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집 기둥서방이 되었다-307화 (307/346)

307.

쉬린칭.

국가광파전시총국의 총국장에 더해 카이두의 최대주주라는 막강한 위세를 자랑하는 인물.

그런 그녀의 이력 이면에는 공산당 고위 간부인 아버지의 역할이 지대하다는 것은 누구나가 아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부모의 후광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중국의 풍토 덕분인지, 쉬린칭 본인도 그것을 숨기지 않는다.

그리고 그녀는 지난번 한국을 방문했을 다시, 다음번 한국 방문 때는 부친과 함께할 것이며 그것에 관련해서 나와 연아에게 부탁을 한 적이 있었다.

‘분명 조팀장님이 평범하게 보일 정도의 인물이라고 했었지?’

나는 홍기도의 경고를 떠올렸다. 확실히 홍기도 녀석이 그런 충고를 할 정도라면 정말로 만만치 않은 인물일 것이다.

“홍비서는 지금 쉬린칭을 맞이 하기 위해 공항에 갔습니다.”

“이 녀석……. 아무리 그래도 업무시간에…….”

“아닙니다. 중요한 업무인 만큼 제가 급히 보냈습니다. 쉬린칭은 VVIP 아닙니까. 접대에 소홀히 하면 안되지요.”

“흠……. 생각해보니 맞는 말씀이시네요. 하지만 그래도 막상 대표 비서인데…….”

“하하, 그래서 제가 방문하지 않았습니까?”

“네?”

“홍비서가 바쁜 사이에는 저를 대표님 비서라고 생각해주시면 됩니다.”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부사장님을…….”

“원래 부사장 업무라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겠습니까?”

양성태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아무튼 알겠습니다. 그리고 혹시나 싶어서 말씀드리는데, 이번 쉬린칭의 방문에서 가장 유의해야 할 상대는 쉬린칭이 아닙니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쉬린칭의 방문인데, 유의해야 할 사람이 따로 있다고요?”

“네. 쉬린칭의 부친인 쉬융레이입니다.”

“네?”

갑작스럽게 중국공산당 고위 간부의 이름이 나오자 양성태가 당황했다.

“쉬융레이라면 분명히 공산당 고위 간부인…….”

과거 쉬린칭에 대해 조사를 했던 적이 있기에 양성태는 빠르게 그 이름을 떠올렸다.

“맞습니다.”

“그런데 그가 왜 한국에? 그리고 우리가 그분과 접할 일이 있습니까?”

“일단 홍기도 녀석 관련으로……. 우선 이유는 나중에 당장 이 부분 먼저 신경 써 주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호텔 수배부터 다시 해야겠군요.”

“쉬린칭 호텔을 우리가 잡아줬습니까?”

“물론입니다. 반대로 중국에 방문했을 때는 그쪽에서 해주지 않았습니까?”

“아! 그렇군요. 저는 그저 그쪽이 독특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독특한 것도 맞지요. 보통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일단 받은 것이 있으니 답례하는 것이지요. 제가 중국을 방문했을 때도 호텔을 그쪽에서 준비해주더군요.”

양성태는 곧장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비서실에 지시를 내렸다.

그리고 그사이 나도 홍기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어디냐.

-알고 계시면서~(하트)

-하트 같은 거 함부로 쓰지 마라. 공항이냐? 쉬린칭 도착했어?

-아니요. 아직.

-나도 함께 공항에서 맞이하는 것이 좋을까?

-공항까지 나오실 필요는 없고 호텔에서 뵙지요. 1시간 정도 후에 호텔로 와주세요. 어차피 쉬린칭이 함께 식사하자고 했어요.

-알겠다.

-라져!

나는 다시금 양성태에게 물었다.

“1시간 정도 뒤에 호텔로 가야 할 것 같네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저도 동행하죠.”

“그래주시겠습니까?”

어떤 상황에서도 함께 있을 때, 든든한 것이 양성태라는 남자가 아닌가? 그가 함께 한다면 다소 돌발 상황이 벌어져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렇게 나는 남은 업무를 서둘러 끝내고 다시금 홍기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이제 출발할 건데 지금 호텔이야?

-아니요. 아직도 공항이에요. 출발하지 마시고 제가 연락하면 그때 움직이시죠.

왜 아직도 공항이지? 나는 다소 의아하다는 생각에 홍기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왜 아직도 공항이야?

-그게……. 쉬린칭 아버님께서 좀 곤란한 물건들을 반입하시려다가 제지를 당하셨네요.

-곤란한 물건?

-굳이 분류하자면 몸에 좋은 약재 같은 건데……. 우리나라는 원래 육류는 반입이 안 되잖아요.

육류? 대체 뭘 가져오신거지?

설마 살아있다는 것은 아니겠지?

-아무튼 제가 다시금 연락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홍기도의 연락은 끊어졌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

*

*

“내가 손자를 보지 못하게 훼방을 놓겠다는 건가!”

쉬융레이는 캐리어를 품에 앉은 채로 바닥에 주저 앉았다. 절대로 빼앗길 수 없다는 듯이 계속 세관에서 버티고 있었다.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딸의 아이를 향한 집념에 세관직원들은 그저 난처할 뿐이었다.

“어쨌든 반입 금지 품목이라서 그것을 가지고 게이트를 나가실 수는 없습니다.”

“이건 정말 위험한 것이 아니라니까!”

“그걸 정하는 것은 저희가 아니니까요.”

세관 직원들은 난처하다는 듯이 말했다.

“아빠, 이제 그만 포기하세요.”

쉬린칭은 골치아프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우리 손주를 위해서라도 절대 포기할 수 없다. 이것이 남자에게 얼마나 좋은 것인지를 네가 몰라서 그런다. 나도 소싯적에 너희 외할아버지가 나에게 이것을…….”

본의 아니게 본인의 탄생 비화까지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

-아직 멀었어?

그때 마침 홍기도에게 메시지가 왔다. 문제가 생겨서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는 했지만 정말로 이렇게나 시간이 지체 될 줄은 몰랐다.

-미안. 아빠가 네게 주려고 무언가를 가져온 모양인데, 좀처럼 포기를 못하시네. 내가 너무 가볍게 생각했나 봐.

중국과 한국의 법이 다르기 때문에 그녀는 처음부터 세관을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고 그 때문에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반대로 세관을 통과하지 못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될 정도로 쉬융레이의 집착이 이렇게나 강할 줄은 몰랐다.

“너도 네 엄마와 체질이 비슷해서 몸이 차고 나이도 적지 않아서 아이가 들어서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반드시 이걸 사위에게 먹여야 해.”

“일단 기도는 아직 아빠 사위가 아니고, 아이 만들기를 시도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시나요.”

“너는 벌써 서른도 넘었잖니.”

“애초에 남자에게 뭔가를 먹이는 것으로 여자의 임신에 도움이 된 다는 것 자체가 비과학적이에요.”

“너희 세대가 한방에 대해 부정적인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이건 정말이야. 오랫동안 비방으로 전해진 것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는 법이다.”

“아빠……. 그건 한방 조차 아니에요. 한방도 나름 과학적이라고요. 한방의들이 슬퍼할 만한 이야기는 삼가주세요.”

쉬린칭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쉬융레이는 좀처럼 고집을 꺾지 않았다.

“실례합니다.”

“?”

결국 기다리다 못한 홍기도가 세관사무실을 방문했다.

“사위!”

쉬융레이는 한달음에 홍기도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는 자신이 품에 안고 있던 상자에서 큼직한 중화햄을 꺼냈다.

“도마뱀과 산양, 노루 고기를 비롯해서 최고의 정력 재료들을 버무려 만든 햄이네! 이거 정말로 귀한 거야. 그런데 이 녀석들이 들고 들어가 질 못하게 하니! 지금이라도 먹게!”

“아앗! 아빠 지금 뭘 하는 거에요!”

“자, 잠시만요! 그거 먹으면 먹는대로……. 아니, 문제 해결인가?”

쉬융레이의 돌발 행동에 모두가 패닉에 빠진 상황.

홍기도의 고민은 짧았다.

“잘 먹겠습니다.”

홍기도는 잽싸게 햄을 낚아내서 주변이 말릴 틈도 없이 허겁지겁 씹어 삼켰다. 과장을 조금 보태서 아이 팔뚝만한 햄인데도 한우 러버 답게 건치를 자랑하는 홍기도였기에 단숨에 씹어서 뱃속으로 밀어 넣어버렸다.

“후우, 잘 먹었습니다. 아버님.”

“하하하. 역시 내 사위야. 봤어? 봤냐고! 남자 답게 호쾌하게 해치우잖아!”

“보긴 봤는데……. 저희가 본 것이 괜찮은 것인지 모르겠네요.”

동병상련의 감정이랄까? 세관 직원들 역시 자신들의 장인어른이 주시는 음식이나 술을 억지로 버텨야 했던 당시의 애환을 떠올리며 안타까운 시선을 보냈다.

“만약에 법적으로 문제 소지가 있다면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홍기도는 자신의 명함을 건네며 정중하게 말했다.

“아니, 뭐 딱히 마약이나 그런 것도 아니고……. 일단은 햄이니까. 정말 재료에 문제 소지는 없는 거죠?”

“아까 말했잖나! 몸에 좋은 거라니까! 내가 내 사위에게 안 좋은 것을 먹이겠냐고!”

“끄응…….”

안타깝게도 육류반입 금지 정도의 문제는 물품을 압수하는 것 외에는 이들 역시도 정확이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게다가 한 눈에도 장인 어른을 위해 살신성인 정신으로 몸을 내던진 우리네 사위의 설움이 느껴지는 상황.

그때 홍기도가 슬쩍 세관직원에게 귓말을 했다.

“저 지금 언제 뱃속에서 천지호 대폭발 일으킬지 몰라서 그러는데, 보내주시면 안 될까요. 장인 어른과 미래 아내 앞에서 제가 사고 치는 것은 좀…….”

“그, 그럼요. 가셔야죠. 명함도 받았고 기껏해야 벌금 좀 나올 수도 있고 안 나올 가능성이 더 큽니다. 일단 가시죠.”

이미 필요 이상 시간을 끈 덕분에 모두가 피곤했던 상황.

“하오! 하오! 나는 오래전에 자네를 처음 봤을 때부터 마음에 들었었지. 기대하게 이 햄은 시간이 촉박해서 직접 가져왔지만, 이미 호텔 주방에 귀한 재료와 약재들을 전부 공수해온 상황이라네.”

“……감사합니다. 아버님.”

라고 말하면서 홍기도는 핏기 없는 표정으로 거듭 감사할 뿐이었다.

“크흑…….”

“너 왜 그러냐?”

“그, 그냥 눈물이…….”

세관 직원 후배가 눈시울을 붉히는 것을 보며 선배 역시 과거의 일을 떠올렸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살펴가십시오.”

홍기도와 쉬린칭 일행은 즉시 공항 앞에 대기하던 호텔 리무진에 탑승했다.

“우리가 시간을 너무 지체했지? 혹시 표세인 대표님이 많이 기다리고 계실까?”

“아니, 일단 그거보다는 잠시만…….”

홍기도는 즉시 스마트폰을 꺼내 메시지를 보냈다.

-성인용 기저귀 부탁 드립니다.

-쉬린칭 아버님이 요실금이라도 있으시냐?

-아니요. 우리가……. 아니, 제가……. 아무튼 부탁 드립니다.

-무슨 일인데?

-형. 혹시라도 이 말을 전하지 못할까 싶어서 미리 전할게요.

-?

-사랑해요. 형.

-????

“하하하하!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 구만, 일단 자라부터 시작하자고, 처음에는 자라피 한잔 마시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이 순리지.”

쉬융레이의 호탕한 웃음소리에 억지 웃음을 지으며 홍기도는 등을 타고 흐르는 식은 땀이 들통날까 전전긍긍했다.

“정말 괜찮아?”

다행히 쉬융레이는 한국어를 하지 못하기에 쉬린칭은 한국어로 질문했다.

“좋은 것을 먹이고 싶은 거야……. 우리 집 때문에라도 익숙하긴 한데…….”

“그런데?”

“내가 얼마나 많이 먹을 수 있을 지는 모르겠네.”

“미안해…….”

“아니, 이건 네가 미안해 할 일이 아니지. 이건 내 일이니까.”

“그래도…….”

“나도 네가 우리 가족들에게 이쁨 받았으면 좋겠어. 그러니 나도 노력해야지.”

“내 남친 정말 멋지네.”

쉬린칭이 순간 홍기도의 팔을 붙잡고 슬쩍 기댔다.

“음하하하! 벌써부터 효과가 퍼지기 시작하는 건가? 산양과 노루에는 최음 효과도 있다고 하지. 역시 비싼 돈을 쓴 가치가 있어!”

홍기도와 쉬린칭의 알콩달콩한 모습을 보며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는 쉬융레이.

그리고는 뭔가 떠올랐단 듯이 한 마디를 덧붙였다.

“그리고 곧 만날 맥베스 대표는 너희의 은인이라지? 하하하. 그 분을 위해서도 특별한 것을 준비했지!”

“아버님.”

“응?”

“혹시 마취에 효능 있는 약재는 없습니까? 진통제 같은 거?”

“?”

“없다면, 오늘은 최고 도수의 중국 술을 마시고 싶네요.”

“푸하하하! 점점 마음에 드는 구만, 오래 묵은 명주일수록 도수가 높지! 당연히 내가 준비한 술들 역시 최고의 명주지!”

다 좋지만…….

표세인이 겪을 고난을 떠올려보면…….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세인이형을 취하게 해야 할 것 같은데……. 형의 주량에 맞추려면……. 별로 아이 만들기에는 도움이 안될 것 같은데…….”

홍기도는 각오를 다졌다.

영웅은 따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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