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사 면허(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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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라 가문이 후원하는 마법사 면허 시험이 다가오자 도시는 사람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페라라 공작 가문은 마법사 가문으로 유명했고 세 번이나 십삼 인의 대마법사를 배출한 전적이 있는 명가였다.
수련 마법사 면허 시험은 그 중요함도 중요함이지만 실 목적은 그 특권에 있었다. 이러한 시험을 주체할 수 있다는 가문의 명예, 명성, 그에 기반을 두는 온갖 이권의 장악이 그 목표였다.
애초에 작은 규모가 아닌 페레 시는 더욱더 많은 인파가 몰려 며칠 전부터 숙소를 구하기 힘들 수준이었다. 근처에 있는 도시부터 옆 지역까지 이번 시험에 참가하기 위해 여정을 오는 거였다.
당장 자격을 치르는 사람만 모아도 사람이 많은데 그 사람과 같이 오는 사람이라든지 그 사람들을 장사하기 위해 모여드는 자들이라든지 인재를 데려가기 위해서든지 온갖 목적으로 어디를 가나 사람이 많았다.
굳이 면허 시험을 치르지 않는다고 해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오락이 충족되는 일종의 축제 비슷한 상태였다.
듣기만 했지 이 정도로 사람이 많을 줄은 몰랐다. 니벨룽 가문의 사람이 왔다면 종일 휘둥그레 구경하느라 바빴을 터였다.
하지만 현대인이었던 시온에게는 어느 정도 익숙한 상황이었다. 그저 복장이 다르고 이곳은 중세를 기반으로 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이런 사람이 모였을 때의 일을 여기 있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사람이 모이면 불순한 목적으로 모이는 사람도 많다는 사실이다.
시온은 조금 더 경계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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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 면허 시험이라고 해서 시험이라는 것이 구조적으로는 현대와 그렇게 다르진 않았다.
하지만 이런 공개적인 시험을 치르는 이유는 마법사라는 것이 높은 신분에서만 발생하는 게 아니라 가장 천한 신분이나 노예에게서도 적게나마 발생하기 때문이었다.
초대 대마법사인 피핀은 창녀의 아들이었다. 그러나 위대한 업적을 세웠고 결국 황제와 대왕들에게서 마법사들의 권력과 권리를 분할 해 내는 데 성공했다.
그 같은 사람이 기회조차도 받지 못해서는 안 된다는 사상이 스며들어 이러한 공식적이고 정기적인 시험 체계를 갖추게 되었다.
개인적인 스승을 가지고 있는다든지, 학교라든지 얼마든지 다양한 학습 체계가 곳곳에 있지만, 이 모든 귀결점은 이렇게 모이게 된다. 결국엔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여기에 머무르고 있었네.”
“어떻게 찾았어?”
“몰라서 한참을 수소문했다.”
둘째 형인 기드였다. 기드 형은 가문의 재정 일을 담당하고 있었고 그래서 가끔 직접 무역이나 상단을 이끌기도 했다.
기드 니벨룽은 쭉 주위를 훑어보더니 말했다.
“어떻게 버티고는 있었네.”
시온은 금화가 부족하지는 않다는 사실을 숨기기로 했다.
약초 분류업이라지, 포션 제작이라든지, 도박장 결투사로 대전료를 받는다든지, 마법사 장비를 구매하려는 목적만 없어도 이미 생활 자체는 안정적으로 변하고 있었다.
게다가 도박장 관리인과 나름 친분이 생겨 용병업에 소개를 받을 수도 있고 몬스터 사냥과 희귀 약재를 수집하는 일도 뛰어들 수 있었다.
그러한 추적술, 안목, 나름의 현대인의 지식으로 잘 해결해 나갈 수 있었다.
“아버지가 얼마나 걱정하시는 줄 알아? 너보고 당장 오란다. 어떻게 전서 하나를 안 보내.”
“바빴어. 알다시피 면허 시험이 곧 이라.”
“흠, 그래? 준비는 잘 돼 가?”
“그럭저럭.”
“초기에 받았던 돈은 다 떨어지지 않았어.”
“그렇지.”
“내가 금화를 내어줄 게. 시험 치러라.”
선뜻 묵직한 주머니를 꺼내서 시온의 앞에 내놨다. 시온은 그 모습을 보고 곰곰이 생각했다.
뭔가 꿍꿍이가 있구나.
귀족의 가문은 흔히 개판이라고들 한다. 시기와 질투, 혐오와 음모로 가득 차 있다고 시온의 가문이라고 해서 그다지 예외적인 일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심한 편도 아니었지만, 우애가 좋은 것은 아니었다. 아버지는 형제에게 분배될 돈을 나누지 않고 장남에게 모두 투자를 했다.
가난한 니벨룽 가문은 그 과정이 심했다.
“당연히 그냥 주는 것은 아닐 테고. 원하는 게 뭐야?”
기드가 턱을 쓰다듬었다. 기드 니벨룽은 항상 시온을 어렵다고 생각해 왔다. 나이는 가장 어린데 어떨 땐 노련한 상인보다도 더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었다.
“형제잖아? 그리고 같은 가문이고, 우리는 모두 니벨룽 가문에 봉사해야 할 의무가 있다.”
모든 귀족의 가장 중심이 되는 의무가 기드의 입에서 나왔다. 왕이라든지, 공작이라든지 어떻게 보자면 그런 건 두 번째 이유에 불과했다. 모든 귀족은 자신의 가문을 위해서 움직인다.
만약 승산이 있다면 가문을 위해 왕을 배신해야 했다. 그것이 가면을 쓰고 있는 중세의 규칙이었다.
이 단어만으로도 시온은 기드의 뜻을 간파했다. 정말로 선심이 있었다면 더 일찍 자금을 지원해줬을 것인데 왜 이제 돈을 주겠다고 하는 것일까?
시온은 둘째 기드의 습성을 알았다. 미리미리 조사해놓고 나중에 모르는 척 움직인다는 모습을 말이다.
‘이 금화로 나를 묶을 생각이구나.’
가문을 나서기 전에 시온은 둘째 형에게 금화를 빌리려고 시도를 했다. 그때는 매몰차게 거절을 당했다.
“왜 인제 와서?”
“이문이 남아서 그래. 그때 내가 매정했다는 거 알아. 그래서 계속 후회하고 걱정하고 있었다. 뒤늦게나마 너를 찾은 거야.”
이제 확실해졌다. 기드가 시온이 지금까지 뭘 했는지 조사했다는 것을 말이다. 즉 어느 정도 마법사 면허 시험에 합격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본 것일 거였다.
그게 아니라고 해도 도박장에서의 시온의 이름은 시온도 예상하지 못할 만큼 소문이 소문을 타고 이상하게 변했다.
철저히 신분을 감추고 있어 니벨룽 가문 사람이라는 것을 다른 사람은 몰랐지만, 유년기를 같이 보냈던 기드가 시온을 못 알아볼 리가 없었다.
“괜찮아. 마음만 받을게.”
둘째 형이 요구할 일은 뻔했다. 수련 마법사 면허를 획득하면 가문으로 돌아오라는 것, 그게 아버지의 속셈인지 아니면 둘째 형의 개인적인 것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식일 것이다.
하지만 매몰차게 거절하지는 않았다. 시온은 아직 개인일 뿐이었다. 둘째 형도 자신의 힘을 가문에서 숨기고 있는 면이 있었다.
상단을 다닐 때마다 금화를 조금씩 챙기고 있었고 개인적으로 부릴 수 있는 사람이 꽤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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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 면허 시험은 당연히 이론적인 것부터 봐야 했다. 그런데 시온이 여기에 대해서 공부를 하지 않았던 이유가 있었다. 마법사 시험은 마법서를 배부받고 보는 시험이었다.
정확히는 마법서의 해독, 해석 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이었다. 그런데 그 마법서라는 것의 문자가 현대에서 쓰던 문자와 똑같은 덕에 시온은 여기에 대해서 공부란 것을 할 필요가 없었다.
해석능력을 갖추기 위해서 평균적으로 육 년 과정을 밟는데 시온은 그럴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