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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집 기둥서방이 되었다-259화 (259/346)

259.

“일단 여기까지 들었으면 대충 각이 잡힌 것 같군.”

조연준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 미국에서의 전개 방식은 논의하지 않았는데도, 대충 먼저 이해해버린 것 같다.

“더 설명할 필요 없다는 거겠지?”

“나를 뭐라고 생각하나?”

“철없는 금수저?”

“…….”

아니, 자꾸 나를 갱스터로 몰아붙이기에 복수 한 번 해봤다.

“여론 조작으로 네 주변에서 나 이상 가는 사람은 없어.”

“좋아. 믿어보지. 솔직히 지난번 주가 방어 건은 딱히 네 공로가 아니었다는 것은 알고 있지?”

이번에는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 라는 의미로 말하자, 조연준은 흥, 하고 콧방귀를 뀌었다.

“애초에 나 정도 되는 브로커라면 모두들 앞다투어 영입하려고 하는 법이야.”

“그럼 모셔가는 곳으로 가지 그랬어?”

제임스에게 듣기로 조연준의 상황은 상당히 좋지 않았다.

원래부터 인성이 나쁘기로 유명한데, 그나마 능력으로 투자자들을 유치해오던 상황이었는다.

하지만 하비와 갈라선 이후로 투자자들 사회에서 완전히 신용을 잃어버렸다고 한다.

물론 그럼에도 오퍼가 없지는 않겠지만, 그의 성에 찰 정도의 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았던 것.

미국 상류 사회가 의외로 좁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이래서 사람은 항상 겸손하고 조심해야 하는 거다.

이것을 이 나이가 되도록 배우지 못한 것을 철없는 금수저가 아니면 달리 어떻게 설명할 수가 있을까?

“……아무튼, 기다려보라고.”

조연준은 슬쩍 입술을 씹으며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기대하지.”

“흥.”

조연준은 그렇게 자리를 떠났다.

“형님.”

“응?”

“저 사람……. 아니, 저분과는 정확히 어떤 관계인 겁니까?”

처형과 매제 관계이긴 한데……. 그걸 여기서 설명하기는 좀 그렇지?

“일단은 동업 관계라고 말하면 되려나?”

“그렇군요.”

“갑자기 그건 왜?”

“형님께 조금 불손해 보이기에……”

“무슨 생각을 하든 절대로 하지 마라. 알겠냐?”

“......딱히 주먹을 쓸 생각은 없었습니다.”

“아무튼, 하지 마라.”

“네.”

대체 내 주변에는 왜 이렇게 정상적인 캐릭터가 없는 걸까?

“자, 어쨌든 이제 다시 일 이야기로 돌아가지요. 계산기 한번 두드려봐도 되겠습니까?”

오정렬은 그렇게 말하며 진짜로 계산기를 꺼내 들었다.

“네. 부탁드립니다.”

“일단 찌라시 업자들에게 퍼트리는 것부터……. 최대한 많이 퍼트리는 것이 좋겠지요?”

“네. 물론입니다.”

“그러면 기간은?”

“기간도 정할 수 있습니까?”

“물론이죠. 그 부분은 염실장님이 전문이시죠. 염실장이 전화 한 통 쫙 돌리면 그 녀석들은 앵무새처럼 같은 말만 반복하게 될 겁니다.”

제법 그쪽 세계(?)에서 인정받는구나 싶긴 했는데, 이 녀석 설마 내 생각보다 거물이었던 건가?

“너 의외로 능력 있는 모양이다?”

“그……. 형님께 칭찬받을 정도는 아닙니다.”

“염실장님이 부끄러워하시는 것도 신선하군요.”

요즘들어 염종수 녀석의 능력에 몇 번이고 놀라게 된다.

“기간은 얼마나 가능합니까?”

“형님이 원하시면 일 년 내내라도 가능합니다!”

칭찬 한번 받으니, 이 녀석 눈이 이상하게 뒤집혔다.

“아니, 그렇게까지 하면 좀 그렇고, 몇 달 정도면 충분하지 싶은데…….”

홍보비 명목으로 어느 정도 지출은 각오하고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무한정 지출을 감수할 수는 없지 않나.

“그렇죠. 일 년 내내 그 치들을 붙잡아 두는 것도 쉽지는 않습니다. 무엇보다 비용은 걱정 말라고 하셨지만, 이런 분야는 나름의 돈이 들어갑니다.”

“네. 지난번처럼 저렴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알겠습니다. 일단 3개월 정도로 계산하고 견적을 내보도록 하지요.”

“아, 그런데 혹시 이번에는 비용처리가 어떻게 될까요? 아무래도 회삿돈이라서 현금 거래는 좀 그렇습니다.”

지난번에야 용역회사에 지불하는 형식이어서 문제는 없었지만, 이번에는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알 수가 없어서 그 부분이 좀 걸렸다.

“염려하실 것 없습니다. 저희 마케팅 회사도 운영합니다. 정확히 바이럴 마케팅 전문이기도 하고요.”

“아, 그렇습니까?”

뭔가 묘하게 안 어울리는데?

“보통은 맛집 홍보와 촬영 쪽이 메인이지만, 비상장 기업이 상장을 준비할 때, 저희를 종종 찾는 편입니다.”

“그렇군요.”

정말로 이쪽은 손을 대지 않는 분야가 없다는 느낌이다.

“신기하군요. 그런 쪽과는 다소 거리가 멀어 보였는데요.”

“연예기획사 운영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언론 홍보 쪽과 연이 닿는 것 같더군요. 뭐 제가 잘난척할 이야기는 아니고, 그 부분은 염실장님과 따로 이야기를 나누시면 됩니다.”

“너 연예기획사에 있었어?”

“짬이 안 되던 시절에 여기저기 불려 다니던 시절 이야기입니다.”

이 부분은 딱히 달가운 이야기가 아닌지, 염종수는 슬쩍 시선을 회피했다.

“어쨌든 대략 견적을 내보니……. 음, 지난번보다는 확실히 돈이 많이 드는군요. 괜찮겠습니까?”

“일단 말씀해 주세요. 말씀드렸다시피 어느 정도 출혈은 각오하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보시죠.”

오정렬은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액수가 상당하다고 느꼈는지, 다소 떨떠름한 얼굴로 내게 계산기를 보여주었다.

0이 몇 개지? 하나, 둘, 셋……

“역시 좀 액수가 크죠? 이 부분은 염실장님 지인이시니. 조금 디스카운트를……”

“형님, 괜찮으시면 제 쪽에서 줄일 수 있는 경비를……”

두 사람은 내 반응을 오해한 모양이다.

“이거 계산 확실한 겁니까?”

“예. 다소 널널하게 잡은 것이지만, 그보다 저렴하게는…….”

“형님, 제가…….”

오정영과 염종수는 난처한 표정이었다. 아무래도 이들은 내 반응을 오해하는 모양이다.

“아니, 이거 좀……”

너무 싸잖아?

“3억. 확실한 겁니까?”

“예.”

“정말로 더 필요하신 것 아닙니까?”

“네?”

3억이면 유명 포탈에 메인 배너 노출 몇 번이면 끝나는 돈이 아닌가? 게임 홍보에 수백, 수천억을 사용하는 대형게임사들의 홍보비 스케일을 고려하자면, 이건 우스울 정도다.

“종수야.”

“네?”

“밥은 먹고 다니니?”

“네?”

*

*

*

“오셨습니까?”

내 방으로 돌아오자, 양성태와 홍기도가 나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런데 뭔가 자리 배치가 묘했다.

양성태가 홍기도에게 차를 내어주는 모양새였다.

“너 설마 부사장님께 차 심부름이라도 시킨거냐?”

내가 소매를 걷으며 말하자, 홍기도가 펄쩍 뛰며 양성태 뒤로 숨었다.

“아니에요! 부사장님이 저에게 차 내리는 법을 가르쳐 주시는 중이었다고요!”

“아, 그렇습니까?”

“네. 맞습니다. 그리고 사실 우리끼리 있을 때야, 제가 여러분께 차 한 잔 내려드리지 못할 일은 없지 않습니까.”

양성태는 특유의 부드러운 미소로 나에게 자리를 권했다.

“일단 대표님도 차 한잔 하시지요.”

“평소와는 다른 차네요?”

“네. 아무래도 쉬린칭도 그렇고 국내 개발사 대표의 비서라면 중국계 투자자들과 만날 일도 많을 테니까. 이참에 작은 어드바이스를 해주던 참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이것이 양성태의 훈육 방식인 모양이다.

사실 과거에는 나에게도 식당을 소개해주거나 하는 일들이 있었다. 정말로 살이 되고 피가 되는 포인트만 콕콕 짚어준다.

사회생활 1타 강사라는 느낌이랄까?

“잘 배우고 있냐?”

“부사장님, 말 좀 해주세요.”

홍기도의 말에 양성태가 흐뭇하게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홍기도 군은 미각이 좋은 편입니다. 차 맛을 구별할 줄도 알고 손끝도 야무져서 차를 우려내는 것도 곧잘 배우는 편이지요.”

“훗.”

홍기도는 들었지? 라는 듯이 의기양양하게 콧김을 뿜었다.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더니.”

“그러지 말고 똑바로 한 번 해보세요. 춤 좀 추게.”

“뭘 똑바로 해? 그리고 무슨 춤을 춘다는 거야?”

“몰라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그냥 주먹 들면 다들 춤추던데?”

“야만인!”

“야만! 야만!”

“악! 부사장님!”

또 한번 홍기도가 양성태의 등 뒤로 숨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여기 계셨던 겁니까?”

“대표님께 볼일이 있어서 왔다가, 홍기도 과장 혼자 있기에 차를 내려봤습니다.”

“그렇군요. 이 녀석 때문에 참 고생이 많으실 텐데, 항상 감사합니다.”

“별말씀을요. 제가 홍기도 과장을 맡겨달라고 부탁드렸던 것 아닙니까.”

홍기도를 상대하는 것이 정상적인(?) 사람들에게 얼마나 힘든 일인인지는 알고 있다. 지난번 괴팍한 천재 캐릭터도 그렇고, 홍기도도 그렇고…… 양성태는 참으로 그릇이 크다는 느낌이다.

“그런데 무슨 일로?”

“네. 사실은 미국 일정을 논의하기 위해서입니다. 문상무가 문의를 하더군요.”

“문상무님이요.”

문상훈이 굳이?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

“제프리 일당들이라고 중얼거리며 살짝 이를 가시던데…….”

“제프리?”

“오! 제프리! 그러게 이번에 만나겠네요.”

나는 살짝 우려되는 표정인 반면, 홍기도는 활짝 핀 얼굴이었다.

“제발 지난번처럼 이상한 버스는 준비하지 말아 달라고 해주세요.”

“왜요! 엄청 재미있었잖아요! 내 광선검 잘 있겠지?”

지난번 스타워즈 버스에서 광선검을 가지고 놀던 것이 어지간히 즐거웠던 모양이다.

“그거 네 거 아니잖아.”

“제프리가 줬거든요!”

홍기도는 빼액했다.

“음……. 그건 이미 늦은 것 같습니다.”

“늦었다고요?”

“파티 예산을 논하던 소리가 들리더군요.”

제발…….

일해라 미국지부!

“그런데 소이사는 잘 적응하고 있답니까?”

소일연은 한국에서는 다소 엉뚱한 정치노름에 발을 들인 덕분에 난처한 일을 당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원래부터 실리콘밸리에서 성장한 인물이니, 미국지부에서 더 잘 적응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연아는 그를 미국으로 그것도 센터장을 맡겨버렸다.

과연 거기서는 잘하고 있을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제프리 일행과 함께 제다이 검술 학원에 등록했다고 하더군요.”

아아…….

너도 일 똑바로 안 하는 거냐? 맥베스의 차기 프로젝트의 앞날이 걱정이다.

“하지만 적응만 잘하는 것이 아닌 모양입니다.”

“그래요?”

“제프리와 죽이 잘 맞는 모양인지, 벌써 팀 구성을 끝내고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아직 인수인계도 다 끝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확실히 빠르다.

“그렇군요. 역시 미국이 잘 맞았던 걸까요?”

연아의 용인술이 빛을 발한 걸까?

“그것도 있겠지만, 제 생각에는 조금 다른 이유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이유입니까?”

“본사에서 어중간한 사내 정치 덕분에 고생했으니, 미국에서는 다소 어깨에 힘을 뺀 모양입니다. 그래서 제프리 팀원들과 잘 융합되었지 않았을까요?”

“말 그대로 전화위복이군요.”

양성태의 말대로 본사에서의 헤프닝이 그에게 좋은 밑거름이 되었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어쨌든 다소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잘 지내고 일도 수월하게 처리하고 있다면야, 나쁜 일은 아니겠지.

“그래서 미국 일정은?”

“제 생각에는 다음 주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할리우드 측에도 그렇게 전해주십시오. 사실 그쪽과 일정을 맞춰봐야 할 일이니까요.”

사실 할리우드 측 담당자는 올 테면 와라, 시간 정도는 내주겠다. 라는 다소 밋밋한 반응이 전부였기에 언제든 상관은 없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사전협의는 필요하겠지.

그리고 그사이 찌라시 대작전도 진행될 것이다.

“그러면 하나만 정하면 되겠군요.”

“또 뭐가 남았습니까?”

“다스베이더냐, 펠퍼틴이냐. 둘 중 하나 정해 달라고 하더군요.”

정말 이것이 부사장을 통해서 대표에게 전달해야 할 만한 안건이란 말인가…….

이것들 진짜 다스베이더식 리더쉽을 한 번 보여줘야 하나?

설마 함께 가자는 건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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