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사 면허(6)
좋은 마석은 이런 곳에 팔리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런 마석이 경매가 되는 곳이라면 이런 암시장 정도가 아닌 더 신분을 가려 받는 그런 곳이어야 했다.
어쨌든 시온은 두둑한 금화를 가지고 봐둔 마석을 사기 위해 이 고생을 했다. 마석 자체를 구매하는 건 별거 없는 것이 이미 사둘 물건을 봐둔 탓이었다.
마법사 전용 물품점. 정직한 이름처럼 안에는 마법에 관련된 사람으로 보이는 자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부유한 사람인지 아닌지는 입고 있는 옷부터 보면 알 수 있었다.
그중에 가장 차려입은 것이 없는 사람은 역시 시온이었다. 시온이 고른 마석은 탁한 빛이 살짝 맴도는 푸른 보석이었다. 담고 있는 그릇의 모양도 그다지 멋있지도 효율적이지도 않지만 지금 살 수 있는 것 중엔 이만한 것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가격이 정말 싼 것이다. 물론 함부로 마석을 사서 쓰면 안 된다. 잘못된 마석은 마법사의 수련을 오히려 엉망으로 만들기도 했다.
“탁월한 선택입니다.”
점원이 싱글벙글 웃었다. 돈만 있다면 그게 왕인 것이 상인들이었다. 처음엔 불퉁하게 말하던 것이 금화 주머니를 꺼내자마자 그런 분위기를 숨기고 곧바로 만면에 웃음을 띄웠다.
금화가 순식간에 사라졌지만 시온은 드디어 마석을 손에 넣었다. 첫 마법사 용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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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온은 돌아오고 나서 곧바로 마석을 시험해봤다. 마석이 돌아가는 원리는 저장 같은 것이다. 하루나 반나절 정도 지나면서 마석 자체가 빨아들이는 마나를 수거하는 식으로 쓸 수 있는 게 첫 번째고 그냥 수련을 하면서 매개로 쓰는 것이 두 번째 사용 용도였다.
시온이 하려는 건 지금 첫 번째 방법이었다. 기초 수련법은 애초에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효율이 떨어지는 마나 수련법이었다.
하지만 당장에 이 수련법 밖에는 없었다. 도서관 장서에서도 공개되어 있는 것은 가장 낮은 등급의 수련법이었다.
삼층을 가고자 한 열의가 컸던 것은 삼층부터는 조금 나은 수련법이 있을 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지식엔 자격이 존재하는 법이었다.
그것을 볼 수 있으려면 수련 마법사 면허를 따야 했다.
어쨌든, 대부분에게 수련 마법사를 통과할 수 있을 만한 마나를 쌓는 가장 정직한 방법은 몇 년 동안 기초 수련법으로 마나를 쌓아야 하는 방법이었다.
재능이 없거나 시온처럼 여러 가지 속성을 다룰 수 있게 된다면 이 시험을 통과할 만한 마나를 갖추게 되는 데에만 십년이 걸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조차도 된다면 감사할 평민이나 천민이 많았다. 그것도 출세였다. 수련 마법사 면허만 있어도 일할 곳은 제법 있었고 그 면허를 기반으로 의료나 발명, 재주만 좋다면 하급 관직도 챙길 수 있었다.
“역시, 마석이 필요했어.”
시온은 마석에 있는 푸른 마나를 빨아들이자마자 되내었다. 원래라면 시온도 아무리 뜻이 있었다 해도 별다른 수가 없이 일년은 꼬박 마나를 쌓는 수련에만 매진해야 했을 정도의 장벽이 있었다.
오랫동안 쌓아왔으니 실제 걸리는 시간은 유년기를 포함하면 더 길 것이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선조가 남긴 병을 통해 마나 자체를 담고 있는 정수를 마시게 됐고, 그 정수 덕에 지금 쌓아가고 있는 속도는 과거의 두 배에 다르는 속도였다.
그런데 여기에 마석까지 겹쳐지니 이제 세배에 육박할 정도였다. 이 속도라면 첫 번째 고리는 그냥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마법사의 단계는 고리로 이루어지고, 하나의 고리는 곧 해당 고리에 해당하는 급의 마법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을 뜻했다.
“가뿐한데. 시험 전까지는 이제 무조건 달성이다.”
여기에 갈림길이 하나 있었다. 푸른 액을 나눠 포션을 제작해 돈을 챙기는 것이다. 한 번 팔았는데 두 번을 못 팔까, 금화를 모아서 마법사의 장비를 계속해서 더해나가는 것도 나쁜 생각은 아니었다.
이곳 중세의 시험이라는 것은 공평이라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무슨 뜻인가 하면 시험장에 각종 장비를 착용하고 시험을 치르는 게 가능했다.
당연히 높으신 분들의 자제를 위한 절차였다. 어지간하면 좋은 마석부터 좋은 지팡이나 수정구를 가지고 있을 것인데 그것은 적은 마나로도 효율적으로 마나를 증폭할 수 있는 효과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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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고리를 완성한 것은 그로부터 보름이 지난 후였다. 시온은 방금 마법사의 첫 발자국이라 할 수 있는 첫 번째 고리를 완성했다.
딱히 스승을 구할 수가 없던 시온은 자기의 달성 정도에 대한 변화를 기초 마법서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는데 거기에 쓰여져 있기를 고리를 달성한 자는 달성했을 때 자기가 그것을 달성했다는 것을 알 수밖에 없다는 내용이 있었다.
그 구절을 처음 봤을 때 시온의 생각 역시 이래서 특정 계층에서 마법사의 존재가 몰릴 수밖에 없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수련자가 고리를 완성 했는지 알수 있는 방법은 그보다 높은 단계의 마법사가 확인하는 것이었다.
“고리를 완성 했으니 이제 수련 면허 시험은 통과한 거나 다름이 없겠지.”
혹여나 떨어질까 확실히 합격하기 위해서 빠르게 마나 수련에만 집중해서 단련을 해왔다. 솔직히 말하자면 시온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중세의 벽이라는 것은 니벨룽 가문에서 준비하던 것보다 높은 편이었고 만약 선조의 남긴 유품의 효과를 운 좋게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지금도 합격 당락을 대체 알 수가 없어 불안감에 떨어야 했을 것이었다.
그도 아니자면 부족한 마나를 보충 하기 위해서 마석이 아닌 수정구를 구하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썼을지도 몰랐다.
니벨룽 가문의 혜택을 받고자 하면 좋겠지만 그럴 여유가 있는 가문도 아니었고 하다못해 형제가 넷이나 있는 시온에게는 어림 반푼도 없는 이야기였다. 그런 얘기를 꺼냈다가는 다시 영지에 되돌아오라는 답변이나 받았을 거였다.
그도 그럴 것이 시온이 이곳으로 떠난다고 했을 때 형제들이 모두 시온이 이곳에서 자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공공연하게 수련 마법사 시험을 친다고도 했었는데 다들 고개를 절래절래 저을 뿐이었고 그나마 가문의 어르신은 젊은 혈기가 느껴진다며 억지 격려 정도 밖에는 해주지 않는 수준이었다.
“각종 장비도 이제 필요하네. 이제부터 차근차근 마련해봐야겠지.”
마법사의 장비라는 것도 천차만별의 효과가 있었다. 시중에 파는 것은 어느 정도 뻔한 것이었고 진짜로 모두가 탐을 내며 추구하는 것들은 고대 아티펙트의 기운이 서려 있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