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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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 면허(1)

시온이 페레시를 찾은 이유 중 가장 큰 건 다름 아닌 장서를 보기 위해서였다. 장서, 그러니까 대도서관이다.

페라라 도서관은 페라라 가문이 기부한 유서 깊은 도서관이었다. 페라라 가문은 마법사 가문인데 아직도 에스테 대도시를 장악하고 있을 정도로 유서가 깊은 가문이었다.

‘정말 크네.’

말로만 들었지 시온도 보는 건 처음이었다. 맨 꼭대기에 있는 마법서를 들고 있는 마법사가 아마 초대 페라라 공작일 것이었다.

그 크기에 걸맞게 이곳을 지나다니는 사람이 정말로 많았다. 니벨룽 가문에 비하자면 바다와 같았다. 이게 자유의 냄새인가.

시온에게는 자유가 익숙했지만, 그동안 현대인보다는 중세에서 살다 보니 이제는 자유라는 개념이 조금 그리워 지려고 하고 있었다.

신분제는 그만큼 갑갑했다. 안으로 들어가자 시장 바닥과 같은 복잡한 인파가 보였다.

장서는 여러 층으로 구분이 되어 있는데 일 층은 시민에게 그냥 공개가 되어 있었다. 시온이 노리고 있는 것은 여기가 아니었다. 시온이 뜻하고 있는 곳은 이층부터 마지막 층까지의 권리였다.

이층부터는 귀중한 책이 보관되어 있었고 당연히 특정 계층만 볼 수가 있었다. 말단이지만 귀족인 시온이 이층을 구경할 수 있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왼쪽부터 제국과 왕국의 역사, 언어책, 그리고 다양한 분류가 있었지만 모두 시온의 관심은 아니었다.

시온이 보고자 하던 건 바로 초기 기초 마법서였다. 개론서 정도의 내용들, 그런 것들이 나열되어있는 곳을 찾아냈다.

초기 기초 마법서. 첫 장을 펼치고 나니 역시나였다. 모든 마법서는 이해할 수 있는 언어였다. 그리고 깨달은 것은 생각보다 쉽다는 점이었다.

시온이 이미 다 이해하고 있는 내용이었다. 이로서 하나는 깨달았다. 초급 수준은 넘었다는 것을.

‘기초 면허시험만 보면 수련 마법사가 될 수 있으니까.’

즉, 기본을 배우기 위해서 그 지겨운 몇 년 동안의 과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보통 마법을 배우기 위해서 조기 교육도 심하지만 적당한 나이에 왔다고 해도 긴 교육을 받아야 했다. 그게 전부 돈이 드는 것도 당연한 일이지만, 그 과정을 다 한다고 해서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그 긴 시간을 다 버리게 되는 것이다.

수련 마법사가 되면, 용병 길드에 가입해서 패를 받을 수 있었다. 역시 이것도 나름의 편의를 받았다. 패를 하나씩 올리기 위해서는 용병도 못 볼 짓 못 할 짓을 많이 해야 했다.

기사만 오래 걸리는 것이 아니었다. 용병업이라는 것도 신분의 탈출구와 같은 것이라 주력 가문이 후원하는 유명한 용병 단체에 소속되려면 어지간한 경력으로는 되지도 않았다.

그나마 가장 수요가 많은 것이 바로 마법사였다.

마법사라는 것은 단순히 이 능력을 발휘하는 것뿐이 아니라 역할이 다양했다.

의료만 할 줄 알아도 비교적 유명한 단체에 입회하는 것이 쉬웠다. 중세나 현대나 치료를 할 수 있는 자가 드물고, 중요한 것은 이견의 여지가 없었다.

어떻게 보자면 시온은 나름의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의료 역시 간단한 것은 할 수 있었으니까.

그 뿐일까. 현대에서 취미로 단련하던 종합격투기, 라던지 이런 것도 그간의 니벨룽 가문에 처박혀 있으면서 단련을 해왔다.

어쨌든 앞으로 도움이 되겠다 싶은 것은 닥치고 계속 해왔던 것이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시온은 자기가 이곳 사람과는 다르게 혜택을 받았다는 것을 알았다.

육체적인 것도 그렇지만 일단은 배우는 것이 빨랐다. 마나를 빠르게 느끼는 것도 그랬다. 간단한 테스트가 있다. 일종의 수련법인데, 마나를 느낄 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그런 테스트다.

물을 떠놓고 나뭇잎을 놓은 다음에 주문을 외우고 이것을 움직일 수 있는지 또는 어떤 속성을 넣을 수 있는지를 보는 것이었다.

이 간단한 방법은 귀족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을 정도로 쉬운 방법이지만 아무도 그 결과를 장담할 수가 없는 그런 방법이기도 했다.

그럴 것이 대체 이게 어떻게 발동이 될 것인지 안단 말인가. 재능이 있는 사람은 아무런 노력도 없이 쉽게 하는 법이고 애매한 사람은 긴 교육이 필요한 법이고 재능이 없는 자는 영원히 이 간단한 나뭇잎 하나를 움직일 수가 없다.

애초에 기억이 남아 있다는 것부터 이곳에서 생활하는 데 어떤 미증유의 힘이 작용한 게 분명했고, 그 덕에 마나를 쉽게 느끼는 체질이라고 생각해보는 것도 전혀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어쨌든 이런 단순한 움직임 외에도 시온은 각 속성을 전부 부여하는 데 간단하게 성공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려울 것이 없었다.

문자를 외우고, 이미지를 떠올리고 수식 같은 것들이 생성되면 그걸로 끝이었다. 어려운 마법은 뭔가를 계산해야 한다는 것인데 애초에 그런 부담은 적은 편이었다.

이곳의 숫자라는 개념은 좀 미개한 수준이었다. 마법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계산능력이 아니라 이런, 이미지를 실체화하는 법과, 그걸 믿는 것과 그리고 마나를 잘 느끼는 체질. 이 정도가 중요한 자질이었다.

‘역시 초급자 개론은 이미 마스터한 상황이었구나.’

시온은 마법서들을 쭉 훑어보다가 내려놓았다. 좀 더 윗급의 마법서가 필요했다.

그래서 삼 층을 가려는데 당연히 이곳의 관리자가 가로막고 있었다.

“삼 층을 보고 싶은데.”

“허가가 있어야 합니다. 노파의 등불을 키고 오셔야 합니다.”

‘흠, 역시 안되나.’

여기서 노파의 등불이라는 것은 예의 그것과 같았다. 노파가 상징하는 것은 지혜와 지식이었다.

금전적인 부분도 있어서 상단에게 해주면 좋아하지만 그건 비단 상단 뿐은 아니었다.

이 신을 가장 좋아하는 편인 집단이 바로 마법사들이었다. 즉 확실한 승인을 해줄 수 있을 만한 마법사가 있거나 아니면 수련 마법사 증이 나와야 한다는 거였다.

장서를 바로 나왔다. 거기서 어물쩍하기에는 시간이 아까웠다. 당장에 머물 장소도 숙박료가 들고 있으니 간단한 돈벌이라도 해야 했다.

물론 돈벌이 정도로 끝나면 안 된다, 그것 조차도 훈련의 일종이어야 했다.

육체적인 능력을 테스트도 해볼 겸 시온이 계획한 곳이 있었다. 용병 길드가 운영하는 도박장에서 간단한 대회가 상시 운영되고 있었다.

무기를 제외한 맨손 레슬링, 시온은 여기에서 임시로 일할 생각이었다. 기사들의 덕목 중 하나인 레슬링이 도박판에 깊숙이 박혀 있는 건 우연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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