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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집 기둥서방이 되었다-262화 (262/346)

262.

“웰컴! 웰컴! 웰컴!”

문상훈은 전에 없이 높은 텐션이었다. 원래도 이런 이벤트를 싫어하지는 않는 데다, 제프리 일행이 워낙 성화라서, 피할 수 없으면 즐기자! 라고 생각해버린 것이 아닐까 싶었다.

거기다가 다스베이더의 스승인 펠퍼틴의 의상이 자신에게 주어진 것이 그를 만족시킨 것은 아닐까?

설마 문이사까지 이런 것을 입을 줄은 몰랐다. 분장까지는 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하하하. 그러게 말이야.”

나와 문상훈이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사이, 홍기도도 제프리를 비롯한 팀원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May the Force serve you well.(포스가 너를 잘 섬기길).”

“The Force shall set me free.(포스가 나를 자유롭게 하리라).

보자마자 시스의 인사말을 주고 받는 녀석들을 보고 있자니, 뭐랄까…….

진짜 도망치고 싶다.

“제프리. 오랜만이에요.”

“마스터 오랜만입니다.”

그간 틈틈이 영어를 공부했기 때문에 이정도 간단한 인사 정도에 애를 먹지는 않았다.

뭐 그렇다고는 해도 조금만 대화를 이어가면 제임스나 홍기도의 도움이 필요하겠지만.

“일단 가시죠. 필요이상 주변의 시선을 끌고 있군요.”

시스 코스플레이 무리들이 공항을 점거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람들의 주목을 끌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 것이다.

그나마 제정신(?)인 제임스가 있어서 다행이다.

우리는 공항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예상하고 있던 버스와 마주했다.

“그래. 또 이거구나.”

“또라니요! 지난번과는 다르잖아요!”

홍기도의 말대로 이번에는 도색이 다소 달라져 있었다.

데스스타 컨셉으로 꾸며놔 버렸다.

“지난번에는 제다이 충성파들의 기세를 완전히 누르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확실히 의견 합의를 봤습니다.”

제프리는 뿌듯한 얼굴로 말했다. 그리고 그것을 통역하는 홍기도 역시 똑같은 표정이었다.

“그런데 마스터.”

“네?”

“이번에 할리우드의 IP를 입수하려고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네.”

“그렇다면 역시 스타워즈?”

정말로 짠 것처럼 제프리팀 전원의 고개가 내 쪽으로 휙 돌아갔다.

“아직 정해지진 않았습니다.”

솔직히 스타워즈는 게임 타이틀로도 굉장히 인기있는 타이틀이기에 딱히 손댈 생각은 없다.

하지만 그걸 지금 이 자리에서 말했다가는 제프리 팀원들이 무슨 반응을 보일지가 두려워서 말을 돌렸다.

“제프리! 내 광선검은?”

“여기있지!”

그리고 버스 안은 예상대로 무척 소란스러웠다.

저마다 자리에 앉아 광선검을 들고 환호하거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어찌되었던 나를 환영하는 분위기라서 나쁘지는 않았다.

그래서 거절하기가 어렵다.

“이거 입기도 힘든데…….”

“이제와서는 제가 다 미안할 정도군요.”

제임스는 과거 나에게 제프리 팀의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요청했던 것을 떠올리며 말했다.

“아닙니다. 모두 제 업보지요.”

나는 무릎 위에 놓인 다스베이더 옷을 메만지며 씁쓸하게 웃었다.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환영해주는데, 나라고 발을 뺄 수만은 없지.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일단 미팅은 내일로 예정되어 있으니, 오늘은 즐기시기 바랍니다.”

“즐긴다라……. 제임스는 안합니까?”

“네. 안합니다.”

제임스는 자신에게도 코스튬을 건네던 제프리팀원을 절대 0도의 눈빛으로 얼려버리고는 깔끔하게 무시했다.

사실 제임스야 말로 진정한 시스에 어울리는 캐릭터인데, 이렇게 말하면 화내겠지?

“뭔가 불온한 눈빛이군요.”

“……실례했습니다.”

제임스, 눈치도 빨라졌네.

그렇게 우리는 미국지부에 도착했다.

“환영합니다!”

다행히 다른 직원들은 정상적인 차림새로 나를 환영해주었다.

다만 꽃가루 폭죽까지 쏘는 것은 좀 과하지 않나?

“감사합니다. 오랜만이네요.”

“그러게요!”

아나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안쪽에 간단한 파티 준비를 해두었으니, 그쪽으로 가시죠.”

“네. 알겠습니다.”

“음하하하! 포스초크! 꿱!”

“고만 까불어라.”

나는 미친 듯이 까부는 홍기도의 뒷목을 확 잡았다가 놓았다.

“헉! 지, 진정한 포스초크?”

“?”

갑자기 뭔소리?

아, 홍기도의 몸에 가려져서 내가 녀석의 목을 잡았던 것을 못본 모양이었다.

“여, 역시 다스베이더…….”

“진정한 포스유저!”

뭔가 신나는 것을 발견했다는 듯이 또 한번 난리가 벌어졌다.

“아! 저 방송 봤습니다.”

“방송?”

순간 오싹한 기분이 든다.

“역시 시스 마스터다운 컨트롤이었습니다. 발로 뚜껑을 열고, 성냥개비에 불을 붙이다니! 그거 포스죠?”

보통은 조작이죠? 라고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니니?

점점 얘들이 진심인지, 농담인지 구분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래서 준비했지! 제프리!”

이거 내가 한 말이 아니다. 홍기도였다.

녀석이 나 몰래 제프리와 무언가를 준비한 모양.

정말로 페트병과 성냥 거기에 더해…….

“너 뭘 준비해온 거냐?”

“선수시절에 격파왕이셨다면서요. 동영상 보니까 얼음 격파가 인기던데요?”

그건 가라데 하는 애들 주종목인데…….

“혹시 어려우세요?”

“아니 뭐 얼음 블록 4장 정도면 뭐……. 아니, 그래도 나한테 말 한마디 안하고 이런 걸 준비하는 것은 좀 너무 한거 아니냐?”

“에이, 누가 깜짝 쇼를 미리 공개하나요.”

그 깜짝쇼를 나에게 시키려는 거 잖아…….

그럼 말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

하지만 이 뻔뻔한 녀석은 내 무언의 항의는 깡그리 무시한 채로 페트병을 손에 들고 나에게 뭐하냐는 듯이 눈짓을 보낸다.

“오오오!”

“시스의 무예를 진짜로 보게되다니!”

이미 분위기는 걷잡을 수 없이 들뜬 상황.

이제와 찬물을 끼얹을 수는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자, 시작하시죠!”

실수인 척 손목을 확 분질러 버릴까 보다.

“에효.”

나는 신발을 벗고 대충 거리를 잰뒤에 몸을 돌려서 패트병을 후려찼다.

어릴적에 할 일 없을 때, 하도 연습한 덕분에 실수하는 일은 없었다.

-핑그르르르!

제대로 들어간 돌려차기에 페드병 뚜껑은 멋들어지게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오오오!”

“가, 감동이야.”

연예인들 못지 않은 리액션이 곳곳에서 튀어나왔다.

“자 다음!”

“……으이그.”

뭔가 홍기도 녀석에게 놀아나는 것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결국 나는 성냥에 불붙이기 묘기까지 선보였다.

“맙소사……. 이거 진짜지?”

“우리가 준비했잖아. 어떤 장치도 없어.”

“손바닥으로 쳐도 부러지기만 하는데, 어떻게 발로…….”

“이것이 시스의 신비…….”

아니, 하다 못해 동양의 신비라고 해야하지 않니?

“마지막입니다!”

홍기도와 제프리는 얼음기둥을 끌고왔다.

“너 이거 잘 잡아야한다?”

“걱정 마세요!”

“아니, 걱정해야돼. 잘 못잡으면 너희가 위험해.”

“아! 위험해요? 으음……. 지원할 사람?”

홍기도의 질문에 제프리 팀원 몇몇이 쏜살같이 달려들어 얼음 블록을 붙잡았다.

“으랏찻!”

의외로 묵직한 소리와 함께 얼음 블록은 완전히 박살이 났다.

솔직히 정강이 단련을 요즘 안한 탓에 조금 아팠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한 것치고는 만족스러운 격파였다.

오히려 실패했다면 정말로 아팠을 것이다.

“시, 시스는 위대하다!”

“나도 오늘부터 시스로 갈아 탄다! 제다이 따위는 연약해!”

그렇게 파티 분위기는 흥분의 도가니가 되고 있었다.

“어떠냐! 이것이 다스베이더의 위력이다! 하하하!”

“하하하! 너는 청소나 해라. 미끄러우면 위험하니까.”

“청소 아주머니 계시잖아요. 도와드려.”

“……넹.”

홍기도는 순순히 청소 도구를 받아서 얼음을 치웠다.

제프리 팀원들도 모두 합심해서 청소를 도운 탓에 금방 정리가 되었다.

“보통 본사 대표들이 지사를 방문하면…….”

“네?”

제임스가 뭔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지사의 인원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 여간 고생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던데……. 대표님은 정말 수월하게 해내시는 군요. 아, 물론 저런 묘기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저도 그냥 업무 능력으로 인정받는 대표가 되고 싶네요.

요즘 들어 내가 차력사인지, 회사 대표인지 헷갈릴 지경이니까.

“그래도 훌륭하십니다.”

제임스는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래요? 제임스는 이런 업무외 활동에 인색한 편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직원들을 즐겁게 하면 능률도 오르기 마련이죠. 뭐든 결과만 좋으면 그만 아니겠습니까?”

결국,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다면 한심하다고 평했을 거란 말이겠지.

역시 제임스는 제임스였다.

“하하, 그보다 지난번에 나 문상훈이만 쏙 빼놓고서 부사장 사모님과 홈파티를 했다면서?”

“들으셨습니까?”

“부사장이 웬일로 전화까지해서 자랑을 하더군. 그보다 그 자리에서 표대표의 피앙세도 공개했다던데?”

아! 그게 목적이었구나. 나는 재빨리 주머니를 뒤져서 미리 준비해온 우황청심환을 꺼냈다.

“일단 이거부터 드시죠.”

“이게 뭔가?”

“음……. 몸에 좋은 거죠?”

내 권유에 문상훈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지만, 결국 우황청심환을 입에 넣고 씹었다.

“이거 그냥 일반 제품 아닌가?”

내가 따로 준비해온 것이라 한방병원에서 판매하는 특제품 같은 것으로 생각했던 모양이다.

“안 그래도 신경쓰였습니다. 문상무님도 그 자리에 계셨으면 좋았을 텐데요.”

“어쩔 수 없지. 지금은 소이사 뒷바라지를 해줘야 하지 않겠나.”

“네. 그렇죠.”

소이사는 안타깝게도 마침 실리콘밸리에 일이 생겨서 출장을 떠난 상황.

“상무님.”

“왜?”

“침착하게 들으십시오.”

“그러지.”

“제 여자친구…….”

“그래, 그래. 안 그래도 궁금해 미치는 줄 알았어. 대체 정체가 뭐기에 양성태가 그렇게까지 들뜬 거야?”

“조연아 부회장입니다.”

“뭐?”

“조연아 부회장이라고요.”

“아! 그래. 부회장님도 나중에 미국에 오신다면서? 함께 제임스의 처가인 텍사스에……. 가만 그러고보니 자네는 거길 왜가나?”

아무래도 인지 부조화를 겪고 있는 것 같다.

“문상무님.”

“어? 어?”

“제가 결혼할 사람이 바로 조연아 부회장입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허…….”

문상훈은 여전히 머릿속이 정리되지 않는지, 넋이나 간 얼굴이었다.

“정말 이걸 양성태도 몰랐다고?”

“예.”

“그런데도 자네를 그렇게까지…….”

“부사장님과 상무님께는 언제나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순간 문상훈은 뒷걸음질을 치다가, 미처 제거하지 못한 얼음물에 발을 삐끗했다.

그대로 벌렁 넘어진 문상훈.

“괘, 괜찮으십니까?”

“…….”

눈을 부릅뜨고 아무런 말이 없다. 딱히 크게 다친 것 같지는 않은데…….

괜찮으신가?

“크큭……. 크크크큭! 이거 회사가 난리가 나겠구만.”

문상훈은 바닥에 대자로 누운 상태로 웃음을 터트렸다.

평소 깔끔한 성품인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은 탓일까?

오늘따라 옷이 더러워지는 것도 개의치 않는 모양이다.

“내가 오너일가 직계라인이라 이거지? 사나이 문상훈! 결국 잭팟을 터트렸구만! 우하하하!”

뭐 기쁜 것 같으니 다행이네.

“미스터 문! 그 코스튬 비싼 겁니다! 어서 일어나세요!”

오직 제프리만이 당황해서 난리 칠 뿐이었다.

“다스베이더가 펠퍼틴을 쓰러트렸다!”

“시스 승계식은 끝났다!”

그건 그렇고 얘들은 도무지 끝낼 줄을 모르는구나…….

Come to my office. right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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