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집 기둥서방이 되었다-302화 (302/346)

302.

원형 유리통 속에 갇혀있는 사람이 있다.

흰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그를 보며 무언가를 적거나, 조작 패널을 만지며 분주한 광경이었다.

유리통 속 사람의 얼굴을 향해 카메라가 가까워지는 순간.

그는 눈을 떴다.

그리고 드러나는 서늘할 정도로 푸른 눈.

동시에 화면은 커스터마이징 시퀀스로 전환이 된다.

얼굴의 이목구비부터 체형까지 세밀하게 조작되는 커스터마이징 화면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여기까지는 여느 게임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 장면.

그런데…….

이어지는 다음 장면에서 유저들이 숨을 들이켰다.

다름 아닌, 사진을 입력하자 캐릭터의 외모가 사진과 똑같이 조형되기 시작했다.

“페이스온?”

일부 스포츠 게임에서 실제 선수의 외모를 그대로 적용하는 방식으로 사용되던 시스템이었다.

그런데 그것을 일반 유저들까지 이용할 수 있다니 놀랍지 않을 수가 없다.

물론 기술 자체야 예전부터 확립이 되었던 것이지만, 이렇게 일반적인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에 적용할 수 있게 된 것은 처음이었다.

그러나 정작 놀랄 것은 이 다음이었다.

[옵션 페이스온 메뉴에서 원하는 NPC의 얼굴도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일부 NPC는 불가합니다.]

“NPC 커스터마이징까지 가능하다고?”

“맙소사! 그렇게 된다면 정말 몰입감 미치겠는데?”

“퀄리티가 문제야! 그래서 퀄리티는 어느 정도지?”

얼굴을 넣는 것 만으로는 안 된다. 게임의 그래픽과 어우러지는 수준까지 자연스럽게 적용되지 않으면 오히려 몰입감을 해칠 수 있다.

모두가 그렇게 기대반 걱정반으로 화면을 지켜보는 가운데, 예시용 샘플 사진 파일을 넣어 페이스온 기능으로 새로운 NPC가 적용되었다.

“나, 나쁘지 않은……. 아니, 이거 장난 아닌데?”

“위, 위화감이 없어?”

애초에 모든 NPC를 해당 기술로 만들었다. 물론 기존에 만들어진 캐릭터들이야 실존 인물들 얼굴이 아닌 AI의 도움으로 조합된 얼굴들을 사용한 것이지만, 페이스온 시스템으로 구현되었다는 것은 동일했다.

따라서 눈에 띄는 이질감은 없었다.

결국 게임의 몰입감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소 중에 하나는 게임 세계에 게이머가 얼마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냐는 것이었다.

그런데 NPC의 얼굴까지 자신들의 손으로 제작이 가능하다?

요즘 세상은 개발사가 제시한 바닐라 제품에 만족하지 않고 스스로 모드나 패치를 만들어 보다 더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열을 올리는 시대였다.

그런 면에서 페이스온 시스템을 이렇게나 폭 넓게 접목할 수 있다는 것은 충격 그 자체였다.

벌써 몇몇 모드 제작자들은 이 시스템을 이용해 자신들만의 새로운 세계를 구축할 방법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다음은 저희 게임만의 장점인 피드백 조작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화면 속에 두 명의 캐릭터가 서로를 마주 보고 있다.

그리고 화면 우측 하단에 게임 패드가 출력 되어 있었다.

그들은 조심스럽게 벨트에 내장된 방어막을 활성화했다.

그러자 캐릭터들의 모습이 살짝 흐릿해지며 실드 이펙트가 출력되었다.

이윽고 상대방이 움직이자, 화면이 정지되었다.

[상대의 움직임과 자신의 상황에 따라서 같은 버튼이 전혀 다른 모션을 연출합니다. 우선 예시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상대의 움직임에 맞춰 액션 버튼과 이동 버튼이 출력 되었다. 그것들이 눌려 지는 연출이 이어지자, 드디어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반응했다.

-캉!

맑은 쇳소리와 함께 플레이어블 캐릭터는 상대의 공격을 흘려내며 조작키가 지시한 방향으로 이동했다.

여기까지는 이것을 지켜보던 사람들에게서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 다른 상황에서의 피드백 반응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카캉캉캉!

이윽고 이어지는 빠른 공방. 짧은 단검을 손에 쥔 두 캐릭터가 정신없이 공방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던 사이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상대의 공격에 중심을 잃고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조금 전과 똑같은 버튼 가이드가 출력 되었다.

[조금 전과 다른 상황에 같은 버튼을 입력할 경우의 예시입니다.]

그리고 조금 전과 같이 버튼이 눌러지는 가이드가 출력 되었다.

그러자 플레이어블 캐릭터는 조작키 방향으로 아예 몸을 뉘어버리면서 상대의 검을 쳐내고 바닥을 굴러 다시금 자리를 잡았다.

“어?”

“잠깐만 상호작용이 이렇게 까지 이어진다고?”

상대와 자신의 자세와 포지션에 따라 다변화된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것.

이것이 피드백 조작 시스템의 핵심요소였다.

[사전에 준비된 수백개의 트리거와 예시 모션을 토대로 보다 사실적이며 현실적인 조작감을 전달할 수 있도록 고안된 시스템입니다.]

“맙소사…….”

“이거 앞으로 다른 게임들도 앞다퉈 쫓아가겠는데?”

과거 몇몇 게임들이 그랬듯 항상 시대를 선도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선보이는 게임들이 존재했다.

그리고 그 획기적인 시스템은 차츰 모든 게임들이 답습하여 새로운 흐름을 형성한다.

피드백 조작 시스템은 바로 그러한 부분에서 모두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미 몇몇 업계 관계자들은 미친 듯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회사에 보고를 하거나 메모를 하면서 눈을 부릅뜨고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음은 보디 밸런스 시스템에 대해 설명 하겠습니다. 상대의 밸런스를 무너트리면 공격 기회가 발생하고 정확한 타이밍에 스틱과 버튼을 누르면 유효타가 들어갑니다.]

다시금 캐릭터간의 전투가 이어졌다.

마침 상대 캐릭터의 중심이 무너지는 순간 화면 하단의 게임패드가 스틱과 버튼을 누르는 장면이 이어졌고, 플레이어블 캐릭터는 즉각 반응했다.

상대의 움직임을 쫓아 반응한 캐릭터가 마지막 순간에만 긁듯이 상대의 빈틈을 노려 베어냈다.

그러자 허벅지가 베인 상대의 중심이 한 번 더 무너지고 유효타 버튼이 출력.

플레이어블 케릭터는 상대를 붙잡아 뒤로 돌며 목에 들이 댄 단검을 천천히 긁듯이 훑었다.

“오오오!”

이것은 단순이 상대 캐릭터를 쓰러트리는 문제가 아니었다.

자신만이 아닌 상대의 움직임과 자세 등을 고려해 조작해야 한다는 것.

지금까지 주어진 동작 몇 개를 조합하며 리듬 게임처럼 알맞은 타이밍에 맞춰 누르는 것만 신경 쓰는 것에서, 이제는 자신이 좋아하는 자세로 상대를 유도하여 자신만의 필승 조작 방식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의미였다.

단숨에 여기까지 읽어낸 몇몇 눈치 빠른 게이머들은 저마다 자신의 입을 막고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미쳤다.”

“이건 따지고 보면 전투 스타일까지 자기 스타일대로 조합해 나갈 수 있는 거잖아?”

수많은 반응 덕분에 결국 유저들은 각자가 좋아하는 필승 공식을 찾아서 적응하거나, 쓸모 있는 상황으로 유도하는 방식들을 익히게 될 것이다.

[피드백 시스템이 어려운 경우 옵션에서 일반 조작으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일반적인 게임들처럼 모션의 변화나 자세와 관계 없이 정해진 동작만을 취하는 전투가 출력되었다.

상대와의 거리가 멀건 어떻건 그저 정해진 대로 검을 종으로 횡으로 휘두를 뿐인 기존의 조작 스타일을 목격하자, 더더욱 놀라움이 커진다.

사람의 눈은 높아질 수는 있어도 낮아질 수는 없는 법!

이제 이 게임의 등장으로 AAA급 게임의 전투 시스템에는 대격변이 불어닥칠 것이었다.

이후에는 스파이스의 스토리 분기를 맛보여주기 위한 시네마틱 영상이 이어졌다.

무척 화려하고 흥미를 자극하는 영상이 이어졌지만 이미 노련한 게이머들은 피드백 조작 시스템에 매료되어 멍하니 화면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고 그때.

“어?”

굉장히 낯익은 NPC의 얼굴이 등장하는 순간 모두가 고개를 갸웃했다.

“저, 저 사람이 왜?”

누구나가 다 아는 세계적인 배우의 등장에 모두가 어이가 없어하는 와중에 갑자기 화면이 정지하며 단상 위로 예상치 못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 행성은 우리의 것이다. 나와 함께 적들의 물을 수거하자.”

“오오오오!”

더스트맨 복장을 하고 나타난 로버트 다우닝 주니어의 모습에 객석은 또 한 번 광전사의 버프가 걸린 것처럼 난리가 났다.

이미 과거 한 유명 게임에서도 검증되었던 유명 배우 등판 이벤트는 이번에도 여지 없이 성공적이었다.

물론 로버트 다우닝 주니어는 그 짧은 말만 남기고는 무대를 떠났지만 그 여운은 짧지 않았다.

그리고 드디어 모든 프로모션 영상이 종료되고 내 차례가 되었다.

“긴장 되세요?”

아나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긴장되네요.”

“한국에서 방송 찰영도 많이 했다고 하시지 않으셨나요? 그래서 익숙하실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그건 이거와는 다르죠.”

여러 차이점이 있지만 가장 다른 점은 바로 나의 게임을 유저들에게 선보이는 자리라는 점이 중요하다.

나는 게임 개발자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만 생각해도 일반 적인 방송 촬영과 이렇게 게임쇼 무대 위에 오르는 것의 부담감은 차원이 다르다.

“하하하. 걱정 말라고 내가 선배로써 윙맨 역할을 해줄 테니까!”

마침 내 옆에 있던 일론 머스크가 호탕하게 웃으며 자신만 믿으라는 듯이 한쪽 눈을 찡긋 감았다.

“예.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단상 위에 올랐다.

“어? 일론 머스크?”

“젠장! 일론 머스크가 게임 업계에 진출하려는 것이 틀림 없어! 이 회사도 비상장인가?”

“아니야! 맥베스는 상장된 회사야!”

“아아악! 나는 외국 투자 계좌가 없어!”

일론 머스크의 재등장에 커다란 소요가 발생했다.

“하하하! 어제와는 다른 말을 하게 되었군요. 이 회사는 나와는 관계 없지만, 상장 회사입니다. 이미 이 시연회와 동시에 주가가 미칠 듯이 뛰겠지만, 지금이야 말로 기회라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일론 머스크의 말대로 이미 많은 유저들이 스마트폰으로 맥베스의 주가를 검색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지금은 그보다는 게임에 집중해주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게이머잖습니까? 적어도 게임을 앞두고 있을 때는 다른 생각은 해서는 안 되죠.”

일론 머스크는 특유의 시원한 미소로 대답했다. 그리고는 나를 바라보며 내 차례라는 듯이 고개짓 했다.

“안녕하십니까. 맥베스의 CEO 표세인이라고 합니다.”

함께 올라온 아나는 빠르게 내 말을 영어로 통역했다.

“지금부터 이 게임의 특별한 점들을 여러분께 소개하겠습니다. 일단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코옵 시스템입니다.”

Cooperative라는 단어에서 파생된 Co-op시스템은 간단히 말해서 2명 이상의 플레이어가 함께 동일한 목표를 수행을 위해 협력하는 PVE시스템을 뜻한다.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했고 많은 게임들에 적용된 시스템이지만, 내 말에 모두는 놀랐다.

“AAA급 오픈월드 게임에 코옵 시스템?”

“정말로?”

AAA급 게임은 지금까지 이러한 코옵 시스템을 적용한 사례가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항상 불만이었다.

이제 게임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된 지 오래.

무엇보다 스트레스가 발생하는 유저간의 경쟁보다는 협력 요소야 말로 판데믹 이후 달라진 게임문화에 필수적인 요소라고 생각했다.

“이제부터 그것을 위해 저와 일론 머스크가 함께 이 게임의 튜토리얼 부분을 플레이 하는 것을 보여드리죠.”

내 말에 우리는 미리 소지하고 있던 게임 패드를 꺼내 들었다.

“하하, 어제도 그렇지만 그냥 하면 재미 없으니 우리 내기를 할까?”

“내기요?”

갑자기 대본에 없던 이야기라서 나는 살짝 당황했다.

“만약 내가 진다면 여기 참석한 모두에게 곧 출시될 클라우드 서비스 1달 이용권을 선물하지.”

“오오오!”

여기에 있는 모두라고는 해도 고작해야 만 명 수준, 현재 계획으로는 미국은 월 정액 9달러. 한국은 9900원 정도.

그러니까 대략 1억 상당의 금액이라는 것이다.

물론 큰 돈이지만, 일론 머스크의 수준에서는 크게 대단치 않은 이야기다.

“제가 지면?”

“다음 차기작은 무조건 스쿨런2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런 중요한 사안을 이런 가벼운 내기에 걸 수 있나?

“와아아아! 테크노킹!”

순간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자신 있겠지? 몇 명의 적들을 쓰러트리느냐로 계산하는 거다.”

“하하하.”

나는 멋쩍게 웃었다.

머신 라이더와는 달리, 스파이스 튜토리얼은 먼저 나왔기 때문에 상당기간 플레이하며 나름의 노하우를 쌓았다는 거다.

그래서 일론 머스크는 자신만만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이거 내가 만든 게임이다.

“콜!”

나는 가볍게 내기를 받아들였다.

이걸로 확실해졌다.

일론 머스크 이 사람…….

은근 호구 스타일?

“개발자가 상상도 못하는 플레이를 선보이는 것이 게이머들의 역할 아니겠습니까? 모두 저를 믿으십시오! 하하하.”

일론 머스크는 여전히 호탕하게 웃었다.

그의 말에 틀린 점은 없었다.

개발자들도 놀라게 할만한 기상천외한 플레이 방식을 선보이는 것이 게이머들이라는 존재.

하지만 애석하게도…….

일론 머스크는 그런 수준의 게이머는 아니었고, 나는 그보다 한참 수준 높은 게이머였다.

네가 어딜 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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