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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집 기둥서방이 되었다-261화 (261/346)

261.

공항에 도착하니, 정말로 쉬린칭이 홍기도와 함께 있었다.

“밥 잘챙겨먹고.”

“그래. 너도.”

쉬린칭과 홍기도는 공항에서 서로를 부둥켜안고 이별을 슬퍼하고 있었다.

누가 보면 한 몇 년 떨어져 지내야 하는 것으로 착각할 것같은 분위기.

“…….”

“아, 오셨어요?”

우리 공항에 함께 왔거든?

아무래도 이 녀석 슬픔에 짧은 기억 상실까지 일으킨 모양이다.

“우리 기도 무사히 제곁으로 보내주실거죠?”

지금 미국에 내전이라도 벌어진 거니?

감당하기 쉽지 않은 텐션이다.

“그렇게까지 걱정되면 함께 가지?”

어떤 의미에서 요즘 쉬린칭을 옆에 붙여두면 홍기도도 제정신……. 물론 지금 상황만 보면 그것도 의심스럽지만, 어쨌든 나쁠 것은 없다.

“아니요. 애석하게도 저도 이제 귀국해야죠. 다음에 한국에 올때는……. 아시죠?”

뭐랄까, 협박이라도 받는 기분이다.

“아버님 말씀이시죠?”

“네.”

“네.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최대한 도와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솔직히 아직도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전혀 모르겠다는 느낌이지만.

이미 약속을 해버린 이상 어쩔 수 없지.

“그런데 언제 돌아오는데?”

“한국에 돌아오실 때쯤 저도 다시 올 수 있을 것 같아요.”

장난하냐!

그럼 고작해야 한 달도 안 되어서 다시 보는 거잖아!

라고 말하고 싶지만…….

나름은 이제 막 스타트를 끊은 커플들이 아닌가?

연장자인 내가 참아줘야지.

나는 그러려니 하고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시간이 됐습니다. 가시죠.”

이 난리통 속에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던 남자.

맥베스의 얼음 왕자, 제임스는 무덤덤한 얼굴로 비행기 시간을 확인하며 말했다.

“그러시죠. 쉬린칭.”

“네.”

“다음에 보죠.”

“네.”

나는 쉬린칭에게 짧은 인사를 하고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는 홍기도의 뒷덜미를 잡고 질질 끌고 게이트로 향했다.

“기분이 묘하네요…….”

“나도 그래.”

“대표님도 형수님과 떨어지는 것이 괴로우셨군요?”

“아니. 대표씩이나 되어서 수행비서 뒷덜미를 잡고 끌고 가야 하는 내 처지가 참 한탄스럽네.”

“그러셨군요.”

“…….”

이 녀석이 아주 끝까지 남 일처럼 말하네?

“쉬린칭…….”

제길, 이건 반칙이다. 차마 각성 타격을 날릴 수가 없다.

“너 비행기 안에서는 안 그럴 거지?”

“저 중국 출장 갈 일 없죠?”

“…….”

그냥 지금이라도 이 녀석 버리고 갈까?

*

*

*

“표세인이는 이제 비행기에 탑승했겠군.”

“네. 아까 공항에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조회장이 말에 양성태가 대답했다.

“함께 가고 싶지는 않았나?”

“그럴 수야 있겠습니까.”

“클클, 아니라고는 안 하는군.”

“네. 그보다 이야기 들었습니다.”

“뭘 들었다는 건지?”

조회장은 살짝 움찔하며 시선을 돌렸다.

“솔직히 약간 서운하더군요.”

“그럴 만도 하지, 녀석들도 참. 아무리 비밀이라도 자네에게는 살짝 귀띔해 줄 수 있었을 텐데.”

“제가 회장님을 보필한 기간이 얼마인데…….”

“에휴…….”

슬쩍 물길을 돌려보려 했지만 결국 화살은 자신에게로 향했다.

조회장은 짧게 한숨을 내쉬며 입맛을 다셨다.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네. 하지만 솔직히 자네는 알아차리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도 있었어.”

“저도 이번에 깨달았습니다.”

“뭘?”

“제가 눈치가 없는 편이었군요.”

양성태는 스스로 말하고도 어이가 없다는 듯이 실풋 웃었다.

천하의 양성태에게 눈치가 없다는 말이 가당키나 할는지…….

하지만 따지고 보면 가장 가까이서 표세인과 조연아를 지켜봐 왔던 자신이었다.

그런데도 까맣게 몰랐다니, 어이가 없다 못해 웃음만 나올 지경이다.

“그래도 덕분에 한 가지 좋은 것을 알았습니다.”

“뭔가?”

“우황청심환이 의외로 숙취에 도움이 되더군요.”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인가?”

“그런 게 있습니다.”

양성태는 키득거리며 대답하지 않았다.

“그래, 뭐 사과야 앞으로 차차 하기로 하고……. 테이블 세팅은 끝났나?”

막상 업무 미팅은 표세인이 미국에서 진행하지만, 그와 함께 협상 테이블에 앉을 제작사측과의 일정을 조율한 것은 양성태와 문상훈이었다.

양성태가 기획을하고 문상훈이 실행한 작품.

맥베스의 두 간판이 나선 작품이니 별일이야 없겠지만, 언제든 만에 하나라는 일이 있기 마련이다.

“당장 큰 이변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표대표의 움직임에 따라서 상황이 변화할 가능성이 있겠지요.”

“영화와 드라마 제작사를 한 자리로 불러 모았다고?”

“예. 듣자 하니 근래에 OTT(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의 여파로 극장가 매출이 예전 같지 않다고 합니다. 물론 판데믹 효과도 무시할 수 없고요.”

“그렇겠지.”

“덕분에 평소라면 같은 테이블에 앉는 것조차 모욕이라 느낄 수 있는 체급 차이지만 지금은 오히려 대형 영화제작사들 측에서 애가타는 모양입니다.”

“그건 우리에게 이로운 전개로군.”

“예. 듣자 하니 회장님께서 조언을 해주신 덕분에 컨셉을 바로 잡을 수 있었다고 표대표가 말하더군요.”

표세인은 애당초 그들에게 권위적으로 다가설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그들의 콧대 높은 반응에 당황한 사이, 조회장은 칼자루는 자금력이 있는 사람의 몫임을 상기시켜 주었다.

그리고 현재 맥베스의 자금력은 그 어느 때보다도 풍부한 상황.

무려 1조에 달하는 거대한 프로젝트 계획을 발표하자, 할리우드 전체가 들썩였다.

역사상 가장 많은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조차 1조의 1/3에 불과한 수준이 아니던가?

그들은 아 뜨거하며, 표세인의 가치를 초특급 VIP로 제 조명한 상황.

“애초에 미팅을 할리우드가 아닌, 미국지부에서 하게 된 것부터가 저울의 무게가 어느 쪽으로 기울었는지를 증명하는 셈입니다.”

“그래. 맞아. 사실 이 건에 대해서는 자네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뭡니까?”

“표세인과 연아의 약점.”

“으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모두의 기대를 뛰어넘지 못한 적이 없던 그 두 사람이다.

게임 업계를 떠나, 떠오르는 재계의 유력인사로 손꼽힐 반열에 다가서는 그들이었다.

그런데 그들의 약점이라니?

“연아는 다소 공격적이야. 이것은 알고 있겠지?”

“네. 알고 있습니다.”

“바람을 등지고 있을 때야, 항해에 무리가 없는 법이지. 돛을 아무리 팽팽하게 펼쳐도 바람이 등을 떠밀어줄 테니까.”

“그렇습니다.”

아직 그들은 진정한 위기를 경험한 적이 없다. 젊음이 그들의 죄는 아니지만, 반대로 경험 부족만큼은 단숨에 해결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언제나 강성하게 반응하는 연아의 공격석은 이미 양성태도 인지하고 있는 부분이었다.

“그런데 표대표의 약점은 무엇입니까?”

양성태의 말에 조회장은 잠시 입맛을 다셨다.

스스로가 생각하기에도 이것을 약점이라 부를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딘가 께름칙한 기분이 드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녀석은 의외로 반응이 늦어.”

“늦다고요?”

“상대가 거칠게 나오면 훨씬 강하게 후려치고, 판이 불리할 때는 판을 부숴버리는 것도 잘하는 녀석이지.”

“그렇지요.”

“하지만 늦어. 이번에도 봤겠지? 할리우드의 콧대높은 녀석들에게 한 방 먹은 후에야 칼을 뽑았어.”

“아……. 하지만 경거망동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요?”

두 사람 모두 경거망동하는 타입은 아니지만, 보통 젊음에 대한 우려는 경거망동에 있지, 진중함에 있지 않다.

오히려 그 나이임에도 섣부르게 행동하지 않고 상대에 맞춰서 패를…….

“아!”

양성태는 그제야 조회장의 말을 알아차렸다.

생각해보면 표세인은 종종 스스로가 판을 이끌기보다는 상대의 움직임에 맞춰서 대응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 대응 방식과 창의성이 놀라운 결과를 도출했다는 것뿐이지…….

만약 상대의 공격에 대응할만한 카드가 없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면?

“때로는 먼저 때릴 필요가 있지.”

“하지만 그런 상황이라면 두 분의 장단점이 서로 보완이 되는 것 아닙니까?”

양성태의 말에 조회장이 나직이 고개를 끄덕였다. 동의한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그런데도 조회장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깨비몬 사업부터 그 둘이 몇 차례 손발을 맞춘 적이 있었지.”

“네. 그리고 그 성과는 대단했었지요.”

“하지만 그 둘이 함께 일을 하는 방식은, 뭐랄까……. 각개전투라는 느낌이라고 하면 이해하겠나?”

“확실히……. 그런 면이 있습니다.”

조연아는 사업 부문에서, 표세인은 개발부문에서 그들은 같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상황에서도 서로의 영역을 결코 침범하는 법이 없었다.

일반적으로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는 것은 나무랄 점이 없다.

반대로 상대의 영역을 존중하지 않고 침범하는 경우에 문제가 생기지 않던가?

“앞으로 맥베스는 더욱 커지고 경쟁상대는 더 이상 국내 개발사들이 아닌, 해외의 강력한 기업들이 되겠지.”

“네. 맞습니다.”

“맥베스도 빠르게 성장하고는 있지만, 아직 해외의 공룡기업들에 비할 바는 아니야. 나는 그 두 사람이 더욱 적극적으로 서로의 장단점을 교류해가길 원하네.”

조회장의 말에 양성태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회장이 무슨 의도로 자신에게 이런 말을 했는지를 깨달은 것이었다.

“제가 곁에서 잘 보필하도록 하겠습니다.”

즉, 양성태가 가교가 되어 그 두 사람이 올바른 시너지를 이룰 수 있도록 조율해가길 바란다는 것.

그리고 아마도 그 역할을 조회장 본인은 할 수 없으리라는 것.

“이제 결단을 내리신 것이로군요.”

“그래. 갈 사람은 가야지.”

조히장은 나직이 자신의 은퇴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밝혔다.

“언제를 예상하십니까?”

“녀석들이 귀국하면 바로 시작하지.”

“음……. 촉박하군요.”

“지분에 관해서는 대략적인 작업이 끝난 상황이 아닌가?”

“그건 그렇습니다.”

이미 조회장이 은퇴계획을 밝힌 것은 한참 전의 일이다.

양성태와 고전무는 그때부터 무척 섬세하고 조심스럽게 조회장의 지분을 연아에게 이동하는 방법에 대해 많은 공을 들여왔다.

갑작스러운 지분 이동이 회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무엇보다 조회장은 창업주이며 개입업계의 산증인이라 불릴 정도의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에 비해 후계자인 조연아는 너무 어렸다.

주주들의 불안감을 우려하며 적당한 기회를 모색하고 있던 상황.

“내 생각에 표세인 그 녀석이 할리우드에서 빈손으로 오지는 않을 거야. 아마도 또 한 번 우리 주가를 들끓게 만들만한 희소식을 가져오겠지.”

“그 소식 속에 업혀 가자는 말씀이시군요.”

“그래. 어떤가? 수가 너무 얕은가?”

“아닙니다. 외람되지만, 타이밍은 적절하다고 보입니다.”

조회장의 퇴임 타이밍을 논의하는 것이 다소 부담스러웠지만, 틀린 생각은 아니었다.

만약 표세인이 기대하는 대로의 성과를 가지고 주식시장에서의 맥베스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면,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이번에도 표대표가 잘해주길 기대하는 수밖에 없겠군요.”

“기대하고 있지 않나? 자네는 그 녀석의 팬 같은 존재가 아닌가?”

조회장의 말에 양성태가 살짝 당황한 듯이 눈을 깜빡였다.

“이런, 혹시 기분이 나빴나?”

“아닙니다. 그게 아니라…….”

팬이라…….

생각해보니, 그런 느낌이다.

자신은 누구보다도 표세인이라는 남자를 응원하고 지지한다.

이것은 팬심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그런 감정이었다.

“생각해보니, 그런 느낌이군요. 적절한 비유이십니다.”

양성태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팬심에 눈이 멀지 않기를 바라네.”

부디 표세인과 조연아를 잘 이끌어다오.

조회장의 눈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승계식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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