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집 기둥서방이 되었다-246화 (246/346)

246.

스쿨런의 출시 이후 차례로 맥베스의 인디게임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홍기도 팀의 매지션 크레프트와 양성태 팀의 매지션 서바이브였다.

두 개의 타이틀 모두 매지션이라는 단어가 들어간다는 것이 재미있지만, 실제로는 너무나도 다른 게임이었다.

우선 일인 개발자로 유명한 김태호가 개발하고 양성태가 컨트롤과 서비스를 담당한 매시젼 서바이브는 탑뷰 슈팅게임이었다.

작은 도트 캐릭터가 사방에서 밀려오는 적들을 피해가며 자동으로 발사되는 미사일로 해쳐가는 게임이었다.

간단하지만 수많은 스킬 조합의 재미가 일품인 이 게임은 저렴한 가격에 더해 센세이션한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이건 기대이상이네요.”

“저도 그렇습니다.”

일인 개발이라는 한계성 때문에 솔직히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볼륨을 줄이고 딱 필요한 것만 채워 넣은 이 심플함은 수많은 게임 유저들을 중독시키기에 충분했다.

그저 방향전환과 생존이라는 심플한 게임성만으로 이만한 반향을 끌어내다니!

“가격이 저렴하다고는 해도 이 정도 판매량이라면 매출도 무시할 수 없겠군요.”

물론 인디게임은 인디게임인지라, 그 판매량이 맥배스 기준에서는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개발인력의 규모를 생각해본다면 그야말로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가 없다.

“네. 그렇습니다. 가급적 김태호씨에게 소규모 독립 스튜디오를 붙여주고 싶지만……. 그게 쉽지 않아서……. 이미 홀로 새로운 게임 개발 착수에 나섰더군요.”

“운영 쪽을 넘기는 것은 불만이 없었던 모양이군요?”

“없던 것은 아닙니다만……. 가까스로 진정시켰습니다. 어쨌든 새로운 게임 개발에 대한 욕심은 그만큼 강력하니까요.”

양성태의 표정을 보아하니, 여간 애를 먹은 것이 아닌 듯 싶었다.

“그보다 대표님께서 꼭 한번 방문해주시길 바란다더군요.”

“저를요?”

“네. 이번 스쿨런에 관해 상당히 충격을 받은 모양입니다.”

“혼자서는 그런 규모로 개발하기 어려울텐데…….”

다른 것은 다 제쳐두더라도 그래픽 리소스를 대체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외주 작업 조차 쉽지 않은 김태호에게 있어, 그래픽 리소스는 오직 홀로 감당 가능한 도트다.

게임 개발 엔진 스토어에서 제공하는 3D 에셋 같은 상품들로 떡칠한다고 해도, 그가 만족할만한 퀄리티가 나올 것인지는 의문.

“어떻게든 협업만 가능하다면, 그의 능력을 더욱 키워볼 수 있을 텐데…….”

양성태는 그 답지 않게 입맛을 다시며 안타까워했다.

김태호 같은 천재과는 일반적인 컨트롤이 불가능하다.

사실 그런 인물을 컨트롤하며 수월하게 게임 개발이 이루어지도록 유도한 양성태의 노고를 칭찬해야 마땅하다.

“타이틀 로고 디자인만해도 서른번 이상 갈아 엎었다고 했었죠?”

“예. 스무 번째 이후로는 저도 아찔한 느낌이더군요.”

천재과의 숙명이랄까?

설명도 모호한데, 그것을 어떻게든 짜 맞추고 엠씨 소프트 측과 조율한 양성태의 고생이 눈에 훤했다.

그리고 또 당시에는 그런 고충을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는 점이 양성태 답다면, 양성태 다운 모습이었다.

“한번 만나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양성태는 한시름 놓았다는 표정이었다.

“그건 그렇고, 역시 홍기도 과장과 회장님, 그리고 남궁원 과장의 역량은 대단합니다.”

“네. 맞습니다. 솔직히 이건 비밀이지만…….”

“?”

“한 방 먹었군요.”

“하하, 홍기도 과장에게는 말씀하지 않으실 생각이십니까?”

“그랬다가는 한 동안 그 녀석 기고만장한 태도에 시달려야 할겁니다.”

매지션 크레프트는 앞서말한 매지션 서바이브와는 완전히 궤를 달리하는 작품이었다.

종교가 지배하는 중세유럽에서 마법사는 이단.

게다가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촉매와 시약등이 필요하다.

채집과 제작을 통해 일종의 탄약 개념의 촉매를 제작하거나 함정을 만들어 던전을 발전시켜나간다.

이 과정에서 유저는 때로는 디펜스, 때로는 마을과 교회를 공격하는 식의 자유로운 플레이를 취사 선택할 수 있다.

“액션까지 훌륭한 것은 지난번 오행전기를 통해 탑뷰 형식 게임의 노하우를 제대로 섭렵한 남궁원의 공로가 크지요. 그 세 사람의 시너지가 이 정도로 훌륭하게 발휘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함송희와 표세종군의 활약도 상당하지요. 물론 한부장의 역할도 지대하겠습니다만…….”

개발기간도 기간이고, 컨텐츠 양도 워낙에 방대했다.

덕분에 버그가 없지는 않았지만 플레이에 지장은 없는 수준이고 지금도 무서운 속도로 버그 픽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애초에 버그잡는 귀신인 한명수가 함께 하고 있었다.

그 부분은 처음부터 크게 기대하질 않았었다.

“마법사라는 직업 하나를 이 정도까지 파고들어서 이만한 물건을 만들어내다니…….”

솔직히 살짝 감동스럽기까지 했다.

내 새끼들(?)의 성장과 활약이 어찌 기쁘지 않을까?

“그보다 회장님은 좀 어떠십니까?”

서버관련을 혼자서 고군분투하던 조회장이었지만, 기대이상의 유저들이 몰려들면서 결국 서버가 터지는 사태가 발생해버렸다.

이건 사실 조회장의 잘못은 아니지만, 끝까지 혼자 해보려던 것을 부랴부랴 우리가 달려들어서 인원을 충원했다.

이미 혼자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유저풀이 아닌 것이다.

“어제도 혹여라도 건강에 무리가 생길까 싶어서, 강제로 퇴근하도록 종용했습니다.”

양성태의 표정이 우려의 기색으로 물들었다. 프로그래밍은 체력싸움이라는 말이 있다.

열정과는 별개로 조회장은 이제 더는 현역 일선에서 서버 작업 같은 큰 일감을 홀로 감당할 수 있는 체력이 없다.

“그 부분은 계속 주시해주시기 바랍니다. 저도 계속 신경 쓰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그럼 저도 한번 얼굴을 비추러 가봐야겠군요.”

“함께 가시지요.”

“그러실까요?”

어쨌든 고생을 했으니, 치하는 해야 한다. 홍기도 녀석의 기고만장한 표정을 떠올리며, 나는 칭찬 수위를 어디까지로 제한해야 할까를 생각했다.

하지만…….

“음핫핫핫하! 보았는가? 표세인!”

“이제 우리의 시대다!”

생각해보니, 홍켓몬 하나만 걱정하고 있었는데, 동생몬까지 합세해서 설치는 그림은 예상 못했다.

“자, 솔직히 털어 놓아 보시지? 우리에게 한 방 먹은 소감은 어떠냐?”

“두려워해도 좋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새삼 홍기도 녀석을 비서쪽 업무로 차출한 것이 신의 한수가 아니었을까? 하는 느낌이다.

회사 주가를 위협하는 두 빌런이 이대로 계속 시너지를 일으킨다면…….

내가 회사에서 주짓수 강습회라도 열 것 같아서 두렵다.

“고생많았다. 항상 그랬지만, 이번에도 내 기대 보다도 훨씬 멋지게 해냈구나.”

나는 홍기도와 세종이를 무시하고 남궁원과 함송희를 먼저 칭찬했다.

“지금 우리 무시하는데요?”

“하하하, 내심 고민하고 있겠지. 하지만 걱정마. 순서상으로도 우리가 마지막인 것이 맞아.”

“그런 겁니까?”

“그럼! 주인공은 원래 마지막에 등장하는 법이니까?”

니들…….

시작부터 튀어나왔자나…….

잔챙이 악당같은 포지션 아니었냐?

“괜찮았나요?”

“뭘 그렇게 자신없게 말해? 이미 디젤스토어 반응 나왔잖아.”

“맞아요! 솔직히 언니는 좀 더 자부심을 가져도 돼죠!”

함송희가 내 의견에 맞장구를 치며, 남궁원의 활약을 칭찬했다.

“하하, 그래도 솔직히 이정도 반응은 예상 못했어요.”

당장의 결과로 미래를 낙관할 수는 없겠지만, 벌써 최고 판매 페이지에 당당히 자리를 잡았다.

메지션 서바이브 정도로 저렴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매지션 크레프트 역시 AAA급 게임의 절반 수준의 가격에 불과했다.

이 열기가 그리 쉽게 멎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멀티요소가 있지 않은가?

“더욱 타오를 거야. 내 유저로서의 감은 잘 맞는 편이라고?”

“대표님께 그런 말을 들으니, 기쁘네요.”

남궁원도 이제야 싱긋 웃었다. 아무래도 그간 초조했던 모양이다.

물론 이것은 개발자의 숙명 같은 것으로, 게임이 출시되고 성과를 나타내기 전까지 안절부절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다못해 홍기도 녀석조차도 얼마 전 스쿨런 출시 때, 매지션 크래프트의 성적을 걱정하며 다소 의기소침하지 않았던가?

“아무튼 모두 수고했다. ver.1.2가 완료될때까지 다들 조금만 더 힘내.”

근래 게임 출시는 유저 테스트 결과와 수집된 유저편의 개선 사항들을 담은 ver.1.2 빌드가 끝나는 순간이야 말로 정식 출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더욱이 매지션 크레프트는 멀티플레이 요소 때문에라도 차후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

“모두들 정말 고생많으셨습니다. 모두 훌륭하십니다.”

“에이, 부사장님이야 말로 고작 2명이서 이런 엄청난 결과를 달성하셨잖아요?”

“아닙니다. 엠씨 소프트 측의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지요.”

양성태는 치하와 겸양을 반복하며 인사를 마쳤다.

“그럼 나는 이제 부회장님께 보고하러 가볼게.”

“네. 다녀오세요.”

“어? 과장님 그냥 가는데요?”

“훗, 표세인. 우리의 위업에 놀라서 그릇마저 쪼그라 들었는가?”

아참!

-꽁! 꽁!

“으악!”

“윽!”

이것들이 보자 보자 하니까, 계속 반말이야. 아주 혼 날라고.

그래도 나름 기특한 점이 있으니, 평소보다 살살, 거의 시늉에 가까운 꿀밤이었다.

“수고했다.”

“흠!”

“히히.”

홍켓몬과 동생몬에게도 짧지만 진심을 담은 격려를 보냈다.

“조만간 회식 한 번 하자.”

“오예!”

“나이스!”

회식이라는 말에 덩실덩실 춤까지 추는 녀석들.

다른 회사는 임원이 회식하자고 하면 죽을상이라던데, 이 녀석들은 왜 이렇게 회식을 좋아하는 걸까?

*

*

*

“솔직히 놀랐어.”

“나도 그래.”

연아의 말에 나도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회장님은 좀 어떠셔?”

오늘 조회장은 회사에 출근하지 않았다. 혹시 근래 무리한 것 때문에 건강에 문제라도 생긴 것은 아닐지, 걱정이 들었다.

“전혀 끄떡없어. 지난번에 억지로 퇴근시킨 것 때문에 일부러 재택근무를 신청한 거야. 집이라면 퇴근은 못 시킬테니까.”

회장이 일을 더 하겠다며, 재택근무를 신청했다라…….

우리 회사 묘하게 이상적인 회사 아냐?

물론 회장이 경영이 아닌, 개발에 목숨 거는 것은 좀 어떨까 싶기는 한데…….

“혼자서 해내지 못하는 것이 좀 자존심 상했나봐.”

“정말로 그걸 혼자서 해내려고 했다는 것이 놀라운데?”

“집에서는 1세대 개발자의 근성을 보여준다며 큰소리쳤었거든.”

으음…….

그 1세대 개발자들 평균 연령 좀 계산하시면 마음이 편하실텐데…….

아니, 오히려 그 부분을 지적하면 더욱 타오르시려나?

“어쨌든 스쿨런을 시작으로 다들 흥행몰이를 이어가니, 오너로서는 무척 기쁘네. 고전무님께 말 해 놓을테니, 인센티브 넉넉히 챙겨줘.”

“그걸 내가…….”

아, 이제 이런 것도 내가 결정하는 거구나?

아직 대표직함이 완전히 붙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 그 말 전하려고 온 거야?”

“그건 아니지.”

“흐음……. 나 뭔지 알 것 같은데?”

“그래?”

“새로운 프로젝트에 관해 생각난 것이 있나 보구나?”

연아가 한쪽 눈을 찡긋하며 말했다.

빙고!

“무슨 아이디어인데?”

“나 헐리우드 한번 가보고 싶어.”

“헐리우드?”

연아가 고개를 갸웃했다.

축구 잘 모르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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