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6화 (16/304)

마법사 면허(13)

마법사 면허 시험의 마지막 단계는 공개 시험장이었다. 말이 시험이지 이것을 보기 위해 관중도 많았다. 사람 손에서 불이나 냉기 등 각종 이 현상이 나타나는데 흥미가 생기지 않을 리가 없었다.

지금까지의 점수가 비공식적으로 기록되어 있었는데 시온이 일등이었다. 시온은 모르고 있었지만, 이번에 턱걸이해도 합격할 수준일 정도로 점수를 많이 챙겼다.

그 정도로 해석 시험에서 압도적인 점수를 받은 거였다.

‘후, 긴장되는데.’

시온은 각종 목적으로 쓰이는 원형 경기장을 둘러보면서 몸을 풀었다. 그리고 자기의 상태를 점검했다. 고리가 한 개. 이건 이제 변하지 않을 시온의 단계였다.

사실 이것만으로도 정식 면허증이 없다고 해도 용병업을 시작하는데 아무런 무리가 없을 수준이었다.

‘하지만 제값을 못 받지.’

시온은 그 점을 잘 알고 있었다. 알아보지는 않았지만, 현대에서 철저히 사람이 나뉘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곳이라면 더욱더 그럴 것 같았다.

관중도 많았지만 그만큼 시험자도 많았다. 대부분은 크게 분류가 되어 각 단계를 치르게 된다. 해석 시험, 체력 시험, 이런 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냥 맛보기에 불과했다. 여기서부터는 진정한 불공평이 벌어지게 된다. 시온은 이에 대한 정보를 옛날부터 들어와서 잘 알고 있었다.

그만큼 시험자들은 천민부터 귀족까지 바글바글했지만, 복장만 봐도 합격 여하를 알 수 있을 정도로 차이가 났다.

시온 역시 사실 마법을 형성하기 위한 어떠한 보조 도구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마석은 마나를 쌓는 데 도움을 주지만 그게 전부였다. 그것이 뭔가를 형성하거나 방출하는데 도움을 주진 않았다.

“무슨 자신감이죠?”

시온은 자기를 불렀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여기에 와서 사귄 사람 중에는 같이 시험을 볼 만한 사람은 없었던 거였다. 게다가 여자와의 친분도 거리가 멀었다.

니벨룽 가문은 지독하게 딱딱한 곳이었다. 물론 거기에 불만을 가졌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루하루 생존하기 위한 기초적인 기술을 습득하는 데에 시간을 꼬박 썼어야 했으니까.

“이봐요.”

“...?”

그제야 시온은 도팽 가문의 여자가 자기에게 말을 걸었다는 것을 알았다. 루시 도팽은 아까부터 옆에서 말을 걸 기회를 보고 있었는데 시온은 계속 주위를 두리번거릴 뿐, 자기에게 인사를 하지 않자 뿔이 나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요. 인사 안 해요?”

“나 말이요?”

“네. 시온 니벨룽씨.”

정중한 귀족의 인사를 받고 싶어하는 뉘앙스가 팍팍 느껴지는 그녀의 말투에 시온은 잠깐 고민했다. 시온은 이번에 시끄럽게 시험을 봤던 것을 은근히 후회하고 있었던 참이었다.

귀족이긴 하지만 가난한 가문이기에 사실상 시온은 상인의 아들보다 급이 낮은 상태였다. 즉 돈이 부족한 개인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귀찮은 일에 말려들거나 누군가 질투를 해서 고의로 방해했다간 꼼짝없이 시간을 소모하게 될 거였다.

시온은 그 점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비록 흥이 난 나머지 일을 엎어버렸지만, 경계심 정도는 여전히 남아 있던 것이다.

그러나 그녀에게 잘 보여야 하는 것도 사실이었다. 도팽 가문이라면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

“시온 니벨룽이라고 합니다. 레이디.”

시온이 귀족의 예의를 갖추고 그녀에게 정중하게 말했다. 레이디란 단어를 듣자 그녀는 조금 만족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음...?’

지금까지 뜨거운 남자의 세계에서 다섯째 자제로 살아왔던 시온이 당황할 상황이긴 했다. 이론적으로 배우긴 했던 것인데 워낙 오지인지라 또래 여자의 귀족을 만날 일이 영 없었다.

그나마 그런 기회도 장남이 독점하듯이 나갔으니, 시온이 관련 경험이 없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정신 바짝 차리자. 도팽 가문의 혜택만 받을 수 있으면 푸른 액을 생성하는 병의 정체를 쉽게 파악할 수 있을지 몰라.’

대장서를 정처 없이 뒤지는 것보다 도팽 가문에 고용된 마법사에게 모르는 척 물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시온의 그녀의 붉은, 아마 초호화 가격을 자랑할듯한 루비 마나 보석에 잠깐 입술을 댔다. 가지고 싶다는 욕망이 일었지만 절대로 겉으론 티 내질 않았다.

“정말 무식한 사람일까 봐 걱정했는데 영 바보는 아니네요. 그랬다면 신을 원망했을 거에요. 안 그래요?”

“하하, 무슨 말을 하시는지. 의중을 모르겠네요.”

“다시 첫 번째 질문으로 가죠. 왜 아무것도 착용하고 오지 않으신 거죠?”

그녀는 시온의 전신을 다시 한 번 훑었다. 시간이 지나 허름해진 옷과 어딘가 흐트러진 반지 문장, 몸은 극도로 단련됐지만, 그 어디에도 마법의 비법이 섞여 있는 장비는 없었다. 하다못해 시험에 앞서 액세서리 한 개 정도는 착용하고 오는 법이었다.

“제가 금화가 부족해서 말이죠. 실례했습니다.”

오히려 솔직한 대답에 그녀는 거꾸로 충격을 받았다. 그녀는 뭔가 크게 기대를 한 상황이었다. 연달아 시온의 돌발행동을 보고나니 흥미가 생기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었다.

‘그 답안은 완벽했어. 범인은 절대로 그런 답안을 낼 수가 없어. 저렇게 바보 같은 사람 좋은 얼굴과 착각하게 하는 몸을 하고 있지만, 이자의 머리는 분명히······. 이것도 다 기만일지도.’

그녀는 분명히 질투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찬사 속에서 살아왔던 그녀로서도 생소한 감정을 뜻밖의 장소에 그것도 뜻밖의 인물에게서 느끼고 있는 것이었다.

시험자가 시험이 끝나기도 전에 남의 답안을 훑어볼 수 있었다니 현대에서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지만 그녀에게서는 보는 것 정도는 의사만 있으면 가능할 정도의 쉬운 일이었다.

시온이 낸 답안지를 보고 그녀는 절망했다. 그 정도로 지식의 차이가 컸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이번에야말로 조용히 일을 치러야겠다는 시온의 의사와는 다르게 또다시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었다. 누가 보면 도팽 가와 오랫동안 알고 있는 사이처럼 보이는 것이었다.

도팽 가가 어디인가, 무려 이 시험을 주관하는 페라라 가문과 동급의 유서 깊은 마법사 가문이었다. 도팽 가를 상징하는 돌고래를 모른다면 옆 지역에선 장사조차 할 수가 없었다.

“뭐, 됐어요. 뭔가 또 꿍꿍이가 있어 보이는군요.”

“?”

“어쨌든 내 이름을 얘기해 주지 않았군요. 시온 니벨룽씨. 저는 루시 도팽입니다. 시험 잘 치르시길.”

그녀는 아주 자연스럽게 할 말만 하고 돌아서 버렸다.

‘하, 귀족 여자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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