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집 기둥서방이 되었다-263화 (263/346)

263.

정신없는 환영식이 끝나고 나는 다음 날부터 곧장 업무에 돌입했다.

“보시는 대로 현재 미국지부는 저희 팀을 중심으로 스트리밍 서비스 개발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도 느꼈지만 제프리도 업무모드에 돌입했을 때는 무척 정상적이다.

이미 사전에 받은 자료(번역본)로 대략적인 내용은 파악하고 있었기에 홍기도에게 중요한 내용이 아니면 번역할 필요 없다고 말해둔 상황.

나는 그럭저럭 업무 진행도만 파악하며 나머지는 흘러 들었다.

어차피…….

“소일연 센터장이 고안한 신개념 클라우드 시스템은 일반적인 가상화가 하드웨어의 동작과정을 소프트웨어로 모방하여 컴퓨터 속 컴퓨터를 구축하는 것에 포커스를 맞춘다면…….”

어차피 길게들어도 나는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다.

중요한 것은 소일연이 개발한 방식은 완성하기만 한다면 지금까지의 서비스 보다 한단계 높은 퀄리티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유저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문제는 그 개발 비용이 결코 저렴하지는 않다는 것이었다.

“현재까지 누들이나 아마조네스 같은 공룡 IT기업들이 스트리밍 서비스에 실패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여러 차트가 존재하지만 원론적으로 들어가보면 하나는 돈, 다른 하나는 유저들의 니즈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

“기존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의 최대약점은 그들이 약속한 성능을 보장하지 못했다는 것이죠.”

제프리는 다음 화면으로 이동하며 말을 계속 이어갔다.

“하지만 이 표를 보시면 알겠지만, 기존의 기술력으로도 그들의 약속은 지킬 수 있었습니다. 그들이 약속한 기술력 자체는 거짓이 아니었지만, 문제가 되었던 것은 사업을 지속할 의지의 문제였습니다.”

그래프에는 기존 스트리밍 서비스가 뽑아낼 수 있는 최대의 퍼포먼스와 그 옆에 그것을 유저수 대비 지속하기 위해 필요한 서버운영 비용에 관한 내용이 있었다.

결국 막대한 서버운용비에 대한 투자보다는 당장의 유저들에게 얻을 수 있는 기대수익만을 계산하고는 손을 털어버린 것이 현시점의 클라우드 서비스라는 것이다.

“지금 문제점 부분 끝났습니다.”

내가 제프리의 브리핑과 번역본을 두루 살펴보며 생각을 정리하는 와중에 홍기도가 귀띰을 해 주었다.

그래서 나는 바로 손을 들었다.

“네. 말씀하시죠.”

“우리가 충분한 자금을 투자하고 시장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서비스를 준비하면 승산이 있다. 이렇게 들렸는데, 맞습니까?”

제프리는 홍기도의 통역을 듣고서는 한 발 늦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하지만 역시 이 부분을 빼놓고 갈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나는 조목조목 그간 생각했던 문제들을 전달했다.

“바로 지연시간과 데이터 문제지요.”

순간적인 반응속도가 중요한 게임류의 경우, 미세한 지연시간으로 생사가 갈린다.

클라우드 서비스 자체가 내가 입력한 버튼 값을 중앙서버로 보내고 그 결과값을 다시금 개인 PC로 전송하는 것이기에 이 부분은 클라우드 서비스의 최대 약점이라고 지목 받는 부분이다.

게다가 게임 영상을 직접 송출하는 것으로 인해 발생하는 막대한 데이터 소모는 또 어떠한가?

“레이턴시(latency) 문제는 지금도 실시간으로 개선되고 있으며, 이제는 큰 문제가 없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말씀하신 대로 완벽하지는 않지요. 이것은 클라우드 서비스의 최대 약점 중에 하나니까요. 당장 완벽하게 보완할 수는 없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에 그 이상의 비전이 있기에 우리는 투자와 연구를 더욱 집중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홍기도는 빠르게 핵심을 내게 전달했다. 앞으로 더욱 개선될 것이지만, 당장은 무리이며 인지하고 있다. 그래서 더 많은 투자와 연구가 필요하다.

그렇군.

사실 이 문제는 클라우드 서비스의 태생적인 약점과도 같은 것이기에 한번 짚고 넘어간 것에 불과하다.

사실 이것도 돈으로 해결될 문제다.

서비스 국가마다 중계서버를 운영하는 것. 하지만 이 경우 막대한 비용이 발생하고 과연 이것을 능가할만한 계산이 서느냐가 관건.

실제로 앞서 말한 공룡 기업들이 클라우드 서비스를 포기하고 발을 뺀 것부터가 이런 문제들 때문이었다.

“결국 이윤을 낼만한 킬링 타이틀의 확보와 올바른 서비스로 이 막대한 투자비를 뽑아 내야 하는 것이 화두로군요.”

결국은 이미 알고 있던 내용으로 돌아왔다.

기술적으로 상당한 진전이 있다는 것은 알겠다. 하지만 결국 그 내용물을 확보하는 것이 생명선이라는 것은 달라지지 않는다.

“정확하십니다. 그리고 아직 정확한 수익화 모델을 구축하지 못한 상황이니까요.”

“현재 계획 중인 방식은?”

“우선은 다른 회사들과 마찬가지로 서드파티들을 영입해서 정액요금을 나눠 가지는 형식이 기본이겠지요.”

“결국은 서드파티의 확보…….”

결국 강력한 킬링 게임들을 많이 유치해서 더 많은 유저들을 유치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확실한 차별성과 서비스 방식을 기획해야 한다.

하지만 어차피 오늘 회의는 거기까지 갈 목적은 아니었다.

그저 의례적인 업무 보고 회의다.

이 부분은 시스템이 구축된 이후까지도 계속 고민해봐야 할 문제일 것이다.

“그래도 데이터 부분에서는 다소 안심하셔도 됩니다.”

“그렇습니까?”

“예. 소일연 센터장이 개발한 방식 자체가 데이터 사용량의 규모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시스템이니까요. 만약 계획대로 완성된다면 거의 같은 해상도의 영상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건 정말로 대단하군.

과연 연아가 앞뒤 가리지 않고 소일연을 포섭했던 것이 왜 인지를 알 것 같다.

물론 그 이상으로 경쟁자들도 넘쳐났던 상황이다.

과연, 그래서 소일연이 파트너로 게임 회사들을 고집했던 거로군.

“아무튼 알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업무 보고 회의는 끝났다.

“정신없지?”

문상훈이 은근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걸었다.

“네. 그렇네요. 이러고도 오후에는 바로 영화 제작사들과의 미팅이 잡혀 있다니…….”

제프리의 보고야 이거면 끝이지만, 이제부터는 매일 같이 영화 제작사들과의 미팅이 이어질 것이다.

“그래도 식사는 해야지.”

“간단하게 먹을 만한 것이 있습니까?”

“미국 스타일로 가자고, 베이글에 커피면 되지 않겠나?”

“저는 그걸로는 안 됩니다.”

어떻게 한국 사람이 빵 하나 먹고 일을 하나?

물론 가능한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그렇게 못한다.

“그렇죠. 고기죠.”

“알약쌈은 챙겨왔냐?”

“……직접 경험해 보셨으면서, 저에게 동정심 안생기십니까?”

“아니, 솔직히 동정한다.”

알약쌈은 정말이지…….

“그럼 지난번에 갔었던 스테이크집으로 가지.”

“좋죠!”

문상훈의 말에 홍기도가 엄지를 치켜세웠다.

*

*

*

“다시 방문해주셔서 너무도 감사합니다.”

지난번 인종차별에 관한 좋지 않은 일을 겪었을 때를 기억한 지배인은 우리를 반갑게 맞이했다.

“지난번에 여기 자주 왔었나봐요?”

지난번에는 홍기도와 함께 오지 않았기에, 이 녀석은 그때의 일을 알지 못한다.

나와 문상훈은 서로를 마주보며 피식 웃을 뿐이었다.

“또 인공위성 쏘아 올리나보네요.”

마침 레스토랑에 비치된 TV에서 인공위성 발사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저거 스타링크인지 뭔지하는 거죠? 일론 머스크가 하는 거.”

“맞아. 벌써 인류가 쏘아올린 모든 인공위성보다도 많은 인공위성을 쏘아올렸는데, 아직도 한참 남았다지? 듣기로는 무려 4만개 넘게 쏘아올릴 거라고 하더군.”

“역시 일론 머스크네요. 스케일이 달라요.”

“그래. 지구 어디에서나 1Gbps급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가능케하겠다니……. 보통 포부가 아니지.”

순간 머릿속에 번개가 치는 것 같았다.

“잠깐, 지구 어디에서나 1Gbps급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가능케 한다고요?”

“응. 왜 그러지?”

“그거 우리도 이용할 수 있을까요?”

“뭐?”

“스트리밍 서비스의 최대약점이 레이턴시(지연시간)와 데이터 전송문제인데, 만약 저 위성 인터넷 망을 우리가 사용할 수 있다면…….”

“어?”

내 갑작스러운 아이디어에 문상훈은 입을 다물고 급히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눈 알이 좌우로 바쁘게 오가고 테이블을 두드리는 손가락이 분주하다.

아마도 지금 맹렬하게 머리를 굴리는 중이리라…….

“가능하다면 이건 엄청난 일이지. 게다가 지금까지 공개된 바로는 인터넷이나 위성전화 외에는 이렇다 할 다른 사업과의 연계성은 발표된 바가 없어.”

“확실합니까?”

“물론이지! 이래봬도 굵직한 미국 IT기업들에 대한 정보는 매일 같이 찾아본다고, 더군다나 일론 머스크지 않나!”

문상훈이 이렇게 확답할 정도라면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가능할까? 그 사람이 곁을 안주기로 유명한 사람인데…….”

“지분을 매수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저 파트너쉽을 맺고 일을 진행해보자는 거잖습니까? 말도 붙여보지 못할까요?”

맥베스의 위상이 아무리 높다 한들, 일론 머스크는 시가총액이 400억 달러가 넘는 SNS 서비스 인수를 점심 메뉴 고르듯이 선언하는 남자다.

과연 그에게 말이나 붙여볼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일단 이 부분은 내가 알아보지. 그럼 자네, 아니지. 대표님은 이 계획에 대한 세부 검토를 준비해 주시죠.”

“알겠습니다. 당장 제프리와 제임스를 불러서……. 아니, 소일연 센터장도 화상 통화로라도 불러내서 함께 궁리를 해보겠습니다.”

“그럼 영화 제작사와의 미팅은 어떻게 할까요?”

“일단 전부 미뤄.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야.”

유명 영상 IP를 인수해서 게임을 만든다는 것은 그저 홍보효과를 노리는 정도지만, 클라우드 서비스는 누누이 반복해 말했듯이 맥베스는 넘어 게임 업계의 차세대 비전이다.

만약 이 분야에서 누군가 확고한 위치를 선점한다면 차세대 게임 산업의 헤게모니를 쥐고 흔 들 수 있을 것이다.

마치 현재의 디젤 스토어가 그렇듯이…….

“서두르자.”

“밥 안먹어요?”

“포장해서 나에게 가져와. 아니지. 아예 한 10인분 포장해와.”

“10인분이요?”

“그래. 갑작스러운 회의 때문에 식사를 제대로 못한 사람도 있을 테니까.”

벌써부터 머리가 쌩쌩 도는 느낌이다.

지금까지 차세대 비전이니, 미래니 하면서도 완전히 확신할 수 없던 것은 지연시간과 데이터 사용량 같은 문제 요소가 눈에 밟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위성 인터넷과 결합하는 것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만 있다면…….

지금 밥이 문제가 아니다!

“나 문상훈인데, 지금 테슬라 쪽과 연락이 가능할까?”

이미 문상훈은 발빠르게 스마트폰을 붙잡고 어딘가에 전화하기 시작했다.

나 역시 곧장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

*

*

“식사도 제대로 못하게 해서 죄송합니다.”

“아, 아닙니다.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제프리는 거의 얼굴이 허옇게 질려있었다.

“왜 그러시죠?”

“저 짤리는 겁니까?”

갑자기 이게 무슨 소리람? 내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제임스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제임스는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스마트폰을 들어 내가 보낸 메시지를 보여주었다.

-Come to my office. right now!

“……이거 말입니다.”

“문장이 잘 못 되었나요?”

“잘 못 되지 않았습니다. 대표님 의도가 제프리를 해고하려는 것이라면요.”

“네?”

“다음부터는 플리즈 정도는 붙여주시죠. 대표가 저렇게 메시지를 보내면 다들 깜짝 놀랍니다.”

제프리…….

내가 미안해…….

영어 공부 더 열심히 할게.

당신이 제일 귀엽네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