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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집 기둥서방이 되었다-311화 (311/346)

311.

클라우드 서비스의 라인업 세팅을 위한 3개의 신규 프로젝트 동시 진행.

전례가 없던 최고 난이도의 퀘스트를 앞에 두고 전혀 예상치 못한 도움의 손길이 찾아왔다.

조연준.

설마 이 녀석이 나를 돕기 위해 움직이다니!

-왜 말이 없지?

“조금 놀라서…….”

-이제 슬슬 네 녀석 반응도 적응이 되는군. 분명 쓸데없는 소리로 내 속을 긁어 놓겠지.

“아니, 애초에 너잖아.”

-……경고를 했음에도 굳이 확인 사살이라니. 너도 은근히 적을 만들고 다니는 성격이야. 알고 있지?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조연준이라고 있는데, 그 친구에 비하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지.”

-도움 필요 없어?

“제가 항상 조연준씨와 돈독한 관계를 다질 기회를 노리고 있던 것을 알고 계십니까?”

-……난 왜 너의 한마디, 한마디가 불쾌할까?

“걱정마. 나는 딱히 대화를 안 해도 불쾌……. 잠깐, 일단 하던 이야기나 마저 하지. 듣고 나서 이 뒷이야기를 계속하자고.”

-흥! 듣고 놀라지나 말라고.

조연준은 불쾌하다는 듯이 콧방귀를 뀌었다. 하지만 갑자기 의문점 하나가 고개를 치켜들었다.

애초에 이 녀석이 게임에 대해 뭘 아나?

“그런데 너 게임에 관심 없는 것 아니었어?”

-딱히 게임을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내가 어떤 환경에서 자랐다고 생각하는 거냐. 그리고 애초에 내 주 투자 종목은 IT 전반이다. 게임 쪽으로도 꾸준히 성과를 냈었어. 그렇지 않았다면 과거 맥베스 아메리카에 투자하는 건으로 투자자들을 설득할 수 있었겠나?

좋은 이야기도 아닌데, 굳이 다시금 제 입으로 언급하는 것을 보니 퍽 웃음이 난다.

“그러고 보니 이제는 완전히 야망을 접으셨나?”

-야망?

“이제는 본인도 잊어버리셨군. 맥베스 아메리카를 시작으로 맥베스 주식을 흡수해서 맥베스를 꿀꺽 하려던 것 아니었어?”

-……그렇게 까지는 생각하지 않았어.

“이제 와서 발뺌?”

-단순히 비즈니스였어. 맥베스 정도면 좀 더 광을 내서 비싼 값에 팔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가만히 있으면 자식인 만큼 상속분이 갈 텐데 뭘 그렇게 까지…….”

-흥, 과연 내 몫의 상속분이나 있을까?

“법적으로 유류분은 보장된다던데?”

-지금 약올리냐!

아, 젠장…….

나도 모르게 도와주려고 연락한 사람에게 극딜 넣고 있었네.

조연준과 내 사이가 워낙 그렇고 그렇다 보니, 이게 습관이 되어서 좀처럼 고쳐지지가 않는다.

그래도 명색이 손윗 처남인데…….

물론 조연준도 제임스도 모두 반쯤 미국인인 덕분에 나에게 딱히 그런 것을 기대하지는 않지만…….

참 여러모로 이상적인 처가댁이라는 느낌이다.

“아무튼 장난은 여기까지 하자고.”

-……마치 내가 시작했다는 듯이 말하지는 말아줬으면 좋겠는데?

“소심하게 계속 꼬투리 잡을 거야? 설마 친구 없어서 나랑 수다 떨고 싶어서 전화한 것은 아닐 것 아니야?”

-그만하자고 하지 않았던가?

이런 젠장…….

정말로 나 왜 이러지?

-어쨌든 본론으로 들어가지. 너 베데스다라는 회사를 알고 있나?

베데스다?

게임 업계 종사자 중에서 베데스다를 모르는 사람도 있단 말인가?

높은 자유도와 거대한 오픈월드 세계관을 앞세우고 유저 친화적인 모딩툴을 제공해 모드 본격적인 유저 모드 개발의 시대를 앞당긴 회사가 아니던가?

물론 이후에는 갑자기 정신이 나간 것인지 유저들이 제작한 모드를 돈 받고 팔겠다는 정신 나간 소리를 했다가 뭇매를 맞기는 했지만…….

어쨌든 나는 조연준의 입에서 베데스다라는 이름이 나온 것에 당황했다.

“베데스다라니……. 설마 이름만 같은 다른 회사가 아니라면 모를 수가 없지.”

-그 베데스다 맞다.

“좋아. 내 흥미를 끌었어. 계속해봐.”

-베데스다는 현재 메릴랜드, 몬트리올, 오스틴, 댈러스라는 4개의 산하 스튜디오를 두고 있지.

“그렇지.”

4개의 스튜디오 중에서 메릴랜드 스튜디오가 베데스다의 본가 스튜디오다.

베데스다가 성장함에 따라 잠재력 있는 스튜디오들을 하나씩 매입하여 현재의 4천왕 체제를 구축했다.

-그중 가장 규모가 큰 오스틴 스튜디오에서 문제가 생겼다.

“문제?”

-그래. 쉘터 76이라는 온라인 게임을 개발하고 서비스하던 스튜디오인데, 쉘터 76의 운영과 사후지원을 다른 회사에 외주 이관하면서 오스틴 스튜디오는 붕뜬 상황이 됐지.

“그건 그냥 다른 빅타이틀에 인력을 집중하기 위한 계획 아니야?”

이미 내가 아는 것만으로도 베데스다는 현재 2개의 엄청나게 거대한 프로젝트를 개발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맞아. 하지만 그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몇몇 핵심 개발자들을 중심으로 대거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들은 새로운 스튜디오를 창설하려고 하는데, 여기에 투자를 바라고 있는 상황이다.

“맙소사…….”

-그들의 이력에 대해서는 따로 메일을 보낼테니, 네가 확인해봐라. 너라면 그들의 가치를 단숨에 알아 보겠지.

베데스다의 핵심 개발자라면 세계적으로도 탑클래스의 개발자들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베데스다의 게임 개발 방식만 보더라도 그곳에서 배운 노하우라면 어떤 방식의 AAA급 게임에도 바로 적용될 수 있는 우수한 자원이라는 것이 보증 될 정도다.

“그 정도 이름난 이들이라면 투자자를 아주 쉽게 구할 수 있지 않을까?”

-그것도 그렇지. 하지만 아직 정식으로 그들이 누군가와 손을 잡지는 않았다. 이 정도 정보를 물어다 줬으면 나머지는 네가 알아서 해야지. 그리고 이런 일은 네 장기가 아닌가?

“이런 일? 장기?”

-사람 마음을 쥐고 흔드는 것. 그리고 매료하는 것. 그것이 네 장기가 아니냔 말이다.

솔직히 내 장기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지금까지는 그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한 적은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 중 리더라고 할 수 있는 로건 리치가 지금 한국을 방문해 있는 상황이다.

“한국에?”

-그래. 휴가차 방문한 거야. 몰랐는데, K드라마와 영화의 팬이라더군. 고등학생인 딸은 K팝에 열광하고……. 가족들 자체가 한국에 상당한 애착을 갖고 있다고 하더군.

“대체 그런 정보는 어떻게 안 거야?”

-투자자들에게 투자 제안을 할 때 어떤 자료를 근거로 한다고 생각하는 거냐? 인적 자원이야 말로 그 회사가 지닌 최대의 자산이다.

“헐!”

-뭐지? 그 반응은?

“네 입에서 사람이 최고의 자산이라는 말이 나올 줄은 몰랐어.”

-딱히 사람을 아낀 다는 의미가 아니라 말 그대로 자산. 돈이 오고 가는 일에 있어 가장 중요한 가치를…….

그냥 1절에서 멈췄으면 사람을 다시 볼 뻔 했다.

그러니까 인적재원이 매입과 투자를 결정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하게 평가되는 자산이라는 말이지?

그러면 그렇지.

-어떠냐? 이 정도면 더 이상 설명할 필요 없겠지?

말해 뭐하겠나?

당장 넙죽 고개 숙여 감사해야 할 판이다. 하지만 그 전에 한 가지는 분명히 하고 넘어가고 싶다.

“그런데 하나만 묻자.”

-뭐지?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서 나에게 도움을 주려고 하는 거야?”

솔직히 이것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고 싶었다. 물론 정보만 확실하다면 의도는 아무래도 좋은 일이지만, 그래도 호기심이 샘솟는다.

-…….

그런데 이 녀석 대답을 안 한다?

“잠깐만, 설마 진짜로 이게 음모였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지? 아니, 차라리 음모였다면 네가 이렇게 어설프게 굴지는 않을 거잖아. 진짜 목적이 뭐야?”

-나는 패배자가 아니야.

갑자기 이게 무슨 말이람?

패배했어? 뭐를?

-……나는 제임스에게 밀린 것이 아니야. 그냥 이번에는 잠깐 쉬어가는 타이밍이야.

“갑자기 제임스가 왜 나오는 거야? 너희 무슨 일 있었어?”

-투자라는 것은 때로 수익 자체 보다도 향후 발전성이 있는 정보까지도 함께 뭉뚱그려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이번에는 내 말문이 막혔다. 갑자기 이 녀석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냐? 투자? 정보? 뭘 판단해?”

-잘 들어라, 당장 눈앞의 수익으로 투자자의 가치를 평가해서는 안 된다. 상대가 지닌 잠재적 포텐셜 전부를 파악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라. 나는 이대로 끝나지 않는다.

“?”

조연준은 그 말만 남기고는 일방적으로 통화를 종료했다.

“통화 내용에 문제가 있으셨습니까?”

양성태가 나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아니……. 좋은 정보를 얻기는 했는데, 조연준의 반응이 이상하네요? 대체 이게 무슨 말이지? 제임스 어쩌고 하던데…….”

내가 제임스에게 연락을 하려던 찰나였다.

“실례합니다.”

때마침 제임스가 내 방을 방문했다.

“안 그래도 연락하려던 참이었습니다.”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아니요. 문제는 없습니다.”

“다행이군요. 일단 이것을 보시지요.”

제임스는 자신의 테블릿 화면을 내게 보여주었다.

“기둥 소프트의 이번 분기 결산 내역입니다.”

대충 투자 수익으로 20% 정도의 수익을 기록했다는 내용이었다.

근래 결산이 다가와 바빠진 탓에 한동안 제임스와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

사실 그의 업무중에 일부는 내가 함께 담당해야 하는데도, 그에게 전부 떠넘긴 것 같아서 미안함 마음이 없지 않다.

“무슨 생각하시는지 알 것 같지만 아닙니다.”

“제 생각이 얼굴에 드러났나요?”

“네. 칠층팀 관리만 하더라도 제가 해야 할 일인데, 대표님께서 담당해 주시는 덕분에 저는 편하게 투자금 관리에 집중할 수 있었죠. 사실 기둥소프트는 딱히 자체적으로 신경 쓸일이 거의 없는 회사기도 하고요.”

“그건 그렇죠.”

제임스가 직접 고용한 경리팀을 제외하면 건물조차 맥베스에 얹혀 사는 신세인지라서, 딱히 신경 쓸 일은 없다.

물론 그렇다고 제임스의 고생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저를 찾으시려고 했던 겁니까?”

“다름이 아니라, 방금 전에 조연준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그렇습니까?”

“일단은 영입할 스튜디오에 대한 정보를 주려고 한 것이었는데, 기본적으로 이런 일을 순순히 알려줄 인물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지요.”

“그게 이상해서 왜 나에게 이런 정보를 주는 거냐고 했더니, 도통 알아 들을 수 없는 말을 하더군요.”

“어떤 말이었습니까?”

“제임스에게 밀린 것이 아니다. 투자자는 정보력과 잠재력까지 통틀어서 점수를 매겨야 한다, 뭐 그런 이야기였습니다.”

내 말에 제임스의 입꼬리가 슬쩍 위로 올라갔다.

뭐지?

사람이 이렇게 음산하게 웃을 수도 있구나 싶었다.

가족 이야기를 비롯해서 이따금 제임스가 웃는 모습을 본적이 있는데, 이 모습은 그것과도 사뭇 달랐다.

“무슨 일이 있기는 있었던 모양이군요.”

“별 것 아닙니다. 간단한 내기였습니다.”

“내기요?”

“네.”

제임스와 조연준은 형제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인간적으로 맞지 않는 타입이다.

처음에는 그 둘을 붙여 놓는 것이 불안하다고 생각까지 했는데, 이제는 내기까지 한다?

“혹시 사이가 좋아지신 겁니까?”

“그건 아닙니다.”

아, 아니구나.

“조연준의 취미가 클래식카 수집입니다.”

“아, 그렇습니까?”

그건 몰랐지만, 부잣집 아들이고 본인도 남부럽지 않게 돈을 잘 버는 사람이니, 그럴듯한 취미다 싶다.

“그리고 제게는 마침 마빈에게 선물 받은 오래된 클래식카가 있지요. 전부터 조연준은 그 차를 노리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형제라서 근황은 알고 지내고 있던 거군요?”

“전혀요. 워낙 희귀한 차라서 그 차를 수소문하다가 저에게까지 닿은 거였지요. 이것도 제법 오래된 이야기입니다.”

“아무튼 그래서요?”

“팔라고 조르기에 단칼에 거절했습니다.”

“하긴 클래식카는 오래 묵혀둘수록 가치가 계속 높아지지요?”

“글쎄요? 그건 모르겠습니다. 애초에 자동차에 관심은 없어요.”

“그러면 왜 거절했습니까? 클래식카 수집이 취미라면 가격을 낮게부르지도 않았을 텐데요?”

“가격이야 굉장히 높게 부르더군요. 상대가 조연준만 아니라면 팔았을 겁니다.”

“아, 그런거군요.”

“그런데 얼마 전에 다시금 그 이야기를 꺼내더군요.”

“그 차를 팔라고요?”

“네. 그냥 파는 것이 아니라, 이번 결산에서 본인이 이긴다면요.”

“가만, 그러면 제임스에게는 이득이 없지 않습니까?”

“아니요. 있습니다. 어쨌든 제가 이겼고 저는 조만간 조연준이 아끼는 컬렉션 중에 하나를 공짜로 받게 되었습니다. 정말로……. 신나는 일입니다.”

음…….

그래요. 좋은 일이고 신나는 거 알겠으니까.

제발 그 웃음 멈춰요.

이건 너무 무서운데?

회사가 좋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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