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화 (12/304)

마법사 면허(9)

밖에는 귀족이 이끌고 온 가신단, 행상인, 병사, 구경꾼, 관리들, 정말로 다양한 무리가 있었다. 가장 먼저 나온 것은 시온이었다.

누구도 시온이 다 풀었기에 나왔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저 시온은 흔하게 발생하곤 하는 흥미 삼아 시험을 치른 용병 정도로밖에는 보이질 않았다.

이 많은 사람이 시온과 관계있는 부분은 그 정도밖에는 없었다. 시온이 완전히 밖으로 나오자 이내 흥미도 꺼진다. 시온은 곧바로 돌아갔다. 마석에 쌓인 마나를 흡수해야 했다.

고리를 완성하고 시온은 며칠간 휴식을 취했다. 완성된 후 바로 마나를 흡수하는 것은 위험했다.

마석을 보니 그간 쌓인 마나 때문인지 혼탁한 부분이 보이지 않고 맑게 빛나고 있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시온은 마나를 흡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일이 긴 시간에 걸쳐 끝나고 든 생각은 생각보다 좋지는 않았다.

“이대로라면 두 번째 고리를 만드는 건 턱도 없는 일이군.”

시온은 자기가 자질이 좋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스승이 없기에 생긴 착오였다. 시온의 마나 감지와 현대의 기초지식 언어 덕에 마법사에게 필요한 부분을 쉽사리 얻을 수 있었지만 그게 문제였다.

첫 번째 고리는 그럭저럭 절대량을 채워 달성할 수 있었지만, 지금까지 쓸 수 있는 속성 모두가 발목을 잡는 느낌이었다.

여러 마법을 쓸 수 있고 배울 수 있는 것은 좋지만, 마법사의 모든 것은 높은 고리를 만드는 것에 있었다.

심지어 높은 단계에 오르게 되면 신체도 변하게 된다. 재능 여하를 떠나서 좀 더 몸이 이에 맞게끔 구축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가문에 한번 마법사의 재능을 보이는 가문원을 후원하는 가문의 입장에서는 막대한 재정이 들어가는 경우도 있었다.

방금 본 도팽 가의 젊은 여자도 마찬가지였다. 손에 끼고 있는 루비 하나하나의 가치도 대단하지만, 귀걸이는 더 대단했다. 마법적인 효과를 간직하고 있는 그런 보석에 가문의 문장으로 세공하려면 뛰어난 세공사도 있어야 했다.

그런 세공사 자체도 마법사인 것은 당연했다. 그런 값비싼 물건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 여자가 비단 장비에만 신경을 썼겠는가.

좋은 스승은 물론이고 좋은 교육도 받았을 것이고 그리고 좋은 것도 많이 먹었을 것이다. 단순히 치료에만 쓰이는 것이 존재하진 않았다. 먹어서, 또는 가공해서, 그런 식으로 복용하고 마나를 증진하는 방법도 있었다.

시온의 눈이 선조가 남긴 유품으로 갔다. 당장에 저 물건이 바로 그 역할을 하고 있었다. 저기에 물을 넣으면 자연의 정수가 나오고 현재로써는 그걸 복용하면 많은 마나를 거저 얻을 수 있었다.

“나도 저런 혜택을 받았더라면 지금쯤이면 최연소 영재 마법사로 이름을 날리고 있을까?”

시온은 같은 귀족 가문인데도 이렇게 투자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것에 조금 위화감을 느꼈다. 말로만 듣던 그런 인물을 실제로 보니 대단했다.

하지만 그나마 귀족의 말석이라도 거쳐서 태어난 것도 감사해야 할 따름이었다. 그 밑에서 마법사의 길을 밟으려다간 정말로 까마득했을 것 같았다.

ㆍㆍㆍ

루시 도팽이 분노에 차있는 이유는 딱 하나였다. 지금까지 자기 잘난 맛에 살고 있었는데 자기보다 더 뛰어난 자를 보았다는 것이다.

그것도 신분이 천해 보인다는 것이 그녀의 자존심에 상처를 더 입혔다. 그녀는 자기의 예상대로 시험장을 빠르게 나왔지만, 그 순서는 두 번째였다. 시온이 첫 번째로 나간 이상 그 등수를 뺏을 수는 없었다.

그녀는 나오자마자 가신에게 시온의 정체에 대해서 찾아보라고 말했다.

“누굴 말씀하시는 겁니까?”

“처음에 나왔던 덩치 좋고 산지 사람처럼 생긴 사람 있잖아!”

“아. 그 중도포기자 말이군요. 덩치가 커서 기억이 납니다. 시작하자마자 나오던데요.”

“중도 포기자? 절대 아니야. 내가 바로 옆이었거든 그 사람, 답안지는 완벽해.”

“예?”

“뭐해, 빨리 가서 물어보고 와. 시험관 아는 사람 아니야?”

“압니다.”

사내가 헐레벌떡 뛰어가서 시험관을 보았을 때 시험관 역시 임시 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당연히 시온 때문이었다. 시온이 남긴 답안과 그 속도, 풀이는 이미 마탑의 수준이었기에 온갖 얘기가 다 나오고 있었다.

대부분 의견은 두 개로 나뉘고 있었는데 첫 번째는 당연히 부정행위가 있었을 거라는 거였다. 게다가 바로 옆에 도팽 가의 여식이 있지 않았는가, 그래서 그들이 하는 두 번째 방법은 답안을 비교해 보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곧 탄식했다. 해석의 질의 차이가 압도적으로 차이가 났고 특히 수식 값에서 오히려 도팽 가의 여식이 틀려버린 것이다.

즉 거꾸로 루시 도팽이 시온이라는 사람을 훔쳐봤다는 얘기가 더 어울릴 수준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엄밀하게 재검증을 해봐야 그냥 가만히 앉아있다가 삼십 분만에 물 흐르듯 쓰고 나가버린 시온에게 문제가 있을 리가 없었다.

그들은 놀라움과 약간의 흥분에 빠져 있었다.

“그리고 귀족 출신이더군요.”

“애초에 도팽 가의 옆에는 같은 귀족밖에는 앉을 수 없으니 신분구별에서는 실수가 없었을 겁니다.”

누군가가 그렇게 말했다.

“어디 가문입니까?”

“니벨룽 가문이라더군요.”

“아시는 분 있습니까?”

다른 곳에서 오거나 그나마 유명한 마법사들은 조용했다. 귀족 가문은 많았고 한미한 가문까지 관심을 둘 정도의 지식을 자랑하려면 관련된 관리여야 했을 거였다.

그래서 누군가가 책을 바로 꺼냈다. 가문이 정리되어 있는 책이었다. 그 목록을 뒤지더니 니벨룽 가문을 찾아냈다.

“발피르 산맥 끝에 있네요. 귀족이 맞습니다. 십오 대째 내려오고 있군요.”

“나름대로 역사가 깊네요? 뭐하는 가문이죠?”

“전원 모두 기수 가문입니다. 마법사 배출은 한 번도 없었군요.”

기수 가문, 즉 기사를 양성하는 가문이라는 뜻이었다. 하기야 오지에 있다는 것만 해도 이들은 니벨룽 가문이 마법사를 배출할 수 있는 가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만큼 교류가 필요한 게 많았다. 도팽 가의 가신이 곧 도착하고 이들이 논의한 내용에 대해서 다시 주워들었다.

원래라면 외부 사람에게 구성원의 정보를 나눠줄 수가 없지만 도팽 가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도팽 가는 이 시험을 주체하는 가문과 비슷한 급이었고 매우 유명한 가문이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정보를 달라는 얘기에 반색을 하는 건 물론 힘껏 정보를 다 주려는 사람도 있었다. 바로 권력이었다.

시온은 이 사실을 알았더라면 절대로 그곳을 나오지 않았을 거였다. 어떻게 보자면 다음 고리를 쌓고 싶다는 조급함으로 인해 실수가 나온 상황이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