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화 (8/304)

마법사 면허(5)

전부 구매하지는 않았다. 금화의 여유가 있다고 해서 푸른 액은 일정량만 나오기 때문에 모두 제조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마나를 쌓는 수련도 계속 해야 했고 그래서 생각해 본 게 반반씩 하는 거였다. 어쨌든 암시장에서 마석만 사면 됐다.

푸른 자연의 정기가 생성되는 양은 일정치가 않았다. 물을 아무리 많이 붓는다고 해도 어떨 때는 그냥 조금밖에 없었고 어떨 때는 양이 조금 적었는데도 충분하게 넘쳤다.

최대한 같이 분배를 해서 삼 두품 급의 포션을 여섯 병 만들 생각이었다. 판매는 어디가 좋을까. 아직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브와디 마법사를 찾는 것은 피할 생각이었다.

처음이야 우연히 얻었다고 말했지만, 그가 이 포션 제작의 비밀을 밝혀낼 수 없을 일은 뻔했고, 안달이 나 있을 것이었다.

그런 사람에게 포션을 계속 가져다주는 것은 별로 좋지 않았다. 새로운 사람을 찾아서 판매를 해보는 게 좋다는 게 시온의 생각이었다. 아마도 직접 해야 할 듯싶었다.

ㆍㆍㆍ

“대전이 취소됐네.”

도박장에서 하는 세 번째 대전이 취소되었다. 어지간하면 취소가 될 일이 없었는데, 두 번째 대전까지 시온이 날로 가져가자 판돈이 완전히 시온으로 기울어 버린 탓이었다.

게다가 저번에 세 번째 대련자가 아부를 떤 것을 보아, 두려움을 느낀 시온의 대전자가 결투를 포기한 걸 수도 있었다. 시온은 전서를 잡고 옆에 놨다. 앞에 전달해 준 소년이 시온을 흥미롭게 쳐다보고 있었다. 소년은 아마도 시온을 예비기사 정도로 보고 있는 듯했다.

“곤란한데.”

“그럼 저는 가보겠습니다. 시온 경.”

“경? 나는 기사가 아니다.”

“예? 하지만 이미 소문이 그렇게 났는걸요. 그 정도 독창적인 기술이라면 유명한 기사에게서 배울 수밖에 없다는 게 도박꾼들의 의견입니다.”

“그래?”

말은 그렇게 했지만 시온은 약간의 의구심이 들었다. 약한 급에서는 쉽사리 이겨 금화를 간단하게 챙겼지만, 그 위에 급에서는 이렇게 쉽게 금화를 챙기진 못할 거 같았다.

그보다도 도박장 관리인을 믿을 수가 없었다. 다들 예비기사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그런 상황에 다음 상대를 강하게 잡으면 어떻게 되겠는가.

잔뜩 기대하게 해놓고서는 강한 상대에게 시온이 곤죽이 되고 나면 도박장 주인은 판돈을 쓸어갈 테였다.

“혹시 다음 상대가 누구인지 알고있나?”

“음, 들리는 얘기는 타프가 준비하고 있다던데요.”

“타프?”

“예.”

역시나인가. 시온은 도박장 관리인의 술수를 바로 알아차렸다. 타프라면 시온을 간단히 제압할 것이다. 그런데 왜 타프 정도의 실력자를 준비하고 있는 것일까?

그게 지금 이들이 상상하고 있는 시온의 정체 때문이었다. 기사를 준비하고 있는 수련생이라면 분명히 이 시합을 피할 리가 없다라는 것.

“한 가지 전해줄 일이 있다.”

“뭐지요?”

“나는 타프 하고는 안 할 거다.”

“예?”

“나는 그보다 약해. 할 필요가 없다는 거지.”

“도망치시는 건가요?”

“마음대로 생각해.”

소년이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그리고 난, 마법사가 될 거다. 지금 그 시험을 준비 중인 거고.”

소년이 다시 한 번 충격을 받았다. 이렇게 단련된 마법사라니 본적도 없던 것이다.

ㆍㆍㆍ

페레 시에는 암시장이 비밀리에 열렸다. 이 암시장에는 다양한 물건이 거래되곤 했다. 거기엔 물건 뿐만이 아니라 사람도 있었다.

영지에도 노예가 약간 있었다. 시온은 처음 노예를 발견하고 딱한 마음이 들었었지만 거기까지였다. 대체 어떻게 하겠는가, 현대엔 현대의 법이 있는 만큼, 이곳엔 이곳의 법이 있는 법이었다.

힘이 없다면 생길 때까진 철저히 그 룰에 따르며 살아야 하는 게 맞았다.

도박장과 암시장은 불문의 관계였다. 도박장을 운영하는 길드원은 이곳도 이중적으로 관리를 했다.

“타프와 왜 하지 않겠다는 건가.”

도박장의 관리인인 제프가 시온에게 매달리듯 말했다. 말은 이렇게 해도 제법 음흉한 구석이 많은 녀석이었다. 타프와 붙으면 적어도 크게 다칠 것인데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시온의 승리가 당연한 것처럼 이야기를 했다.

이런 점은 중세나 현대나 다를 바가 없이 돌아갔다. 하지만 그에게 거절할지언정 함부로 말을 내뱉지는 않았다.

시온은 암시장을 이용해야 하고, 그의 도박장에도 계속 임시로 뛸 생각이었다. 당장에 기분이 나쁘다고 해서 여기서 문제를 만들면 괜히 불이익만 잔뜩 받게 될 것이다.

냉정하게 생각하자면 참을 상황엔 참아야 한다는 것, 그것이 시온의 생각이었다.

“못 이깁니다.”

“무슨 소릴. 자네는 굉장한 가능성이 있어! 내가 한 두사람 본 거 같은가! 금화가 모잘라서 그런가? 이건 금화 삼십개가 걸려있어! 진다고 해도 열 개는 그냥 가져가네!”

이렇게 열정적이니 가능성 정도는 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 좀 해보겠습니다.”

“그런가? 잘 생각해보게. 타프 녀석은 별거 없어. 나이 먹은 늙다리라고.”

“그보다 저도 자리를 얻을 수 있습니까?”

“자리? 팔 물건이 있나?”

“네. 부상을 대비해서 포션을 사놨는데 몇 개가 남아서요.”

“저기 저 녀석 보이지? 내 이름 대고 자리 하나 받아 자릿세만 내면 되네. 그 정도는 이해하고 있지?”

“네.”

그에게 최대한 화를 내지 않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그를 통해서 자리를 받기 위해서였다. 자릿세 정도만 내면 여섯 개를 무난하게 팔 수 있다는 얘기. 그리고 앞으로도 금화가 필요하다면 여기를 이런 식으로 이용해도 좋을 거였다.

눈이 작고 족제비 같은 비열한 얼굴의 남자는 제프의 이름을 듣고 나자마자 손을 싹싹 빌며 자리를 소개했다.

자리 자체는 구석이라 그다지 좋지는 않았다. 상관없었다. 직접 가서 사람을 골라올 생각이었다.

시온은 자리를 잡고 사람을 훑었다. 이곳에 오는 사람은 다양하지만 시온이 노리고 있는 자는 곳 몬스터를 잡으러 원정을 뛸 것으로 보이는 은급 용병들이었다.

은급 용병을 알아보는 방법은 그들의 장비에 있었다. 너무 비싸지도 않고 정말 싸지도 않고, 그런 적정한 상태. 그리고 그들이 무엇을 노리고 왔는지도 구별해야 했다.

한 가지 더. 시온은 여자에게 말을 걸 생각이었다. 외모를 아끼고 중시하는 건 용병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여자 용병들은 평생 용병 업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았다.

그래서 중간에 적당한 남자를 찾아 시집을 가는 편이기도 했다. 또한, 시온이 가지고 있는 현대인의 기본적인 지식, 여자는 달콤한 것을 좋아하는 편이고, 예쁜 것을 좋아한다는 것.

섞인 포션은 색 하나만큼은 혼탁한 포션들과 차별이 있을 정도로 효과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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