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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집 기둥서방이 되었다-346화 (345/346)

346.

맥카스라는 거대 회사에 맞선 표세인과 홍세인 콤비의 도전은 그날부터 계속되었다.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이런 날이 다 오는군요.”

“오랜만에 뵙습니다. 형님.”

표세인은 머리가 완전히 하얗게 센 남자에게 공손히 고개 숙여 인사했다. 그 남자의 이름은 양성태.

오랜 기간 맥베스의 대표로 재직한 이후 수년 전 퇴사한 인물이었다.

“하하하. 예전에는 최고 동안이라고 명성이 자자했는데, 머리카락만 놓고 보면 내가 이긴 느낌인데?”

아니요. 얼굴도 봐야죠. 표세인은 그렇게 말하려 하다 입을 다물었다.

“오랜만입니다. 문상훈 회장님.”

“그래. 오랜만이군.”

문상훈은 양성태보다 한참 먼저 맥베스를 떠나 기둥 소프트에 입사했다. 그는 표세인의 제안에 따라 기둥 소프트 회장에 올라 대표인 제임스를 비롯한 함송희, 한명수들을 이끌며 기둥 소프트를 건실하게 이끌어왔다.

“홍기도 녀석이랑도 안 본 지 제법 오래되셨죠?”

“하하하. 함께 지난 시간 보다도 싸운 시간이 더 긴 인연이니까.”

맥베스의 미래라 점찍어두고 육성하려던 홍기도가 표세인을 쫓아 퇴사한 것이 화근이었다.

어쩌면 질투였을지도 모른다. 당시에는 표세인이 맥베스를 떠나 새로운 장소에서 게임을 개발할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자신만 초대받지 못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정작 표세인은 오랜 시간 복귀하지 않았고 난데없이 카이두 코리아의 회장으로 취임한 홍기도는 훗날 카이두 본사 회장까지 역임하는 과정 내내 양성태와 경쟁하곤 했었다.

“솔직히 그때는 자네가······. 거의 홍회장을 잡아먹으려는 것인 줄 알았지? 솔직히 초반에 그 친구, 부인 덕이 아니었으면 회장직 1년도 유지하기 어려웠을걸? 자네가 하도 괴롭혀서?”

“그러니까 배우고 가라니까······.”

“지금 뭐라고 했나?”

“아무것도 아닙니다.”

나이를 먹어서도 변치 않은 상큼한 미소로 양성태는 자신의 뒤끝을 숨겼다.

“그래도 정말로 이렇게 된다니······.”

“그러게, 말입니다. 설마 또 이 집안 결혼식에 초대받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래도 이쪽은 낫지. 누구처럼 숨기지는 않지 않았나.”

“정말로 죄송합니다.”

표세인은 고개 숙여 사죄했다. 자신의 결혼식에 관한 이야기만 나오면 도무지 입이 열 개라도 변명할 말을 찾을 수가 없었다. 수십 년이 지나, 딸자식이 결혼하는 이날까지도 화제가 되는 이야기라니······.

“오늘 주례를 봐주신다고요.”

“부탁하더라고. 이런 일도 오랜만이라서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

“문회장님이야 워낙 달변이시니, 잘하시겠지요.”

“나 문상훈이야. 뭐든 잘하지.”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으며 껄껄 웃는 두 사람은 그렇게 식장 안으로 이동했다,

“양성태 형님 들어가셨죠?”

“뭐야. 너 엿보고 있었니?”

두리번거리며 다가오는 홍기도를 보며 표세인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막판에 제가 좀 철없는 짓을 해서······.”

“울면서 대들었다면서······. 공적인 일인데 사적인 친분 들이대고 참 잘하는 짓이다.”

“그때는······. 정말 방법이 없었어요. 그래도 그 후로는 자주 만나서 관계 회복하려고 노력 많이 했어요.”

“그래. 알아. 나 끌고 다녔잖아. 그런데 새삼 왜 그러냐고.”

“나랑 형이 더 가까워지는 느낌이라 양성태 형님 질투할까 봐.”

“양성태 형님이 질투는 무슨 질투냐.”

“어어? 형은 진짜로 양성태 형님의 진면모를 모른다니까?”

“너는 그러니까 맨날 혼나는 거 아니야. 헛소리 말고 들어가.”

결혼식은 모두의 예상보다 조촐했다. 문상훈 회장의 주례사에 몇 번은 웃고 몇 방울의 눈물이 흘렀다.

하지만 대체로 웃음이 만발하는 자리였다.

신랑 신부의 마지막 행렬이 이어지고, 그렇게 새로운 한 쌍의 부부가 탄생했다.

그날 밤.

신혼부부가 신혼여행을 떠난 사이. 보통 젊은이들이 결혼 후 뒤풀이하기 마련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다들 오랜만이군.”

이 자리에서 가장 연장자인 문상훈이 잔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그렇게 말입니다. 사실 제가 외국에 나가 지내느라고 얼굴을 잘 비추지 못한 탓이 크죠.”

양성태의 말에 홍기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이게 전부 양······. 죄송합니다.”

양성태의 눈빛 한 번에 곧장 깨갱하고 고개를 조아리는 홍기도.

양성태는 수십 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진정으로 홍켓몬 조련에 성공해낸 것이었다.

“어쨌든 두 사람 모두 축하합니다. 정말로 인척 관계까지 발전하다니······. 사람 일이란 모르는 법이라고는 하지만, 솔직히 이건 정말로 홍기도의 집념이 이뤄낸 쾌거라고 해야겠지요?”

“맞는 말입니다. 형님들도 아시지 않습니까? 이 미친놈이 우리 인아 갓난아기 때부터 목장을 사주네, 말을 사주네하면서 얼마나 성화였는지요.”

표세인의 말에 양성태와 문상훈은 무릎을 치며 껄껄 웃었다.

술잔이 오가고 사적인 이야기가 드문드문 끊어지는 순간마다, 으레 이어지는 일에 관한 이야기가 튀어나왔다.

“아! 그러고 보니 저 여러분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음······.”

“······.”

홍기도가 손을 번쩍 들자 모두가 미간을 좁히며 원치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다들 반응이 왜 그러세요?”

“왜긴 네가 평소 하는 짓을 생각해봐라. 이번에는 또 무슨 황당한 이야기를 하려고.”

“에이, 그런 거 아니에요.”

“껄껄! 그래. 이제 홍기도도 그럴 나이는 아니지.”

문상훈은 껄껄 웃으며 와인을 들이켰다.

“저 회장 그만둡니다.”

“켁!”

문상훈은 와인을 뱉어냈다.

“가,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들으셨지 않습니까?”

“현재 맥카스는 조연아 회장과 2인 회장체제이지 않나, 그런데 자네가 물러나면?”

“조연아 회장님이 최고 경영자가 되시는 셈이지요. 솔직히 둘이나 필요도 없고, 저랑 조연아 회장님은 경영마 인드도 달라서 둘이 있어 봐야, 시너지도 나지 않아요. 제가 없는 편이 훨씬 좋을 거예요. 이미 쉬린칭과 조연아 회장님과는 이야기 끝났고요.”

“아, 아니 그렇다고 하더라도······.”

맥카스는 진정으로 이 시대 게임 업계의 정점이며 단순히 게임 업계만이 아닌 IT업계 전체를 통틀어도 손꼽히는 거대 공룡 기업이다.

그런데 그런 대기업의 회장직을 이렇게 쉽게 물러난다고?

“무엇보다 사돈과 직장에서 얼굴 마주하고 일하기는 좀 불편해서······.”

“야! 이 미친놈아!”

문상훈이 그답지 않게 버럭 소리쳤다. 하지만 예상하던 양성태와 표세인은 그러려니 하며 느긋한 얼굴로 잔을 부딪치며 건배했다.

“그래서 은퇴하고 뭐하게? 정막 표세인 대표는 복귀했는데?”

“아, 저도 개발자로 복귀할 겁니다.”

“······뭐?”

정말로 예상은 했지만 미친 소리가 단발도 아니고 연발로 쏟아지는 것이 정말로 놀라울 지경이었다.

“옛날에 그거 기억하죠. 마굴팀.”

“마, 마굴······.”

특히 아픈 기억이 있던 문상훈이 찔끔한 얼굴로 마굴이라는 단어를 읊조렸다.

“이제 우리도 그때 그분들 나이잖아요. 물론 좀 더 젊지만. 양성태 형님 어떻게 생각하세요?”

“갑자기 나한테?”

천하의 양성태는 이런 때만큼은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마굴팀이라······.”

“형님도 그동안 많이 쉬지 않았습니까. 이제 다시 복귀하셔야죠.”

“자, 잠깐! 기둥 소프트가 무슨 경로당이냐? 은퇴한다고 다 받아주게?”

“지금 양성태 형님 거부하겠다는 겁니까? 진짜 용납할 수가 없군요! 막내로써, 제가 바로 잡겠습니다!”

“······그래서 내 이름을 팔았구나.”

홍기도가 자신의 이름을 거론한 이유를 한발 늦게 깨달은 양성태가 그러면 그렇지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으니까, 설명 좀 해봐. 이게 갑자기 무슨 미친 소리야?”

“오랫동안 생각했었던 일인데요.”

“어디 들어나 보자.”

결국 표세인과 양성태, 문상훈 이렇게 세 사람은 홍기도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수밖에 없었다.

“표세인 형님이 회사를 떠나려고 하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잠깐, 그게 언젠데?”

“지금 언제적 이야기를 하는 거야?”

“가만 그러고 보면 이 녀석 인아와 세인이 결혼도 태어나기도 전부터 떠들었었지?”

예지일까? 예언일까?

터무니없는 스케일로 미래 계획을 세우는 홍기도의 정신 나간 짓거리에 모두는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인간적으로 말은 다 듣고 들어오시면 안 될까요?”

“그래. 계속해라.”

“해. 해.”

모두가 손을 휘저으며 홍기도에게 계속할 것을 지시했다.

“떠난다는 사람을 붙잡는 것은 무리다. 이렇게 판단했더니, 반대로 나간 사람 붙잡는 것은 어떨까 싶더라고요.”

“······그렇군. 그쪽으로는 생각을 안 해봤군.”

“확실히 그런 면이 있지.”

양성태와 문상훈은 저도 모르게 또 한 번 홍기도의 말을 잘랐다. 이에 홍기도가 눈을 흘기자 두 사람은 머쓱한 얼굴로 눈을 돌렸다.

“마굴팀의 부활. 여러 가지를 따져보면 이것밖에 없겠더군요. 원래는 이보다는 한참 빨리 시작하고 싶었는데, 아시다시피 지난 수년간 여러 가지 일이 있었지 않습니까. 게다가 표세인 형님과 우리 세인이랑 콤비 맺고 게임 만드는 것도 지켜보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이제는 뭐 세인이가 에이스지.”

표세인은 짐짓 퉁명스럽게 말했지만, 표정은 무척 흐뭇했다. 사위도 아들이라는 정도가 아니라, 정말로 자신이 아들처럼 키운 세인이가 훌륭한 개발자로 성장한 것이 대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맞아요. 그 녀석이 떠오르는 해고 우리는 지는 해죠.”

“어······. 음······. 뭔가 이것저것 태클 걸고 싶긴 한데, 일단 계속해봐.”

“자금력과 기술력을 갖춘 맥카스, 거기에 노련한 개발 노하우와 젊은 에이스를 갖춘 기둥 소프트.”

“뭔가 이야기가 점점 이상하게 흘러가는 것 같은데?”

“표세인을 꼬드길 최고의 아이템은 바로 경쟁자라는 거죠. 어때요? 이만하면 좋지 않아요?”

“······무슨 말인지는 알겠다만, 나 안 그래도 이미 복귀했는데······.”

“그렇게 임원 달고 멋대로 출퇴근하는 것 말고요. 진짜 한 명의 개발자로서! 진검승부해보자는 거죠!”

“진검승부라······.”

“아참, 그리고 아까는 장난치다가 깜빡하고 넘어갔는데, 저는 딱히 기둥 소프트로 들어가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그럼?”

“우리 이참에 새로 하나 만들면 어떨까요? 양성태 형님 마침 본인 명의로 사업체 없죠?”

“어?”

갑자기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이야기란 말인가?

“회사를 차리자고?”

“네! 우리도 이제 그럴 때 됐잖아요. 솔직히 다들 오래전에 마굴팀들을 보면서 나중에 우리도 저렇게 하고 싶다고 생각했었잖아요. 그쵸? 아니라고 해도 소용없어요.”

“그, 그렇기는 한데······. 그것참 대체 언제부터 이런 걸 생각했었다고?”

모두는 각자 복잡한 표정으로 궁리를 했다. 그리고는 서로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이건 이미 결정됐다.

이견은 있을 수가 없었다.

“그러면 사명은 뭐로 하나?”

“마굴 소프트?”

“에이······. 그건 좀······.”

“하긴 적들이 강하죠. 저쪽이 악역이어야. 우리가 살죠. 그럼 정해졌네요.”

“뭐가 정해죠?”

“용사 소프트! 이것밖에 없잖아요?”

-띠링!

[제 4대 용사파티가 결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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