔직히 이 정도는 아니었지 않습니까?”

나는 양실장에게 솔직한 심경을 전했다.

오행전기의 흥행으로 맥베스에 대한 투자심리가 폭발했다는 것은 이해하겠다. 하지만 현재 주가의 상승세는 단순히 그것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뭐 당연한 결과 아니겠나? 나 문상훈이가 직접나서서 진두지휘했는데, 이정도는 해줘야지.”

그러면서도 살짝 긴장한 듯, 문이사의 얼굴은 상기되어 있었다.

“그런데 제임스는 여전하군요.”

양실장의 말에 우리 모두가 눈을 돌려 제임스를 바라보았다.

양실장의 말대로 제임스는 담담한 얼굴 그대로였다.

“아닙니다. 놀라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표정은 전혀 변화가 없는데요.”

정말이지.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지 않을 거 같다는 말은 제임스를 위해서 만들어진 말이 아닐까 싶다.

“정말로 놀라고 있습니다. 물론 단순히 주가동향 때문만은 아니지만요.”

“그럼?”

“조연준 때문입니다.”

“조연준이요?”

“예. 그는 정확히 이 상황을 예상하였습니다.”

“예측했다고요?”

오행전기의 흥행으로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것쯤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맥베스 정도의 회사의 주가가 거의 2배 이상 껑충 뛰어오를 것이라고는 감히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오행전기의 흥행과 여론몰이에 이은 반동효과…….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등에지고 주가를 흔들고 있는 것은 조연준의 솜씨입니다.”

“조연준이 맥베스의 주가상승의 배후라는 말씀입니까?”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에 나를 포함한 모두가 놀랐다?

지난번 백회장의 뒤통수를 치기 위해 잠시 손을 잡았지만, 그렇다고 그와 돈독해졌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조연준은 언제나 자신만의 독특한 비호감(?)을 유지했었고 나 역시 적당한 거리를 유지했다.

“물론 그가 우리에게 호의로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

“본인의 시드 머니를 불리려는 수작이죠. 오히려 이 끝에 올 주가 하락을 대비해야 하지 않을까요? 조연준이 수작을 부리는 만큼 낙차도 크게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임스의 말에 자리에 있던 모두가 잠시 팔짱을 껴거나, 턱을 짚으며 고심했다.

하지만 뭘 어쩌겠는가?

양실장 조차도 주식의 전문가는 아니며, 나와 문이사는 개발자 나부랭이라서 개발외에는 조예가 없다.

고로 남은 답은…….

“……알겠습니다. 제가 최대한 데미지 컨트롤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향하자, 제임스는 짧은 한숨과 함께 대답했다.

“아무튼,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판호 프로젝트라는 큰건을 무사히 마무리하고 오랜만에 우리 파벌 핵심 인사들이 한 자리에 뭉쳤다.

“다들 한잔 하시죠.”

나는 준비해온 고급 양주를 꺼내 들었다. 비싼 술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기에, 주류전문점에서 가격대를 이야기하고 받아온 비싼 술.

문이사에게도 지난번 빚을 갚았고, 이건 따로 우리끼리 간단한 건배를 위해 준비했다.

“오랜만이군요. 이런 것은…….”

“어? 양실장님도 회사에서 축하주를 나누신 경험이 있으십니까?”

“예전에 가끔 있었습니다. 제 사수와 그랬었죠.”

“아! 그러고 보니 기억이 나는군.”

문이사는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때는 양실장도 지금과는 달랐지. 뭐랄까 좀 까칠했어.”

까칠했다고?

“문이사님은 천방지축이셨죠.”

천방지축? 아, 이건 그래도 좀 상상이 가긴 하는데…….

“그립군.”

“그렇습니다.”

문이사와 양실장은 옅은 미소로 교감하며 잔을 나누었다.

“제임스도 정말 수고 많았습니다. 하지만 조금 더 부탁드립니다.”

이 주가 폭등 사태의 배후에 조연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니, 살짝 우려가 된다.

하지만 두렵지는 않다.

우리에게는 제임스가 있지 않나?

지난번에 본인은 투자감각에서 조연준에 못미친다고 했지만, 과연 그럴까?

리스크를 조율하며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일에서 제임스만한 인물이 또 있을까?

조연준 보다 나으면 낫지 부족함은 없다고 생각한다.

-우우웅.

전화?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더니.”

나는 스마트폰을 들어 화면에 찍인 조연준의 이름을 보여주었다.

그후 책상 위에 스마트폰을 내려 놓으며 스피커 모드를 실행했다.

“무슨 일이지?”

-한국에서는 먼저 여보세요?라고 하는 것이 통화 매너 아닌가?

“지난번부터 느낀 건데, 매너 상당히 좋아하네? 의외야? 그리고 우리끼리 매너따져서 뭐하게? 설마 나와 친해지고 싶은 것도 아닐테고? 입금도 끝냈잖아. 이것도 그 돈으로 작업한 거잖아?”

-크크큭. 정말이지 얄미운 말만 골라서 하는 군.

네가 나에게 그런 말을 하냐? 대체 이것도 몇 번이나 느끼는 감정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무슨 일이야?”

-뭐긴 감상평 좀 들으려고.

“감상평? 아아, 이거? 뭔데 협박이라도 하려고? 주가 와장창 떨어트리기라도 하겠다는 거야?”

-내가 마음만 먹으면 벌써 그렇게 했겠지.

이건 주식을 모르는 나라도 알 수 있는 블러핑이다.

당장 주가가 미친 듯이 오르는데, 여기에 기름을 부은 정도는 할 수 있어도 갑자기 이 기세를 내릴 수는 없다.

하지만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거겠지.

“정확히 말해. 에둘러 말하는 성격도 아니면서.”

-흠흠…….

헛기침?

뭔가 조연준 답지가 않은데?

-이건 내 레주메(이력서)다.

이력서?

“무슨 말이지?”

-갑작스럽게 오른 주가에는 어디든 작전세력이 붙기 마련이지.

“그게 너잖아?”

-……말 하는데 끊지는 말지?

“오케이. 미안, 계속해봐.”

가끔 이 녀석이 일단은 내 형님이란 것을 잊어버린다.

싸우는 중이 아닐 때는 최소한의 배려쯤은 해야겠지.

-내가 막겠다.

“뭐?”

-이후에 닥쳐올 리스크를 내가 최대한 줄여주지.

너무 뜻밖의 이야기라서 나를 비롯한 모두가 눈을 껌뻑이며 당황했다.

‘이거 알고 있었습니까?’

‘전혀!’

제임스는 금시초문이라는 듯이 다급히 두 손을 휘저었다.

-왜 조용하지? 환호까지는 아니더라도, 너희에게는 좋은 일이 아닌가?

“아니, 그전에 네가 왜? 어째서?”

-뭐긴, 이번에 거래해보니 괜찮은 파트너라는 느낌이라서 말이지.

괜찮은 파트너? 아니야. 우리 그런거 아니야.

나는 그냥 덫하나 놓았을 뿐이고, 너는 덫이었을 뿐이야!

“자세히 설명해봐. 정확히 원하는 것이 뭐야?”

-지금 깨비몬이 벌어들이는 수익 대부분을 소극적으로 운영할 뿐이잖아? 나도 거기에 끼워줘. 원금 보전 같은 쩨쩨한 소리 안 해. 수수료만 확실히 챙겨주면 내가 한 몫 단단히 챙기게 해줄게.

“흐음…….”

-나에대해 뭐라고 생각하든, 월가에서 내 이름값이 그리 가볍지는 않아.

“그렇게 말해봤자, 지난번 하비에게 돈줄 운운하면서 막대하던 모습을 생각해보면…….”

내가 너를 어찌 믿을까?

고양이에게 생선 맡기는 수준이 아닌가?

-무슨 걱정하는지는 알겠지만, 한국 투자사들도 주식브로커들과 적극적으로 연계하는 추세야. 제임스도 미국과 한국은 알아도, 그 밖의 해외 시장에 대해서는 알지 못할걸? 현업에 있는 사람이 아니면, 따라갈 수 없는 소스들이 있기 마련이라고.

조연준은 적극적으로 자신의 장점을 어필했다.

‘사실입니까?’

‘네. 애석하게도.’

애초에 제임스는 재무팀 출신으로 자산운용이 전문이지, 프로 투자가는 아닌 셈이다.

그 분야에서 전문 브로커와 경쟁할 수는 없겠지.

“그래서 정확히 얼마나 보여줄거지?”

-얼마나?

“우리 주가가 얼마나 빠질 거라고 예상하는 거야? 일단 그거부터 맞춰봐야 하지 않겠어? 설마 우리가 그 정도 계산도 안 하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나는 이 말을 하며 제임스에게 서둘러 손짓했고, 제임스는 화들짝 놀라고는 잽싸게 노트북으로 달려가, 다급히 계산을 시작했다.

-이런 문제는 절대값을 내는 것은 무의미해. 그정도는 너라도 알텐데?

너라도라는 말이 참 조연준답다 싶다. 이런 상황에서라도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는 거겠지.

“그래서? 나 같은 아마추어보다는 나으니까, 월가에서 이름 좀 날리시는 것 아닌가?”

-…….

내 도발에 조연준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30%. 물론 내가 움직이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나는 조연준의 대답과 동시에 제임스를 바라보았다.

대강 비슷한 예측인지. 제임스는 엄지를 치켜들었다.

보통 한국에선 이럴 때는 ok사인 아닌가?

“좋아. 그럼 그것을 얼마나 줄일 수 있지?”

-음…….

이번에는 조연준의 대답 보다 제임스를 먼저 바라보았다.

이쪽은 아예 양실장까지 들러 붙어서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린다.

상식적인 하락 폭을 계산하고 마찬가지로 상식적인 수준의 마지노선을 설계하는 것이리라…….

잠시 후 제임스가 검지와 중지를 들어 올렸다.

나는 즉시 고개를 돌려 스피커에 대고 말했다.

“2% 이내로 막을 수 있겠지?”

-뭐?

“뭐야, 이쪽 계산에 그 정도는 할 수 있다고 봤는데?”

순간 묘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래서 고개를 들자, 제임스와 양실장이 입을 떡 벌리고 있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이거 아니야?’

‘응. 아니야. 30%를 20%까지 줄이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그냥 표정으로 저들의 말을 이해했다.

아, 그치만, 이제 와서 말 돌리면 좀 창피한데…….

-…….

조연준이 입을 꽉 다무는 것이 또 마음에 걸린다.

모처럼 조연준이 주가 하락을 막아주겠다고 제의했는데, 이거 받고 나서 팽해도 되는 것인데, 아니, 일단 무조건 받아야 이득인데…….

-크크큭. 이 미친 자식.

웃으니 좋은 것일까? 뒤에 거슬리는 단어가 하나 끼어있는 것이 좀 그렇긴 한데…….

에라, 모르겠다.

“할 수 있다고 믿겠어. 해내는 만큼을 이력서상의 경력이라고 계산하면 되겠지?”

-일단 기다리고 있으라고…….

“좋아. 기다리지.”

통화는 그렇게 종료되었다.

“만약 조연준이 2%대로 손실을 감소시킨다면? 그 녀석에게 어떤 대우를 해줘야 할까요?”

“임원으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거 하나로도 거진 10년짜리 임원 계약도 아깝지 않을 텐데요?”

아하! 내가 제대로 헛소리를 하긴 했구나.

“그래서 만약 정말로 조연준이 해낸다면 어쩌실 겁니까?”

“어떠긴요. 제임스.”

“네.”

“밑에 부하직원 하나 있으면 편하잖아요?”

“네?”

본인 입으로 그랬잖아. 기둥소프트 자금 운용에 한 손 거들겠다며?

그럼 맥베스가 아니라 당연히 기둥소프트 재무이사인 제임스 밑에 들어와야지.

“조연준이 그걸 받아들이겠습니까?”

“안 받아들이면, 아쉽지만…….”

아아~ 아쉬워라~ 너무 아쉽다.

사실 우리가 조연준 없다고 아쉬워할 상황도, 그런 사이도 아니잖아?

이미 늦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