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9.
[맥베스 일론 머스크와 파트너쉽 체결!]
[클라우드 게이밍의 시대가 도래하는가? 스타링크를 이용한 새로운 혁신!]
[맥베스의 성장세는 어디까지 이어지는가?]
[맥베스 신임 회장 조연아 ‘맥베스는 곧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개발사로 거듭날 것을 천명!]
[맥베스 시대를 풍미한 SF 걸작 스파이스의 IP를 인수!]
[맥슨에 이어 맥베스까지! 국내 게임 업계에 불어오는 세대 교체의 바람!]
조양길에서 조연아로 이어지는 맥베스의 세대교체는 예상 보다 훨씬 스무스하게 넘어갔다.
예상하고는 있었지만 일론 머스크라는 이름값과 스타링크에 스파이스로 이어지는 떡밥은 국내 언론과 투자자들에게는 더없는 희소식이었다.
언론은 앞다투어 기사를 송출했고, 투자자들은 물불 가리지 않고 맥베스의 주가를 밀어 올렸다.
하지만 정작 이러한 외부의 소란에도 정작 맥베스 내부는 고요했다.
아니, 정확히는 이러한 소란에 눈길을 돌릴 여유가 없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해 새롭게 역할을 배분하고 업무 일정을 새로 편성하기 시작하면서 모두가 정신없이 바빠진 상황.
그리고 새롭게 자리잡은 7층의 마굴 역시 분주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함성준의 연줄로 중국의 한 개발사와 손을 잡고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했다.
나는 한동안 그곳을 들락거리며 그들을 지원했지만 이제는 스파이스의 개발에 전념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기에 한동안 7층에는 신경을 쓰지 않기로 했다.
“여러 가지 요소들을 검토해본 결과 제 생각에는 프리퀄로 방향을 잡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이미 보고를 받은 내용이지만, 다른 이들도 알아야 하기에 나는 그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도경우가 손을 들었다.
“굳이 프리퀄일 필요가 있습니까? 홍보효과를 노린다면 본작의 흐름을 따라가는 편이 좋지 않습니까?”
일견 타당한 말이었다. 하지만 이미 거기까지 모든 검토를 끝마친 남궁원은 여유롭게 대처했다.
“저희도 그점을 고려해보았지만, 일단 프리퀄이라고는 해도 스파이스의 타이틀을 달고 있으니, 홍보 효과 자체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봅니다.”
“홍보 효과에 큰 차이가 없다면 굳이 어떤 부분에서 프리퀄에 주목하시는 겁니까?”
“우선 규모의 문제입니다. 기본적으로 스파이스의 본 무대는 스파이스가 나오는 황량한 행성을 무대로 벌어지지만 그 외에도 여러 세력들간의 알력다툼이 주된 내용입니다. 이 모두를 한 번에 다루기보다는 보다 내실 있고 집중적으로 주인공의 서사를 다루는 쪽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편이 개발에 더 용의하다고 판했습니다.”
남궁원은 잠시 말을 멈추고 임원들의 면면을 슬쩍 훑어보고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또한 유저들이 게임 캐릭터에게 기대하는 것 중에 하나는 바로 자신의 분신을 만들어 자신만의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도 오리지널 주인공 체제에 더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일리는 있는 이야기지.”
“하지만 기왕 유명 IP를 이용해 만드는 것인데, 이것저것 따져보면…….”
임원들의 반응은 반반을 나뉘었다. 한쪽은 남궁원의 계획을 옹호했고 한쪽은 우려했다.
두가지 모두 틀린 점은 없었다. 어차피 이 단계에서 정답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반대로 그렇기에 개발자들의 의견에 힘을 실어줘야 하는 것이겠지.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대표의 역할이다. 나는 조용히 손을 들었다.
그러자 주변의 술렁임이 잦아들었다.
“일단 다들 이 부분 한 번 생각해보시죠. 유명 IP의 원작 스토리에 기대는 안정감과 원작고증 실패로 팬들에게 원성을 살 가능성을 각각 저울 양쪽에 달아보는 겁니다.”
“으음…….”
“확실히 원작 고증 실패는 여러모로 안좋은 여론이 형성되지요.”
누군가 안 좋은 여론이라고 순화해서 표현하기는 했지만 일이 터지면 고작 그정도 레벨의 일이 아닐 것이다.
여러 평점 사이트에 평점 테러가 이어지고, 미튜버와 네티즌들 사이에서 망작이라는 꼬리표가 붙기 시작하면 게임 판매량에 치명상이다.
사실 이렇게 유명 IP를 이용한 게임 개발은 양날의 검과 같은 장단이 있기에 많은 게임사들이 오리지널 게임 개발을 선호하는 것이었다.
“물론 개발 전부터 고증 실패를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개발팀에서 프리퀄에 무게를 둔 이유는 충분히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됩니다. 그래서 저는 그쪽에 손을 들어주고 싶군요. 다들 어떠십니까?”
“대표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이견은 없습니다.”
“확실히 장점은 확실하니까요.”
모두들 내 의견에 고개를 끄덕였다.
“남궁팀장.”
“네.”
“수고 많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남궁원은 살짝 고개를 숙이고는 자료를 정리해서 서둘러 회의실을 떠났다.
아마도 마음이 급한 것이 분명하다.
보통은 이렇게 임원회의에 참석하면 임원들이 말이라도 걸어줄까 싶어서 눈치를 살피기 마련인데, 너무나 칼 같이 등을 돌린다.
“사회 생활 저렇게 하는 거 아닌데.”
“허!”
“왜 그렇게 놀라세요?”
“네가 사회생활을 입에 담아?”
가끔씩 이 녀석 답지 않은 말을 할 때가있지만, 정말로 이것만은 용납 못하겠다.
물론 남궁원이 사회생활에 능한 타입은 아니지만, 그걸 네가 지적하면 안되지!
“제가 사회생활을 지적하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시는 군요.”
“그것을 알면서 당치 않다는 표정을 짓고 있구나.”
“대표님은 남궁원이 다른 임원들 신경도 안쓰고 휑하니 가버린 것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솔직히 개발자로서는 훌륭하지만, 회사 생활은 줄타기도 중요하니까. 아끼는 입장에서 조금만 더 신경쓰면 어떨까 싶은 느낌?”
나야 말로 맥베스에 오기 전까지는 줄을 잘 못서서 얼마나 고생을 했던가?
물론 이제는 내가 우리 팀원들의 울타리가 되어줄 것이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지 않은가? 나는 우리 팀원들 모두가 꽃길만 걷길 바란다.
“쟤한테 섣불리 말걸 임원 같은 건 없어요.”
“왜? 남궁원 이미지가 그정도야?”
물론 문상훈에 이어 포스트 미친개라는 타이틀에 가장 적합하다는 것은 알지만, 적어도 개발능력은 탑급이고 성실하고 건들지만 않으면 나름 잘 웃기도 하는 캐릭터다.
분명 이뻐할 사람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쟤 줄이 대표님이잖아요. 마왕 표세인 라인인 남궁원에게 누가 함부로 말을 걸겠습니까? 괜한 꼬투리라도 잡혔다가 감당 어떻게 하려고요.”
“잠깐, 중간에 이상한 단어가 있었던 것 같은데?”
“뭐가요?”
“마왕 어쩌고 하지 않았냐?”
“잘 못 들으셨습니다.”
“아니, 나 귀 좋은 것 알지 않냐?”
소싯적에는 경쟁팀 회의 중의 회의실 밖에서 염탐까지 했었던 적도 있다.
그렇게 빼낸 정보로 당시 팀장님께 얼마나 예쁨 받고 상대 팀장에게 옥상으로 끌려갈 뻔도 했었다.
아니, 이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쨌든 나 분명히 들었다.
“너 요즘 나 보고 마왕 운운하면서 소문내고 다니냐?”
“저 아닙니다.”
“그럼 누군데?”
“누군지 듣고 싶지 않으실겁니다. 들으면, 내가 왜 물어봤지? 괜히 물어봤다. 하실거니까. 그냥 참으세요.”
으음…….
이렇게까지 말하는 걸 보니 누군지 알 것 같아서 더 이상 물을 수가 없다.
그렇게 내가 홍기도와 쓸데 없는 대화를 나누고 있던 참이었다.
“대표님.”
“아, 상무보님.”
도경우가 슬쩍 내 쪽으로 다가왔다.
“듣자 하니 7층에……. 회장님과 전무님들께서 새로 팀을 꾸리셨다지요.”
“네. 제가 제안을 드려서 그렇게 되었습니다. 다소 불편하실 수 있겠지만 일단은 기둥소프트는 맥베스와는 다른 회사이니……. 뭐 이렇게 말씀드려도 신경쓰지 않으실수가 없겠죠?”
“네. 그렇습니다. 특히 저에게 함전무님이 어떤 의미인지는 잘 아시지 않습니까?”
“네. 그렇죠.”
이른바 전무군단의 일원이 아니던가? 이래저래 다른 군소파벌들이 모두 자연 해체되는 이 와중에도 전무파벌은 도경우를 중심으로 여전히 건제했다.
물론 예전과 같은 위상은 없지만 그럼에도 아직까지도 자신들을 함전무 라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제가 가서 인사도 좀 드려도 되겠습니까?”
“인사요?”
아니, 설마 내가 그것까지 막을거라고 생각했단 말인가?
아니지, 이건 혹시라도 내 밑으로 들어온 자신이 딴마음을 품는 것은 아니라는 어필일까?
지금과는 달리 살얼음판 같은 사내정치의 한복판을 거쳐온 도경우라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상무보님.”
“네.”
“우리가 한 배를 탄지도 제법 시간이 지나지 않았습니까.”
“그렇지요.”
“이제 저를 조금 더 편하게 대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하하, 저도 몇 번 그러려고 마음을 먹었었는데……. 천하의 백회장님까지 거꾸러트리는 모습을 보면서 오싹하더군요. 그때부터 솔직히 좀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으음, 이걸 내 업보라고 할 수 있을까? 솔직히 먼저 공격한 것은 백용현이었고 나는 받아친 것에 불과하다.
물론 함정을 설치한 것은 사실이지만…….
“어쨌든 7층 사무실 문 안잠겨 있으니, 마음 편하게 방문하십시오.”
“알겠습니다.”
“아! 잠깐!”
“네?”
“혹시 모르니 그냥 미리 간식 같은 것 잔뜩 준비해서 가시기 바랍니다.”
“간식이요?”
“네.”
도경우는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셔틀 노릇하기 싫으면 알아서 상납금 들고가라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상무보님.”
“네.”
“생각해보면 학교는 참 좋은 곳이었어요.”
“네?”
그래도 학교는 이르면 나서줄 선생님이라도 계시는데…….
7층 마굴에 똬리를 튼 노괴물들은 과연 누가 컨트롤할 수 있겠나?
“아무래도 마음이 안 놓이네요. 함께 가시죠.”
“아! 그래주시겠습니까? 저도 그러면 한결 편할 것 같습니다.”
내 말에 도경우의 표정이 한층 밝아졌다.
물론 그래도 과자는 사서 가야할겁니다.
*
*
*
“전무님!”
“오랜만이구나.”
함성준은 도경우를 반갑게 맞이했다.
“그건 뭐냐?”
“그냥 빈손으로 오기는 뭐해서 이것저것 챙겨왔습니다.”
“이야~ 역시 우리쪽 애들은 센스가 있어. 봤냐?”
함성준이 이걸영에게 말하자 이걸영은 흥하고 콧방귀를 뀌고는 도경우가 가져온 편의점 봉투의 내용물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흠……. 세종아!”
“네!”
“네가 한번 점검해봐라.”
“넵.”
뜬금없이 세종이를 왜?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사이 세종이가 굳은 얼굴로 뚜벅뚜벅 걸어와서 봉투 안의 과자들을 점검했다.
“음……. 하나 같이 질소함량만 높고 가성비가 떨어지는 과자들이군요.”
“그렇지?”
“게다가 샌드위치……. 아, 이거 아닌데 진짜. 내용물 없이 잼으로 얼버무리려는 악의 무리 같은 작품들로 한가득이네요.”
“역시 우리 막내가 뭘 좀 아네. 들으셨습니까? 빛좋은 개살구라지 않습니까?”
이걸영의 말에 함성준의 표정이 와락 구겨졌다.
“그래도 문상훈이는 아예 빈손으로 왔었잖아!”
“그래도 물건은 안목 있게 골라왔잖아요? 그런걸 센스라고 하는 겁니다. 솔직히 형님네 파벌은 언제나 그래요. 고리타분하고, 이름부터 군단이 뭐야?”
“그, 그거 우리가 붙인 이름 아니야!”
“아무튼 우리 IT업계 종사자라는 것을 좀 생각하자고요. 이런 식이면 곤란해요.”
이걸영의 말에 함성준은 뜨악한 표정으로 입술을 질근씹었다.
아니, 뭘 과자 따위로 이렇게까지…….
“도경우.”
“네.”
“정말 센스 없게 이럴 거야? 차라리 연락해서 목록이라도 조사하지 그랬어. 저 녀석 말마따나, 이런 식이면 곤란해.”
아니요.
여러분이야말로 이런 식이면 곤란합니다.
띠링!
[마왕의 군기잡기가 시작됩니다.]
자신 없으세요? -광역 도발 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