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사 면허(2)
도박장의 신청서를 내고 숙소에 도착한 시온은 가슴 품에서 작은 병을 꺼냈다. 병은 그저 작은 형태지만 이 안에 들어 있는 것은 놀랄 만한 것이었다.
푸르스름한 것이 찰랑거리며 병에 모였다. 푸른색의 이 액체는 시온도 잘 몰랐다. 다만, 이게 마나를 늘려주는 용도라는 것을 이제는 알았다.
복용한 지는 얼마 되지는 않았었다. 오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실은 마나를 잘 느끼는 체질이 아니라 이 액체를 복용한 덕에 마나가 늘어난 것이 아닐지.
이런 생각이 든 이유는 오늘 장서에서 확인한 두 줄의 내용 때문이었다. 기록에 의하자면 이 푸르스름한 액체는 특별한 장소에서만 정기적으로 조금씩 생성되는 자연의 정기와 같은 것이었다.
푸른색을 띠고 있으며 냄새가 없고 마시면 순간의 청량감을 느끼며 몸이 가벼워진다. 이어지는 건 마나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민감해진다는 거였다.
이 모든 설명이 며칠 전부터 복용하고 있던 이 액체와 관련이 있었다.
‘특별한 사람만이 엄중한 조건으로 먹을 수 있다는 건데. 이런 게 이런 식으로 생성되다니.’
사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물을 넣고 가만히 가지고 다니면 어느새 내용물이 이렇게 바뀌게 된다. 몇 가지를 시험해 보고 싶었지만 시온은 이내 참았다.
이것이 귀중한 보물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이상 수련 마법사 시험을 보기 전까진 최대한 복용을 하는 것이 나아 보였다.
이 물건의 발뭉 니벨룽의 것으로 보였다. 본인도 사용법을 모르는 것 같고 일지에도 우연이 주웠다는 한 줄밖에 없었다. 모양도 볼품없고, 딱히 유서가 깊은 물건도 아닌지라 그야말로 먼지가 잔뜩 껴서 방치되어 있었다.
시온이 이 물건을 가져오게 된 경우도 별다른 이유가 없었다. 그저 많이 봤기에 마법서를 챙기면서 물이나 보관할 용도로 가져온 거였다.
그런데 노숙하는 첫째 날 물이 아닌 다른 것이 나오자, 시온은 몇 번이고 그것을 버리고 새롭게 물을 마셨다.
이동 중에 상한 물을 먹고 배탈이라도 나면 여정에 차질이 생기기에 그랬다. 그런데 마지막 날에 조금 먹어보고 깨달은 것은 물보다 맛이 좋고 몸에 변화가 온다는 것이었다.
‘설마 이게 마나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
어쨌든 대번에 안에 든 정수를 마셨다. 청량감, 그리고 마나가 더욱 선명하게 느껴졌다. 간단한 치료 효과도 있는지 피로가 가시는 것도 느껴진다.
시온은 아직 몰랐지만 실제로 치유 효과도 있었다. 시온은 그제야 침대에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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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레 시의 도박장은 유명했다. 이곳에는 갖가지 도박이 있었지만 가장 흔하고 즐겨 펼쳐지는 건 결투와 관련된 것이었다.
가장 인기가 좋은 건 역시 검을 가지고 하는 것이었으나 굳이 그런 쪽이 아니더라고 해도 몇 가지 상금이 걸린 대결장이 있었다.
시온이 임시로 수입을 낼 곳은 바로 이곳이었다. 맨손 결투다.
비록 마법사를 지망하고 있는 와중이지만 시온은 다른 길을 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훈련에 임했다.
특히 현대의 지식은 많은 도움이 됐다. 도박장이 아니랄까 봐 규칙은 엄격하진 않았다. 어느 정도의 공격을 허용하면서 잡기 기술로 상대방을 제압하면 됐다.
유년기부터 독립을 각오한 터라 운동도 먹기도 열심이어서 키가 컸고 니벨룽 가문의 좋은 체격도 물려받아 골격도 나쁜 편이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에 다니면서 취미로 배웠던 종합격투기 덕에 어지간한 시비는 간단히 해결할 수 있을 수준이었다.
게다가 사냥도 열심히 다녔고 추적술을 비롯한 덫을 놓는 법, 맹수와 몬스터를 구별하는 법, 몬스터를 잡을 수 있을 만한 대형 함정을 파는 법, 여러 가지를 익힌 상황이었다.
만약 생각보다 부상이 심하다면 이쪽으로 방향을 틀면 그만이었다. 사냥꾼으로 일자리를 얻어도 됐고 희귀 약초 채집 꾼도 나쁘지 않았다. 도박장만큼 시간이 절약되지는 않았지만, 레슬링을 굳이 하려는 것은 한 가지 이유가 더 있었다.
바로 수련 마법사 면허 시험에 포함되어 있었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란 표어는 이곳에서도 유명한 속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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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장의 열기는 기괴할 정도였다. 특히 모래로 이루어진 이곳은 괜스레 사람을 더욱 흥분하게 한다.
처음 임금은 금화 열 개였다. 일주일에 세 번만 참여해도 어지간한 종업원의 수임은 한참을 넘는다.
부상할 수도 있는 리스크와 초임자도 마음만 먹으면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은 이 수임료에 절로 고개가 끄덕이게 한다.
팔이라도 한번 제대로 부러졌다간 신전 마법사에게 들려야 했는데 금화 두 개는 받아갈 거였다.
초임자라고 해서 받아주지 않고 그런 건 없었다. 초임자끼리 붙는 것도 있었고, 그냥 중급자하고 붙여주는 것도 있었지만 그걸 떠나서 무조건 받아주는 이유는 의외로 잔인한 욕구에 의해서였다.
한쪽이 그저 흠씬 실신할 때까지 핀치에 몰리는 것을 그저 보고 싶은 것인 거다.
어떻게 보자면 시온은 후자라고 판단이 돼서 신청이 바로 된 거일 터였다. 왜냐면 덩치 좋은 젊은 녀석이 피떡이 되는 게 무엇보다도 이곳의 관중을 흥분시키는 요인이니까.
물론 귀족이라는 것은 숨겼다. 이런 곳에서는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욱 심한 법, 어쨌든 첫 경기가 시작됐다.
영지 내에서 훈련과 연습은 충분히 했고 나중엔 영지 기사인 서퍼트 경도 피할 수준이었다. 등장한 시온의 몸을 보자 상대에게 판돈을 건 도박꾼들이 아차 싶은 모양이었다.
종합격투기의 기수식은 이곳 사람에게는 매우 신기한 자세인 모양이었다.
그러겠지! 이곳이 중세라는 것을 감안해도 무려 천 년이라는 시간의 차이가 있으니까.
술이라도 먹었는지 상대의 상태가 영 좋지는 않았다. 첫 출전이라고 해서 이렇게 나온 모양인 것 같기도 하고 애초에 글러 먹은 녀석일 수도, 시작하자마자 얼굴에 펀치를 넣었다. 펀치 정도는 가볍게 막지 않을까 싶었는데 무방비하게 두세 대를 맞더니 비틀거렸다.
시온은 곧바로 헤드락을 걸었다. 약간 힘을 주자 상대가 미친 듯이 손을 흔들었다.
시합은 간단히 끝이 났다. 수고료로 금화 열 개를 받았다. 숙박료가 은화 다섯 개이니 사치를 부려 열 개짜리로 옮길 수도 있었다.
게다가 이것으로 알 수 있는 사실 한 개는 시온은 이미 단련된 만큼 단련된 상태라는 것이다.
본인도 모를 정도로 무서울 정도로 흉기가 되어 있었다. 허망하게 금화를 내어주던 사내가 말했다.
“기사를 준비하시오? 대단한 실력이더군.”
“아니요. 마법사 시험을 보러 왔습니다.”
그의 눈이 아주 신기하게 휘둥그레졌다. 이런 체격에 마법사라니 듣지도 보지도 못했나 보다.
“이번 수련 마법사 면허 시험을 치실 생각이신가 보군. 분명히 떨어질 테니 용병 일을 알아볼 거면 나를 찾아오시오.”
“예, 그러죠. 그런데 다음 시합은 언제입니까?”
수련 마법사 면허가 나오면 이 사람을 통해서 일을 알아봐도 됐다. 도시에 왔으니 닥치는 대로 사람을 알아둘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