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사 면허(4)
약초 상에서 일하게 되면 금화 한 달에 금화 열다섯 개를 받는다. 반나절만 일한다는 것을 감안해도 상당히 높은 보수였다.
안전한 곳에서 단순히 분류 작업만 종일 한다고 쳐도 도박장에서 리스크를 지고 임하는 수임보다 높을 지경이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이곳의 의료 수준은 중세였다. 시온이 알고 있는 간단한 상식마저도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았다.
‘면허가 나오면 의료 쪽으로 길을 터서 돈을 벌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마법사의 장비를 살 수 있는 돈을 모으기 쉬워 보였다.
ㆍㆍㆍ
두 번째 경기에는 실수가 있었다. 시온은 약간의 부상을 입었다. 타박상 정도라 훈련에 지장이 가는 것은 아니지만, 혹시 몰라서 포션을 하나 구매했다.
포션, 마법사가 만들어 낼 수 있는 회복을 돕는 의료품이었다. 그냥 몸에다 바르기만 해도 심한 상처가 아니면 피가 멎고 상처가 아물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 하나쯤 준비해두면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에서 하나 구매해 뒀다.
그러나 단순히 이것만으로 포션을 구매한 것은 아니었다. 시온은 오늘 한 가지 실험할 생각이었다.
병에서 나오는 푸르스름한 액체, 이 액체는 시온의 마나 확보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마석이 있다면 지금보다도 성장이 빠를 정도라 아예 시험은 합격 당상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의 시너지가 예상될 정도.
어쨌든 한 가지 머리에서 맴도는 생각을 지금 실험을 해볼 예정이었다. 만약 포션에 이 푸른 액체를 섞으면 어떻게 될까? 더 좋은 게 만들어질까 아니면 이도 저도 쓸 수 없는 것이 될까?
후자라면 이건 큰 손해였다. 마석을 목표로 돈을 악착같이 모으고 있었는데 포션에 지출한 의미가 없어졌다.
하지만 한 번 섞으면 좋은 일이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래서 오늘 큰 맘 먹고 실행해 보기로 했다.
따라놓은 포션에 천천히 액체를 떨어트렸고 곧 그것이 융합되어갔다.
뭔가 다른 색이 된 것 같기도 하고, 색이 조금 더 맑아졌다는 것은 분명했다.
“설마 정화한 건가?”
그건 좋지 않았다. 정화를 해버렸다면 그 속성도 태워버렸을 것이다. 그러면 포션을 통째로 날리게 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걱정도 잠시, 포션에서 향기가 났다.
“음?”
포션에서 아주 감미로운 향기가 났다. 이건 좋은 징조였다. 포션의 질이 좋을수록 좋은 냄새가 나니까. 조금 맛을 보았다. 맛이 조금 달았다. 이건 정말로 의외였다.
포션의 딱 한 가지 좋지 않은 점, 좋을수록 맛이 썼다.
위급한 상황이면 삼키는 것이 무조건 좋기에 이런 쓴맛을 없애주기 위해서 달곰한 것을 섞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건 성능이 좋지 않아졌다는 뜻일까?
아무래도 여러 가지 생각이 복잡해진다. 일단은 타박상 부위에 포션을 흘렸다. 빠르게 고통과 다친 살이 아물어 갔다.
효과는 좋았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면,
“아, 나 포션 써본 적이 없구나.”
니벨룽 가문에서 포션이라니 그건 정말로 크게 다쳐야만 받을 수 있는 그런 사치품이었다.
고로 대부분을 자연치유에 의지해온 시온은 포션을 한 번도 써본 적이 없었다.
ㆍㆍㆍ
다음날 고용주에게 시온이 찾아간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노년의 마법사인 브와디는 한가하게 곰방대를 태우고 있었다.
그는 의료 일에 적극적이진 않았다. 그의 지식과 마법은 그저 현상유지를 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의 나이는 속일 수가 없었다.
젊었을 적엔 그 역시 야심많은 마법사였을 테니까. 시온은 그에게 감평을 말해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무언가?”
“우연히 답례로 받았습니다. 이걸 감정을 받고 싶은데요.”
“특이한 포션이군. 이런 색은 기억에 없는데.”
“어느 정도입니까?”
“어디서 구했나?”
“저도 잘, 그냥 도움을 줬더니 받은 겁니다.”
맛을 살짝 보던 브와디가 짧은 감탄사를 뱉었다.
“제작한 양반을 꼭 보고 싶은데 어떻게 단맛을 넣은 것이지.”
“어려운 일입니까?”
“어렵지. 본래 품질이 좋아질수록 맛이 쓴 법이라네, 예비 마법사 양반.”
그가 인자하게 너스레를 떨었다.
“어떤가? 나한테 팔아볼 텐가? 꼭 분석해 보고 싶구먼. 값은 잘 쳐줌세.”
“흠, 그러면 품질로서의 가치는 별로란 뜻입니까?”
“탁월한 수준은 아니야. 이 정도라면 삼 두품 정도는 하겠구먼.”
“삼 두품 말입니까?”
“음, 그쯤 할 걸세.”
최하급이 일 두품이었다. 단지 섞었을 뿐인데 두 단계가 뛰었다. 값으로 따지자면 몇 배를 받아먹을 수 있었다.
맛이 달다는 것도 가격을 더 받을 수 있는 이유가 됐다. 시온의 머리가 빠르게 돌았다.
일정량을 사서 제작해 팔면 마석을 살 돈까지 모으는 게 그렇게 힘든 일이 아니었다.
“어떤가? 이거 나한테 팔아 보겠는가?”
“얼마 주실 겁니까?”
“여섯 개 줌세.”
시세의 두 배였다. 이 정도면 괜찮았다.
ㆍㆍㆍ
포션 제조의 딱 하나의 문제는 물병에서 생성되는 푸른 액체의 양이었다. 이걸 복용하지 않는다면 당장 기초 마법 수련법으로는 효율이 너무 나오질 않았다.
면허 시험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것이 없기에 완벽히 준비해 가고 싶었다. 한번 놓치게 되면 일 년이나 공을 치게 된다. 그렇게 되면 계획에 큰 차질을 빚게 되는 것이다.
시온은 팔짱을 꼈다. 방금 알아낸 이 병의 또 다른 용도는 가문에 큰 이득을 줄 수도 있었다.
대부분 귀족의 구성원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가문으로 돌아가 가주에게 바쳤을 것이나 시온의 뼛속은 철저하게 현대인이었다.
의무나 명예는 현실에 문제가 안 될 정도로 보이는 부분만 살짝 만족하게 해주면 그만이었다.
머릿속에선 그런 생각은 한 톨만큼도 없었고 이것을 만들어서 파냐 아니면 하던 대로 복용을 하느냐 이 부분만 반복해서 생각하고 있었다.
“역시 해보는 게 맞겠지?”
페레 시에는 암시장이 있고 도박장의 관리인을 통해서 암시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거기서 마석을 싸게 구하게 된다면 그것으로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핵심은 시험 전까지 마나를 넉넉히 쌓아두는 것이었으니까. 질이 떨어지는 마석이라고 할지라도, 면허만 안전하게 나오면 돈은 용병업이든 의료업이든 뭐든지 해서 벌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시온의 자금을 털어 하급 포션을 몇 개 샀다.
아직 급여가 나오기 전이라 가진 돈은 금화 이십오 개가 전부였다. 이십오 개면 하급 포션을 스물다섯 개를 살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