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7화 (17/304)

마법사 면허(14)

남은 시험은 지금까지의 절차보다는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가장 먼저 이 시험에서 점검하는 것은 몇 개의 속성을 다룰 줄 아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개인의 수련이야 나뭇잎으로 하지만 여기서 검증받을 때는 시험관 앞에서 시연하게 된다. 지금까지 했던 마법의 속성을 최대한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기에 각자의 세기가 다르고 형성되는 것이 달랐다. 시온이 다룰 수 있는 마법은 총 다섯 가지였다. 그 전에 나이 지긋한 마법사에게 아니 그가 데리고 있는 영수에게 검증을 받아야 했다.

이 마법사가 데리고 온 것은 다람쥐과의 영수 여러 마리였다. 해당 속성이 해당이 된다면 영수들이 대상자에게 부비적 거린다. 영수들은 마나에 민감하고 또 특정 속성을 미친 듯이 좋아하는 습성이 있었다.

시온도 영수를 본 것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마법사는 시온의 얘기를 듣지 못한 모양인 듯 시온의 체격을 보고는 눈꼬리를 올렸다.

“건장한 젊은이로군!”

그가 재밌다는 듯이 웃더니 이어서 말했다.

“여기까지 온 것도 대단한 것이니 마음껏 경험하고 가게나.”

그리고 떨어질 것이라고 이미 판단한 모양이었다.

“마나를 모으게. 할 수는 있지? 이론과 실전은 항상 다르다네.”

그는 이어서 기다란 흰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시온은 무난하게 마나를 집중해 모았다. 그냥 자유롭게, 지금 검증하고 있는 것은 어떤 형체나 속성을 집어넣는 그런 것이 아니라 단지 측정을 위한 기초단계였다.

이 정도도 못하는 인간이 이중의 삼 분의 일이 될 정도로 나름대로 어려운 작업이었다.

당연히 시온에게는 해당이 되는 사항은 아니었다. 유년기 시절부터 독학으로 이 정도는 기본적으로 했기에 출세의 방향을 검의 길이 아닌 마법의 길을 밟기도 마음을 먹은 거였다.

마나가 넘실거리며 아무런 실패 없이 푸른 형체를 이뤘다. 늙은 마법사의 눈꼬리가 다시 한 번 올라갔다.

“훌륭하군. 내가 안목이 없었어. 이미 준비가 된 마법사였던가?”

영수들을 쓰는 이유는 명확했다. 측정을 전문으로 하는 마법사가 따로 있을 정도로 사람도 이러한 일을 할 수 있지만, 객관성이 부족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바로 영수를 쓰는 일이었다. 마수에서 특정 목적으로 갈라져 나온 영수는 지독하게 마나에 민감했다.

그러니 영수가 선택한 일에는 예외가 있을 수가 없었다. 특히 해당 마법사가 어떤 속성을 가졌는지에 대해서는 속일 수 없는 감각을 지니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영수가 해당 속성을 민감하게 느끼는 이유는 해당 영수의 생존과도 관련이 깊었다. 현대인의 시각으로 보자면 그렇게 진화했다는 것이 맞았다.

어쨌든 시온이 마나를 만들어 내자 영수들이 눈을 빛내며 시온에게 잽싸게 모여들었다. 몇몇은 시온의 다리를 타고 올라가고 어깨 위로 머리 위로 올라갔다.

숫자는 총 다섯 마리였다. 시온의 속성과 비슷한 털 색도 가지고 있었다. 빨간 녀석, 푸른 녀석, 노란 녀석, 어두운 녀석이다.

“끌끌. 애들이 자네를 참 좋아하는군. 서슴없이 사람을 잘 타진 않는데.”

영수가 처음 보자마자 그 사람을 타고 올라갔다는 것도 마나의 친화력이 높다는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노인은 안타깝다는 견해를 남기는 것을 잊지 않았다.

“다만, 너무 많네. 과한 것은 곧 독이지. 그건 마나의 절대적인 규칙이네.”

“흠. 그래서 전 어떻습니까?”

시온은 귀여운 영수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훌륭하지. 마나의 사랑을 받지만, 그것이 과한 자라. 특이해.”

영수가 제자리에 돌아가고 이어지는 시험은 시온이 가지고 있는 것을 형상화 하는 거였다. 모든 마법의 기초 단계란 무엇이냐, 어떠한 변형을 갖추지 않은 원형 그대로의 무언가를 내뿜는 것이었다.

고로 그냥 하면 되는 거였다. 크기와 세기에 따라서 합격 당락이 정해지는 아주 간단한 구조, 그러니 여기에 좋은 장비를 갖추고 있으면 좋은 결과가 따라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시온이 애초에 마나 수련에 매진하고, 푸른 액을 먹고, 것도 모자라서 마석을 구하려고 안달을 내던 것은 여기에서 확실하게 통과하기 위해서였다.

게다가 부담도 큰 편이라고 볼 수 있었다. 어떠한 마나의 효율을 보조해줄 수 있는 장비도 없는데 다섯 개의 속성을 확인했으니 다섯 개의 속성 모두 형성을 해봐야 했다.

그러니 남들보다 배가 마나가 많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집중하자. 실수하면 여기서 일 년 더 기다려야 하고 계획이 크게 차질이 생긴다. 용병업을 해도 면허가 없으면 몸값을 제대로 못 받으니까.’

일 년 정도 더 준비하면야 다른 사람과 다른 시온은 무조건 합격할 것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무난히 합격하게 된다면? 일 년 뒤에는 두 번째 고리를 만들 수도 있었다.

그 정도로 업계 일자리의 폭과 고급 정보를 접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컸다. 당장에 두 번째 고리의 단계에 도달하기 위해선 단순한 수련으로는 안된다는 결론이 나왔다.

시온은 마나를 증진해주는 약초들을 찾아볼 생각이었다. 오지에서 단련된 약초 지식, 그리고 개방되게 되는 정보로 잘하면 간단한 것은 제조가 가능할지도 몰랐다.

“?!”

시온이 그렇게 불덩이를 만들자 시험관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다른 시험관들도 시온에게 큰 기대를 하지 않은 상황. 그만큼 마법사라는 이미지가 가지는 일반적인 모습과 시온의 건장한 체격은 거리감이 있었다.

마법 장비라도 차고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놀라지는 않았을 것이지만 시온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불덩이를 첫 번째 고리에 맞게끔 만들어내자 입이 벌어져 버렸다.

그랬다. 시온의 착각이 어느 정도 있었다. 마법사 면허 시험을 보러 오는 시험자들은 보통 고리를 형성하지 못하고 온다. 고리를 형성하는 것은 이후에 좀 더 많은 수련과 지도가 곁들어져야 가능한 일인 것이었다.

그런데 시온이 느닷없이 그것을 증명하자 다 놀라버린 것이었다.

“아니, 스승이 있나 본 데?”

“어디 가문이오?”

“니벨룽 가문 이랍니다.”

“처음 들어보는군.”

“얘기는 안 하고 있었는데 저 사람이 해석 시험에서 수석입니다. 체력 시험도 당연히 수석이고요.”

시험관들이 요란하게 속삭이기 시작했다. 이어서 두 번째 빙 속성과 세 번째 전격 속성이 연이어 이어졌다. 뭔가가 벌어질 때마다 구경 온 일반인들은 즐거운 모양이었다.

시온의 매치가 되지 않은 이질적인 모습도 한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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