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사 면허(10)
“마석의 탁기라.”
시온은 오늘 양을 흡수해 탁한 빛이 도는 연푸른 색의 마석을 보며 중얼거렸다. 이 마석이 값이 싼 이유는 별거 없었다. 마석 자체가 결함이 있기 때문이었다.
결함이 있는 물건은 영원히 이 상태로 불안정하게 남아 있어야 할까? 그런 경우도 있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었다. 즉 결함이 있다고 해도 고칠 수 있었다.
“당장엔 힘들겠지. 나중에 수소문을 해봐야겠지만.”
역시 돈이다. 이런 업무만 주로 하는 마법사들이 따로 있었고 그들에게서 어느 정도 의뢰를 할 수 있었다. 장기적으로 보자면 관련 지식 정도는 알아두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최소한 믿을 만한 사람이라든지, 아니면 값싸게 처리할 만한 수단을 취해둬야 할 듯싶었다. 이래서 마법사들도 좋은 가문에 들어가려고 애를 써댔다.
거대한 가문이면 세공 마법사 정도는 있는 법이다. 도팽 가문은 당연히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그 여자에게 부탁이라도 하고 싶은 생각이었다. 친분만 있다면 영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보통 귀족은 끼리끼리 사교 모임을 하곤 한다. 하지만 니벨룽 가문은 그런 사교 모임에 나갈 기회가 적었다. 오지였으니까.
그마저도 그 기회는 장남이 몰아서 나갔다. 그 밑의 동생들에게는 어림도 없었다. 아마도 큰형은 도팽 가의 여자를 한두 번 보고 얘기를 나눠봤을지도 몰랐다.
“한번 해볼까?”
갑자기 든 생각. 포션에 푸른 액을 넣어 좀 더 높은 급의 포션도 만들 수 있는데 이것은 반응이 없을까? 그나마 지금까지는 고리를 완성하기 위해서 그 조금의 양도 모조리 복용해야 했기에 여유 자체가 없었다.
하지만 두 번째 고리를 만드는 데 필요한 마나가 상상 이상으로 높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다른 방법도 강구를 해봐야 했다.
솔직히 아직도 이 허름한 병의 정체를 알 수가 없었다. 선조가 남긴 이것에 대해서는 대장서의 삼층이 개방이 되면 본격적으로 뒤져볼 생각이었다.
“만약에 영지를 살 수 있을 정도로 비싸다면?”
바로 팔아버릴 생각이었다. 뭐니뭐니해도 독립, 자립 또 그 단계를 올라가려는 것이 전부 영지를 소유하기 위해서가 아닌가. 이왕이면 오지가 아닌 해안 도시 정도면 괜찮을 것 같았다.
시온은 잠깐 기분이 좋아져서 웃었다. 그럴 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영지라는 것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가격을 지니고 있었다. 일개 상인이 돈이 많다고 해도 자격 요건이 없다면 구매할 수가 없었다.
최소한 구매 자격을 얻으려면 백국이나, 공작급에서 인정을 받아야 하는데 그게 무엇이겠는가, 바로 수여라는 형태로 넘어가야 한다.
중세의 영지라는 것은 권력의 집합체였다. 금화를 낸다고 해서 그냥 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영지에는 세금을 걷을 수 있는 조세권이 걸려 있었고, 무엇보다도 중요시되곤 하는 징집권이 있었다. 이 두 개는 단순히 돈으로 거래되기에는 복잡한 가면이 씌워져 있었다.
“수여해주는 놈이 먹고 튀면 그것으로 끝이란 거지.”
괜히 작은 영지 하나 차지한다고 왕국이 다른 왕국을, 대왕들이 황제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수여를 받을 때는 머리를 잘 써야 한다는 것이 시온의 생각이었다.
귀족이라는 게 뭔가? 자존심 허세로 똘똘 뭉친 자들이었다. 귀족의 의무에는 화려하게 옷을 입을 것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지 못한 자는 명예롭지 않은 것이다.
수여를 받을 때는 최대한 많은 귀족이 참관하는 것이 좋았다. 어쨌든 시온은 오늘 섭취할 푸른 액을 덜어내어 적당한 그릇에 모아놨다.
지금으로선 절대로 비밀을 지켜야 할 중요한 선조의 보물. 누군가가 이것을 알게 되면 중세의 특징상 그냥 빼앗기는 정도가 아니라 목숨이 날아간다. 즉, 들켰다면 그 사람을 어떻게든 처리해야 할 정도의 강심장이 필요했다.
생각을 마친 시온이 텅 빈 마석을 들어 푸른 액에 담갔다. 마석의 크기가 액보다 커서 전부 잠기지도 않았다.
시온은 그 모습을 가만히 봤다. 딱히 변하는 모습은 없어 보였다.
“억측이었나?”
잠시 낙담하고 있는데 뭔가 이상한 변화를 감지했다. 푸른 액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던 거였다.
“빨아들이고 있어?”
저렴한 표현이지만 너무나 다급해서 시온의 갑작스레 소리 지르듯 말했다. 마석이 푸른 액을 흡수해나가는 듯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코앞까지 눈을 들이댄 결과 시온은 그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았다. 미미하긴 하지만 분명히 액을 마석이 흡수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시온은 잽싸게 시간을 쟀다. 바로 다 흡수가 되지는 않을 터이지만 몇 시간이 지난다면 완전히 흡수될 거였다.
“이게 좋은 방향일까, 안 좋은 방향일까.”
의심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푸른 액이 마나의 성장을 돕고 상처 치유에도 도움이 되며 포션의 성질을 좀 더 높은 급의 두 품으로 바꿔준다는 것은 알았지만, 항상 좋은 쪽으로 변할 것 같지가 않았다.
현대에서나 이곳에서나 그렇게 쉽사리 일이 풀린 적이 있던가? 그런 적은 없었다.
마석이 이 액의 훌륭함에 정화되어 버릴 수도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렇게 되면 마석 자체의 효율이 심각하게 떨어질지도 몰랐다.
거금을 투자했는데 단순한 실험으로 현재 가지고 있는 장비 중 가장 값비싼 것을 날리게 된다면 너무 아쉬웠다.
그렇게 긴 시간을 노려보듯 지켜본 결과 모든 액을 마석이 흡수하는 데에 성공했다. 끝나자마자 시온은 그것을 잽싸게 들어서 확인을 했다.
‘탁기가 맑아졌다.’
성능도 좋아졌다. 이제 이 푸른 액체의 한 가지 용도를 더 알게 됐다.
‘꾸준히 반복하면 탁한 빛을 모두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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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 시험은 이론 시험에 합격해야 후에 있을 진짜 시험에 참가할 수 있었다. 여기서부터가 중요했다. 해석시험이야 기본만 해서 넘어가도 충분한 것이었고 여기서 고득점을 해봐야 마나와 관련된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다면 그냥 탈락이었다.
반대로 해석 시험에서 저득점을 해도 마나만 잘 다룰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면 바로 합격이었다. 하지만 이것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었다.
바로 체력 시험이 존재한다는 것. 이것이 왜 있느냐의 의문은 옛날부터 있었지만, 옛날부터 같이 시행됐던 그런 관습이었다.
그러나 여기에 중점을 두고 이 마법사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은 없었다.
“저 새끼 저거 뭐하는 놈이야?”
“저거랑 같이 잡힌 애는 그냥 떨어져야 하네.”
시온의 존재는 유독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고 있었다. 예비 기사들을 모아놓는다고 해도 꿀리지 않을 정도로 오지 산맥에서 사냥과 격투로 단련된 신체였다.
얼굴이 지극히 평범하고 촌티나서 그렇지 니벨룽 가문 자체가 오랫동안 기수 가문을 할 수 있었던 건 상위 봉주에게 선택받을 수 있을 만한 무난한 체격을 대대로 갖췄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